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다른 나라에서 온 헌터들의 소식을 대충 들은 최연승은 혀를 차며 말했다.
“경쟁이 붙었군. 클랜들끼리 경쟁해서 좋을 게 없는데…”
충분히 깰 수 있는 던전도 다른 헌터들끼리 욕심을 내서 경쟁이 붙으면 사고가 나왔다.
요즘은 많이 나아진 편이었지만 최연승이 뛰던 때만 해도 규칙도 법률도 덜 만들어진 때라 경쟁이 치열했다.
심심하면 던전에서 A 클랜과 B 클랜이 서로 찔렀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던 시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방해가 되면 제가 치워버릴게요.”
‘네가 걱정이야.’
최연승은 한세하한테 그렇게 말하려다가 시무룩해질 것 같아서 참았다.
그리고 사실 저런 건 한세하만 특별히 과격한 게 아니었다.
“이런 도둑놈의 새끼들 같으니!”
“하여간 믿을 놈들 하나 없다니까. 그냥 밀어버리죠. 어차피 전력으로만 치면 저희가 최강 아닙니까!”
이카로스 클랜의 헌터들도 입을 모아 외쳤다.
물론 다른 나라 헌터들도 속았다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자기들이 공략하려고 했던 던전에 끼어들었다는 것!
그 사실만이 중요했던 것이다.
러시아 정부한테 속은 건 천사 성좌가 따질 일이고, 지금 중요한 건 던전과 이득이었다.
“아주 훌륭하군. 헌터라면 무릇 그래야지.”
“…이 러시아인은 그리고 왜 여기 있는 거죠?”
헌터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보리스를 쳐다보았다.
최연승과 관련 있는 헌터들만 앉아 있는 호텔 라운지에 너무 당당하게 앉아 있어서 순간 같은 클랜 출신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보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최연승 헌터가 엮여 있는 걸 알았다면 내가 미리 말해줬을 텐데… 이거 미안하게 됐군. 그래서 한 가지 조언을 하고 싶은데. 던전에는 절대 먼저 들어가지 말게.”
“……”
“……”
자리에 모여 있던 헌터들은 늙은이의 말에 의아해했다.
저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노망 온 거… 아닌가?”
“하긴 천샤이치 헌터의 경우를 보면 가능성 있긴 하지.”
보리스는 불경스럽게 떠드는 젊은 헌터들을 노려보았다.
* * *
“어우. 더럽게 춥군.”
“러시아인들은 여기서 뭘 하고 사는 거야?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소문을 들어보니까 이 만든 술들이 여기 좀 흘러온다던데.”
평소라면 절대 올 일 없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온 이카로스 클랜의 헌터들은 볼 거 없는 심심한 도시 모습에 투덜거렸다.
그나마 의 땅이 가까워서 성좌가 만든 술이 가끔 흘러온다는 말은 솔깃했지만…
“진짜 기다려도 되는 거 맞나?”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하셨으니까 맞는 거겠지. 회장님께서 틀린 말 하시겠냐.”
“너 웃긴 놈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회장님 붙였다고?”
“저번에 펠레자 회사 탈탈 털어먹는 거 보고 깨달았지. 이 사람은 경영의 신이구나!”
‘저 자식 저걸로 얼마나 번 거야?’
최연승을 찬양하는 동료의 모습에 다른 헌터들은 부러워했다.
솔직히 펠레자가 다른 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첨단소재 시장을 잡아버리겠다고 나섰을 때 다들 ‘야 이거 망하는 거 아니겠지? 다른 클랜 알아봐야 하나?’하고 수군거렸던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반대로 걸었던 헌터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꼭 회장 자리에 앉아서 하는 말이 아니고, 최연승 헌터의 판단은 틀린 적이 없긴 해.”
“어비스 레이드도 저번에 성공시켰잖아. S급 찍는다는 소문이 아무한테나 붙는 게 아니지.”
“슈나이더가 자기가 따라잡는다고 하는 게 진심이냐?”
“안토니? 그 자식은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걸.”
헌터들은 기다리는 동안 떠들면서 시간을 때웠다.
보리스의 말을 들은 최연승이 공략을 한 템포 늦추고 정보를 모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말을 한 게 최연승이 아니었다면 다들 반발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이 말하자, 이카로스 클랜의 헌터들은 ‘무언가 생각이 있나보다’라고 받아들였다.
단순히 지위나 권력 때문이 아니었다.
최근 최연승이 세운 업적에는 그만한 위엄이 있었다.
“휘태커. 왜 그래?”
이카로스 클랜의 힐러 역할을 맡고 있는 헌터, 휘태커가 죽상을 하고 있자 다른 헌터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휘태커가 돈 밝히고 이기적으로 구는 새끼긴 했지만 일단 클랜의 힐러 아닌가.
예의상 물어봐주긴 해야 했다.
“…저 러시아 헌터 있잖아.”
“아. 일레야 프세… 뭐시기?”
“일레야 프세볼… 뭐시기. 저 헌터가 왜?”
같은 클랜 소속인 만큼 헌터들이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일레야 같은 경우에는 실전 위주로 뛰는 클랜 1팀 소속인 만큼 같이 싸워 본 헌터들도 여럿이었다.
“저번에 어비스에서 날 죽이려고 했다고!”
휘태커는 일레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어비스 기계룡 레이드.
휘태커도 이카로스 클랜인 만큼 그 때 참가했었다.
하지만 최연승을 믿고 따르던 다른 헌터들과 달리 휘태커는 ‘아 이게 되나? 정말 되나?’하며 반신반의했었다.
여차하면 튈 생각도 했을 정도로.
그 때 휘태커는 일레야에게 협박을 당했다.
정확히는 일레야가 섬기는 성좌에게.
목숨을 다해서 레이드를 성공시켜라. 실패하면 널 죽이겠다!
그 때야 워낙 정신이 없었지만 끝나고 나서는 제정신이 돌아왔다.
휘태커는 당연히 동료들과 윗선에 보고를 했지만…
“또 그 소리야? 휘태커. 그건 네가 잘못한 거라니까. 너 혼자 튀려고 했었다면서.”
“아니라니까!”
“안 그러면 그런 협박을 받았겠냐? 아마 저 프세볼뭐시기 헌터가 섬기는 성좌가 니 하는 짓거리 보고 열이 받았겠지.”
“맞는 말이야. 자기 권속이 죽을 수도 있는데 후퇴하려고 하다니.”
“멍청한 놈들아! 날 믿어야 한다고!”
휘태커는 답답하다는 듯이 외쳤지만 동료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평소 행실이 너무나 차이 났던 것이다.
한쪽은 돈에 미친 이기적인 놈이었고, 다른 한쪽은 평소 대화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레이드 뛰면 나름 자기 몫 해가면서 성실하게 싸우는 헌터였다.
아무리 봐도 한쪽이 개짓거리하다가 걸려서 다른 한쪽을 음해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 진짜 옹졸하네. 너 자꾸 그러면 정식으로 클랜에 신고하는 수가 있어. 너 지금 러시아 클랜들이 사기쳤다고 그걸로 엮어가려는 거지? 같은 러시아 출신이라고?”
“이런 비열한 자식을 봤나.”
“아니라니까…!”
동료들이 떠나가는 걸 보며 휘태커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쳤다.
‘제기랄, 저번에 내기로 적당히 땄어야 했어!’
저번에 잃어줬으면 이렇게까지 안 믿지는 않았을 텐데!
그 때 일레야가 지나갔다.
일레야는 휘태커를 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비웃음처럼 보이는 웃음이었다.
“…!!”
휘태커는 등골에 소름이 쫙 돋는 걸 느꼈다.
‘저… 저거…’
이제까지 휘태커는 일레야를 그냥 러시아 출신의, 사회경험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한참 어린 애송이로 생각했었다.
일레야 뒤에 있는 성좌가 무서웠던 거지 일레야 본인까지 무서워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저 웃음을 보니 절대로 그렇게 생각이 되지 않았다.
본능적인 두려움!
‘뭐하는 자식이야…??’
* * *
“초르트 던전은 마력량으로 측정하면 A급 정도일세. 그런데도 몇 차례 도전에 실패했지. 정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인지 알겠나?”
“던전의 초반부와 후반부가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
러시아 정부가 양아치 짓을 했어도 정보까지 숨기진 않았다.
정말 그런 정보까지 숨겼다가는 칼부림나도 이상하지 않는 것이다.
최연승도 관련 정보는 다 전해서 받았었다.
초반부에는 약한 몬스터들이 나오다가 후반부부터는 급격하게 강해진 몬스터들이 나오는 던전.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헌터들이 공략에 실패한 건, 던전의 환경이 헌터들을 빠르게 지치게 만들고 몬스터들이 너무 예상 밖으로 빠르게 강해진 탓에 방심한 러시아 헌터들이 쓰러진 것이었다.
“분석은 그렇지. 이건 내 생각인데… 던전 깊숙한 곳에 몽마가 있는 것 같아.”
“…?!”
“그게 무슨 소리지?”
“기술이고 분석이고 다 엿이나 먹으라고 하게. 내게는 감이 있어. 그렇게 쟁쟁한 헌터들이 연속으로 실수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콜록, 콜록.”
“천천히 말해도 되네.”
“내 생각에는 몽마, 아니면 몽마처럼 힘을 빨아들이는 몬스터가 있는 게 분명해. 헌터들은 본 적이 없다지만…”
‘몽마가 있으면 골치 아파지는데.’
최연승은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에너지 드레인 계열 스킬들을 갖고 있는 몬스터들은 그 레벨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남의 힘을 흡수해서 강해지는 몬스터들!
하물며 던전처럼 자기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곳에서는 더욱 더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몽마 같은 경우에는 최면 같은 환각 계열 마법에 능했다.
-혹시 가 꾀어낼 수는 없나?
[가 해보긴 하겠지만, 모든 몽마가 자신을 섬기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하긴 그렇겠지.’
조종자 성좌를 섬기는 몽마들이 있다면 그런 규칙 따위는 필요 없다고 뛰쳐나가서 멋대로 사는 몽마들도 당연히 있으리라.
조종자 성좌는 안 그래도 욕망을 절제하라고 가르치는 성좌에 가까웠으니…
“내가 왜 기다리라고 했는지 알겠나? 몽마 같은 놈이 있다면 괜히 많이 데리고 들어갈 필요가 없어. 빠릿빠릿한 놈들 몇 명이면 충분하지. 게다가 이번에 다른 나라에서 온 헌터들도 있잖나. 기다리면 그 놈들이 좋은 먹잇감이 되어줄 테지.”
몽마들은 상대의 욕망을 먹을 만큼 먹고 나면 그걸 소화시키느라 방심하고 풀어지게 됐다.
A급 던전인 만큼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초일류 헌터들을 동원했으니 좋은 먹잇감이 되리라.
“그런가. 경고해줘야겠군.”
“…농담하는 건가?!”
보리스는 깜짝 놀랐다.
믿기지 않는 말이었던 것이다.
중국놈들이나 일본놈들이나 둘 다 뭐하러 도와준단 말인가?!
“농담이 아닌데.”
“못 본 사이 자네도 엄청나게 물러졌군…!”
“……”
사실 최연승이 이러는 건, 이게 더 편하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경고해줘도 안 듣는다->나중에 문제 생김->최연승의 발언권은 더욱 올라간다!
그냥 구해주는 것보다 이렇게 생색낼 거 다 내고 구해주는 게 나중에 뒤처리 과정에서 훨씬 더 목소리 내기 좋았다.
“믿기질 않는군. 어떻게 중국놈들이나 일본놈들에게…”
“나중에 경고했다고 생색을 낼 수 있지.”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었군. 예전부터 난 자네가 나 못지않게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네.”
“?”
최연승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 놈한테는 내가 어떻게 보였던 거지?’
* * *
클랜 소속의 A급 헌터, 나카오 코헤이는 먼저 도착한 헌터들과 공무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크게 당황했다.
“경쟁이 붙었단 말입니까?”
“예.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먼저 들어가야 합니다. 머뭇거릴 틈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 쪽이나 천사 성좌 쪽 헌터들과는 협조를 구합시다.”
나카오 헌터는 당황스러웠지만 현실감각을 잃지 않았다.
최소한 몇 가지 협약을 맺고 경쟁을 하는 것과, 아무 것도 없이 경쟁을 하는 건 어마어마한 차이가 났다.
던전 안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최소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중국 헌터들이야 못 믿는다지만, 최연승이나 아멜리아 같은 A급 헌터들은 이미 몇몇 사례로 증명이 된 믿음직스러운 A급 헌터들이었다.
“저, 그게…”
“?”
일본 헌터들은 해외에 나갈 때 방위성의 헌터관리청 소속 공무원들과 함께했다.
해외에서 각종 외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나서서 듬직하게 해결해준다!
…가 홍보 문구였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헌터들이 뭘 할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말을 하고 정부에 보고한 다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 헌터들도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제도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원래 한 번 만들어진 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 법.
나카오 헌터는 다시 한 번 사무관을 재촉했다.
“빨리 위에 보고를 올려서 청장님의 허가를 받아주십시오.”
“그, 그게… 지금 청장님께서는 휴가를 가셔서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차장님께 허가를 받아주십시오.”
“그, 그게… 원칙적으로 A급 헌터가 포함된 공격대는 청장님께서 직접 도장을 찍어주셔야 합니다.”
“……”
일본 헌터들은 슬슬 사무관의 말뜻을 깨닫고 경악했다.
그러니까 지금 도장 찍어줄 사람 없다고 그냥 빨리 들어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