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상대는 배가 어느 정도 부르자 제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흠. 도와줘서 고맙군.”
“뭘 이제와서 폼 잡는 거야 이 새끼가? 거지처럼 처먹어놓고…”
루이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거지처럼 처먹었다고 하더라도 지적을 받으면 발끈하는 게 사람 마음.
당연히 상대는 화를 냈다.
“뭐라고? 네놈, 이름과 클랜을 대라! 정식으로 항의해주겠다!”
“너희 어머니…”
최연승은 루이스의 입을 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흥미진진하긴 했지만 지금은 상대의 이야기부터 들어야 했다.
“밥을 먹었으면 그만한 대가를 해야지. 신분을 밝혀라. 여기서 뭘 하고 있었나?”
“…대가는 돌아가게 되면 지불하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나? 던전 안에서 한 끼와 던전 밖에서 한 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최연승의 말에 상대는 아픈 곳을 찔린 표정을 지었다.
던전 안에서 물자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담배 한 개비가 몇만 달러에 팔릴 수도 있었고 비상식량 하나가 몇십만 달러에 팔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헌터는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약점을 잡히게 되는 것.
이럴 때는 뻔뻔하게 나가야 했다.
“나는 먹기 전에 듣지 못했다. 시세로 정해진 대가 외에는 줄 수 있는 게 없다.”
“……”
“……”
루이스는 상대의 재주에 감탄했다.
열이 받게 만드는 재주가 대단했던 것이다.
둘의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걸 느꼈는지, 상대는 다시 달래기 위해 당근을 내밀었다.
“물론 정해진 대가만 주겠다는 건 아니다. 돌아가게 되면 어느 정도 감안해서 추가로 보상을…”
“밟아라. 루이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안 되는 놈인 거 같다.”
“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
상대는 기겁해서 무기를 뽑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는 무조건 루이스가 빨랐다.
게다가 상대는 방금 식사를 끝낸 탓에 풀어져 있었지만 루이스는 언제라도 팰 수 있도록 주먹에 힘을 빡 주고 있었던 것이다.
퍽!
루이스의 주먹이 쏜살같이 뻗었다. 내공이 담긴 힘찬 주먹이었다.
“제대로 일류의 경지에 올랐군.”
“감사합니다!”
퍽퍽퍽!
“내가, 누군지… 컥!”
루이스의 주먹은 경쾌하고 정확했다.
한 번 지르면서 다음 동작으로 바로 연결시켰고 그러면서도 내공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걸림이 없었다.
‘내공을 실어서 후려친 다음 내부를 공격하는 방법을 능숙하게 익혔군.’
가르친 사람이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는 건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뿌듯한 일이었다.
최연승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커억… 잘못했습니다…”
“지금 잘못했다고 한 것 같은데?”
“아닙니다. 잘못 들으신 겁니다. 중국어가 성조 차이로 인해 뜻이 달라지는 거라 오해하실 수 있습니다.”
“…뭐, 적당히 패도록.”
최연승은 옆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몇 대 더 패서 나쁠 건 없었다. 상대도 교훈을 얻지 않겠는가.
배고플 때 밥 준 상대한테 건방지게 굴지 말라!
* * *
“소림사 클랜 소속에 주위젠? 등급이 어떻게 되지?”
“C급… 입니다.”
주위젠은 완전히 기가 죽어 있었다.
몇 대 맞고 나서 바로 깨달은 것이다.
그보다 확실히 상위 등급의 둘이라는 것을.
…그리고 소림사 이름이 전혀 안 먹힌다는 것도.
미친놈인지 아니면 자신감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살고 봐야 했다.
“C급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둘 다 깜짝 놀랐다.
주위젠은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여기 등급증도 있습니다.”
그러나 둘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조작 아닙니까? 외부에서 쓰라고 중국 정부에서 조작한 걸지도…”
“설마 그 정도까지 했겠… 아니. 했을 수도 있겠군.”
“……”
주위젠은 어이가 없었다. 저걸 왜 의심한단 말인가.
“거지처럼 밥 달라고 하는 놈이 C급이었다고? 안 믿기는데…”
“난 솔직히 E급 헌터인 줄 알았다.”
둘의 대화에 주위젠의 얼굴이 붉어졌다.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상… 상황과 장소에 따라 아무리 강한 헌터라 하더라도 곤란에 처할 수 있다는 것, 다들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난 E급 헌터일 때도 너처럼 밥달라고 한 적은 없었던 듯.”
루이스는 빈정거렸다. 묵힌 원한들 중 벌써 절반 정도는 풀린 기분이었다.
“물자가 없으면 밖으로 나가서 돌아가면 될 텐데, 왜 이러고 있었지? 명령 때문인가?”
“명령도 명령이지만… 이 던전이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단 말입니다.”
“…!”
처음에는 후퇴 금지 명령 때문에 들어온 헌터들은 쉽게 물러서질 않았다.
하지만 물자는 빠르게 떨어졌다.
첫 번째 영역은 기지를 세우고 다 같이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었지만, 이 던전은 개미굴과 미로를 섞어 놓은 것처럼 배배 꼬여 있었다.
그런 곳에서 흩어져서 헤매다 보니 물자 관리는 안 되고, 소모는 빠르고…
결국 굶주리다 못해 헌터들 중 몇몇이 빠져나가려고 지하 1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들은 그때가 되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잘 보이던 출구가 안 보인다는 것을.
던전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1층에 있는 출구를 찾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아까 [세 명의 피를 바치시오 (0/1)] 석문처럼 까다로운 조건의 길목들이 연달아서 나타나면 어지간한 헌터들은 발목이 묶여서 꼼짝도 못할 수밖에 없었다.
최연승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군.’
오래 머무를수록 나가기 까다롭게 만들어버리면, 여기 있는 헌터들은 말라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말라 죽은 헌터들이 뭘 하겠는가.
…다른 자들을 공격해서 물자를 뺏겠지!
이제까지 성좌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에 대한 이해력.
정말 못된 것만 빠르게 배우고 있는 성좌였다.
“어쨌든 좋은 걸 알았군. 역시 성좌 놈들은 다 믿어서는 안 된다니까.”
“출구를 찾으신 다음 빠져나가시겠습니까?”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어차피 힘으로 뚫어서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저런 식의 방해는 최연승 같은 헌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다른 A급 헌터라면 마력 아껴야 하니 방해라도 된다지만, 최연승은 시간만 주면 얼마든지 바로 내공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최대 경지가 A급인 헌터와 원래 경지가 성좌인 헌터는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다른 놈들부터 찾아서 합류하자고. 좋은 걸 알았으니.”
쿵-
“?”
최연승은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쿵-
좀 더 커진 소리.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누가 길을 만들고 있나?”
“부수는 거 아닙니까?”
“이해가 안 가는군.”
“어떤 점이 말입니까?”
“길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있으면 조용히 힘을 아껴서 뚫으면 되는데 굳이 이렇게 요란하게 뚫을 이유가 있나?”
“글… 글쎄요.”
그렇게 말하니 루이스도 의아해졌다.
“스킬이 시끄러운 스킬인 거 아닙니까? 아니면 뭔가 분노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거나…”
쿵!
굉음과 함께 가까운 벽이 부서져 내렸다.
땀으로 범벅이 된 일라파엘이 헉헉대며 서있었다.
옆에는 아멜리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일라파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급한 일이라도 있었나? 이렇게 힘들게 부수다니.”
“이… 이 정도는… 내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다.”
일라파엘은 비틀거렸다.
최연승은 힐끗 그 뒤를 쳐다보았다. 박살난 암벽들이 여럿 보이는 게, 대체 몇 개를 부수고 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최연승은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힘자랑을 하면 좀 말려야 하지 않나? 나야 다른 성좌 소속이라지만 그쪽은 같은 권속이면서.”
“일라파엘 님은 내 말을 안 듣는다.”
아멜리아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고고한 천사답게 아멜리아가 말해봤자 일라파엘은 안 듣는 것이다.
“신경… 쓸 필요 없다! 계속 움직이자!”
“아니. 신경 안 쓸 수가 없겠는데. 천사가 도대체 뭔 짓을 해야 이렇게 마력을 많이 쓴 거지?”
최연승은 일라파엘이 마력을 얼마나 썼는지 한눈에 파악했다.
거의 바닥 수준까지 쓴 걸 보니 강력한 스킬을 닥치는 대로 써서 길을 연 것이다.
…무슨 동굴이랑 원수를 진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이렇게?
“일단 둘 다 앉아라. 마력부터 회복시켜야겠군.”
“난… 난 진짜 괜찮다니까…”
일라파엘은 비틀거리면서 움직이려고 했다.
여기서 마력 고갈되어서 움직이지 못하면 삶에서 가장 쪽팔리는 순간이 갱신될 것이다.
움직여야 한다!
“앉으라고 말했다.”
탁-
최연승의 말에, 일라파엘은 자신도 모르게 털썩 앉았다.
‘내… 내가 왜?’
그걸 보고 아멜리아는 깜짝 놀랐다.
일라파엘이 정말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건가?”
“그만큼 배가 고팠던 거겠지.”
“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최연승은 무시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여기 오기 전에 공간 목걸이에 안 그래도 준비를 해서 온 것이다.
사실 물자 부족보다는 헌터들의 강화 목적이 더 컸다.
최연승 혼자서 뚫고 내려가는 게 아니라, 미우나 고우나 100명의 헌터들을 아래로 내려 보내야 하니 전체 전력을 강화시켜야 하는 상황.
가능한 방법은 모조리 쓰는 게 좋았다.
“……”
“……”
최연승이 조미료 병 꺼내고 모닥불 붙인 다음 프라이팬과 식칼을 꺼내자 아멜리아는 더욱 더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아.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던전에서 몬스터를 요리해줬다고.”
아멜리아는 기억을 떠올렸다.
미국의 몇몇 헌터들이 자리에서 떠들던 게 생각이 난 것이다.
-후. 몬스터 먹어본 적 있나, 애송이들? 우리는 몬스터를 먹어본 적 있다. 식용으로 알려진 몬스터들이 아니라, 진짜 몬스터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술을 얼마나 먹은 거지?
-이래서 애송이들은! 자. 여기 사진도 있다. 보라고.
-그냥 요리를 한 다음 사진 찍은 것 같은데?
-믿기 싫으면 안 믿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참가한 다른 헌터들한테 물어보면 알 거다. 정말로 요리해서 먹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이런 평범한 요리와는 차원이 다른 요리지.
-맞아. 이런 요리로 만족할 수 있다니 너희들이 참 부럽군. 우리는 그 맛을 알아서 만족하기 힘들단 말이지.
-……
처음에는 깊게 생각 안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걸 요리했다고 화제가 된 헌터가 최연승 아니었던가.
…근데 그걸 왜 지금?
“아, 아니. 그런데 그걸 굳이 지금 해야 하나? 배는 굳이 안 고픈데…”
“지금 일라파엘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최연승한테 따끔하게 훈계를 받은 아멜리아는 억울해했다.
“…일라파엘 님도 배가 고픈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최연승은 요리를 계속해나갔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오기 전에 아예 요리에 맞춘 재료를 소분해서 공간 창고 안에 배치해 놓은 최연승이었다.
지금 잡힌 요리는…
‘부대찌개군.’
최연승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천사도 부대찌개를 먹나?
‘…뭐 먹기 싫어하면 억지로 먹이면 되겠지.’
사이가 안 좋은 것의 장점은 바로 이런 부분에 있었다.
더 이상 무슨 짓을 해도 나빠질 게 없다는 것!
* * *
“최연승 헌터는 아멜리아 헌터와 합류했고, 일라파엘 님도 거기 있다고 하는군.”
천사 성좌의 권속 헌터들은 텔레파시를 듣고 안심했다.
가장 강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일단 첫 단계는 달성한 셈이었다.
“다들 그쪽으로 모이면 되겠습니다.”
“운이 좋아. 지형을 들어보니까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아. 이쪽만 통과하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겠어.”
헌터들은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한시라도 빨리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서!
특히 일라파엘 같은 경우는 성격이 까다로워서 주변에서 시중을 들지 않으면 여러모로 힘들 수 있었다.
“저쪽이다! 저기서 인기척이 나고 있어!”
“최연승 헌터! 아멜리아 헌터! 저희도 왔습니다!”
도착한 헌터들은 멈칫했다.
그들 앞에서 너무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뭐하고 계십니까?”
“식…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