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잠깐… 네놈?
일링가르스는 최연승의 목소리를 금세 알아들었다.
저번에 특이하고 희한한 기술에 농락당했던 기억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감히 기어들어왔구나! 비겁하게 내 감각을 속이고 접근했겠다?
“그냥 조용히 온 건데 네놈이 눈치 못 챈 게 내 잘못은 아니지.”
콰직-!
일링가르스의 발톱이 단단한 대리석 바닥을 두부 자르듯 쪼개버리는 것을 보며 직원들은 공포에 떨었다.
‘도발하지 마 미친놈아!’
“맞는 말이다! 회장님께서는 그냥 무공 실력이 뛰어나신 거지. 네놈이 눈치 못 채놓고 어디서 화풀이하는 거냐?”
화산파 헌터들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일링가르스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몇 명이나 왔는데 눈치를 못 챘다니.
“일링가르스. 인질은 놔주고 붙어 볼 생각은 없나?”
되도 않는 헛소리를 하고 있군.
‘음. 역시 안 통하나.’
일링가르스의 비웃음에 최연승은 입맛을 다셨다.
하긴 분노한 몬스터가 설득 몇 마디에 넘어갈 리가 없는 것이다.
-최연승 헌터. 최연승 헌터.
“아. 왜 자꾸 귀찮게 구나?”
다시 정원욱에게서 온 연락에 최연승은 짜증을 냈다.
신경 거슬리게 왜 자꾸…
그러나 건너편에서 들려 온 건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이봐. 최연승 헌터.
“?”
그건 펠레자의 대표를 맡고 있는 보너팬트였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물러나주게.
“…??”
최연승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못 들었나? 지금 당장 현장에서 물러나달라고 말했네. 다른 헌터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접근했다면서?
“미안하군. 너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서 잘못 들었나 했지.”
-…자격도 없는 사람을 멋대로 들여보낼 수는 없네. 지금 당장 물러선다면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만약 무시하고 고집을 피운다면 소송을 진행하겠네.
* * *
“지금 바로 최연승 헌터에게 라인을 연결해!”
“예. 알겠습니다.”
보너팬트는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챙겨 듣고 있었다. 물론 현장에는 나가지 않았다. 위험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최연승이 헌터들을 데리고 현장 가까이에 멋대로 접근했다는 말은 보너팬트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 놈이!’
어비스의 몬스터들이 소란을 피우고, 그 때문에 대비했다.
그런데 그걸 뚫고 몬스터가 도심에 나타났다. 심지어 지능 높은 몬스터라서 인질까지 붙잡고 있다고 했다.
그럴 때 해야 할 선택은?
안타깝지만 붙잡힌 사람들을 잘라내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어. 몬스터 놈의 요구를 하나하나 받아주면 회사를 운영할 수가 없다.’
[이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합니다.]몬스터는 펠레자 쪽이 어비스의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멋대로 진입하고 자연을 더럽힌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 몬스터 놈하고 협상을 진행한다고 뭐가 나오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펠레자의 이미지만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펠레자는 라이덴과 클라인 두 회사에게는 알리지 않고 멋대로 자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었다.
두 회사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 정도 자원이 확보되면 두 회사를 토사구팽하고 펠레자 혼자서 독점적으로 진행할 생각이었으니까!
이런 찔리는 게 많은 상황인 만큼 몬스터 놈하고 드잡이질을 벌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붙잡힌 사람들을 버리는 게 맞았다.
‘이번 사태가 끝나면 대규모로 추도식을 진행한다. 그거면 여론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해.’
임원들과 직원들이 여럿 죽으면 책임을 피해가기 좋았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크게 책임을 질 곳은 펠레자였으니까.
게다가 이제 곧 새로 개발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상황.
안 좋은 이미지나 책임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그런 만큼 더더욱 최연승은 현장에 접근시킬 수 없었다.
현장 쪽 임원이나 직원이 구조 요청을 하거나, 혹은 몬스터가 제법 말이 되는 제안이라도 하면 계획이 엉망이 됐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물러나주게.”
그리고 만약, 정말로 만약이지만 최연승이 구출에 성공한다면?
그건 더 최악이었다.
안 그래도 반사이익을 최연승이 누리고 있는데 구출에 성공한다면 그 명성이 하늘 높게 치솟지 않겠는가.
펠레자의 계획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만약 무시하고 고집을 피운다면 소송을 진행하겠네.”
보너팬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정도면 최연승이 물러설 거라고 믿었다.
관계도 없는 사람 목숨 때문에 어느 누가 그런 대규모 소송을 감당하겠는가?
* * *
‘이 새끼가?’
물론 보너팬트의 협박은 최연승을 오랜만에 열 받게 만들었다.
도와주러 왔는데 소송 협박이라니.
저런 말을 할 거면 현장에서 헌터들 교통정리나 할 것이지, 그건 그냥 내버려두고 한다는 말이…?
“어이가 없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죽으란 건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네. 자네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보너팬트는 실언을 했다. 기록에 남지 않는 말이라 본심이 나온 것이다.
설마 최연승이 일링가르스가 있는 층 앞에서 서있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
“……”
황당한 침묵이 층을 맴돌았다. 최연승도 당황했다.
솔직히 ‘지금 다른 헌터들을 보내서 구해보겠다’정도는 말할 줄 알았던 것이다.
‘미친놈! 더럽게 솔직하군.’
“그래서 안 구하겠다고?”
-괜한 짓을 했다가 더 피해가 크게 나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나는 설명할 만큼 했네. 당장 물러나게. 멋대로 몬스터를 자극했다가 도심 피해가 더 커지면…
“야 이 빌어먹을 자식!”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플로어 위를 타고 울려 퍼졌다. 최연승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라이덴의 이사 중 한 명인 오오모리였다.
“지금 그게 할 말이냐?! 당장 현장으로 오지 못해! 네놈 때문에 죽게 생겼다! 네놈이 얼굴을 보여!”
-……
보너팬트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지금 상황을 깨닫고 경악한 게 분명했다.
“미안하군. 보너팬트. 일링가르스 앞이어서…”
-……
뚝-
보너팬트는 정말로 당황했는지 그대로 연락을 끊어버렸다. 라이덴 이사는 펄펄 뛰며 욕설을 퍼부었다.
일링가르스도 오죽 황당했는지 말리지 않았다.
…어느 놈이 가장 사악한 건지 알 것 같군.
“인질을 풀어주겠나?”
헛소리 하지 마라.
일링가르스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여러 성좌들이 내게 군침을 흘리고 있지. 하지만 어림도 없다. 쓰러지면 쓰러졌지 내 땅을 모욕한 놈을 내버려둘 것 같으냐?
“……”
최연승은 설득할 방법이 없나 생각하다가 멈칫했다.
‘잠깐.’
보너팬트를 그냥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진심이니?
-진심이다. 보너팬트 한 명 버려서 다른 수십 명 살리면 남는 장사 아닌가?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조심히, 남들 못 듣게 접촉해보려무나.
[이 보너팬트를 주면 인질을 풀어주겠냐고 묻습니다.]…?!
생각치도 못한 제안에 일링가르스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 * *
최연승은 헌터들을 데리고 일단 돌아왔다.
현장에 있던 다른 헌터들은 실패하고 돌아온 최연승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성질이 나도 그렇게 들어가면 당신만 손해라니까.”
“맞는 말이요. 최연승 헌터.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너무 그러지 마시오. 착한 사람만 손해 보는 세상이니까.”
현장 꼬라지가 개판인 건 눈이 있는 헌터라면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각자 성좌들의 명령을 받고 온 권속 헌터들은 최연승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냥 포기하면 편할 텐데 저 말 안 듣는 클랜들을 참고 인질을 구하려니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보너팬트를 오라고 하자. 도저히 상황 정리가 안 되는군.”
“보너팬트를?”
“꼭 그 자를 불러야 하나?”
헌터들은 최연승의 말에 의아해했다.
솔직히 보너팬트가 와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좀 더 강한 명령이야 내릴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음. 최연승 헌터 말에 동의하겠다.”
쿠바의 A급 헌터, 가르시아가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이 개판인 건 모두 보이잖나. 차라리 우두머리가 있는 게 낫겠군.”
물론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가르시아는 최연승에게 은밀한 시선을 보냈다.
‘이걸로 빚은 갚은 거다.’
중국에서 가르시아는 미후왕 레이드 때 개망신을 당할 뻔했다.
한 번은 실패, 한 번은 불참.
아무리 A급 헌터라도 명성이 깎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가장 큰 수훈자인 최연승은 언론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가르시아의 어설픈 변명도 적당히 통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그것에 대한 감사였다.
“확실히 보너팬트가 오는 게 낫겠군. 총책임자가 자리에 없는 게 말이 되나.”
다른 A급 헌터, 조셉 그랜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의 권속인 그랜트는 일링가르스가 악신 성좌에게 넘어가기 전에 숨통을 끊으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연승 같은 강력한 헌터와 협력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정원욱까지.
자리에 모인 A급 헌터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자, 보너팬트도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었다. 보너팬트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날아왔다.
* * *
‘짜증나는 헌터들 같으니.’
물론 보너팬트가 즐거운 마음으로 날아온 건 아니었다.
A급 헌터들이 단체로 압박을 해서 온 거였지 원래라면 올 생각이 전혀 없었었다. 무엇하러 현장에 나선단 말인가.
“지금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몬스터들이 언제 어디로 움직여서 어떤 피해를 입힐지 모르잖은가! 당장 레이드를 개시하도록!”
오자마자 보너팬트는 화끈하게 명령을 내렸다.
헌터들은 놀라워했다.
‘아무리 그래도 구출 시도를 한 번도 안 하나?’
‘하긴 구출 시도를 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괜히 개새끼란 소문이 붙은 게 아니었군.’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각 클랜장들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들은 돈 주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결정은 보너팬트의 몫이었다.
“놈이 움직인다!”
“!”
그러나 헌터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일링가르스가 선수를 쳤다.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각자 위치로. A급 헌터 분들.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다.”
아까까지는 시큰둥하던 클랜장들도 몬스터가 다가오자 곧바로 일어서서 A급 헌터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런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 A급 헌터들이 앞에서 묶어주지 않으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그랜트.”
“?”
최연승이 부르자 조셉 그랜트는 의아해했다.
“내가 놈을 상대해봐서 아는데, 놈의 정면 공격은 절대 그대로 받지 말도록. 피해야 해.”
“알려줘서 고맙군.”
조셉 그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무른 놈 같으니.’
최연승의 실력은 인정했지만, 최연승은 그 성격이 너무 연약했다.
그랜트였다면 절대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목표물 위치 5km! 준비하십시오!”
“각자 위치로!”
전투 직전이 되자 헌터들은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몇몇 헌터들은 무공을 준비하며 최연승과 시선을 교환했다.
크릉!
앞에서 거대한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번 상대해 본 적 있는 최연승은 그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최연승 헌터, 놈의 시선을 끌어주면 내가 놈의 손발을 묶지!”
가르시아의 말에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현장에 있던 무공 사용자들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최연승의 등을 쳐다보았다.
과연 최연승은 어떤 공격을 보여줄 것인가?
퍽!
최연승의 모습이 순간 사라지고 일링가르스 옆에서 다시 나타났다.
깔끔하게 들어간 혼원각.
헌터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런데 일링가르스의 모습이 이상했다.
너무 힘없게 나뒹군 것이다.
“…?”
‘뭐지?’
몇몇 예리한 헌터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
콰직!
암반이 뚫리는 소리와 함께, 진짜 일링가르스가 솟구쳐 올라왔다.
보너팬트와 가장 가까이 있던 그랜트는 최연승의 충고를 떠올리고 다급히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보너팬트의 모습이 순식간에 일링가르스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이 경악합니다!] [가 깜짝 놀랍니다!] [이 비명을…] […]성좌들도 깜짝 놀란 기습이었다.
보고 있던 성좌들의 눈까지 속인 일링가르스의 기습!
일링가르스는 해냈다는 듯이 포효했다.
“이 몬스터 놈이?!”
“거리 벌리고 다시 포위해!!”
헌터들은 당황한 와중에도 침착하게 진형을 바꿨다.
보너팬트가 죽든 말든 레이드는 레이드였다.
그리고 보너팬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했고…
그러나 그 순간 일링가르스는 다시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행동을 보였다.
고개를 숙인 것이다.
[현명한 호랑이, 일링가르스가 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오만함 없이 꾸준히 설득으로 존중을 보여 준 이야말로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