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음?”
정작 당사자인 최연승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황당해했다.
이 자식 뭐지?
‘설마 인질 안 돌려주려고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는 않을 것 같구나. 아마.
나태의 여신은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어비스의 몬스터들은 난폭하고 사나운 놈들만 있지 않았다.
일링가르스는 전형적인 명예를 중요시하고 약속을 지키는 몬스터.
보너팬트를 덥석 먹었다고 배신을 때릴 정도로 비겁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 보이는 행동은 아마…
[이 지금 뭐하고 있냐고 화를 냅니다.]-죄송합니다. 주인님!
그랜트는 사과와 함께 무기를 들었다.
마법과 함께 그랜트의 주변을 수많은 분신들이 감싸기 시작했다.
간단한 분신 마법이었지만 그랜트 같은 A급 헌터는 그 수준이 달랐다.
헌터들 중에서 가장 분신 마법을 잘 다루는 헌터!
방금 보인 한심한 모습을 설욕하기 위해서 그랜트는 정신을 집중했다.
몬스터 놈의 기습이 예상 밖이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몬스터.
여기에 있는 헌터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최연승 헌터.”
“?”
처음 보는 헌터가 말을 걸어왔다. 최연승은 상대가 무공 사용자라는 걸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B+급 헌터, 나뎃 수파랏입니다. 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반갑다. 무슨 일이지?”
지금 상황은 서로 무공 이야기 할 시간은 아니었다.
그걸 아는 만큼 수파랏도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제가 쓰려는 무공 스킬이 있습니다. 이걸 상대에게 쓸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처음 보는 무공 사용자의 건방진 발언에 화산파 헌터들은 격노했다.
“저런 건방진 놈이! 어디서 B급이 그러는 거냐!”
“야. 너도 B급이잖아…”
A급 헌터한테 자기가 공격 넣겠다고 그러는 게 좀 황당하긴 했지만, 최연승은 상대의 자신감을 알아차렸다.
‘뭔가 있나 보군.’
성좌의 권속인 만큼 권능 스킬을 갖고 있을 것이고, 그것과 힘을 합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력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다만 아직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를 맞추기 힘들어 저렇게 말하는 거겠지.
최연승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도와주겠다.”
“!”
수파랏은 깜짝 놀랐다.
말을 꺼내놓고서도 상대가 거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A급 헌터가 뭐가 아쉬워서 저런 부탁을 들어주겠나.
그러나 최연승은 거절하지 않았다.
“감… 감사합니다!”
“뭘. 같은 헌터로서 협력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도 감사를 표합니다.]“그러면 스킬을 준비…”
그러나 수파랏이 스킬을 보여줄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놈이 도망친다!”
일링가르스가 미련을 버리고 훌쩍 뛰어서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몬스터가 설마 난동을 피우다 말고 도망치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헌터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놈의 뒷모습을 쳐다볼 뿐이었다.
“……”
“……”
[이 어이없지만 악신 성좌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도…]자리에 있던 성좌들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은 상황을 받아들였다.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었으니까.
그 순간 최연승에게 존재력이 솟구쳐 들어왔다.
[현명한 호랑이, 일링가르스가 을 섬깁니다.]“……”
-표정관리! 표정관리!
-알고 있다.
최연승은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애썼다.
아무리 다른 성좌들이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걸 알게 되면 별로 기쁘진 않을 것이다.
* * *
원래 사람이 잘 나갈 때는 불만이 있는 적들도 입을 다물었지만, 사람이 사라지면 그 불만이 홍수처럼 밀려나오기 마련이었다.
보너팬트가 비명횡사하자 곪아져 있던 문제가 미친듯이 쏟아져나왔다.
펠레자의 어비스 개척도시 관리 미흡 문제.
도심 피해 문제.
다른 협력사를 속이고 독자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려고 했던 문제까지.
한 가지만 터져도 휘청거릴 문제가 연속으로 터지자 펠레자는 지금 남을 신경 쓸 때가 아니게 됐다.
“세상 일이 모르는 법이다. 그렇게 한 순간에 이렇게 뒤집힐 줄 누가 알았겠느냐.”
의 클랜장, 권영현은 혀를 내두르며 신문을 접었다.
펠레자가 막대한 자금으로 라이덴, 클라인과 손을 잡았을 때만 해도 온갖 클랜들이 술렁거렸다.
이쪽 소재 업계를 펠레자가 다 장악하는 거 아니냐, 미리 펠레자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 한국 클랜들은 큰일났다 등등.
…그런데 정작 제대로 된 경쟁을 하기도 전에 펠레자가 그냥 알아서 공중분해 정도 수준으로 터져버렸다.
같이 손을 잡고 협력해야 할 라이덴이나 클라인이 저렇게 펄펄 뛰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경쟁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렇게 되면 만 엄청나게 반사이익을 누리는 셈 아닌가.
“정말 운을 타고났군. 어쨌든 우리한테는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최연승 헌터가 적대적이지는 않지 않느냐.”
“예. 저번에도 많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네가 도움을 줘야지 네가 받으면 어쩌라는 거냐?”
‘앗.’
“내가 너한테 많은 말을 하진 않겠다. 하지만 너는 요즘 좀…”
‘아앗.’
A급 헌터, 권영승은 등에 땀이 나는 걸 느꼈다.
아무리 A급 헌터든 뭐든 간에 클랜장이 아버지라면 별 의미가 없었다.
아버지 눈에는 자식이 A급 헌터가 되어도 못마땅해 보이는 것!
“연예계 활동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본업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 연예계 활동이 기분 좋기는 하겠지만 진짜 권력과 부는 헌터의 힘에서 나오는…”
시작되면 기본 1시간은 진행되는 설교.
권영승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들었다.
“이… 이번 주에 사실 최연승 헌터와 함께 훈련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권영현은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말고 멈칫했다.
오늘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말을 들었던 것이다.
“그래. 잘 생각했다. A급 헌터라고 만족하고 멈추면 쇠퇴할 뿐.”
“그,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최연승 헌터와 인맥을 두텁게 다지는 건 좋은 일이다. 따지고 보면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대선배격 되는 헌터 아니냐.”
‘최연승 헌터께서는 이런 말 들으면 화내실 것 같은데.’
겉모습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따지고 보면 최연승의 세대는 1세대 헌터였다.
같이 뛰던 헌터들 중 대다수가 다 은퇴한 상태인 것이다.
권영현은 칭찬이라고 말하는 거였지만 최연승은 질색할 가능성이…
“영승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시대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어. 헌터의 힘 하나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권영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예전처럼 강한 헌터 한 명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었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각종 분야들은 잘게 쪼개지고 복잡하게 나눠져서, 개인의 힘으로는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이번에 펠레자가 승리해서 한국 쪽 클랜들에게 방어구 관련을 전부 차단해버렸다면?
A급 헌터가 몇 명 있든 간에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차리고 대비해야 했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위치도 그렇고 전통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곳 아니었던가.
“알겠습니다.”
* * *
‘그래도 그렇지 너무 과장이 심하신 것 같은데.’
권영승은 그렇게 생각하며 최연승이 머무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대저택으로 향했다.
원래는 황경룡의 저택이었지만 최연승이 대신 머무르고 있는 곳.
사실 권영승 성격에 최연승과 같이 훈련을 하면서 주말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감사인사도 하긴 해야 하니까.’
권영승은 한국에서 사온 선물을 품에 안고 걸어갔다.
이걸 바치면 좀 훈련을 덜 시키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속셈이었다.
“권영승 헌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경호원들이 권영승의 얼굴을 알아보고 안쪽으로 안내해줬다.
한국에서도 제법 대저택들이 많았지만 역시 미국의 대저택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부지 하나를 통째로 쓴 것 같은 거대한 규모.
이쯤이면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헛! 핫! 흐앗!”
“악! 으악! 살살 때려 이 미친 자식아!”
‘최연승 헌터 밑에 있는 헌터들인가?’
얼굴을 본 적 있는 무공 사용자들이 저택 구석에서 훈련하고 있는 걸 보며 권영승은 신기해했다.
“…???!?”
그러다가 권영승은 기겁했다.
저택 건물 앞에 웬 헌터들이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뭐… 뭡니까?”
“아. 신경 쓰지 마십시오. 며칠 전부터 많이들 찾아오고 있습니다.”
경호원들은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펠레자가 사실상 탈락하고 나서, 세계의 대형 클랜들이 가장 먼저 한 건 최연승의 거처에 찾아와서 대가리를 박는 일이었다.
“최연승 헌터!! 제발 한 번만 얼굴을 뵙게 해주십시오!!”
“최연승 헌터! 사실 제 조모께서는 한국인이십니다! 그걸 봐서라도 한 번만!”
“……”
권영승은 경악했다.
몇몇 헌터들은 권영승이 이름을 알 정도로 대형 클랜이었던 것이다.
그런 곳의 클랜장들이 저렇게 굴욕적으로 굴고 있다고?
“아. 왔나? 저번에는 일이 있다면서?”
최연승은 손수 문을 열어주면서 권영승을 맞이했다.
권영승은 급히 말했다.
“일이 취소되어서 훈련을 하러 이렇게 왔습니다.”
“오… 잘 생각했다. 하긴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강해지는 게 더 즐겁지? 너도 이제 좀 재미를 느낀 모양이구나.”
“……”
권영승은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질적으로 다른 공포!
“그, 그런데 저 밖에 분들은…?”
“저 사람들?”
최연승은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계약 파기했다가 저러는 거지.”
모든 클랜들이 다 와서 대가리를 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일찍 일어나는 새는 있는 법.
펠레자가 발표하고 나서 대놓고 펠레자의 편에 서겠다며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에 계약 파기를 선언한 클랜들이 그랬다.
간을 보면서 ‘아 갈아타야 하나?’고민하고 있던 클랜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먼저 갈아탄 클랜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펠레자만 믿고 준비를 끝냈는데 이러면 어쩌란 말인가!
“최연승 헌터!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얼굴을 뵙게 해주십시오!”
“어… 물량을 공급 안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아니지.”
최연승은 고개를 저었다.
저기 있는 클랜장들은 최연승이 배신에 분노해서 앞으로 물량이고 뭐고 공급 안 할 거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연승은 별 생각이 없었다.
배신감은 애초에 기대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었고…
최연승은 세계의 클랜들에게 정말 아무런 기대도 없었던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놈들인데 뭘 새삼.’
“예? 보복 안 하실 거면 그걸 말해주시면 되잖습니까?”
“말했는데 안 믿더라고.”
“……”
권영승은 경악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나중에 계약서 보여주면 그 때는 믿겠지. 그건 알아서 할 일이고… 자. 훈련하러 왔다고 했지?”
최연승은 흐뭇하게 웃었다. 권영승은 오싹해져서 순간 뒷걸음질쳤다.
누군가 제발 도…
“회장님. 라이덴 쪽 임원이 찾아왔습니다. 꼭 회장님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
최연승은 매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도 방해받았는데 또?
“아, 아니. 이건 들어야죠!”
권영승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라이덴 쪽 임원이라면 경쟁사인데 매우 중요한 제안 아닌가!
“설마 훈련 받기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지?”
“그걸 어ㄸ… 아니, 아닙니다! 중요한 제안 같아서…”
“알겠다. 만나보고 이야기하지.”
최연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짓했다. 그 모습에 권영승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