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믿음이란 게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 않니.
공포 섞인 믿음. 복잡미묘한 믿음. 정말 믿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믿음 등등.
뭐든 간에 그 감정은 성좌에게 힘이 됐다.
‘그렇군… 뭐 믿어주면 고맙긴 한데.’
사실 최연승은 딱히 믿음을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그냥 내버려뒀다가 사람들 죽어나가기라도 하면 좀 찜찜할 거 같아서 선행을 베푼 것뿐.
정말 믿음을 원했다면 여신의 치료를 써서 완벽하게 치유했지, 저렇게 아프게 응급처치를 해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믿음을 받으니 좀 미안하군. 덜 아프게 할 거 그랬나?’
생각해보니 여신의 치료 안 쓰더라도 점혈로 통증을 안 느끼게 해준 다음 했으면 될 것 같았다.
“무슨 생각, 하고 있서요?”
“아. 점혈로 통증을 안 느끼게 한 다음 치료를 해줬으면 됐을 것 같다는 생각.”
“…그냥 가는 게 좋을 것 가타요.”
* * *
“아니 이 미친놈들은 신성한 산에서 왜 싸움질이지?”
최연승은 혀를 차며 앞으로 움직였다.
생각보다 싸움이 많았던 것이다.
또 쓰러져 있는 헌터들!
이번에는 중국 쪽 헌터들이 쓰러져 있었다.
일본 헌터들도 구해줬는데 중국 헌터들만 안 구해주기는 또 뭐해서 최연승은 부러진 뼈를 맞춰줬다.
-아아아아악!
[복잡미묘한 믿음을 받아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점혈, 안 해요?”
“불공평하잖아.”
“그렇쿠나.”
일레야는 납득했다.
확실히 저쪽을 안 해줬으니 이쪽도 안 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았다.
‘???’
안토니는 속으로 의문을 품었지만 뭐라고 말하진 않았다.
중국 놈들 치료해주든 말든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관음사 코스로 온 놈들은 다 성격이 더럽나보군.”
“우리도 관음사 코스로 왔잖아.”
“조용히 해라.”
“……”
점점 더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지형은 기괴하게 변해갔고 흐르는 마력의 기운도 강해졌다.
몬스터는 없지만 경계할 필요는 충분했다.
“잠깐만. 왜 땅의 색이 이렇지? 이상한데?”
안토니가 붉은 색 땅을 보며 깜짝 놀라자, 최연승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어비스에서 볼 수 있는 적토(赤土)다. 흡수한 마력 때문에 색이 바뀐 건데, 딱히 위험하진 않으니까 발 올려도 된다.”
“클랜에 그런 정보도 있었나? 설마 드래곤 황이 몰래 어비스 게이트도 공략했었던 건가?”
안토니는 깜짝 놀랐다.
현재 지구의 헌터들이 어비스에 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성좌에게서 얻거나.
아니면 어비스와 연결된 게이트로 들어가거나.
전자에 비해 후자는 지극히 위험한 방법이었다.
어비스 게이트에 도전하는 공략대는 꾸준히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들이 나오는 건 어비스가 가진 매력 때문이었다.
어비스의 성좌들이 지구의 영혼을 탐내듯, 지구의 인간들도 어비스에 있는 무한한 보물들을 탐내는 것이다.
“아니. 성좌한테서 들은 거지.”
“아. 그렇군.”
하긴 드래곤 황이 그렇게 무모한 짓을 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 안이 탐이 나도 어비스에 수색하러 들어가는 건 머저리인 것이다.
그렇게 길을 넘긴 최연승이 정상을 한 번 보고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슬슬 직선으로 달려도 될 것 같군.”
“?”
둘은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여길 직선으로 뚫고 가자고? 저기 절벽이 저렇게 있는데?”
“내가 양손에 하나씩 들면 되겠지.”
“……”
안토니는 생각치도 못한 참신한 발상에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여기가 멀쩡한 산이라면 해볼 만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여기는 멀쩡한 등산로도 이상하게 비틀린 곳.
저 울창한 숲 안에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알고 직선으로 달린단 말인가?
“어차피 몬스터도 거의 없고 지형 비틀리는 건 내가 상대할 수 있다. 너희 둘도 마법 쓸 수 있잖아.”
“그렇긴 한데…”
“설마 겁먹은 건가?”
최연승의 말에 안토니는 경악했다.
감히?!
“감히 내가 겁을 먹었다고!?”
“안 먹었으면 잘 됐군. 가자.”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면 최연승은 처음부터 직선으로 달려갈 생각이었다.
지름길이 있는데 뭐하러 시간을 낭비한단 말인가.
‘창욱이가 1위를 하면 좋겠지만 못할 때를 대비해서 1위를 찍어놓긴 해놔야지.’
중국이나 일본 쪽 헌터들이 1위를 하는 걸 보면 배가 매우 아플 것 같았다.
-후계자야. 이제 그런 인간 시절의 사소한 감정은 잊어도 되지 않겠니?
-흠… 안 될 것 같군.
졸지에 험지를 직선으로 달리게 된 일레야는 작게 중얼거렸다.
대충 안토니를 욕하는 것 같았다.
* * *
“관음사 코스로 온 놈들 중에서 우리보다 빠른 놈은 이제 없다!”
“천위웨이! 천위웨이!”
동료들은 천위웨이를 찬양했다.
여기 오면서 만난 일본 헌터들과 중국 헌터들을 모조리 때려눕힌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관음사 코스에서 그들보다 앞에 있는 놈들은 이제 없었다.
성판악 코스로 오는 놈들은 반대쪽이라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그건 어차피 좀 더 느리고 돌아오는 길.
먼저 1위를 찍어버리면 의미 없었다.
“가자!”
그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저 옆의 나무 위에서 누군가가 튀어올랐다.
“…???”
최연승이 양 어깨에 두 헌터를 들고 나무 위에서 나무 위를 밟으면서 날아가고 있었다.
“허… 허공답보??!!”
아까도 질렀던 비명을, 천위웨이는 다시 질렀다.
최연승은 빠르게 멀어져가면서 말했다.
-천위웨이!
“??”
-허공답보가 아니다!
“……”
그 말을 남기고 최연승은 그대로 빠르게 허공을 내달려 절벽 쪽으로 가버렸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의 일이었다.
“뭐… 뭐… 뭐… 뭐 저런 새끼들이 있냐?!”
“쫓아!”
중국 헌터들이 허겁지겁 길을 달리기 시작했지만, 빙 돌아가는 길과 나무 끝을 밟고 직선으로 달려가는 속도가 같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최연승이 전력으로 펼치는 경공은 어지간한 속도 마법보다 훨씬 더 빨랐다.
내공이야 제한이 걸려 있다지만 그 내공을 극한의 최적화로 굴리고 있는 것이다.
쏜살같은 빠르기!
매달려 있던 안토니는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허공답보가 아니면 뭐냐?”
“굳이 스킬 이름으로 말하자면 초상비(草上飛)겠지.”
풀 위를 밟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경공의 스킬.
최연승이 그렇게 말하자 스킬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스킬, 초상비를 얻습니다.]랭크:A
몸을 가볍게 만들어 풀 위를 밟고 내달립니다.
‘어비스에 있을 때는 쓸 필요도 없던 스킬들이 자꾸 나오는군.’
경지가 높을 때에는 굳이 저런 거 쓸 필요 없이 존재력으로 날거나 아니면 내공으로 허공을 날아도 됐다.
그러나 경지에 제한이 걸리고, 내공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니 그냥 지나갔던 스킬들을 따로 얻게 됐다.
최연승은 절벽 앞에 도착해서 수직으로 절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발을 사정없이 내려찍는데도 흔들림 하나 없이 쭉쭉 솟구쳐 올라갔다.
“이건 무슨 스킬이냐?!”
“굳이 따지자면 어기충천(御氣衝天)이데…”
“그렇군. 어기충천… 어기충천… 어기충천이 무슨 뜻이지?”
메모해놓고 나중에 연습해보려던 안토니는 한자의 뜻을 몰라 멈칫했다.
“그냥 나중에 물어봐라. 다 왔으니까.”
탁-
최연승은 가뿐하게 착지했다.
오는 도중에 뭔가 이것저것 지형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냥 다 무시해버리고 위로 날아온 것이다.
마력 섞인 강풍이 강하게 날아오며 방해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어비스의 마력 폭풍을 겪어온 최연승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할 정도!
“이게 그 천지인가?”
“…백록담 이 새끼야.”
“아… 아니. 모를 수도 있지.”
“남의 나라 왔으면 외워놨어야지.”
“맞아요. 어떻게 그거 두개를 헷갈려요?”
한국인과 다른 명예한국인의 구박에 안토니는 매우 억울해졌다.
내 참 더럽고 치사해서…
“원래 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마력의 영향인가?”
원래 백록담의 호수는 말라 있는 경우가 많았고, 물이 차있어도 그리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백록담의 호수에는 물이 꽉 차 있었다.
마력 때문에 많이 바뀌었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
그 순간 최연승의 육감이 경고를 날렸다. 호수 안에 무언가가 숨을 죽이고 있다는 경고였다.
“전투 준비!”
안토니, 일레야 모두 B급의 헌터였다. 온갖 훈련을 받고 특수한 상황에 대비되어 있었다.
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무기를 들고 마력을 불러냈다.
‘그런데 왜?’
안토니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변에 몬스터는 보이지도 않는데…
그 답은 곧바로 나왔다.
촤르르르륵!
-■■■■■■■■■■!
호수 속에서 거대한 이무기, 아르고가 울부짖으며 뛰쳐나왔다.
마력이 담긴 강력한 피어가 주변 헌터들의 고막을 강타했다.
“■!”
그에 맞서 최연승도 강하게 함성을 내질렀다.
내공이 담긴 함성이 아르고의 피어를 맞받아치며 튕겨냈다.
“놈은 A급 몬스터다, 최연승! 대피해야 해!”
안토니는 아르고의 정체를 바로 깨달았다. 몇 번이고 자료로 봐왔던 것이다.
최대 A급 몬스터일 수도 있는 놈과 맞서 싸우는 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무조건 후퇴한 다음 지원을 받아와야 했다.
일레야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최연승에게 외쳤다.
“물러서요!”
그러나 둘의 외침에도 상관없이, 최연승은 속으로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오는 거였군.’
생각해보니 한국도 나름 탐지 시스템 갖추고 있는데 무슨 수로 대형 몬스터가 나타나나 했는데, 여기에서 나와 아래로 내려가는 거라면 말이 됐다.
갑자기 마주쳐서 좀 당황하긴 했지만 차라리 잘 된 셈이었다.
여기서 끝장내면 아래로 내려가서 난리를 치지 못할 테니까.
“여기서 잡을 거다.”
“미친 거냐! 셋이다!”
“걱정 마라. 내가 모시는 성좌의 힘을 쓸 거니까.”
“!”
안토니는 멈칫했다.
성좌의 힘.
그건 어떤 약한 헌터도 상식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게 만드는 절대적인 힘이었다.
현재 B급인 최연승이었지만, 성좌가 힘을 내려준다면 A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여전히 불안한 싸움.
인원도 부족하고 준비도 덜 되어 있는데 같이 남아서 싸워야 하나?
원래라면 이럴 때 후퇴해도 욕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결국 안토니는 평생 지켜 온 원칙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
“…좋다. 같이 싸워주마!”
“어. 후퇴해도 되는데?”
“…기껏 도와주려고 했는데!!”
“아. 알겠어. 임마. 왜 소리를 질러.”
“저도 같이 남아서 도와줄게요.”
“고맙다.”
‘최연승 저 놈, 나를 대할 때만 태도가 좀 무례한 거 같은데…’
안토니는 꿍얼대며 마법을 준비했다.
A급 몬스터를 상대할 때 안토니가 갖고 있는 마법으로 크게 데미지를 주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아르고의 움직임을 최대한 묶고, 방해하는 마법 위주로 가야 했다.
어디까지나 최연승을 보조하는 느낌으로!
안토니는 모르고 있었지만, 안토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팀플레이에 꽤 익숙해져 있었다.
예전에 그 ‘저 ■새끼는 지밖에 모르나’소리를 듣던 안토니와는 정반대였다.
“간다, , , !”
안토니의 선택은 3서클 저주 마법 3연타였다.
균형 잡힌 올라운더라는 칭송답게, 안토니는 다양한 종류의 마법을 갖고 있었다.
욕먹어도 괜히 의 1팀이 아닌 것이다.
‘자, 최연승! 네가 믿는 성좌의 힘을 보여줘라!’
마력을 쥐어짠 안토니는 최연승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연 최연승의 성좌는 어떤 힘을 보여줄까?
쾅!
최연승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아르고 앞에 나타나서 놈의 턱을 강하게 후려갈겼다.
아르고가 괴성을 내지르며 뒤로 고개를 꺾었다.
“……”
안토니는 황당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대단하긴 한데…
성좌가 힘을 준 것치고는 너무 좀 수수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