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넌 뭔데 까부냐?”
“맞다. 넌 여기서 가장 천한 놈인데 왜 끼어드는 거냐?”
-……
인간과 고블린에게 무시당한 이름 모를 리치는 분노했다.
감히 하찮은 자들이 그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아까 내게 마법에 대해 물어본 놈이 감히!
“내가 그랬나? 기억에 없는데?”
“나도 기억이 안 나는군.”
황경룡의 말에 오다이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둘이서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
왕국의 파괴자이자 타락자, 여러 영웅들의 악몽이자 불사의 군단을 거느린 주인이라는 거창한 칭호를 갖고 있는 리치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비열한 쓰레기 놈들! 해골보다도 명예가 없는 놈들! 네놈들은 구더기보다 못한 놈들이다!
“아. 시끄러운 놈 같으니.”
오다이곤은 리치를 묶어 놓은 허수아비를 들어 땅 속에 거꾸로 박았다.
“반성하고 있어라.”
-으으으으읍! 으으읍!
리치는 앓는 소리를 냈다.
땅 속에 박혀서 오크들이 떠드는 소리만 듣고 있는 이 형벌은 정말로 끔찍한 형벌이었다.
-내가 잘못했다! 명예가 없다고 말한 걸 사과할 테니 꺼내다오!
“뭐라는 거지?”
“잘 모르겠으니 좀 더 기다렸다가 풀어주자고.”
둘은 리치한테 가차없었다.
애초에 둘과 리치는 신분이 다른 것이다.
둘은 권속이었고 리치는 시비 걸다가 붙잡힌 노예 비슷한 위치!
“…잘 지내셔서 다행입니다.”
“나야 언제나 잘 지내지.”
최연승은 너무 적응을 잘 한 황경룡의 모습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비스에 적응을 못하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응을 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 솔직히 어비스 마법이 대단하긴 대단하더라. 지구의 마법하고는 쌓인 정도가 달라.”
황경룡은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음 속에 갇혀 있어서 폼은 안 났지만 황경룡은 매우 진지했다.
지구의 마법 역사는 어비스에 비하면 갓난아기 수준.
오히려 그 짧은 역사에 그만큼 수준이 오른 것이 경이롭다고 봐야했다.
황경룡은 오다이곤과 리치한테 각종 마법에 대한 정보를 들으며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은 넓고 이런 마법들도 있구나!
-나한테 마법을 배웠다고 인정을 했구나! 그러면 빨리 꺼내라! 꺼내란 말이다!
“저 리치 놈은 왜 아까부터 계속 소리를 치는 거지, 오다이곤?”
“오크들 농사짓는 곳에 내버려뒀더니, 그게 꽤 괴로웠는지 고분고분해졌습니다. 주인님.”
“……”
온갖 고문에도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외친 리치가, 그냥 별 생각 없이 던져 놓은 일에 고분고분해졌다는 말에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생각보다 멘탈이 너무 약한 거 아닌가?
“궁금하니까 일단 꺼내봐라.”
오다이곤은 다시 걸어가서 쑥 하고 리치를 뽑아냈다. 최연승은 리치에게 물었다.
“혹시 알고 있는 모든 걸 털어놓을 생각이 들었나?”
-흥. 나를 얕보지 마라. 나는…
“야. 다시 묻어라.”
-잠깐! 잠깐!! 조금 고민할 시간을 다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오크들이 떠들면 결정을 내릴 수가…
의외로 리치가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그래서 지구는 잘 굴러가고 있냐?”
“형 추모 행렬 이어지던데요.”
“오…”
황경룡은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이런 건 절대 빼놓지 않고 다 챙겨보고 좋아하는 황경룡이었다.
오죽하면 출근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기 이름을 사이트에 검색하는 일일까.
미국 사이트부터 시작해서 한국 사이트는 기본이고 통역한테 시켜서 동남아시아까지 찾아보는 그 철저함에 최연승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캬. 사람들이 그래도 뭘 좀 아는군.”
황경룡은 얼음에 갇힌 채로 만족스럽게 화면을 구경했다.
목소리는 장난스러웠지만 눈빛은 벌써 촉촉해져 있었다.
헌터로서 싸운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돈이라고 하겠지만, 황경룡 생각에 그건 존경이었다.
“혹시 한국에서는 뭐 안 했냐?”
“한국 싫다면서요?”
“아니… 물어볼 수도 있지… 그리고 꼭 한국이 싫은 게 아니라…”
황경룡은 자기도 한 말이 있어서인지 주절주절 변명했다.
“한국 정부에서 사람 보냈고, 창식이 형도 찾아와서 안부 묻고 갔습니다.”
“걔는 싸가지가 없어. 여기 직접 와서 물어야지.”
황경룡은 투덜투덜댔다.
이창식이 여기로 직접 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어. 잠깐만. 한국 정부에서 사람을 보냈다고?”
“그런데요?”
“이야… 솔직히 놀랐는데. 안 보낼 줄 알았지.”
“다른 나라 S급 헌터가 레이드 뛰다가 부상 입었는데 안 보내는 나라가 있습니까?”
A급 이상쯤 되면 보통 그 나라 헌터는 그 나라만의 재산이 아니라 전세계의 보물 취급을 받았다.
그런 헌터가 싸우다가 크게 다치면 다른 나라에서도 조문을 오는 것이다.
“아니. 내가 깽판친 게 많아서 안 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
“중국하고 일본은 사람 안 보냈습니다.”
“걔네는 기대도 안 했어. 예전부터 사이 안 좋았으니까 신경 안 쓴다.”
황경룡은 실망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두 나라한테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이야 뭐 악연이 있다고 쳐도 중국에는 그렇게 돈을 퍼부어줬는데 그것도 안 해줍니까?”
“괜찮아. 그래서 나도 중국에서 돈 뜯어내고 있잖냐. 오히려 저쪽에서 친절하게 굴면 괜히 미안해지니까 이런 게 좋지.”
‘참신한 발상이신데?’
“회사는? 대표 놈들이 너 귀찮게 하지는 않고?”
“다들 의외로 친절합니다. 약간 좀 미친 거 같은 사람도 있긴 한데.”
“누구? 짐작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모르겠는데.”
“……”
그러면 대체 왜 그런 놈들을 대표로 뽑은 거지?
“참. 새 사업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오… 뭔데?”
“최첨단 시설을 이용한 어비스 농장…”
“야!! 그걸 왜 해!!”
황경룡은 기겁했다.
벌써 여러 기업들이 예전에 도전했다가 파산하고 쫓겨난 망한 사업 아닌가!
“그거 아무도 안 말렸냐!?”
“형. 진정하세요. 다 알고 하는 거니까.”
“…!”
황경룡은 금세 진정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도전했던 풋내기들과 달리, 최연승은 성좌였다.
당연히 그 능력치가 다른데 자신이 너무 성급히 판단한 것이다.
“야. 미안하다. 확실히 네가 그런 어중이떠중이들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어떻게 기를 생각인데? 뭔가 혁신적인 기술이 있나?”
황경룡은 저번에 인공 아티팩트 때처럼 놀라운 기술력을 기대했다.
오다이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비스의 종족들이 가진 기술들은 놀라운 부분들이 많았다.
지구처럼 기형적으로 마법 하나 없이 발달하진 않았지만, 마법과 같이 발달한 마법공학은 지구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뭐!? 탈것이 없다고?! 고블린들은 그냥 순간이동 마법진을 타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한다고?!
-후후. 바로 그렇다. 놀랍지? 그뿐만이 아니다. 마석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서 아직은 개발 단계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던져주면 대답해주는 인공 마법 정령 또한 만들어냈지. 무려 두 자리 수의 계산을 54초만에 해낼 수 있는 위대한 성과다!
-…으응??
그런 만큼 성좌인 최연승이 꺼낼 기술이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었다.
과연 어떤 첨단 기술이 나올까?
“오크들이 밭 갈고 농사 짓게 할 생각인데요.”
“……”
생각보다 훨씬 전원적인 방법에 황경룡은 당황했다.
“그… 그게 다야?”
“정성껏?”
“정성껏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
황경룡은 어이가 없었다.
오크들이 대단한 농사꾼이라는 건 여기 와서 알게 됐다.
척박한 어비스의 땅을 무슨 소처럼 갈아엎고 옥토로 바꿨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의외로 괜찮은 방법인가…?’
“끄응.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널 믿는다. 어디 이상한 놈들 말에 속지는 말고… 회사 돈 이상한 기업에 투자하지 말고. 비트코인 사지 말고.”
마지막 말에는 자신이 경험한 것 같은 기묘한 진지함이 있었다. 최연승은 어떻게 된 건지 물으려다가 황경룡이 삐질까봐 말았다.
-타… 타협하자.
“?”
떠나려던 최연승은 리치의 부름에 멈춰섰다.
그렇게 깐깐하고 건방지게 굴던 리치였지만, 오크들의 괴롭힘에 결국 정신이 꺾인 것이다.
-잘 생각해봐라. 내 능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실제로 저 고블린과 인간은 내 마법을 배웠다!
“안 배웠는데?”
“배우긴 뭘 배워? 또 거꾸로 처박아주랴?”
-…어찌되었든 간에 내게 정당한 대접을 해준다면, 나 또한 그에 걸맞은 보답을 약속하겠다! 어비스에서 가장 사악한 마법을 손에 넣고 싶지 않나?
리치는 유혹하듯이 말했다. 최연승은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별로.”
“어디서 감히 건방지게 주인님을 가르친다는 말을 꺼내? 네놈은 정말 용서할 수 없겠군!”
오다이곤은 발끈해서 외쳤다. 리치는 허겁지겁 변명했다.
-저 자한테 가르친다는 게 아니라 오크들! 오크들한테 가르친다는 거였다! 내가 왜 성좌한테 가르친단 말이냐!
성좌라고 모든 마법에 능통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기가 관심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모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리치는 성좌인 이상 자기한테 마법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마법 거의 모른다는 걸 모르는 게 분명하군.’
“자. 땅 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남길 말이라도 있나?”
-그만둬라! 그만두란 말이다! 크윽…!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냐! 마법에도 혹하지 않다니!
“주인님께서는 네깟 언데드 놈한테서 원하시는 게 없다!”
-알겠다! 내 주인의 이름을 알려주겠다.
“아니… 별 관심 없다니까.”
-내 주인의 이름과 그 주인이 가진 약점에 대해서도 말해주겠다! 이건 정말 대단한 약점이다. 그 약점만 노리면 영역에 이득이 될 거다! 정말이다!!
구덩이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직전이 되자 리치는 필사적으로 떠들어댔다.
최연승은 그 모습에 신기해했다.
‘오크 놈들이 대체 농사 지으면서 얼마나 시끄러웠길래 저런 꼴이 되나?’
“약점이라고?”
-그렇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 들어보도록 하지.”
“하지만 쓸모없는 이야기면 네놈은 저 구덩이 속으로 가는 거야!”
“맞아. 그리고 연승이한테 존경을 표해! 어디서 싸가지 없게 반말을 찍찍 내뱉고 있어!”
-……
리치는 성좌보다 저 두 권속이 더 싫었다.
* * *
리치, 가논바이알은 의 손을 잡은 리치였다.
원래 아무도 섬기지 않고 고고하게 살던 리치였지만, 악마 성좌에게 처절하게 패배한 뒤 가논바이알은 성좌의 개가 된 것이다.
두려움과 힘 때문에 충성을 바치고 있긴 하지만 원한이 없지는 않았다.
가논바이알은 가 가진 약점을 캐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조사를 해왔었다.
-그런 정보를 지금 알려드리겠다고 하는 겁니다.
“뭐 어쩌라고? 너만 고생했냐? 나는 천 년 고블린 왕국을 이끄는 몸이었지만 주인님을 모시기 위해 나섰다.”
“맞아. 나는 지구에서 손꼽히는 기업 그룹의 주인이었는데 그거 다 버리고 여기 온 거라고. 자꾸 잘난 척 할래?”
-…제발 이 둘을 조용히 하도록 만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리치 가논바이알은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최연승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과 질서의 악마… 예상 외로 강한 상대군.’
.
현재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를 점령하고, 어비스 게이트의 다음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악신 성좌.
그 이름에 비해 꽤 조용한 편이었지만 결코 약한 성좌는 아니었다.
-호전적인 성좌가 아닌데 의외로구나.
나태의 여신도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악신 성좌라고 무조건 다 호전적이지는 않았다. 는 더더욱 그랬다.
-어떤 성격이지?
-복잡하고 세밀한 계약으로 영혼을 묶어 놓는 걸 즐기는 성좌지. 지구의 옛날 인간들이 상상하던 고전적인 악마와 비슷한 모습이지 않니?
나태의 여신은 이해하기 쉽게 지구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하나 그려보았다.
빨간 피부에 두 개의 뿔이 달린 악마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유명한지 책으로도 있구나. 지구에서 불리는 이름이… 수학의 악마인가? 귀신?
-…아니. 그건 악마가 아니라 좀 다른… 어쨌든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군.
호전적이지 않다면 더더욱 의문이었다.
왜 최연승을 건드린 거지?
[가 그냥 화신이 어그로를 미친듯이 끌어서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