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사람들이 한창 열광하고 나자, 자세한 계획이 추가로 발표되었다.
이번에는 일반인들이 아닌 헌터나 레이드 쪽 관계자들을 노린 발표였다.
“…참신한데?”
“야. 칭찬하지 말라니까? 배 아프잖냐.”
황경룡은 최연승의 칭찬에 투덜거렸다.
전세계에서 여러 기업들이 레이드 산업의 위에 서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런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겠지만 혹시라도 성공하면 상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걸 황경룡의 주도로 하지 못하니 성격상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참신한 건 사실입니다.”
최연승이 감탄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기존의 어비스 게이트에 도전한 헌터들은 정석 그 자체였다.
소수정예.
던전에 일정 숫자 이상의 헌터가 들어가면 쓸데없이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서 클리어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비스 게이트는 같은 던전이어도 기존 던전과는 그 규모가 차원이 달랐다.
성좌의 왕국인 만큼 거기에 걸맞은 넓이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원정대는 생각했다.
소수정예가 아닌 대규모로 도전해보자고!
아예 게이트를 건너 들어간 다음, 입구 근처에 기지를 짓고 차근차근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마치 남극이나 화성 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사대 같은 계획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탐사대를 노리는 적들이 있다는 것 정도.
그렇기에 원정대는 수많은 헌터들을 모집했다.
-저와 함께하실 분들은 누구든 지원해주십시오.
이렇게 말한 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던 것이다.
원정대는 D급이나 E급 헌터도 무조건 넣어서 인원을 늘릴 생각이었다.
아무리 약한 헌터라 하더라도 각성자인 이상 군인보다는 더 도움이 될 테니까.
기지를 세우고 방어하는 데에 있어서 인원은 필수였다.
“재밌는데요?”
“끄응.”
최연승이 연신 감탄을 하자 황경룡이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만 삐지시고 이거나 읽어보시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거 같습니까?”
“솔직히 나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이 계획.”
“에이… 이제와서 말해봤자 늦었습니다.”
“진짜야 임마! 너무 위험한 도박 같아서 안 한 거지!”
황경룡은 억울해했다.
소수정예로 들어가서 깨는 게 아니라, 수많은 헌터들을 들여보내서 기지를 건설하고 차근차근 적들을 밀어붙여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클리어 방식.
이 방식은 황경룡도 생각해 본 적 있었다.
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
돈도 돈이지만 실패했을 경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이다.
“헌터들과 달리 여기 민간 기술자들이 얼마나 참가하겠냐? 그리고 이 사람들 목숨을 얼마나 신경써주겠냐? 딱 봐도 위험한 상황이 오면 헌터들 위주로 돌아갈 게 보였다. 이런 걸 추진하고 싶지 않았어.”
“와…”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아니. 좀 감동했습니다. 형.”
“그러냐?”
칭찬 몇 마디 들었다고 황경룡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를 보니 꽤 많이 참가할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게다가 저 조셉이란 놈이 얼마나 짜증나는 놈인데!”
“아까부터 그러시는데 무슨 악연이라도 있습니까?”
“몇 번 부딪힌 적 있는데,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취급하는 놈이야. 그런 놈이 원정대 대장 맡으면 무슨 꼴이 일어나겠냐.”
“아아…”
최연승은 무슨 소리인지 납득했다.
헌터들이야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개새끼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좀 특출난 놈들이 있었다.
자기 목숨 말고는 다 하찮다고 생각해서 이용해먹는 놈들!
-E급 새내기 헌터들은 이번 레이드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정말입니까? 어비스 게이트는 아직까지 아무도 깨지 못한 고난이도 던전 아닙니까??
-그건 방식이 틀렸던 거죠. 게다가 어비스 게이트 던전은 일반 던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수많은 헌터들이 갈 거고, 위험한 몬스터와의 싸움은 A급 헌터들이 앞장설 겁니다.
-그렇다면 낮은 등급 헌터들은 왜 참가시키려고 하는 겁니까?
-그야 헌터들은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니까요. 약한 몬스터들을 상대하거나 보초를 서는 것만으로도 다른 헌터들의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그러니 E급이나 D급 헌터들도 망설이지 않고 지원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가하실 경우 원정대에서는 막대한 사례를…
“개새끼들 같으니.”
황경룡은 방송으로 떠드는 헌터들이나 전문가들을 보며 화를 냈다.
속셈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이제 막 시작한 헌터들에게는 저게 기회의 문처럼 보일 것이다.
“너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가서 개수작 부리면 제가 말릴 테니.”
“어?”
“왜 그러십니까?”
“아니… 생각해보니 네가 당연히 참가할 거라는 걸 잊고 있었다.”
황경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A급 이상 헌터들은 이번 레이드를 상당히 고민할 것이다.
자기가 참가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나라에서 말릴 정도로 귀한 몸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최연승은 무조건적으로 참가할 성격이었다.
“진행하는 놈이 쓰레기인 것과 별개로 성공 가능성이 있으면 성공을 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좌 놈들 힘 줄이고 영역 뺏는 건데.”
“확실히 그건 그렇지.”
“아. 그런데 좀 걱정이…”
“뭔 걱정?”
“원정대를 이끄는 헌터들은 다 기업을 갖고 있거나,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헌터들일 텐데. 저는 그런 게 없잖습니까. 게이트 넘어갔는데 물자 없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손 빌리고 그러면 영 신뢰가 안 갈 텐데… 힘으로 뺏어야 하나?”
“…연승아… 형이 회장이야…”
드래곤 인더스트리는 국 끓여 먹을 거니?
* * *
어비스 게이트 레이드는 생각보다 훨씬 더 격렬한 반응을 불러왔다.
하급 헌터들이 대거 참가한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A급 헌터들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참가를 선언한 것이다.
원래라면 말렸을 각국 정부들도 결심을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런 헌터들이 참가한 이상, 원정대는 자연스럽게 나눠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시끄럽군?”
“처음부터 이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조셉은 차갑게 말했다.
물론 속으로는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특히 영국 출신 헌터에게 ‘나라도 없는 놈이!’같은 욕은 상당히 민감한 욕이었다.
서로 한 명 죽기를 원하는 게 아니면 꺼내면 안 되는 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외는 다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여러 헌터들이 대규모로 참가하는 이상, 조셉이 무슨 자격으로 이들을 지휘하겠는가.
그럴 바에는 다른 나라에서 ‘우리는 우리끼리 공략하겠다!’라고 선언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차피 다른 나라, 다른 헌터들이 끌고 온 놈들까지 지휘할 생각은 없었다. 놈들은 시선만 끌어주면 되니까.”
숫자로 공략하려는 건 진심이었다.
들어온 이들이 많을수록 어비스 게이트 너머에 있는 적들의 시선이 분산될 테니까.
“그래. 믿고 있네. 난 예전부터 자네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지.”
파커 가문의 회장, 알렉스 파커의 말에 조셉은 속으로 비웃었다.
저 인간이 하는 말은 1/10도 믿기 힘들었다.
높게 평가는 무슨, 그가 여기 위치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상대도 안 해줄 게 알렉스 파커였다.
하지만 겉으로는 공손하게 굴어야 했다. 이번 원정에 필요한 비용을 대주는 투자자 중 한 명이 이 사람이었으니까.
“어비스에서 쓸만한 게 나오면…”
“내 주인의 이름을 맹세코 속이지 않고 알려주겠다.”
“하하. 그래야지. 그래야지.”
알렉스 파커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의 눈빛은 탐욕으로 기이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지구의 돈 많은 부자들이 돈을 어디다 써야 할지 몰라 쓸데없이 탕진을 했다지만, 요즘 돈 많은 부자들은 전부 다 마법과 어비스에 돈을 쏟아 부었다.
젊음을 유지하는 마법, 생명을 길게 만드는 마법, 영생을 할 수 있는 마법…
부자들이 던전과 어비스에 보이는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알렉스 파커는 그런 이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였다.
“그런데 참 신기하군. 성좌가 다른 성좌의 영역을 공략하는 방법을 이렇게 가르쳐줘도 되는 것인가?”
조셉이 이렇게 원정대를 꾸미고, 알렉스 파커가 투자한 데에는 성좌의 보증이 있었다.
조셉의 주인이 공략할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선신과 악신은 물론이고, 같은 성향 성좌들끼리도 사이는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내 주인께서도 꽤나 공들여서 이 영역의 약점을 찾아냈다고 하셨지.”
“그렇군. 참 잘 된 일일세.”
알렉스 파커는 옆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던 맏아들, 제이콥을 보며 말했다.
“이번 원정은 네가 맡아서 지원해보거라. 단순히 레이드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레이드가 성공하고 나면 그 영역은 모두 다 인류의 것이 될 테니까. 그 다음부터는 치열한 아귀다툼이 될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냉정해보였지만, 알렉스 파커는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흥분하고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어비스 게이트의 첫 번째 영역 공략에 성공한다면 이건 역사에 남을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그 이후도 미리 고민해둬야 했다.
욕심 많은 국가들과 기업들이 서로 달려들어서 어떻게든 깃발을 꽂으려고 할 테니까.
거기서 앞서나가려면 최대한 먼저 준비를 해둬야 했다.
“듣고 있느냐?”
“예!”
제이콥은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렉스 파커는 아들의 표정이 평소와는 좀 다른 거 같아서 의아했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지금 거기에 신경 쓰기에는 너무 커다란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 *
“여기에 이렇게 기지를 짓고, 일정 간격으로 철조망을 친 장벽을 세울 겁니다.”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기술자들의 말을 듣던 최연승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몬스터 상대로 그런 게 의미가 있나?”
“아… 이건 그, 사람 상대입니다. 솔직히 원정대에 참가하는 숫자가 워낙 많고 국적도 제각각이잖습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그렇군.”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 오히려 몬스터보다 사람을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러시아 스파이 같은 경우도 있으니.”
“요즘은 중국 스파이가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 지금 참가를 선언한 원정대 목록입니다. 푸른색으로 체크한 건 협력 가능한 이들입니다.”
“빨간색은 협력이 거의 힘든 이들이겠군.”
“예. 아무래도 따로 놀 사람들이죠.”
중국 쪽 정부나 기업에서 지원한 원정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협력이 힘들었다.
당에서 내린 목표가 따로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이들이 무슨 짓을 할지 짐작하기 힘든 것이다.
“앗. 한국 쪽 원정대도 있군.”
“좀 걱정이긴 합니다.”
“왜지?”
“이번에 한국 쪽 원정대에 참가한 건설회사가 저번에 말이 좀 많았던 데라서…”
소수정예로 들어갈 때는 헌터들끼리 그냥 들어가면 됐지만, 대규모로 움직일 때는 아니었다.
헌터, 민간 기술자, 지원기업 등 여러 참가자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만약 참가한 건설회사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무슨 문제가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이런 위험한 원정에 문제 있었던 회사가 참가할 정도로 한국은…”
말하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아니. 가능성이 있긴 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