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그래서 폭발 성좌와 계약했나?”
“아니. 내가 계약한 건 다른 성좌다. 그 성좌의 권속이 되기로 하고 어비스로 공간이동했지.”
“?”
최연승이 알기로, 게리 넬슨 사건은 악신 성좌와 계약한 게리 넬슨이 테러를 일으킨 사건이었다.
‘아. 나중에 조작했나보군.’
파커 회장을 많이 만나보진 않았지만, 최연승은 한 눈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냉혹한 뱀 같은 인간.
기본적으로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들에게는 그런 면모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정신으로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 후계자의 권속인 그 정력 좋은 인간도 회장 아닌…
-쉿. 조용히 하라고.
최연승은 불리해지자 말을 돌렸다.
어찌되었든 역사는 승자의 기록.
파커 회장이 이긴 다음에 게리 넬슨을 묻어버린 거라면 말이 됐다.
게리 넬슨도 어비스로 날아갔으니 막을 상대도 없었을 것이고…
‘헌터도 평소에 친구가 있어야 하긴 해.’
상위 헌터들은 다 인성 개차반에 쓰레기처럼 사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친구가 없었다.
그러니 게리 넬슨도 사건이 터졌을 때 나서서 변호해 줄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그런데 다른 성좌와 계약했는데 왜 여기서 일하고 있나?”
“그 성좌가 성좌전하느라 날 칩으로 팔았다. 사간 놈은 또 성좌전에서 패배해서 폭발 성좌한테 날 넘겼고…”
게리 넬슨은 투덜투덜거렸다.
A급 헌터 중에서 이렇게 그처럼 고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비스를 십 년 넘게 떠돌면서 고생 중이라니.
‘…운이 상당히 좋군.’
최연승은 게리 넬슨의 말에 속으로 생각했다.
어비스 외곽으로 날아갔으면 눈 감았다 떴을 때 수백 년이 지났을 수도 있었다.
솔직히 최연승이 보기에, 성좌들의 안전한 영역에서 있었던 게리 넬슨은 많이 편하게 지낸 거였다.
어비스를 만 년 정도는 떠돌아야 ‘아 어비스가 이런 곳이구나’할 수 있는 건데…
-미친소리하지말렴…
“혹시 지금 상황에 불만이 없나?”
“당연히 있지!”
“힘을 원하나?”
“원하긴 하는데… 잠깐.”
신나서 고개 끄덕이던 게리 넬슨은 멈칫했다.
“무슨 힘이지?”
역시 A급 헌터다웠다.
하급 헌터였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힘이라면 뭐든지 좋습니다!’라고 하겠지만, A급 헌터쯤 되면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것들이 있었다.
자신만의 스킬. 자신만의 전투 방식 등등.
그런데 그냥 아무 힘이나 ‘예 받겠습니다’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야…”
말하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그리고 악마들을 쳐다보았다.
-잠깐. 무슨 힘을 주지 보통?
-…???
악마들도 최연승의 말에 당황했다.
보통 이런 건 성좌가 알아서 하는 일이었으니까.
계약의 대가는 성좌의 창고에서 나왔다.
특정한 스킬일 수도 있었고, 아이템일 수도 있었고, 존재력을 사용한 권능일 수도 있었다.
-상대가 바치는 것에 따라 규정대로 지급하곤 하지요. 보통 저희가 알고 있는 마법들을 전수할 때도 있지만, 가끔 성좌께서 직접 힘을 주실 때도 있습니다.
‘……’
최연승은 멈칫했다.
최연승이 줄 수 있는 건?
‘야채하고 고기 정도가 떠오르는군.’
오크들이 이번에 참 싱싱하게 잘 길러낸 식자재들.
물론 어비스의 필멸자들이 이런 걸 받으면 바로 정색할 것이다.
-꼭 그러지 않더라도, 악마들이 알고 있는 마법들은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나태의 여신의 말대로 사실 크게 문제는 없었다.
어비스의 종족들이 알고 있는 마법은 인간들이 알고 있는 마법보다 훨씬 많았으니까.
어지간해서는 악마들이 알고 있는 마법으로 해결이 됐다.
“원하는 마법을 말해보십시오.”
“어떤 마법이든 간에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다른 악마들이 나서고 최연승은 물러섰다.
‘으음. 괜히 분하군.’
성좌로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
성좌는 사실 장군보다는 왕에 가까웠다.
자기 부하들을 이끌고 나가서 싸우는 시간보다, 자기 부하들을 다스리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
그에 비해 최연승은 전투 스킬에 올인한 성좌.
‘그래도 무공 관해서는 얼마든지 만들어서 내려줄 수 있고, 수련 관련한 스킬들도 존재력을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데 말이지.’
“혹시 무공은 없나?”
“!???”
최연승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귀를 의심했지만, 게리 넬슨이 한 말이 맞았다.
“어째서 무공을 찾는 거지?”
“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근거리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지. 원거리는 충분하니까…. 무공 사용자들 만큼 근접전에서 강한 놈들도 드물잖나? 그, 중국의 A급 헌터 리여원은 정말 잘 싸웠지.”
‘그건 조작인데.’
최연승은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가끔은 진실을 몰라야 더 행복할 때가 있는 법.
게리 넬슨은 1세대 헌터인데다가 꽤 예전에 지구에서 실종된 탓에 무공이 몰락했다가 요즘 간신히 부활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좋아. 원하는 무공을 가르쳐주겠다.”
“오오…!”
게리 넬슨은 기뻐했다.
드디어 무공을 한 번 배워보는구나!
그러나 옆에 있던 악마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게리 넬슨을 쳐다보았다.
‘왜 굳이 무공을?’
‘역시 주인님이시다. 가차 없으시군. 필멸자를 속여서 쓸데없는 대가를 내주신거지.’
‘아아! 그렇구나!’
악마들은 감탄했다.
그들의 새 주인은 처음부터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필멸자를 저렇게 꼬드길 줄이야.
* * *
한국.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곳에 놓인데다가, 몇 번이고 굵직굵직한 레이드들이 터졌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은 나름 멀쩡히 굴러가고 있는 나라였다.
헌터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A 국가에 몬스터들이 많이 나왔을 때, 헌터들이 ‘아 꼭 가야 하나?’하며 꺼린다면 그 나라는 상태가 별로 안 좋은 게 맞았다.
그러나 헌터들이 ‘세계는 하나, 우리는 친구, 그 나라 사람들의 목숨을 위해 우리는 고귀한 레이드를 한다’라고 외치면 그 나라는 상태가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
한국이 바로 그랬다.
몬스터 웨이브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던전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전세계의 헌터들은 차례대로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 나라는 무슨 놈의 던전이 이렇게 많이 나와? 저번에 몬스터 웨이브도 터지지 않았나?”
“아마 중국이 옆에 있어서겠지. 게다가 바로 위가 구 북한 지역이잖아.”
“이야… 한국 헌터들은 부럽네. 가만히 있어도 코어하고 아이템들이 굴러들어오겠는데?”
“……”
“……”
들어오는 헌터들이 지껄이는 걸 들은 한국 헌터들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저 새끼 뚫린 아가리라고 아주…’
‘재수 없는 새끼.’
‘니네 고향에 던전 열려봐라.’
물론 한국 헌터들 중에 던전 열리는 걸 반기는 헌터들도 있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헌터들은 그렇게까지 반기지 않았다.
자기 집, 자기 가족들이 다 한국에 있는데 몬스터들이 나오는 게 긴장되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가장 최적의 상황은 다른 나라에 나온 몬스터들을 잡으러 가는 것!
“야. 참아라. 해외에서 온 헌터들하고 싸움 일으키면 안 된다는 거 다들 알고 있지 않나.”
“크윽…”
팀장으로 보이는 헌터가 다른 헌터들을 다독였다.
이런 일에도 다 관습이 있고 규칙이 있었다.
아무리 짜증이 나도 다른 나라에서 온 헌터를 쉽게 건드리면 안 됐다.
소문이 퍼지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없어지는 것이다.
당장 중국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안 아쉬울 때 그렇게 다른 나라 헌터들한테 갑질을 하다가, 저번에 몬스터 웨이브 때 얼마나 손해를 봤던가.
그런 만큼 일단 을의 자세로 참아야…
퍽!
“이 자식이 미쳤나.”
“크허억?!”
“남의 나라 왔으면 얌전히 ‘반가워요 한국’ 하고, ‘두유 라이크 김치’ 같은 질문에나 ‘예스 오브 코스’ 대답하고 갈 것이지 어디서 재수 없게… 니네 집 뒷마당에 던전 생기면 좋냐? 이 자식이 아주 못하는 말이 없군.”
“말, 말려! 말려!”
다른 한국 헌터들이 기겁해서 달려갔다.
한국 헌터 한 명이 상대를 미친듯이 패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도 헌터인데 뜻밖의 기습을 당해서인지 반격하지 못하고 개처맞듯이 맞고 있었다.
“이러시면 안 됩… 최, 최연승 헌터!?”
“최연승 헌터?!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십니까!?”
“공문 날아와서 도와주고 있었는데.”
“……”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보통 해외의 헌터들이 우르르 들어올 때는, 한국의 헌터들도 공항으로 날아가서 대기했다.
헌터가 지랄하기 시작하면 그걸 제압할 수 있는 건 헌터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정부에서 협조공문이 날아온다고 호락호락 갈 헌터들이 아니었다.
-으윽… 갑자기 복통이…
-제가 내일 치과를 가야 해서…
-어제 마법을 너무 많이 써서 오늘은 쉬어야겠습니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아오 이 헌터 새끼들’소리가 절로 나올 소리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헌터들을 귀찮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게 원래 규칙인 것이다.
그래서 보통 대형 클랜 헌터들은 잘 안 나오고, 상위 등급 헌터들도 잘 안 나오고, 아쉬운 거 중소 클랜 헌터들이 나왔다.
헌터들도 클랜 규모에 따라 대우가 많이 달라졌다.
중소 클랜들은 정부한테 밉보여서 좋을 거 없으니 딱딱 참석해야 했고…
…그런데 A급 헌터가 여기 오다니.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 나왔다.
“그… 공문이 진짜 최연승 헌터를 부른 건 아니었을걸요?”
“나한테 날아왔으면 날 부른 거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나?”
최연승은 말과 함께 붙잡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말 몇 마디 잘못했다가 흠씬 두들겨 맞은 헌터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아. 점혈을 안 풀어줬군.”
저항하지 못하도록 솜씨 좋게 점혈까지 하고 팬 탓에 상대는 어질어질해하고 있었다.
“괜찮나?”
“괜… 괜찮습니다.”
맞았는데도 상대는 뭐라고 하지 못했다.
A급 헌터쯤 되면 괜히 시비 붙어서 좋을 게 없는 상대였으니까.
게다가 최연승은 단순히 헌터로서의 강함뿐만이 아니라, 막대한 재력을 뒤에 갖고 있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김치도 좋아합니다!”
“이런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알았다니 기쁘군. 그래. 앞으로 조심하고.”
훈훈하게 마무리되자 한국 헌터들은 더욱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저게 어떻게 저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거지?
“저 왔어요.”
“아. 왔니?”
한세하가 하품을 하며 공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숫자가 좀 적어 보이는데?”
“……”
“……”
“명단.”
“예?”
“명단 내놓으라고. 확 씨.”
“죄, 죄송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공무원은 급히 명단을 내놓았다. 한세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명단의 이름을 노려보았다.
“출석 체크 한다. 이름 부르면 대답.”
“…야. ■됐다. 빨리 불러!”
“뭔 미친 출석 체크를…?!”
흐릿한 학창 시절의 향수가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헌터들은 기겁해서 연락을 날렸다.
-공항으로 날아와 미친 새끼야! 죽기 싫으면 빨리!
-너 뭐하냐!? 뛰어! 빨리 뛰어!
한세하는 섬세하게 결석자 이름에 체크를 했다.
“내가 왔는데 안 온 사람들이 있구나… 그렇구나… 응. 그래. 알겠어. 응.”
한세하가 화를 내지 않고 그냥 중얼거리면서 이름만 적으니까 더 무서웠다.
해외에서 계속 들어오던 헌터들은 공항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모습에 놀라워했다.
“오우, 놀라워요…”
“코리아의 문화?”
몇몇 헌터들이 바닥에 대가리를 박고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