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27)
327화
최연승은 최대한 표정을 관리했다.
성좌와의 협상은 한순간의 실수로 뒤집힐 수 있는 아슬아슬한 칼날 위의 줄타기 같은 것.
절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됐다.
“맹세를 했다면 그 맹세대로 정당한 승부를 해야지, 지금 같은 방법은 정당하지 않다.”
[이 자신은 맹세를 지켰다고 항변합니다. 어느 한 글자라도 어겼다면 맹세가 발동했을 거라고…]“그건 말장난이지.”
[가 동의합니다.] [가 동의합니다.] [<가 동의합니다.] [가 동의합니다.] [가 동의…] […]순식간에 말을 얹는 성좌들의 반응에, 폭발 성좌는 깜짝 놀랐다.
보통 이렇게 많은 성좌들이 끼어드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 놈들이…
폭발 성좌는 이를 갈았다.
선신 성좌들이야 원래 적대하던 사이였으니까 이해가 갔다.
하지만 악신 성좌들까지 저러는 건 매우 분통이 치밀었다.
자기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폭발 성좌가 최근에 돋보인다고 견제하려는 저 고약한 심성.
물론 폭발 성좌도 기회만 되면 서로의 뒤통수를 치려고 준비중이었지만, 자기가 당하면 유독 억울하고 기분 더러운 법이었다.
‘…성좌들이 도와줄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도와주니까 고맙긴 하군.’
최연승은 지금 성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었다.
어쨌든 도와주니까 고맙긴 한데 좀 황당했다.
옆에서 아다콰니엘이 속삭였다.
“역시 훌륭하십니다. 다른 성좌들이 도와줄 걸 예측하고 계시다니.”
“별 거 아닙니다.”
“별 거 아니라니, 절대 그렇지 않…”
[이 그렇다면 어떤 시험을 준비해야 했냐고 묻습니다. 인간들은 이기적이라 다 자기한테 맞춘 시험을 원한다고 성좌들에게 선언합니다.]일라파엘은 폭발 성좌가 둘의 대화를 끊어준 것에 아주 조금 감사했다.
그만큼 꼴보기 싫었던 것이다.
‘어떻게 대답할 생각이지? 성좌는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일라파엘은 속으로 걱정했다.
협상을 한다지만 과연 폭발 성좌가 순순히 응할까?
안 그래도 악마 성좌를 쓰러뜨린 것 때문에 존재력이 폭발적으로 올라간 지금?
하지만 최연승은 이미 준비한 것들이 있었다.
“가 준비한 시험을 봐라. 그 시험은 공정했다. 드넓은 공간에서 성좌의 권속들과 인간들이 부딪히는 힘 대 힘의 싸움! 이것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겠나?”
[가 쑥스러워합니다.]광전사 성좌가 최연승의 말에 흐뭇해했다.
물론 폭발 성좌 입장에서는 개소리에 불과했다.
그딴 머저리 같은 방식을 꺼내다니…
저런 식의 시험은 성좌가 불리했다.
광전사 성좌야 생각이 짧고 피와 싸움만 있으면 되니 저런 방법을 골랐지만, 실제로 보라.
인간들에게 허점을 찔려서 그대로 당하지 않았던가.
[이 그런 방식의 성좌전은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역시 안 되나.’
최연승도 사실 크게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광전사 성좌야 워낙 그런 성좌였다지만, 폭발 성좌는 상당히 교활하고 머리가 돌아가는 성좌였다.
당장 이번 두 번째 영역 던전도 최대한 인간들 사이의 불화를 퍼뜨리려는 속셈 아니었던가.
“그러면 권속끼리 아무런 아티팩트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는 1:1 결투 같은 건…”
광전사 성좌를 필두로 듣고 있던 다른 성좌들 모두가 동의했다.
저건 폭발 성좌에게 지나치게 유리해보였던 것이다.
‘…아니 도움 안 되는 놈들 같으니.’
최연승은 떨떠름해했다.
그냥 못 이기는 척 수락이 됐으면, 최연승의 능력을 의심 받는 한이 있더라도 이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좌들이 저렇게 반응한 이상 최연승이 억지로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노골적으로 수상해보일 테니…
[이 몇 개의 나라를 정해서 들여보내는 건…]“던전은 빼고 생각하자고. 혹시 성물찾기는…”
[이 거절합니다.]서로 몇 가지 방식을 내놓고 거절하는 공방이 오갔다.
지켜보고 있던 성좌들도 흥미로워하며 자신이 선호하는 성좌전 방식을 추천했다.
결투, 체스, 동전 던지기, 권속 빼내기 등등 온갖 방식이 오갔지만 서로의 의견은 잘 맞지 않았다.
[이 이러면 어떠냐고 묻습니다.] [지구의 인간들은 누가 강한지 겨루곤 하는데, 서로의 권속들 중 누가 더 강한지로 승부를 내자고 말합니다.]“……”
[……]생각치도 못한 제안에, 두 성좌의 머릿속이 모두 복잡해졌다.
차라리 맞서 싸운다면 계산이 쉬웠겠지만 이건 바로 계산이 되지 않는 것이다.
‘폭발 성좌의 권속들이 누군지 모르는데. 알 방법이 있나? 아마 치안 좋은 나라보다는 치안 나쁜 나라 출신일 가능성이 높겠고…’
의 권속들은 몇 명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놈이 숨기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적을 리 없을 테니까. 그걸 감안하면 완전히 유리한 싸움은 아니지만…
두 성좌는 한 걸음씩 양보하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이길 자신은 있었던 것이다.
완전히 유리하지는 않더라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폭발 성좌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야 했다.
“받아들이겠다.”
‘어차피 내가 아무 것도 안 해도 자기들끼리 싸울 놈들인데 괜한 짓을 하는군.’
최연승은 수락했다.
패배해서는 안 되겠지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그 페널티는 생각보다 별로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최연승도 가끔 다른 나라 헌터들끼리 싸우라고 내버려두고 싶을 때가 있긴 했다.
-정신줄 붙잡으려무나.
-알고 있다.
* * *
“폭발 성좌가 어떤 전략을 쓸까?”
-으음…
사실 최연승은 헌터들이 6대6으로 맞붙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일반 사람들이야 ‘국가의 자존심! 월드컵! 지면 그냥 어비스로 가서 죽어라!’같은 소리를 한다지만, 최연승이 보기에는 레이드에 뛰어들어야 할 헌터들이 쓸데없는 짓만 하고 있는 꼴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 클랜전의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전세계의 뛰어난 인재들이 밥먹고 이것만 하니 그 수준이 안 오를 수가 없는 것이다.
당장 최연승이 한국 클랜을 데리고 어떻게 키워보려고 했을 때도 상대들은 만만치 않았었다.
-아마 강한 클랜을 매수하지 않을까 싶구나.
“그것도 방법 중 하나긴 하겠지.”
가장 쉬운 방법.
그건 강한 클랜을 그냥 매수하는 것이었다.
최연승도 솔직히 그 방법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클랜전에 관심이 없다지만 지금은 성좌와 대결하는 성좌전 상황.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헌터들이 성좌를 순순히 믿냐지.’
헌터들한테 성좌를 믿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폭발 성좌 같은 악신 성좌는 더더욱 그럴 것이고, 최연승도 여러모로 좀 불리했다.
최근 이름을 알렸다지만 많은 헌터들이 그 능력을 의심할 것 아닌가.
“그건 실질적으로 힘드니, 그보다 약한 클랜에게 손을 내밀어서 강화시키는 전략을 쓸 것 같군.”
최연승의 말에 듣고 있던 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했던 것이다.
“폭발 성좌가… 저런 클랜전 방식의 싸움에 능할까?”
-아무래도 후계자보다는 훨씬 경험이 많겠지.
기본적으로 성좌들은 최연승보다 훨씬 더 성좌전의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성좌의 능력이지 경험이 아니란다. 후계자의 능력은 이런 싸움에서 빛을 발하니까…
“최연승 헌터!”
“?”
최연승은 고개를 돌렸다.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헌터 한 명이 급히 달려왔다.
“지금 한국 쪽에 몬스터들이 갑자기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몬스터 웨이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만…”
“…아니 이 자식이.”
최연승은 듣자마자 깨달았다.
폭발 성좌가 몬스터들을 보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 * *
-갑자기 평소보다 늘어난 던전에 시민들은 별로 놀라진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구 북한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내놓고…
-코스피지수가 연이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번 레이드로 인해 몬스터 코어 같은 아이템들이 원활하게 수급되면 그만큼 기업들이 약진하지 않겠냐는 기대 때문…
폭발 성좌가 믿고 있는 구석은 바로 여기였다.
한국!
한국에 몬스터들이 대량 출현하면 최연승 같은 한국 출신 헌터는 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봤자 한국은 상황이 다를 텐데?’
최연승은 일단 한국으로 향했지만, 사실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한국은 던전이나 몬스터 상황에 대비가 잘 된 편이었다.
실제로 저번의 몬스터 웨이브 때도 가장 적은 피해로 막아낸 경우 아니었던가.
-헌터들의 숫자가 부족하지 않겠니?
-그건 쉽게 부를 수 있지.
-??
성좌들이야 잘 몰라서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만, 최연승은 아니었다.
최연승은 아이네에게 기사 몇 개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이네는 바로 압력을 넣어서 기사를 올리고 뉴스를 올렸다.
-한국에 대량 발생한 몬스터들 중에 매우 희귀한 몬스터, 쌍발흰도마뱀이 발견되어 전세계의 호사가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이번에 몬스터들의 코어를 계산해보면 대략적으로…
비싼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솔깃하는 게 헌터들과 클랜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인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클랜들이 줄을 섰다.
한국 정부에서 코어 도둑질을 하진 않을 테니 가서 잡으면 이득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나.’
막긴 했지만 폭발 성좌의 속셈이 매우 불쾌한 건 사실이었다.
최연승은 바로 반격할 준비에 들어갔다.
* * *
“환영한다. 악마들아!”
-???
-???
새로 경험한 영역에서 긴장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악마들은 최연승의 환영에 당황했다.
생각보다 친절한 환영이었던 것이다.
-저희 중 80% 가량이 해고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주인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니다.”
-인간의 기업들을 보면 새로 합쳐졌을 때 그런 구조조정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주인님께서도 그런 걸 하지 않으실까 두려워서…
“…지구에서 뭘 관찰한 건진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폭발 성좌와 싸울 생각이다.”
최연승의 말에 양복 입은 악마들은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비스의 필멸자들이 느끼는 가장 커다란 굴욕 중 하나가 자신의 주인을 지키지 못했을 때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해버린 채 날아왔으니, 그 부끄러움은 더했다.
“그래. 너희들은…”
최연승은 악마들의 뒤로 시선을 던졌다.
이들의 영역은 도심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고층빌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말 적응 안 되는군.’
누가 보면 지구인 줄 알겠다!
“…무슨 능력이 있지?”
-저희들은 필멸자들의 욕망을 알아채고 그 욕망을 조종해 계약을 맺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주인님.
-저희들 중 실력 있는 자들은 영혼까지 빼올 수 있습니다. 기회만 주신다면 주인님에게 영혼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렇게 떠들던 도중, 악마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주인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봐라.”
-왜 인간의 모습을 하고 계신 겁니까…?
“필요하면 인간으로 위장해서 활동하고 있다.”
-……
-…..
최연승의 말에 악마들은 충격과 경악에 빠져 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