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경기 시작 전.
최연승은 결심했다.
‘이것저것 잔규칙이 많지만 결국 단순하게 요약 가능한 것 아닌가?’
상황이 복잡할 때는 가능한 단순하게 생각해라.
어비스에서 오래 굴러먹은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다. 최연승은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가능한 몬스터들을 빠르게 많이 잡고,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든 이긴다.
그 두 가지면 되는 것 아닌가.
‘스킬은… 같은 거 들고 가면 미친 짓이겠지.’
아무리 그래도 같은 스킬을 들고 갈 수는 없었다.
어비스에서 단련해 오면서, 또 다른 성좌들과 싸우면서 여러 스킬을 얻은 최연승이었다.
이걸 고르는 것도 은근히 힘든 일!
‘혼원보는 무조건 골라야 하고. 그 다음은 강기공인가?’
여러 무공 초식과 보법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최연승은 무조건 보법을 고를 것이다.
범용성이 너무 좋은 것이다.
무공 초식은 상황에 따라 쓸 수도 있고 못 쓸 수도 있지만 보법은 언제든지 쓸모가 있었다.
그리고 강기공은 무공의 꽃.
부족한 내공 때문에 바로 쓰지는 못하더라도 몬스터 잡고 강해지면 쓸 수 있을 테니 골라놔야 했다.
‘흡성대법도 골라놔야겠군.’
최연승은 몽마들에게서 얻은 무공, 을 상당히 아끼고 있었다.
최연승은 무공의 극한을 이룬 덕분에 지금도 마음먹으면 대부분의 무공을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당장 저번에도 냉기를 다루는 무공을 몇 개 만들지 않았던가.
그러나 같은 건 기존의 무공과 전혀 다른, 몽마들만의 스킬이라 몽마가 아닌 최연승은 만들기 어려웠다.
게다가 무공 중에서도 특히 그 효과가 강렬하고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장점이 있었다.
‘불사재생, 혼원보, 혼원지, 흡성대법, 강기공.’
최연승은 일단 가볍게 골라봤다.
최연승이 오랫동안 갈고 닦은 혼원신공은 완벽하게 균형이 잡힌 완성형의 무공.
미친듯이 쾌(快, 빠름)한 무공도, 숨막힐 것처럼 중(重, 무거움)한 무공도 아니었지만 사용자에 따라 어떤 것도 자유자재로 가능한 무공이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서 그걸 들고 가면 되겠지.’
잘 모르겠지만 이 권속대전에서 스피드가 중요하다면, 쾌 위주의 무공을 새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건 진짜 의외로군.’
최연승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지구에서 C급, B급 리그에서 1:1로 붙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힘을 제약해야 하나?’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 몇 배는 더 심했다.
무공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마치 E급 헌터였던 때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평소에 있던 내공이 전부 사라진 허무한 감각.
최연승이야 이런 시절이 오랫동안 있었으니 적응하기 쉽다지만, 어비스의 천사들 같은 경우에는 태어날 때부터 매우 강하게 태어나는 이들.
이런 탈력감에 어떻게 적응을 하는 건지 신기했다.
‘그게 천사들의 강함인가?’
-으으으으윽.
-끄으응.
“……”
천사들은 매우 싫은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겼다.
최연승의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태생부터 강하게 태어나는 어비스의 종족들에게, 이렇게 약하게 변해버리는 감각은 매우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성좌의 명령으로 참가해야 하니 견디는 것이지 아니라면 절대 하지 않을 제약!
‘괜한 착각을 했군.’
* * *
-최연승 권속은 윗길로 가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다콰니엘의 말을 들으며 최연승은 위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설치된 천칭의 여신을 상징하는 탑이 빛을 뿜으며 길을 밝혀줬다.
콰르릉!
‘오.’
탑이 빛을 뿜자, 앞에서 다가오던 구울 하나가 그대로 타버렸다.
‘이렇게 도와주기도 하는군.’
최연승은 주먹을 들었다.
내공이 사라지고 스킬이 없어졌다고 해서 몸속에 각인된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발걸음을 밟고 앞으로.
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울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단순한 권격이었는데도 파괴력은 충분했다.
‘내공을 최대한 아끼려면…’
최연승은 보법도 밟지 않았다.
그냥 상대가 먼저 덤벼오길 기다렸다.
-■■■…
그러다가 구울이 가까이서 독성 침을 내뱉으며 덤벼들면 아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살짝만 카운터!
[내공이 회복됩니다.] […]최연승은 그렇게 주변에 들끓는 구울들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비스의 지형은 어둠과 혼돈으로 가득 차있는 만큼 거리가 멀어지면 한 치 앞도 보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저 멀리 있는 성좌의 건축물은 또렷하게 빛을 발했다.
“!”
이번에 연습 상대를 맡은 상대 쪽 천사가 손을 흔들었다.
여유롭게 도발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
최연승은 살짝 어이가 없어졌다.
뭐지?
‘안 싸우나?’
물론 거리가 꽤 있긴 했다.
상대 쪽 탑과 이쪽 탑 사이의 어둠에는 뭐가 있을지 몰랐고, 오는 사이에 몬스터들이 나타나 포위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 태도는 너무 여유로워보였다.
‘그렇다면 내쪽에서 간다.’
상대가 무슨 꿍꿍이여도 어차피 연습.
최연승은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볼 생각이었다.
-!
상대 쪽 천사는 탑 주변에서 구울을 잡고 있다가 최연승이 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진짜 올 거예요?
“……”
최연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곧 싸워야 하는 입장에서 굳이 상대방의 수작에 넘어갈 필요가 없었으니까.
상대 천사는 당황해서 동료들에게 말했다.
-저 인간 이쪽으로 오는데요? 왜 오는 거죠?
-미친 거 아니야?
-아직 권속대전을 잘 몰라서 저러는 거 같은데…?
초반에 상대와 싸우겠다고 덤벼드는 사람은 드물었다.
일단 서로 약한 상황 아닌가.
성좌가 세운 각 진영의 탑은 강력한 마법으로 권속들을 보호해줬다.
덕분에 자기 진영에서 싸우는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최연승은 주변에 구울들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고 있었다.
‘미친 거 아냐?’
천사는 당황했지만 일단 싸울 준비를 했다. 연습이라지만 봐줄 수는 없었으니까.
천사의 손끝에 마력이 모이고 구체로 변했다.
퉁!
마력의 탄환은 총알보다 살짝 빠른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서로 약한 상황.
보고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대를 충분히 상처 입힐 수 있었다.
-?!
그러나 최연승은 피했다. 천사는 당황했다.
그가 모르는 사이 최연승이 설마 구울들을 더 많이 잡고 레벨을 올린 걸까?
퉁, 퉁, 퉁-
천사가 마력을 계속해서 쏘아냈지만 최연승은 능숙하게 피했다.
천사 입장에서는 더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렵지 않군.’
최연승이 대부분의 내공을 잃고 보법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건, 상대의 움직임을 완전히 읽고 있어서였다.
마력이 발사되는 건 천사의 손가락.
탄환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면 발사되는 순간과 궤도를 예상할 수 있었다.
퉁!
‘피한다.’
천사는 그걸 모르고 최연승이 보고 피하는 줄 알았다.
‘어떻게 된 거야?!’
번쩍!
최연승이 가까이 다가오자 성좌의 탑에서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천사가 쏘아내는 것과 차원이 다른 강력한 마법이 날아왔다.
‘셋, 둘, 하나.’
최연승은 아껴뒀던 내공을 사용해 혼원보를 밟았다.
변화도, 속도도 부족했지만 최대한 아슬아슬해질 때까지 기다려서 부족한 점을 보충했다.
콰지직!
살벌한 소리가 나고 땅이 박살났지만 최연승은 어찌되었든 성공했다.
이제 제법 가까운 거리.
최연승의 거리였다.
-진짜 지금 싸우자고요!? 미친 거 아닌…
휙!
그 말을 할 시간에 최연승은 덤벼들었다.
대부분의 내공과 초식이 봉인되었지만, 천사도 약해진 건 마찬가지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천사가 비틀거렸다.
‘힘이 부족하면 정확하게.’
최연승은 빠르게 공격을 퍼부으며 천사를 몰아붙였다.
한 방 한 방에 급소를 노리는 정확함이 담겨 있었다.
근접전의 컨트롤에 있어서 천사는 최연승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마법전투에 제법 능숙하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력이 있을 때의 상태.
그런 것 하나 없이 순수한 컨트롤만으로 붙는 이런 육박전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마력 한 번 쏘아낼 기회를 주지 않고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최연승!
퍼퍼퍼퍼퍽!
[천사를 쓰러뜨렸습니다!] [내공이 증가합니다!] [스킬 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오오.’
최연승은 기뻐했다. 그러는 사이 성좌의 탑이 최연승을 다시 공격했다.
콰지직!
탑을 부술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 같아 보였다. 최연승은 뒤로 훌쩍 뛰었다.
내공이 상승한 덕분에 움직임도 더 빨라졌다.
‘이거 그런데 몬스터 안 잡으면 위험한 것 아닌가?’
지금 느낀 거지만, 원래 이렇게 상대 권속을 쓰러뜨리는 게 정석은 아닌 것 같았다.
최연승이야 극한의 움직임으로 뛰어들어서 난전을 벌였지만…?
‘마법 쓰는 놈들은 이런 거 하기 힘들 거 같은데.’
최연승이 만 년 넘게 몸으로 싸울 때 마법으로 싸운 놈들이니 이런 수법을 쓸 것 같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답은 몬스터를 잡아서 강해지는 것밖에 없었다.
상대 권속을 잡지 않더라도 몬스터를 빠르게 많이 잡으면 강해지지 않겠는가.
-최연승 권속. 괜찮은지 물어보기 위해 연락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아. 예. 적 천사 한 명 잡았습니다. 지금 구울들 잡고 있습니다.
-…네?
아다콰니엘은 처음으로 당황했다.
뭐라고?
-지금 구울들 잡고 있습니다. 구울들 잡는 거 아닌가요? 숫자 많아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걸 말한 게 아닙니다만. 적 천사를 잡았다고 하셨습니까?
-예.
-…????
아다콰니엘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다콰니엘이 윗길로 최연승을 보낸 이유는 최연승에게 가장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윗길은 가장 진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고, 그쪽으로 간 권속들은 다른 동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들끼리 싸워야 하는 경향이 강했다.
가운데나 아랫길은 지형 상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이것저것 대응을 해야 하지만 윗길은 그냥 자기 일에만 우직하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1:1에 뛰어난 최연승을 그쪽으로 보낸 거였는데…
‘그래도 그렇지 지금 제대로 힘을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적을 쓰러뜨릴 수 있나?’
다른 천사들은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마력이 회복되지도 않고 스킬도 거의 쓰지 못할 텐데 뛰어들어서 적을 쓰러뜨리다니.
상대가 미친 짓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계속 잡으면 됩니까? 내공이 회복되고 있는데?
-계속 그렇게 해주시면 됩니다.
-상대 천사가 다시 부활해서 돌아오면 또 싸우면 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
듣고 있던 다른 동료 천사가 기겁해서 말리려고 했다.
상대 천사를 잡은 건 매우 잘 한 일이었지만, 그걸 계속 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상대가 두 번 당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하지만 아다콰니엘은 허락했다.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보십시오.
-알겠습니다.
옆에 있던 천사들은 매우 답답하단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연습이라도 그렇지 저건 좀…!
* * *
-이르쾨오엘 너 뭐하는 천사냐?
-너 왜 그래? 뭐하는 건데?
-너 지금 상대 인간이라고 얕보고 이상한 짓하다가 잡혔지?
-아니라고…!
최연승한테 쓰러진 천사는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었다. 천사는 입 꾹 다물고 다시 윗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