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8)
018화
최연승은 숭배를 받는 게 어떤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애초에 지구에 있을 때에는 유명하지 않은 헌터였으니까.
그나마 떠올린 예시가 영화 배우!
물론 좋은 예시는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최연승은 배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으니까!
는 왜 저 성좌가 적성에 맞지도 않아 보이는 배우를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영웅이 되어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게 훨씬 더 맞아 보이는데…
‘그리고 솔직히 어울리지도 않아 보이고.’
저 우직한 성좌가 뭔 연기란 말인가.
“…숭배를 받기 위해서 꼭 배우가 될 필요는 없지 않나. 영웅이어도 충분하네.”
“영웅이라…”
“네 행성에 게이트가 열렸다면 분명 혼란이 일어났을 터. 그러면 자연스레 영웅들이 생겨났을 텐데.”
“아. 유명 헌터들이 있긴 했지.”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이나 A급 이상의 던전들을 클리어하며 유명해진 헌터들.
S급으로 취급받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A급만 되어도 국가의 최중요 전력으로 취급 받고 특별 관리가 들어가는데, S급은 A급 헌터 중에서도 특별히 공을 세운 이들.
유명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최연승이 있을 때에도 유명한 헌터들은 어마어마한 명성을 갖고 있었다.
“하긴 헌터가 더 맞겠군. 열심히만 하면 사람들이 믿고 좋아해줄 테니.”
“…그러면 왜 배우를…?”
“아. 당장 떠오르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니까. 나한테 헌터는 같이 일하는 놈들이었다고.”
더 물어보려다가 는 멈췄다.
그래 뭐 배우에 꿈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계획은 분명 좋긴 한데 문제가 있어. 지구에 있는 성좌 중에 날 아는 성좌가 있단 말이지.”
“음?”
소녀는 얼굴 표정을 굳혔다.
“어떤 성좌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성좌를 포섭해야 할 수도 있다.”
“포섭까지?”
“중소성좌연합회에 전력이 늘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거기에 네 계획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포섭하는 게 좋다. 물론 상대가 믿을 만한 성좌여야 하겠지만… 그 성좌와는 어떻게 알게 됐지?”
“…이야기하면 긴데 말이지.”
최연승은 의 명예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런데도 는 어처구니없어했다.
“계약해서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훈련장에 들여보냈다고? …너는 그걸 받아들였고?”
“그게 그 때는 되게 그럴듯하게 들렸거든? 지금도 사실 그럴듯하게 들리는데.”
오붓하게 훈련할 공간 줄까? 라고 하면 가 말을 꺼내도 솔깃할 사람이 최연승이었다.
“제안한 성좌나 그걸 받아들인 인간이나 둘 다 납득이 안 가는데… 너야 수련이 이름에 들어갈 정도이니 그렇다 쳐도, 제안한 성좌는 대체 어떤 멍청한 성좌지? 믿을 수 없는 성좌와 손잡는 것도 사양이지만, 멍청한 성좌도 조금…”
“안, 안 멍청하거든.”
최연승은 왠지 모르게 을 변호했다.
그에게는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성좌였다. 그리고 어쨌든 간에 지구를 도우려고 하지 않았던가.
조금 하는 짓이 허술한 것 같기는 했지만…!
“이라고. 아나? 미래를 예지할 수도 있는 대단한 성좌라고.”
미래 예지는 어비스에서도 매우 희귀한 스킬이었다.
미래 예지 마법은 극히 드물었고 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그 결과도 정확하지 않았다.
애초에 미래를 엿본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
“앞서 걷는 천칭의 여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소녀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최연승은 살짝 놀랐다.
여신의 영역에서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진 이곳인데, 이름을 안다고?
은 의외로 대단한 성좌일지도 몰랐다. 하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성좌는 어비스에서도 얼마 없을 테니…
“미래를 예측하지만 매번 빗나가 손해를 본다는 어처구니없는 성좌라고 들었는데?”
“……”
예상보다 심한 악평에 최연승은 살짝 여신이 불쌍해졌다.
“미래라는 게 원래 정확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잖나.”
“그거야 그렇지만 미래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으면서도 그걸 살리지 못하는 건 지능 문제 아닌가? 본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군.”
여신이 옆에 있었다면 울었을 정도로 냉정한 말이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동맹 상대로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으음… 확실히…”
소녀는 고민에 잠겼다.
일단 악신 계열 성좌는 아니었고, 최연승과 따로 계약해 악신 성좌들이 올 미래를 막아보려고 한 걸 보면 다른 성좌들과 손을 잡은 것도 아니었다.
협력이 가능한, 그나마 선한 성좌(친구 없음)!
중소성좌연합회의 가입 조건을 정확하게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런데도 망설여지는 이유는…
‘너무 멍청해 보이는데.’
멍청한 아군은 적군보다 더 위험했다. 언제 말아먹을 줄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미래를 볼 줄 아는데도 저렇게 허술한 게…
[가 지금 상대를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그렇긴 해.’
게다가 최연승이 무사히 지구로 돌아가 목적을 이루려면, 여신 성좌의 협력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했다.
만약 협력하지 않는다면 다른 성좌들에게 사실을 말하고 반 최연승 연합을 맺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알겠다. 동맹을 받아들이지.”
“아니. 그쪽이 아직 수락한 건 아니거든.”
“그렇게 칠칠맞은 성좌면 당연히 감사히 받아들여야지!”
“말은 맞는 말인데, 같은 말이라도 그렇게 하면 상대가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 본녀가 실언을 했군. 미안하네.”
소녀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성좌는 기본적으로 한 영역의 왕.
아무리 약한 성좌라도 자존심을 건드린다면 저런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지구에 있는 성좌라면 그들보다 강할 것이다.
최연승이 말한 사실 때문에 안 좋은 선입견이 생긴 탓!
‘상대도 성좌이니 그에 걸맞게 대우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법.’
“물론 이렇게 말할 생각은 없네. 제안은 당연히 공손하게 해야겠지. 상대도 아마 거절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할 건 없네.”
“거절할 것 같지는 않긴 한데…”
최연승이 여신과 많이 대화를 나눠본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여신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화가 통하는 평화주의자.
‘근데 내가 성좌가 된 걸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군.’
이거까지 미래에서 봤을까?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자기 권속으로 삼으려고 몰래 영역의 수련장으로 보냈던 인간이 실종되더니 성좌가 되어서 돌아오면…
‘음. 뭐 지금 걱정할 게 아니긴 하지.’
최연승은 생각을 돌렸다.
지금 중요한 건 다른 거였다.
“문제는 여신하고 접촉할 방법인데. 혹시 여신 어디 있는지 아는 성좌?”
두 성좌 중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이름만 들어봤는데…”
[가 그런 미미한 성좌의 위치는 모른다고 말합니다.]“…어비스 너무 넓은 거 아냐?”
무한히 넓다는 건 그만큼 많은 성좌들이 있다는 뜻.
거리가 멀면 서로 존재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오히려 여신의 이름을 들어봤다는 것이 특이한 일이었다.
미래를 엿본다는 게 그만큼 어비스에서도 희귀했기 때문!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아야겠군.”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네. 점점 그 여신을 아는 존재들이 많이 보인다면 가까워져가고 있는 거겠지.”
“후. 이제까지 해온 것과 딱히 달라진 게 없는데…”
지구로 가는 게이트를 찾으면 여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여신을 찾으면 지구로 가는 게이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 식기 세트… 아니, 아티팩트가 완성될 때까지는 기다려달라고 말합니다.]“그 정도야 기다릴 수 있지. 무공이나 수련하면서 기다리면 되겠지?”
“아. 그러고 보니 몽마들이 수련하는 곳이 있는데 혹시 관심이…”
“역시 회장이군. 회원이 뭘 원하는지 아주 잘 아는걸? 앞으로도 좋은 회장이 될 거 같아.”
“……”
최연승이 대놓고 아부를 하자 는 오히려 기분이 미묘해졌다.
‘아부를 정말 못하는군!’
* * *
몽마들의 영역이니, 몽마들이 수련하는 곳은 한군데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소는 최연승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마법을 수련하거나 근접 훈련을 하는 수련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성좌와 필멸자인 격의 차이도 분명할 뿐더러, 최연승의 근접전 실력은 성좌 중에서도 뛰어났다. 마법이 아닌 무공이 주특기였으니까.
그렇기에 가 생각한 건 다른 수련 장소였다.
“여길세. 깨달음의 우물이라고 불리는 장소지.”
“깨달음의 우물…”
최연승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런 몽마도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건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거대한 우물뿐이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갑자기 느껴지는 수상함!
소녀는 당연한 걸 물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이 깨달음의 우물은 위험한 곳이니까. 예전에는 꽤 이용했다고 했지만, 본녀가 성좌로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이용을 금지시켰지. 워낙 여기서 미치는 몽마들이 많아서.”
“그런 걸 나한테 시킨다고?”
“몽마들이야 못 견뎌도 너 같은 성좌가 못 견딜 리가 있나.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큰 타격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소녀는 우물 앞에 다가가더니 밧줄을 당겨 깊게 내려진 두레박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물소리와 함께 두레박이 솟구쳐 올라왔다. 소녀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물을 손으로 퍼마셨다.
는 이 우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욕망을 조종하는 그녀가 무슨 영향을 받겠는가.
“봤는가?”
“…물 마시는 게 수련의 끝인가?”
“정확히는 밧줄을 잡아서 두레박을 들어올리고, 물을 마시는 것까지가 수련의 끝이지.”
소녀는 두레박을 다시 안으로 던져 넣고서는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 담긴 물은 특별한 물은 아니네. 한 가지를 제외하면 말이야.”
“그게 뭐지?”
“밧줄을 당기는 사람의 욕망만큼 무거워진다는 점.”
“…!”
“강한 욕망을 가질수록 물은 무거워져서 들어올리기 힘들어지지. 몽마 같은 종족은 더더욱. 들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욕망을 비우는 걸세. 도 그랬듯이, 이 도 몽마가 자신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네.”
소녀의 말에서 최연승은 몽마란 종족이 자신들의 특성에 얼마나 고통 받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곳 하나하나에서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역사가 느껴졌던 것이다.
‘아르니 녀석. 그렇게 보여도 그만큼 고생을 한 건가.’
최연승은 아르니가 안쓰러워졌다.
최연승을 보고 침을 흘리긴 했지만…!
“어려워 보이긴 해도 위험해보이진 않는데, 왜 금지시켰지?”
“올리다보면 물이 환상을 보여주거든.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환상을. 어린 몽마들은 거기에 홀려버리지.”
원하는 게 충족되는 환상은 어마어마한 매력이 있어, 몽마들을 거기에만 매달리게 만들었다.
“무섭긴 하군.”
“두려우면 안 해도 되네.”
“아니.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
[ 스킬이 작동합니다. 의 물을 마시면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 [ 스킬이 작동합니다. 의 물을 마시면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최연승은 두려움 없이 우물 앞에 섰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대 앞에 설 때 두려움을 느꼈던 게 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그런 상대 앞에 서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걸 원했다고 심장이 말해오는 것 같은 기분!
콱!
최연승이 각오를 다지자, 는 최연승의 극한으로 정련된 욕망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몽마들이 가장 환장하는 순간!
마치 몽마들을 홀리게 만드는 유아등(誘蛾燈) 같았다.
“…몽마들은 이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해야겠군.”
벌써부터 멀리 떨어진 곳곳에서 몽마들이 군침을 흘리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