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16)
416화
“정… 정신나간 거 아닌가?”
B급 헌터 한 명이 소곤거렸지만 사무관은 못 들은 척했다.
헌터들의 주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규칙을 깰 수는 없었다.
헌터 놈들이야 레이드 한 번으로 천문학적인 거금을 번다지만 일이 꼬일 때 책임지는 건 그 같은 공무원들.
헌터들이 멋대로 주장한다고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청장님께 연락을 넣어주십시오! 아무리 휴가를 갔다지만 연락할 수단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나카오 헌터.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규정상 긴급 상황에 포함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A급 헌터가 포함된 공격대에, 다른 공격대에도 A급 헌터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협력 하나 하겠다고 연락드릴 수는 없습니다.”
한세하였다면 사무관의 턱을 한 대 날려줬겠지만 불행히도 나카오 코헤이는 한세하가 아니었다.
그는 속으로 사무관을 욕하고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협조는 넘어가도록 하지요. 어차피 공략만 성공하면 되는 문제니까…”
“……”
헌터들이 노려봤지만 사무관은 꿋꿋하게 버텼다.
태도는 주눅이 들어도 ‘니들이 노려보면 어쩔 거냐?’하는 쓸데없는 긍지가 엿보였다.
‘공무원 새끼들 진짜 도쿄 만에 던져 넣어야 한다니까.’
‘더러워져서 안 돼.’
“저. 나카오 님.”
“?”
“한국 헌터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러시아 쪽 정보에는 없지만, 던전에 몽마 계열의 에너지 드레인 몬스터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
나카오 코헤이는 깜짝 놀랐다.
헌터들은 무적이 아니었다.
헌터들의 레이드 성공률이 올라간 것은 헌터들이 강해져서도 있었지만, 인류의 지식과 장비가 그만큼 좋아져서도 있었다.
나타난 몬스터들과 던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한 뒤 그 공략법을 만들어낸다!
어비스의 종족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수십억 인류의 지혜였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과 장비도 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즉 에너지 드레인 계열의 몬스터가 나왔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에너지 드레인 대비 아티팩트가 필요합니다! 도지기리를…”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건 일본의 국보입니다!”
게이트 이후 던전에서 새로 나타난 아티팩트가 있고, 원래 있던 역사적인 보물이 아티팩트로 변한 경우가 있었다.
일본도 중 하나인 도지기리는 후자였다.
강력한 아티팩트긴 했지만 당연히 A급 헌터라고 멋대로 꺼낼 수는 없었다.
“에너지 드레인 몬스터가 있다지 않습니까! 도지기리는 공격대 전원에게 버프를 주고도 남는 아티팩트라 꼭 필요합니다!”
“공식 정보도 없는데 도지기리를 멋대로 꺼냈다가는 그 책임을 누가 지라고요!? 절대 안 됩니다!”
‘환장하겠다!’
나카오 코헤이는 열불이 터졌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건 저 사무관을 논리로 이기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지금 공식으로 확인된 정보는 하나도 없었으니까.
“한국 헌터들이 준 정보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압니까? 한국 헌터들은 심지어 지금 경쟁자 아닙니까?”
“최연승 헌터는 그럴 헌터가 아닙니다.”
나카오 코헤이의 말에 사무관은 순간 비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카오 코헤이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나카오 헌터. 실례지만… 너무 순수한 생각 같습니다. 국제관계에서 믿을 수 있는 상대는 아무도 없습니다. 레이드만 하셔서 이런 부분에서는 경험이 부족하신 것 같은데, 제게 맡겨주십시오.”
“저 새끼가 진짜 뚫린 입이라고…!”
“참아!”
참다못한 클랜의 헌터 한 명이 주먹을 날리려고 하자 다른 헌터들이 말렸다.
아무리 그래도 방위성 공무원인데 주먹을 날리면 일이 커지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정말 지랄맞게 괴롭힐 수 있는 게 저 공무원들!
“…알겠습니다. 클랜이 갖고 있는 다른 아티팩트들을 갖고 들어가도록 하지요.”
“예. 잘 생각하셨습니다.”
분위기가 싸늘했지만 사무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국 헌터들이 연락을?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무시하도록!”
중국 공무원은 좀 더 화끈하게 대응했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공무원이 강력한 건 비슷했지만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중국 공무원은 헌터와 헌터의 가족들을 영원히 치워버릴 수 있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국 공산당의 당중앙헌터위원회.
그 위원회의 국제검사부에서 나온 서기관은 말이 공무원이었지 당의 핵심 간부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A-급 헌터 마쥔은 서기관의 지시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긴장한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 조국은 혼란에 빠져있다! 북부전구가 점령당한 것도 치욕적인데 서부전구까지! 이는 모두 다 외세의 음모 때문이며, 동시에 이 음모를 막지 못한 헌터들 때문이다. 당에 진심으로 충성했다면 반란분자들이 나왔겠는가? 총서기께 진심으로 충성했다면 반란분자들이 나왔겠는가?”
‘슬슬 진지하게 망령 마려워지는데.’
‘미친놈들. 이러다가 목걸이도 채우겠다!’
마쥔을 포함한 클랜 헌터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최근 S급 몬스터의 난동부터 시작해서 웬 미치광이 성좌의 등장으로 서부 지역까지 자연 그대로 돌아가 버린 중국.
이런 혼란과 재해가 닥쳐오면 당연히 불만은 치솟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했다.
그래서 중국은 헌터들을 조졌다.
위의 당 간부들이 책임을 질 수는 없었으니까!
“자! 다 같이 구호를 외치겠다!”
“충성충성충성!”
고통스러운 대화가 끝나고 중국 헌터들은 조심스럽게 마쥔에게 말했다.
그나마 발언권 있는 건 A급 헌터인 마쥔밖에 없었으니까.
“정보가 뭔지 보기만 하면 안 됩니까? 공식적으로 참고만 안 하면 되잖습니까.”
“최연승 헌터가 연락한 거라면 허튼 정보는 아닐 것 같은데요…”
“…안 된다. 분명히 꼬투리를 잡힐 거다.”
“……”
“준비가 끝내는 대로 들어간다! 걱정할 거 없다. 그대로 공략을 성공하면 될 테니까.”
* * *
서로서로 환장하고 있는 동안, 최연승도 한 명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건 천사 성좌의 권속 일라파엘이었다.
“그러니까 공식적인 정보나 증거는 없지만… 에너지 드레인 계열 몬스터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니 조금 많이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그렇다.”
꼭 보리스의 말을 철썩 같이 믿어서만이 아니었다.
보리스의 말을 들은 최연승은 천칭의 여신과 함께 미래 예지를 시도했던 것이다.
그 결과 여신은 몽마까지는 보지 못했어도 에너지 드레인 계열의 몬스터가 있다는 징조는 확실하게 읽어냈다.
이 정도면 무조건 조심하는 게 맞았다.
…물론 자존심 강한 천사한테는 이 근거가 부족하게 들릴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 바로 납득하기 힘들겠지. 그래서…”
“받아들이지.”
“…음?”
“받아들인다고 했다.”
최연승은 살짝 놀랐다.
일라파엘이 믿지 않을 걸 예상하고 아예 따로 움직일 생각까지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이다니.
“잠깐.”
“왜 그러는 거지?” “무조건 안 받아들일 줄 알고 그쪽 전력은 빼고 계산을 했었단 말이지.”
“……”
일라파엘은 황당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최연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정말로 애초에 두고 갈 계산을 했던 게 분명했다.
“그냥 두고 가죠? 저희만으로도 전력 충분하잖아요.”
한세하가 옆에서 말했다.
최연승이 끌고 온 전력만 해도 A급 헌터가 세 명인 어마어마한 전력이었다.
일라파엘을 포함한 천사 성좌의 권속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이 정도면 충분히 깰 수 있었다.
“하지만 천사 성좌가 초대했는데 권속들을 두고 참가하면 그건 그것대로 좀… 그렇잖나.”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
일라파엘은 뭐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상대가 생명을 몇 번이나 구해줬는지 떠올려보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참을…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일라파엘 님이 참고 계시다니…!’
천사 성좌를 섬기는 다른 헌터들은 깜짝 놀랐다.
그 자존심 강하고 오만하던 일라파엘이 저런 말에도 화를 내지 않고 참다니.
저번에도 그랬지만 최연승 앞에만 서면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앞으로 일라파엘 님이 화를 내실 것 같으면 최연승 헌터를 불러야겠군!’
“…계획이 어떻게 되지?”
일라파엘은 애써 화제를 바꿨다.
“먼저 급하게 들어간 헌터들은 아마 포기하고 나오겠지. A급 헌터들이 포함된 공격대인 만큼 에너지 드레인 당해도 상황 판단은 할 수 있을 거다.”
러시아 헌터들도 몇 차례 던전을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 전적이 있었다.
그만큼 던전은 빠져나오는 난이도 자체는 쉬운 던전이었다.
“그 때쯤이면 상대가 배부르게 에너지 드레인을 했을 테니 소화를 시키기 위해 움직임이 둔해져 있겠지. 그 때 들어가서 친다.”
“과연…”
일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꼭 최연승에게 목숨의 은혜를 져서가 아니라, 최연승의 계획은 합리적이었다.
에너지 드레인 계열 몬스터들은 까다롭고 위험했지만 한 번 에너지를 포식하면 그걸 소화시키느라 무방비해지곤 했다.
상대가 약할 때를 치는 건 전술의 기본.
“포기하고 나오는 시간은 얼마나 예상하고 있지?”
“5일. 평균적으로 5일 정도면 포기하고 나오더군.”
“그렇군.”
그러나 최연승의 예상은 빗나갔다.
단 하루 만에 던전 안에서 구조 요청이 날아온 것이다.
그것도 단 한 명만이 빠져나와서!
* * *
“……”
“……”
던전은 따뜻한 열대 낙원 같은 곳이었다.
어디선가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던전.
그러나 들어온 A급 헌터들은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몬스터든 간에 배가 단단히 불렀을 거다.”
아멜리아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했다.
빠져나온 일본 헌터는 하루 만에 비쩍 마른 얼굴로 외쳤다.
-저… 저 말고 다른 헌터들이 전부 쓰러졌습니다…! 도와주십시오!
A급 헌터를 포함한 공격대가 몬스터와 싸움 한 번 없이 캠프에서 픽픽 쓰러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예상을 넘은 몬스터의 공격에 먼저 당한 게 분명했다.
이번에 이카로스 클랜에서 새 A급 헌터가 된 안토니는 아직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미친 공무원 놈들!”
“아직도 신경쓰고 있나?”
“그게 신경이 안 쓰이면 사람이 아니지…”
일본 쪽 공격대가 전투불능 상태에 빠지고, 그쪽 담당 사무관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달려왔을 때,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모두 다 그 사무관이 무릎을 꿇고 빌 줄 알았다.
-무슨 대가든 지불하겠습니다. 제발 저희나라의 헌터들을 구해주십시오!
같이 온 공무원인 만큼 그 정도는 절절하게 할 줄 알았던 것이다.
사무관은 무릎을 꿇긴 했다.
그 다음 대사가 조금 달라서 그렇지.
-제발 정보를 전달했다는 말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아주십시오. 이건 정부의 체면 문제입니다! 원하시는 게 있다면 교섭을…
-……
-…내 귀가 지금 잘못된 건가요? 어? 통역기 고장났나?
한세하도 당황할 정도로 허를 찌르는 사무관의 말.
당연히 사무관은 그대로 쫓겨났다.
일라파엘은 냉정하게 말했다.
“인간 헌터들을 구하는 것에 집착하지는 마라. 전멸했을 가능성도 높으니까. 우리 목표는 어디까지나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다.”
최연승은 무표정하게 일라파엘을 쳐다보았다.
지금 최연승은 소수정예로 던전에 들어온 상태였다.
괜히 여럿 데리고와봤자 상태만 악화되면 짐덩어리가 될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주기적으로 성좌의 감각으로 상대가 멀쩡한 상태인지 확인해 줄 필요가 있었다.
‘다들 아직 멀쩡하군.’
“…그렇지만 최연승. 네가 구하고 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일라파엘의 모습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이 천사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