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그것도 일리가 있는 의견이긴 하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군.
최연승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한 성좌가 자기 성향에 안 맞는 짓을 한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
‘동맹!’
순간 최연승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나태의 여신이 자신의 성향에 안 맞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처럼, 동맹을 맺은 성좌들은 가끔 자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도 해야 하는 법이었다.
-왜 하필 나를…
-일리 있는 의견이지 않나?
-확실히 일리가 있구나. 와 동맹을 맺은 성좌가 부탁한 일이라면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걸 수 있겠지.
나태의 여신도 동의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다른 성좌에게 부탁하면 장점이 있었다.
바로 쉽게 들키지 않는다는 장점!
-그런데… 는 동맹을 맺은 성좌가 딱히 없지 않나? 악신 성좌들끼리 나름 친하게 지낸다지만 그건 동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느슨하고.
-어비스에서는 비밀리에 동맹을 맺는 일도 흔하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군.
가 비밀리에 다른 성좌들과 동맹을 맺었다면 최연승 입장에서는 알아낼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리치. 정체만 말하는 게 아니라 약점도 말한다고 하지 않았나?”
-앗. 예. 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이 있습니다.
“!”
생각보다 끌리는 이야기가 나오자 최연승의 표정도 변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오다이곤도 솔깃해했다.
‘오호라…’
성좌가 소중하게 여길 정도의 보물이라면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최소한 성좌의 존재력이 담긴 성물 정도는 되는 것이다.
감히 가치를 단정짓기 어려운 물건!
“어떤 보물이지?”
-가 써놓은 계약의 기록이 담겨 있는 계약책입니다.
“……”
최연승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생각보다 너무 별 거 아니었던 것이다.
“그걸 어디에 쓰라고?”
-아… 아니. 잘 생각해보십시오! 성좌님에게는 쓸모가 없을지 몰라도, 에게는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아끼는 보물입니다. 정말입니다!
‘이 자식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지.’
최연승은 아무래도 믿기지 않았다.
성좌씩이나 되어서 계약책 하나를 그렇게 소중히 아낀다니.
-아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란다. 성좌들 중에는 그런 성좌도 있을 수 있지.
-정말로?
-자신의 존재력을 담아서 성물을 만드는 성좌도 있지 않니. 그것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단다.
나태의 여신은 예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 이야기해줬다.
그 성좌는 대장장이 성좌였는데, 워낙 대단한 검을 만드는 바람에 그 검을 애지중지 아끼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력을 담아서 성물로 만들고 어떤 순간에도 떼놓지 않고 자신의 분신처럼 옆에 놓은 것이다.
물론 그 결말은 별로 좋지 못했다. 성좌의 약점을 안 다른 성좌들이 집요하게 그 검만 노렸으니까.
-그러면 정말 그 계약책을 가지고 오면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도 있겠군.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가능성 있긴 하지.
성좌에 대한 소문만 듣다보면 성좌가 전지전능하다고 착각하기 쉬웠지만, 성좌 또한 무적은 아니었다.
최연승이 존재력을 갖고도 마법은 거의 쓰지 않는 것처럼, 성좌는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분야는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성좌도 의외로 정신적인 부분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저런 보물에 애착을 쏟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
-저는 정말로 오랫동안 준비해서 계약책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그 위치를 알려드릴 테니 약속을 해주십시오.
“무슨 약속?”
-저도 권속으로 받아주셔야 합니다.
리치, 가논바이알은 단호하게 말했다.
보물의 정체와 위치를 말하는 순간 가논바이알은 와 원수 사이가 된다고 봐야 했다.
세상에 무서운 것 하나 없는 리치였지만 성좌의 원한을 사서 좋을 일은 없는 법.
성좌의 원한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성좌의 밑으로 들어가는 게 가장 좋았다.
“어디서 건방지게 마빡에 피도 없는 언데드 놈이 권속은 무슨 권속이야?”
“좋은 말을 했다, 인간! 우리 영역에 언데드 권속 따위는 필요 없다! 하수인, 아니 노예부터 시작해라!”
-……
가논바이알은 순간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이 짜증나는 자들과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까?
* * *
“괜찮아 보이나?”
“물론입니다.”
오크로 변신한 최연승을 보며, 오다이곤은 매우 감탄했다.
“정말 오크 같으시군요.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별로 기분 좋은 칭찬은 아닌 것 같은데…”
최연승이 오크로 변장한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의 영역에 잠입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성좌가 자기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모두 알아채는 건 아니었다. 왕국이 넓으면 넓을수록 더더욱 그랬다.
악마 성좌 또한 그런 경우였으니 최연승과 오다이곤이 슬며시 들어온다 하더라도 쉽게 눈치 채지는 못하리라.
물론 영역에는 다른 종족 하수인들도 우글거렸으니, 눈에 안 띄는 종족이 좋았다. 오크는 어비스에서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보이는 종족이었다.
“알겠지, 오다이곤? 가능하면 정체는 숨기면서 행동하자고. 악마 성좌가 우리 정체를 알게 되면 일이 귀찮아지니까.”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숨기겠습니다.”
“아니… 네 목숨까지 걸 건 없고.”
[에 들어섭니다.]의 왕국은 어비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어떤 침입자든 들어오라고 신호하는 것처럼 숲의 입구는 활짝 열려 있는 상태였다.
최연승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긴장한 티를 내면 안 되지.’
혼자면 모를까 오다이곤과 함께 움직이는 만큼 오다이곤의 행동에 주의가 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다이곤은 마법에는 능했지만 여러 상식은 좀 부족했던 것이다.
괜히 고블린 왕이 아닌 것!
-오크와 고블린이잖아? 여기는 무슨 일로 얼쩡거리는 거야?
지나가던 종족 중 한 명이 최연승과 오다이곤을 발견했는지 시비를 걸었다.
말의 하체, 인간의 상체를 갖고 있는 종족 켄타우로스!
어비스에서도 뛰어난 활 솜씨와 강력한 체력을 갖고 있어서 악명이 높았다.
-어떻게 합니까? 죽일까요?
-아니. 보는 눈이 많으니까 당연히 안 되지. 일단 굽히고 보자.
최연승은 오다이곤을 말리고 켄타우로스한테 사과를 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여기 에 온갖 보물들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혹시 당근 드시겠습니까?”
-누구 놀리나!?
켄타우로스는 더 화를 내며 최연승이 내민 손을 쳤다.
당근이고 뭐고 별 관심 없다는 태도였다.
‘이런. 당근을 별로 안 좋아하나보군.’
-켄타우로스라고 무조건 당근을 좋아하진 않지…
나태의 여신은 어이없어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나설까?
“하. 호의를 베풀어줬으면 적당히 알아서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지…”
우드득!
최연승은 그냥 켄타우로스의 손목을 잡고 돌려 꺾었다.
어마어마한 힘에 켄타우로스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비실비실댔다.
-크억어억!
“오크하고 고블린이 같이 돌아다니면 안 되냐? 그러면 켄타우로스 놈들은 여기 왜 있는 거냐? 게다가 여기 중에서 가장 머리가 부족해 보이는데.”
-크악! 큭!!
켄타우로스는 비명을 지르며 완전히 제압되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오다이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주인님. 우리 조용히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가끔은 계획을 좀 유연하게 실행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그러는 사이 켄타우로스가 고통에 섞인 비명을 지렀다.
최연승은 그제야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우리가 왜 들어온 건지 알겠지?”
-예…
켄타우로스는 풀이 죽어서 대답했다.
괜히 오크와 고블린이 보이길래 시비나 좀 걸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강해도 너무 강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안내인이 필요했는데 잘 됐군. 네놈은 우리가 마을을 둘러보는데 필요한 안내인이다.”
-안내인이 필요하면 부족의 다른 약한 놈을 데리고 오겠…
“어허!”
“그렇게 사람이 악하게 살다니!”
황경룡과 최연승이 단칼에 잘랐다.
다른 건 몰라도 켄타우로스 놈이 아무것도 안 하고 날로 먹으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자. 이 근처를 설명해보도록. 보물들을 사기 전에 적응부터 좀 해야겠어.”
자신만만한 오크의 말에, 켄타우로스는 기가 막혔다.
누가 자기한테 팔아준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웃기고 있는 것이다.
-아니… 여기의 보물들은 무슨 보물 상자에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구하는 거냐?”
‘오크답게 성질 정말 더럽게 급하군.’
켄타우로스는 최연승을 욕했다. 제압한지 얼마나 됐다고 밑천까지 캐내려고 한다니.
-그 보물을 갖고 있는 자와 만나서 계약과 교섭을 해야 합니다. 그게 룰이니까요.
“그 정도까지 한다고?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켄타우로스는 이 에 몇 번이고 와봤는지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그건 알았으니 다른 걸 설명해보도록. 저기 비탈길에서 바위를 올리고 있는 엘프 놈은 뭐지?”
최연승은 숲 비탈길에서 바위를 끙끙대며 위로 밀어 올리는 엘프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 모습에 켄타우로스는 짠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님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입니다. 제대로 벌을 받고 있군요.
“저게 벌이라고?”
-예.
‘별로 벌 같지도 않은데…’
최연승이 보기에 무한하게 바위를 위로 올리는 건 좋은 훈련이 될 것 같았다.
무공의 기초를 다지는 수련!
물론 그건 최연승만의 생각이었고, 보는 입장에서는 ‘그러게 성좌의 생각을 거스르지 말았어야지’같은 소리가 나왔다.
“저 샘물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슴은 뭐지? 혹시 성좌가 키우고 있는 사슴인가?”
-저 사슴은 님에게 깔대기로만 물을 마시겠다고 맹세한 불쌍한 사슴입니다. 할 때는 몰랐겠지요.
‘…미친 놈 아니야??’
기껏 한다는 짓이 필멸자 사슴을 괴롭히는 일이라니.
최연승 안에서 평가가 한 단계 내려갔다.
무슨 여우와 두루미도 아니고 저런 식으로 함정을 파놓는단 말인가.
그 이후로도 기괴한 장면들은 연속해서 나왔다.
계약과 질서의 악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영역에 있는 많은 하수인들은 다 계약 하나씩은 몸에 갖고 있었다.
그런 기괴한 계약들을 하나씩 볼 때마다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진짜 한가하긴 한가보다!
‘대체 왜 시간을 저렇게 헛되게 낭비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 어쨌든 가논바이알이 말한 위치는 훨씬 안쪽이었지?’
대충 숲 외곽을 한바퀴 돈 최연승은 슬슬 안쪽으로 들어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리치가 말한 위치는 숲의 가운데 중에서도 한가운데였던 것이다.
그런 최연승의 모습을 보며 켄타우로스는 우물쭈물했다.
-설명도 다 드린 것 같은데 이제 가 봐도 됩니까, 위대한 오크 대전사님?
“어. 안 된다. 안쪽도 좀 안내해라.”
-…..
켄타우로스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크와 고블린끼리 가는 것보다 이 주변에 능숙한 켄타우로스 하나 더 넣는 게 의심 안 받기 좋지.’
둘만 있으면 아무래도 정체가 특정되기 좋았지만 거기에 켄타우로스까지 낀다면?
좀 더 그럴듯한 위장이 될 게 분명했다.
‘크윽. 미친 오크 놈, 미친 고블린 놈.’
켄타우로스는 속으로 신음했다.
어느 영역에서 굴러들어 온 떠돌이인지는 몰라도, 기껏해야 오크나 고블린 주제에 아주 건방진 놈들이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뭐지? 여기 길은 왜 전부 막혀 있나?”
-은 악마 성좌 님이 규칙을 세운 곳. 이 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려면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이 길을 막고 있는 건 수수께끼군요.
켄타우로스는 말과 함께 비웃었다.
오크 대전사가 힘이 세고 강력하다지만 이런 수수께끼를 풀 정도로 지능이 높지는 않…
“풀었다. 별 거 아니군. 이제 길이 열리나?”
-?!?!?!
“이 길은 악마 성좌가 대충 관리하는 길인가?”
순식간에 수수께끼를 풀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오크 대전사(최연승)의 모습에, 켄타우로스는 할 말을 잃고 눈만 깜박였다.
오크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