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다른 권속들도 많이 왔다면서? 헌터들이 꼭 많이 온다고 좋은 건 아니잖나.”
A급 헌터가 여럿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지는 않았다.
가끔은 서로 충돌해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었다.
지금 다른 성좌들의 권속들도 일링가르스를 잡기 위해 모여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러면 A급~B급 헌터들이 여럿 있을 텐데 굳이 최연승까지 끼어야 하나 싶었다.
‘경험적으로 이런 자리는 사람 속을 터지게 하는 자리지.’
최연승은 벌써 기업 회장에 걸맞은 직감을 갖고 있었다.
괜히 나중에 귀찮게 될 자리에는 미리 발을 빼는 기술.
황경룡이 봤다면 ‘그래 그거면 된 거다’하고 감탄을 했을 것이다.
‘…?’
천사 성좌의 부탁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이런 부탁을 할 성좌가 아니지 않나?’
선한 성좌들 중에서도 천사 성좌는 상당히 고집이 세고 타협을 모르는 성격이었다.
최연승이 빠지고 싶어하면 ‘그래 꺼져라 필멸자야’한 다음 알아서 처리할 성좌 아닌가?
[지금 자기 권속은 주변에 없는데, 다른 성좌들의 권속은 믿기 힘들다고 가 말합니다.] [이 황당해합니다.] [이 어이없어합니다.] [가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천사 성좌의 진심을 들은 선신 성좌들이 단체로 어이없어했다.
물론 지금 저기 있는 저 인간이 최근 인간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최연승 한 명 없다고 이번 일이 막히거나 실패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다른 성좌들의 권속들을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그, 그렇군.”
최연승도 살짝 황당해서 말을 더듬었다.
“알겠다. 일단 대기하고 있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말하던 최연승은 반대편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정원욱 헌터? 오랜만이군.”
“…켁.”
정원욱의 뒤를 따르고 있던 클랜의 헌터들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클랜장께서 ‘켁’이라고 하신 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여… 여기는 무슨 일로?”
“무슨 일로 왔냐니. 펠레자에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어비스에 파다하잖나.”
최연승의 대답에 금혈어 클랜 헌터들은 살짝 감동 받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경쟁 기업인데도 인도적인 목적으로 도우러 오신 겁니까?”
“대단하십니다!”
“낯간지럽게 칭찬할 것 없다.”
최연승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넘어갔다. 그 태도가 더욱 헌터들을 감동시킨 모양이었다.
…물론 정원욱은 별로 즐겁지 않았다.
‘이런 멍청한 놈들. 지금 네놈들이 다른 헌터 보고 감동할 때냐?’
최연승은 펠레자가 망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지만 일단 금혈어 클랜은 펠레자한테 돈을 받은 상황이었다.
제대로 방어를 해내지 못하면 나중에 소송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들어갈 생각인가?”
최연승의 질문에 정원욱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들어갈 수 없소.”
“어째서지?”
“…의견이 아직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오.”
정원욱은 말하면서 자기도 좀 민망했는지 시선을 살짝 피했다.
최연승을 따라 온 화산파 헌터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말했다.
“이봐. 저게 무슨 소리지? 지금 당장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인질을 잡혔어도 그렇지 저게 말이 돼?”
헌터들의 반응에, 클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이리스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 헌터들이 많이 모였으니까. 누가 어디를 맡을지… 다투고 있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요.”
“예, 예전에 당에서 나온 간부들끼리 다퉜던 것처럼…”
“아!”
“그런 거구나!”
아이리스의 눈높이 비유에 헌터들은 바로 납득했다.
아하!
최연승은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A급 헌터 정도면 강하게 말해도 되지 않나? 그냥 강하게 말해서 전권을 잡아 오지?”
“……”
정원욱은 최연승의 말에 새삼 신기해했다.
‘이 사람, 용케 기업을 운영하고 있군…’
그 눈빛에 화산파 헌터들이 소곤거렸다.
“저 사람 뭔진 모르겠지만 회장님을 얕보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정원욱은 화산파 헌터들의 말에 사레가 들려서 헛기침을 했다.
“오, 오해요. 오해.”
“그런 반응을 보이니까 별 생각 없다가도 좀 수상하긴 하군.”
* * *
언제 어디서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의견 다툼이 있었다.
지금 도심 한가운데에 몬스터가 침입한 긴급상황인데도 이런 다툼을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당사자들은 매우 진지했다.
“이건 클랜이 책임을 져야지! 시내 쪽에 있던 건 가브로보 클랜이잖아!”
“하! 헛소리도 이쯤이면 예술이군. 몬스터가 하늘에서 솟아나기라도 했나? 외곽을 제대로 못 지켰으니까 나온 거겠지! 방향을 봤을 때는 클랜이 책임을 져야 해!”
현장에 있던 헌터 클랜들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두고 격렬하게 다퉜다.
펠레자 쪽 담당자는 초조한 표정으로 말리려고 들었다.
“여러분, 지금 상황을…”
“아. 조금만 기다려보십시오! 저 놈들이 억지를 부리지 않습니까!”
“여러분! 밖에서 다른 헌터들께서 도와주러 오셨잖습니까. 제발 합류해서 상황부터 수습해주십시오!”
본부장, 가르너가 결국 달려와야 했다.
펠레자 쪽 임원까지 오자 싸우던 헌터들도 일단 한 걸음 물러섰다.
“자. 들어오십시오.”
쿠바 출신 A급 헌터 아르마스 가르시아.
의 권속인 A급 헌터 조셉 그랜트.
한국 3대 클랜 중 하나인 의 클랜장인 A급 헌터 정원욱.
거기에 B급 이상 헌터들까지 다수 참가했다.
저번 중국 쪽 서부 대이변에 참가했던 헌터들 라인업을 생각해보면, 지금 습격에 얼마나 많은 헌터들이 찾아온 건지 알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왔지?’
‘정원욱 헌터야 계약했다지만 다른 놈들은 계약도 안 했을 텐데? 펠레자가 그 사이에 돈을 썼나?’
‘미친놈들. 그런 곳에 돈을 쓰지 말고 다른 곳에 돈을 써야지.’
정원욱은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여기 있는 A급 헌터들 중 펠레자와 직접 계약을 한 건 정원욱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정원욱이 입을 열어야 했다.
“괜찮다면 내가 지시를 내려도 되겠소?”
“미안합니다. 정원욱 헌터. 다른 클랜장의 말을 들었다가는 주주들이 화를 낼 거요.”
“우리 쪽 헌터들이 원래 성질이 더럽고 이기적이어서 다른 클랜장의 명령은…”
‘개새끼들. 기대도 안 했다.’
정원욱은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말 꺼내자마자 ‘안 되겠는데?’하고 어깃장을 놓는 다른 클랜 헌터들!
다른 A급 헌터인 아르마스와 조셉이 정원욱이 안쓰럽다는 듯이 혀를 쯧쯧 찼다.
‘다른 클랜들이 말을 들을 리가 없지.’
‘인질들은 죽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질들 죽은 다음 진입해서 일링가르스라는 몬스터 놈을 잡는다.’
여기 온 헌터들은 회사 쪽 임원이나 시민들을 돕기 위해서 온 게 아니었다.
각자 성좌들에게 명령을 받고 일링가르스가 악신 성좌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찾아온 것이다.
그런 만큼 정원욱 같은 펠레자 쪽에게 책임이 있는 헌터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뒤지든 말든…
“그러면 최소한 구역이라도 나눠서 서로 계획을 공유하는 건 어떻소?”
“음. 나쁘지 않지만 구역은 어떻게?”
“무작위로 정합시다.”
“그건 좀… 나중에 펠레자 쪽에서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각 클랜을 대표해서 나온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일을 피했다.
명령권을 넘기는 건 싫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생각도 없다!
왜냐하면 괜히 나섰다가 인질이라도 죽거나 피해가 더 발생하면 책임을 질 수 있으니까.
그냥 이렇게 뭉개다가 남탓하면서 빠져나가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환장하겠군 진짜.’
정원욱은 그냥 허리춤에 찬 검을 휘두르고 싶어졌다.
하지만 정원욱도 1세대 때부터 한국에서 단련된 헌터.
이런 일에 대한 인내심은 이 중에서 가장 강했다.
‘나를 얕보지 마라. 이 외국인 놈들아.’
정원욱은 끈기 있게 처음부터 설득에 나섰다.
옛날 옛적 만났던 공무원과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여기 있는 클랜장들은 애송이에 불과했다.
나중에 책임을 더 크게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지금 나서면 변명할 거리가 생긴다, 펠레자가 속이 좁고 치졸한 놈인 만큼 붙잡고 늘어질 수도 있다 등등.
정원욱의 진심 어린 설득에 클랜장들은 슬슬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성좌의 권속인 헌터들이 일제히 눈을 크게 떴다.
“뭐? 최연승 헌터가 안으로 돌입했다고??”
“…?!”
* * *
보너팬트를 내놓으라고 했다!
“모, 모릅니다! 여기 없어요! 지구에 있어요!”
거짓말하지 마라!
“진짜 모릅니다! 으헝헝!”
일링가르스는 거대한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뿜어내는 살기는 그 호랑이의 수백 배에 달했다.
지하를 뚫고 올라온 다른 몬스터들이 건물들을 박살내고 주변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이, 일링가르스는 영리하게 펠레자의 직원들을 노린 것이다.
나를 얕보지 마라. 관계없는 자의 피를 보고 싶지 않아서 참고 있지만… 계속 나를 도발했다가는 나도 참지 않을 것이다. 불러와라! 죽고 싶지 않다면!
“저, 저희가 무슨 짓을 해도 오지 않을 겁니다. 들어주십시오!”
펠레자의 뛰어난 직원들은 정말 필사적인 설명으로 일링가르스를 설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다른 책임자가 있을 것이다. 말해라! 누가 지위가 높은 놈이냐!
일링가르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링가르스의 땅에 들어와서 멋대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땅을 더럽힌 자들이 있을 것 아닌가.
명령을 내린 자가 하나도 없을 리는 없었다.
“…어. 여, 여기 오오모리 이사님이… 라이덴 임원이신데.”
“이, 이보게!!”
“여기 바이어 이사님도 계십니다!”
“내가 추진한 계획이 아닌…”
크르릉!
일링가르스는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 모습에 임원들은 공포에 떨었다.
* * *
“상황이 안 좋은데.”
최연승이 중얼거리자, 최연승을 따라온 화산파 헌터들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말했다.
“에이. 회장님께서는 이런 상황의 전문가 아니십니까?”
“뭔 전문가? …잠깐. 너희 설마 저번에 내가 드워프들 말렸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최연승은 헌터들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순간 당황했다.
표정을 보니 농담하는 게 아니라 매우 진지했던 것이다.
“그 때 성난 드워프들을 말리고 사람들을 구해내셨잖습니까?”
“…그건 상황이 다르지. 그리고 그 드워프들은 의외로 대화가 통하는 놈들이었다고.”
하늘망치부족의 드워프들은 솔직히 대다수의 인간들보다 더 이야기가 잘 통하는 상대였다.
알란드 사(社)가 진짜 계약서로 사기를 치고 개수작을 부려서 그렇지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선량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일링가르스 같은 몬스터들은 훨씬 더 난폭한 놈들.
게다가 드워프들보다 더 강한 만큼 쉽게 제압하기도 힘들었다.
-최연승 헌터?
-무슨 일이지?
정원욱에게서 연락이 왔다. 최연승은 좋은 소식인가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말없이 먼저 들어간 건 위험한 짓이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최연승 헌터가 뒤집어 쓸 수도 있는데…
-그거 말해주려고 연락했나?
-아, 아니오. 펠레자 쪽에서 연락이 왔소.
-오.
최연승은 반가워했다.
펠레자 쪽에서 얼마나 양보할지는 몰라도, 몬스터를 달랠 수 있다면 환영이었다.
-협상은 없다고… 했소. 사상자가 얼마나 나오든 제압해달라고…
-혹시 실례지만 정신이 나갔나?
-…나… 나는 그냥 전한 것이오. 오해하지 마시오.
정원욱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최연승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알겠으니 끊도록.
-지금 헌터들이 진입하고 싶어하는데 괜찮겠소?
-내가 말하기 전까지 멋대로 들어오는 놈 있으면 그 놈부터 저 몬스터의 먹잇감으로 던져주지.
최연승은 연락을 끊은 다음 일링가르스에게 말을 걸었다.
“일링가르스!”
…뭐냐!?!?
일링가르스는 기겁해서 고개를 들었다.
침입자가 여기 앞까지 왔는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