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그… 그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악마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를 섬기는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영역으로 파견을 나갔다.
어비스의 어느 왕국에서 흑마법사가 소환진을 그려서 부르면 그쪽을 맡은 담당이 날아가고, 어느 무덤에서 미리 묻어 놓은 마검을 누군가 잡으면 그쪽을 맡은 담당이 날아가고…
계약이란 게 방구석에서 누워 있다고 해서 딱딱 들어오는 게 아닌 것이다.
빌딩 안에서 계약서를 점검하는 악마들이 있다면 현장에서 직접 뛰는 악마들도 있어야 하는 법.
그런 만큼 악마들은 현장의 풍습에 맞추는 것에 익숙했다.
왕국의 흑마법사가 소환하면 사악하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변신해서 날아가고, 마검을 잡아서 소환하면 검의 목소리 형태로 날아가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악마들도 성좌가 인간으로 위장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
그건 너무…
‘말도 안 되는…’
‘대체 왜 그렇게까지?’
악마들은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이걸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세계가 부서지고 선악의 개념이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
“…내가 그렇게 못 할 말을 했나?”
최연승이 오히려 더 당황할 정도였다.
악마들이 무슨 몇 대 얻어 맞은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어비스의 필멸자들한테는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라니까.
나태의 여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필요하다 하더라도 필멸자들한테는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악마들은 심호흡을 하고 명상을 하고 각종 사악한 일화가 쓰인 책들을 읽고 나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저희가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희의 능력은 방금 보여준 추태와 관련이 없으니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악마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프로 같은 모습에서 최연승은 조금 감동했다.
‘오크들과는 비교하면 안 되는데 비교하게 되는군.’
오크들은 거의 백지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어서 최연승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먹여줘야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우연찮게 농경민족이 되어서 어비스 친환경농업을 진행중이긴 했지만…
그에 비해 악마들은 다들 오랫동안 어비스에서 살아 온 뛰어난 필멸자들.
전원의 레벨도 높고 갖고 있는 스킬들도 여럿인데다가 재주도 많았다.
그 모습을 보니 믿음직스러웠다.
“좋아.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명령할 게 있어서다. 지금 어비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계약들을 잠시 멈추고, 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놈의 영역에 있는 필멸자들을 노리는 거다.”
-!
악마들은 최연승의 말에 놀랐다.
폭발 성좌는 그들에게도 원수인 만큼 기회만 된다면 바로 복수를 갚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님. 폭발 성좌의 영역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놈을 섬기는 필멸자들은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걱정 마라. 내가 함께하겠다.”
-!
악마들은 성좌가 직접 변장해서 함께하겠다는 말에 감격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베풀어 주실 줄이야.
-실로 사악하십니다! 주인님께서 함께하신다면 어떤 필멸자들도 당하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악마들의 칭찬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군.’
* * *
“이곳은 라고 하는 곳입니다. 을 섬기는 어비스의 영역 중 하나지요.”
설명을 맡은 악마는 77호 악마였다.
들어보니 여러 굵직굵직한 계약을 따낸 대단한 악마인 모양이었다.
다른 악마들한테도 신임 받을 정도였으니 그 능력은 증명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시적인 공장 같군.’
최연승은 주변 풍경을 보고 놀랐다.
하늘은 온통 짙은 매연에 감싸여있었고, 필멸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작업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무엇을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곳곳에 위치한 공장들에서는 끊임없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가 이런 식의 제작에는 어떤 기술이나 애정도 없다고 화를 냅니다.]-아마 성좌를 만족시키기 위한 폭발을 계속 만드는 모양이구나.
마법으로 만들든, 화약으로 만들든, 그도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만들든 끊임없이 폭발을 만들어서 주인에게 바치는 작업장.
여기는 바로 그런 장소였다.
‘…계략이고 뭐고 그냥 저 놈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니 불 지르고 가고 싶어지는군.’
최연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폈다.
사람인 이상 폭발 성좌가 했던 짓들이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냥 계획이고 뭐고 다 부숴버리고 싶다!
“여기 종족들이 주로 어떻지?”
“일단 로봇들이 주로 있고, 요즘은 인간들도 꽤 있습니다.”
“…응?”
인간들도 있다는 말에 최연승은 당황했다.
무슨?
“지구의 인간들 중 폭발 성좌를 섬기던 자들이 여기 와서 일을 하는 모양이던데요.”
“그, 그렇군.”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정보!
성좌 한 번 잘못 믿으면 제대로 죽지도 못하고 이렇게 어비스로 끌려가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괜히 악신 성좌 믿지 말라는 게 아니었다.
“계약이 잘 안 된다는 건 로봇들 때문인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바로 맞추셨습니다.”
77호 악마는 감탄했다. 최연승은 황당해했다.
‘인간하고 로봇 있으면 둘 중 하나잖아…’
“여기 있는 로봇들은 딱히 욕심이 없습니다. 폭발 성좌와도 충성보다는 거래의 관계에 가깝죠. 그러니 아무리 유혹을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욕망이 강한 종족들을 좋아했다.
더 강해지고 싶다.
왕국의 주인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쓰러뜨리고 싶다.
이런 욕망이 있어야 ‘힘을 원하는가?’했을 때 ‘예! 원합니다!’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욕망이 없는 종족들은 ‘힘을 원하는가?’같은 속삭임을 던져도 ‘글쎄… 잘… 지금도 괜찮은데 굳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어비스의 광석에 영혼이 깃들어 태어난 이 로봇 종족들은 종족 특성상 욕망이 약했고, 덕분에 유혹에도 잘 흔들리지 않았다.
‘인간들을 노려봐야겠군.’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눈에 띄는데?”
“로봇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저희들이 그냥 돌아다녀도 아무런 관심을 안 가져요.”
“……”
실제로 지나가는 로봇들은 최연승과 악마에 별 관심을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정말 자기 할 일 말고는 관심이 없는 특이한 종족!
“…인간들을 노려보자.”
“좋은 생각이십니다. 주인님께서 인간에 대해 잘 아니, 상대도 그냥 넘어올 겁니다.”
* * *
“…???”
최연승은 눈을 깜박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인간의 모습이 저기 있었던 것이다.
‘뭐냐? 이상하게 낯이 익은데.’
최연승과 낯이 익으려면 상당히 옛날 사람이어야 했다.
1세대 헌터쯤 되어야 할 텐데?
“왜 그러십니까?”
“아니… 잠깐만. 기억을 좀 되살려보자.”
최연승이 알 정도의 1세대 헌터면 한국인 헌터거나, 아니면 다른 나라 헌터여도 최연승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명성이 높은 헌터였다.
한국인은 아닌 거 같고…
‘게리 넬슨?!’
순간 번득이며 스쳐지나가는 기억.
최연승은 상대가 누군지 깨달았다.
미국의 1세대 A급 헌터, 게리 넬슨!
한 때는 S급에 가장 가까운 사나이라면서 명성 높았지만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었다.
때문이었다.
A급 헌터가 악신 성좌와 계약해서 정부를 공격하려고 한 충격적인 사건.
당장 최근에 미국에서 B급 헌터 한 명이 악신 성좌와 계약하고 난동을 피웠을 때도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었다.
그런데 A급 헌터가 계약을 한 것이다. 그것도 몇십년 전에. 충격은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폭발 성좌와 계약을 한 거였나? 의외로군. 폭발 성좌는 그 때 별로 인기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게이트 열리고 초기에 이름 높던 성좌들은 몇몇 정해져 있었다.
폭발 성좌는 그 뒤에 테러와 전쟁 등을 일으키며 차근차근 힘을 늘려나간 케이스.
A급 헌터가 계약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기에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통할지 모르겠군.’
최연승은 잠깐 고민했다.
상대를 모르는 것보다 잘 아는 게 더 유리하긴 했다.
게다가 상대도 지금 악신 성좌 밑에서 허덕이고 있는 만큼, 꽤나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불안요소가 없진 않았다.
그건 바로 상대가 악신 성좌와 계약하고 테러를 일으키려고 한 미친놈이라는 것!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었다. 최연승은 악마들을 데리고 게리 넬슨에게 다가갔다.
“뭐냐?”
“안녕하세요? 좋은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또 너희냐!? 내가 말했을 텐데! 난 이제 절대 계약을 하지 않아! 그리고 그 ■같은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거냐!?”
“인간들은 분명 이런 인사가 효과적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니야!”
“부정하지 마십시오.”
“진짜 아니라고! 이 멍청한 악마 놈들아!”
게리 넬슨이 아무리 화를 내도 악마들은 무시했다.
저런 필멸자들의 말 한 마디마디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물론 옆에서 보고 있던 최연승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더럽게 못 다루는군.’
아무리 인간들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하다지만 저렇게 못 다룰 줄이야.
최연승은 앞으로 나섰다. 악마로 변장하고 있었기에 게리 넬슨은 눈치 채지 못했다.
“정말 원하는 게 하나도 없나?”
“…뭐?”
“나는 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악신 성좌와 계약해서 나라를 뒤집어엎으려고 했지 않나. 그만큼 불만이 많았겠지.”
“……”
게리 넬슨은 살짝 흔들렸다.
그 모습에 다른 악마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왜 내 말은 듣지 않고 이 말은 듣는 겁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악마 새끼들아! 저리 꺼져 좀!”
게리 넬슨은 씩씩대며 악마한테 화를 냈다.
그리고는 최연승을 보며 말했다.
“그쪽은 그래도 이야기가 좀 통하는 거 같군. 말귀가 통하는 악마는 정말 처음이야.”
“……”
말 두 마디 했는데 벌써 말 통한다고 저러는 걸 보니, 상대도 정말 어지간히 말할 상대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최연승은 살짝 걱정이 됐다.
다른 사람들을 잘 구슬리고 어르는 건 최연승의 장기가 아니었다.
최연승은 보통 완력으로 설득하곤 했으니까.
과연 이 성질 더러운 A급 헌터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 있었…”
“이 모든 걸 이야기하려면 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 빌어먹을 알렉스 파커 놈 말이야!”
“……”
최연승이 열심히 말할 필요도 없었다.
평소에 이야기 할 상대가 없었던 게리 넬슨은 신이 나서 없던 일 있던 일을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 하긴 그랬지.’
어비스에서 방랑할 때, 최연승 같은 사람도 가끔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물론 가끔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로 끝냈다는 게 대단한 거였다. 보통은 미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여기 끌려와서 로봇들과 같이 일하는 게리 넬슨은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잠깐. 파커? 그 파커 그룹의 회장?”
“그렇다니까! 그 놈의 재산은 다 내가 만들어준 거나 마찬가지야.”
게리 넬슨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떠들었다.
게리 넬슨은 헌터로서, 알렉스 파커는 기업가로서.
서로 같이 손을 잡고 레이드 초기 때 으쌰으쌰했는데…
잘나가기 시작하자 알렉스 파커는 바로 각종 계약으로 게리 넬슨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겨버리고 기업의 지분을 뺏어버렸다.
‘설마 A급 헌터를 감히 건드리겠어?’라고 방심했던 게리 넬슨은 눈 뜨고 재산을 뺏긴 것이다.
당연히 극도로 분노한 게리 넬슨은 무력으로 해결을 보려고 했지만, 알렉스 파커는 이미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였다.
정부 쪽 사람들을 매수해서 다른 A급 헌터들을 동원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리 게리 넬슨이라도 이길 수가 있나.
“저런. 그렇게 무식하게 싸우다니. 공격하기 전에 상대의 준비를 먼저 파악하고…”
“……”
악마 놈이 설교까지 하자 게리 넬슨은 울컥했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악마 놈이 설교까지 하다니…
하지만 게리 넬슨은 참았다.
그만큼 대화할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