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안토니가 저러는 것도 당연했다.
성좌의 힘이라는 건 대부분 화려하기 그지없었으니까.
일단 성좌들도 하수인들에게 내려주는 힘은 나름 신경을 쓰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위엄과 이름을 드높일 수 있을 정도로 품위 있어야 한다!
…그에 비해 최연승이 보여주고 있는 성좌의 힘은 수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는 확실하게 달라진 게 보였다.
일레야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마력량이…!”
그 말에 안토니도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최연승 위로 타오르고 있는 마력의 불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
저렇게 주변으로 뿜어져 나올 정도라니.
A급 헌터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렬한 마력량이었다.
“그런가! 겉모습이 수수한 대신 그만큼 마력량에 버프를 주는 건가!”
그런 거라면 이해가 갔다.
마력량을 올려주는 버프는 성좌들이 내려줄 수 있는 힘 중에서 손꼽히는 힘이었으니까.
얼핏 보면 단순해 보였지만, 마력량을 올리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마력만 줘서는 안 됐다.
그 마력을 주고, 그 마력을 버틸 정도로 몸을 강화시켜주고, 그 마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정신도 강화시켜주고…
성좌 입장에서 인간은 한낱 개미 같은 존재.
이 개미를 아주 조심스럽게 붙잡고 터지지 않게 강화시켜줘야 하는 일이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처럼 쓰는 사람의 목숨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광화를 때려버리거나, 아니면 차라리 다른 스킬을 던져줬다.
만약 최연승의 성좌가 아무런 페널티 없이 저렇게 권능만으로 마력량을 올려주는 거라면 믿는 것도 이해가 갔다.
좀 수수하면 어떻단 말인가.
저렇게 깔끔하게 좋은 권능을 내려줬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싸우면서 오감을 동원해 주변의 상황을 전부 확인하고 있던 최연승은 속으로 떨떠름했다.
이게 수수한가?
다른 건 몰라도 수수하다고 말하니까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었다.
앞으로 장사, 아니, 신앙심을 얻어야 하는데…
겉모습도 좀 더 생각해야 하는 게 좋을까?
몸에서 증기를 뿜는다거나, 눈에서 빔을 쏘아낸다거나…
-잡생각하지 말려무나!
‘집중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최연승의 만 년 넘게 쌓인 전투 경험은 상대와 목숨을 건 혈전을 벌이면서도 오늘 저녁에 뭐먹을지 코스 메뉴를 짤 수 있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냉정한 정신.
그것이 최연승이 가진 무기였다.
‘놈이 생각보다 단단하긴 하군.’
히드라랑 비교하면 고개도 들고 다니지 못하겠지만, 이무기 몬스터 아르고는 확실히 강한 몬스터였다.
해룡이라는 별명이 괜한 별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빈틈 하나 없이 몸을 뒤덮고 있는 비늘들은 강철보다 몇십배는 더 단단했고, 그 위로 들어오는 충격을 흡수하고 분산시켜버렸다.
밖에서 때리는 어지간한 마법들은 다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저 커다란 덩치에 저런 방어력까지 가졌으니 A급 몬스터로 취급받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못 잡을 건 아니다.’
저런 방어력 높은 몬스터 상대로 무공 사용자는 방어 무시 데미지를 넣을 수 있었다.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
겉을 쳐서 안을 파괴시키는, 무공의 수법 중 하나였다.
매우 고등한 수법이었지만 최연승은 어비스에 떨어지자마자 익혀야 했다.
다들 방어력 하나는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 내공으로 안을 파괴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다른 무공 사용자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집중해야 내가중수법을 완벽하게 발동시킬 수 있었지만…
퍽! 퍼퍼퍽!
-■■■■!
최연승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아르고의 몸통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한 방 꽂힐 때마다 그 안에 담긴 막대한 내공이 아르고 안으로 파고들어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였지만 골리앗을 압도하고 있는 건 다윗이었다.
‘아. 절정 상급 정도만 올려도 정말 더럽게 편하군.’
아슬아슬하게 절정 경지를 유지하고 있던 최연승은 검기도 아껴 쓸 정도로 내공 관리를 해야 했다.
레벨 300에서 380 정도로만 올렸는데도 미친듯이 편했다.
강기?
억지로 쓸 필요도 없었다.
굳이 내공 많이 드는 강기를 써서 놈의 몸을 일격에 잘라내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치고 빠지는 걸 반복하면 됐다.
최연승은 처음부터 장기전으로 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상대의 발을 묶고 주변을 돌아가며 공격을 퍼붓는 아웃복서처럼, 최연승 또한 그렇게 아르고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킬 생각이었다.
경지를 올린 덕분에 계속해서 회피할 내공도, 공격을 넣을 내공도 충분했다.
퍼퍼퍽! 퍼퍼퍼퍼퍽!
한 곳에 있다가 사라지고, 다른 곳에 다시 나타났다가 또 공격하고 사라지고.
안토니와 일레야는 최연승의 전투에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진짜 개같이 짜증나겠다!
-■… ■■■■!
계속해서 두들겨 맞던 아르고는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저 조그만 필멸자가 그를 갖고 놀고 있는 것이다!
믿기지 않았지만 아르고는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최연승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르고가 를 불러냅니다!] [아르고가 를 불러냅니다!]안 그래도 아까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던 날씨가, 아르고의 마력과 합쳐져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천둥번개와 함께 비바람이 날뛰고 살갗을 찢어발길 정도의 강풍이 날아들었다.
안토니와 일레야는 바로 방어막을 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토네이도다!’
고여 있던 물이 미친듯이 아르고의 몸을 휘감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가기 시작하자 최연승은 혀를 찼다.
“그래. A급 몬스터 중에 그냥 죽는 놈은 없다 이거지?”
몬스터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엿먹일 수 있을지 연구를 하고 오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저렇게 짜증나게 날뛸 수가 없었다.
이 주변을 박살내서 최연승을 떨쳐낸 다음 근처 바다로 가서 힘을 회복하고 다시 싸우겠다는 놈의 의도가 뻔히 보였다.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여기서 권능 스킬을 하나 더 쓰는 게 나았다.
다른 성좌들의 눈에 들어가서 성좌전 때 대비당할 수 있겠지만…
‘상관없다. 이기면 되니까.’
언제나 불리한 상황에서 이겨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저 놈이 내려가서 날뛰는 꼬라지는 못 봐주겠다!
-패배하지 않는 화신의 영역 선포!
[를 사용합니다!] [존재력이 세계를 변화시킵니다!] [화신의 이름과 존재를 걸고, 명예로운 일대일 승부의 장이 펼쳐집니다.] [둘 중 하나가 지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습니다.]-■■■■■■???
아르고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세계가 뒤틀리더니, 방금까지 있었던 곳과 전혀 다른 곳에 와있는 것이다.
아까까지 있던 곳은 물이 넘치고 마음대로 비바람을 불러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 있는 곳은 삭막한 황무지였다.
황무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어둠.
여기는…
‘어비스의 황무지군.’
최연승이 처음 떨어졌을 때 도착한 어비스의 황무지.
그 황무지가 만 년이 넘었는데도 최연승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런 식으로 구현이 되다니.
“야.”
최연승은 아르고를 불렀다. 물기 하나 없는 맨바닥 위에 올라와 있던 아르고는 당황한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 최연승이 만만한 먹잇감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르고를 사냥하려는 사냥꾼처럼 느껴졌다.
저 작디작은 인간이 아르고를 기세로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까처럼 다시 해봐라.”
-…!
* * *
-백록담 근처에 A급 몬스터 출현! 백록담 근처에 A급 몬스터 출현!
-이무기 아르고로 추정되는 몬스터 등장!
-지원 요청!
“그러니까 왜 등산을 골라가지고!”
“내가 한라산 정상에 A급 몬스터가 숨어 있을지 어떻게 알았겠느 냐!”
정원욱은 억울함이 섞인 목소리로 항변했다.
좋은 뜻으로 등산을 고른 거지, 교류전에 참가한 헌터들 줄초상 나는 꼴을 보려고 등산을 고른 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르고면 B+급부터 시작하는 놈인데…”
“최소 A-급이라고 보는 게 낫다. 측정 마력량도 그렇고. 대피 명령 내리고 헌터들 위치 확인해! 지금 정상에 있는 놈들 내려오게 하고!”
“정상에서 싸우고 있는 헌터들이 있답니다!”
“뭐?! 왜!? 어떤 미친놈들이!?”
“에서 온 헌터들이 아르고를 묶고 있다는데요??”
정원욱은 당황했다.
A급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A급 헌터가 있어야 했다.
일단 데미지를 줄 수 있어야 사냥이 진행되지 않겠는가.
가 재능 넘치는 헌터들의 클랜인 건 알겠지만 아직 B급 아닌가.
“최연승 그 놈이 미친놈이긴 해도 상대도 안 되는 적한테 덤빌 정도로 얼간이는 아닐 텐데?!”
“모른다면서?”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가자!”
정원욱은 그의 애검인 청룡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쭉쭉 달려 나갔다.
한세하도 드물게 불안한 표정으로 그 뒤를 쫓았다.
A-급 헌터 둘이면 충분히 상대할 만하긴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피해가 얼마나 나오냐였다.
최악의 경우 도착하기도 전에 클랜이 전멸하고 다른 헌터들도 박살날 수 있는 것이다.
‘제발…! 최연승! 시간만 끌어라! 내가 구해줄 테니까!’
정원욱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죽으면 안 되는데…’
한세하도 그에 못지않게 초조해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갑자기 한라산 정상에 있던 먹구름과 폭풍우가 사라져버리자 둘은 당황했다.
뭐지?
“…!!!”
정상에 도착하자 더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최연승과 헌터들이 아르고 시체 위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 각도, 좋치 않은 것, 같아요. 사진이 별로…에요.”
“그냥 찍으면 안 되나?”
최연승의 말에 일레야는 고개를 저었다. 뒤늦게 도착해 있던 이창욱도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
“저도 사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알겠다. 마음껏 찍어라.”
“……”
“……”
정원욱과 한세하는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여기 있는 헌터들끼리 이미 사냥을 끝내고 인증샷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회장님.”
“왜?”
“제가 회장님의 의견에 어떤 불만이 있거나, 불복종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 질문 자체가 네놈의 머릿속에 마구니가 숨어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 같은데??”
황경룡이 홱 돌리며 묻자 헌터는 고개를 푹 숙였다.
황경룡이 갑자기 그룹 휘하 헌터들에게 ‘휴가 갈 거다 집합’ 문자를 돌리자, 헌터들 사이에서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대체 뭐냐?!?!
-무슨 의도이신 거지!?
황경룡의 깊은 뜻을 어떻게 알겠는가.
헌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들의 위치는 미 해군 항공모함 위.
그것도 그냥 항공모함이 아니라, 미군 최고의 정예 중 하나이자 서태평양 구역을 담당하는 7함대의 항공모함 위였다.
황경룡의 부탁으로 그 7함대의 항공모함을 끌고 제주도 근처에 나와 있는 것이다.
“한국을 공격하려는 거 아닐까?”
“그럴듯하군. 평소에 한국을 좀 싫어하시긴 했지.”
“제주도를 점령하고 독립국을 선포하실 게획이실지도…”
미친 소리 같았지만 헌터들은 진지했다.
황경룡의 무력과 권력이라면 충분히 그럴듯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부우웅-
황경룡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최연승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형. 나온 놈 제가 잡았습니다. 안 도와주셔도 될 것 같아요.
“……”
모여 있던 헌터들은 황경룡의 눈가에 맺힌 이슬을 본 것 같았다.
…기분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