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17)
417화
“그렇게까지 구할 생각은 없다만.”
최연승의 말은 진심이었다.
던전 안에 들어간 순간부터 헌터들은 위험을 각오한 셈이었다.
최연승은 나름 경고를 했고, 딱 거기까지가 최연승이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도울 수 있다면 도와주겠지만 억지로 도우려다가 레이드 자체가 틀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도와주지 않는다고 책임을 묻는 정신 나간 사람도 없었다.
만약 ‘같은 던전을 공략했는데 왜 도와주지 않았습니까?’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사람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리라.
‘구할 수 있으면 나쁘지 않지만 휘둘릴 필요는 없다.’
최연승이 성좌인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비교적 선행을 베풀 필요성이 있긴 했지만, 그건 지금 입장만으로도 충분히 생색을 낼 수 있었다.
다른 공격대가 전투불능 된 상태라서 뒤로 빠져도 상관이 없는데 오히려 입장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정말이냐?”
일라파엘은 최연승의 말에 오히려 당황한 표정이었다.
최연승이 무조건적으로 인간들을 구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려고 나름 준비까지 하고 있었는데…
“구해도 된다. 만약 나와 아멜리아가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거라면, 우린 정말로 괜찮다. 신경 쓰지 말도록.”
“아니, 정말 안 구해도 된다.”
“…구해도 된다니까!”
“??”
일라파엘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른 헌터들은 일라파엘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다.
왜 저러는 거야?
그 시선을 눈치 챈 일라파엘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괜히 나 때문에 행동을 삼가지 말라는 뜻이었다. 알겠나? 나는 주인님에게 전권을 위임받았으니 이 정도는 내 뜻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구하고 싶으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봐. 일라파엘. 그쪽이 천사라고 해서 어비스의 모든 천사 종족들이 위기에 빠지면 구하려고 하지는 않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다. 물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겠지만 기본적으로 내 목표는 레이드란 말이다.”
“……”
최연승의 진지한 말을 들은 일라파엘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
“잠깐.”
“?”
일라파엘이 뒤로 돌아서더니 울창한 야자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동시에 폭풍이 나무들을 찢어발기는 소리가 와장창 터져나왔다.
그리고 나서 일라파엘이 다시 나타났다.
일라파엘의 대리석 조각처럼 아름다웠던 얼굴은 수치심과 자괴감으로 얼룩져있었다.
“……”
어지간하면 눈치 없게 비아냥댔을 안토니였지만, 이번만은 일라파엘에게 압도당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속마음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천사들이 생각보다 되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소문과는 좀 다르군.’
소문만 들어보면 거의 인간을 벌레 취급하는 상급종족 느낌이었는데?
* * *
최연승은 한세하를 제외한 A급 헌터만으로 파티를 구성했다.
원래 A급 헌터가 혼자서 던전을 공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A급 헌터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A급 헌터가 던전에서 떨어지는 낙엽이라도 맞고 다치면 어쩐단 말인가.
당연히 A급 헌터를 커버해 줄 여러 헌터들로 공격대를 구성해서 들어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A급 헌터만으로 구성된 파티는 매우 특이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도 좋은 방법이라고 동의합니다.]몽마 같은 몬스터를 상대할 때 숫자는 많을 필요 없었다.
오히려 짐이 될 뿐.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당장 A급 헌터한테 ‘몬스터의 특성을 카운터칠 수 있도록 혼자서 들어가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정신이 나간 것인가?’란 대답을 들을 테니까.
A급 헌터도 사람인 만큼 몬스터 공략하자고 자기가 불리함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쪽에 흔적이 있군.”
“내가 앞장서겠다!”
“비켜라. 아멜리아. 내가 앞장설 테니.”
“됐고, 다들 비켜주지? 내가 누군지 아나? 이카로스 클랜에서…”
“……”
최연승이 이끄는 이 공격대는 달랐다.
A급 헌터들 전원이 최연승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따르는 공격대.
이건 농사짓는 오크들보다 희귀한 존재였다.
헌터들 본인이야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기절할 듯이 놀랐을 것이다.
아멜리아나 안토니 같은 A급 헌터들은 그렇다 쳐도 일라파엘 같은 오만한 천사까지 한낱 인간인 최연승의 말을 듣는다고??
대체 무슨 방법을 썼길래?
“이딴 걸로 다투지 마라.”
“그래. 내가 가면 되는 거다. 알겠냐?”
일라파엘은 아멜리아와 안토니한테 말하고 돌아서서 앞장을 서려고 했다.
물론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뭐하냐?”
“나한테 맡기려는 게 아니었…?”
“됐다. 내가 무공 사용자니까 내가 전방 탱커를 맡지.”
“……”
일라파엘은 입을 다물더니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뒤로 물러섰다.
이런 이상한 일들이 반복되자 최연승은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뭐지?
-저건 그거구나.
‘악신 성좌와 계약해서 내 뒤통수를 노리는 건가?’
-…아니지!
여신은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의심을 해도 어떻게 저런 황당한 의심을?
[이 아마 빚진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거라고 말합니다.]천사 종족들은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한 만큼, 자신이 받은 은혜에 민감했다.
그런데 일라파엘은 목숨을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빚진 상태.
그것도 만날 때마다 갚지는 못하고 계속 은혜만 쌓여가고 있었다.
-아마 지금 저 천사의 속마음은 매우 괴롭겠지.
-은혜를 신경 쓴다는 건 저번에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냥 내버려두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
-그러니까 그 정도 문제가 아니라니깐.
나태의 여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계자야. 만약에 네가 다른 성좌와 싸워서 승리를 거뒀는데 그 성좌가 어딘가로 도망가서 숨었으면 어떻게 할 것 같니?
-끝까지 쫓아가서 해치우겠지.
-지금 저 천사가 아마 그 정도의 기분일 거란다.
-…아니. 레이드에 집중을 안 하고? 천사가 저래도 되나?
-하려고 해도 저건 본능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레이드에 집중하려고 해도 어떻게든 은혜를 갚아서 빚을 조금이라도 털고 싶어하는 본능.
최연승은 귀찮았지만 레이드를 위해 협조하기로 했다.
“저런. 일라파엘. 훌륭하군! 흔적을 찾아내다니! 덕분에 레이드가 쉬워지겠어.”
“대단하군. 일라파엘! 마법을 전원한테 걸어주다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군.”
최연승의 영혼 없는 칭찬에 일라파엘은 감동 받는 대신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다.
일라파엘은 상처 받은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다가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에는 분함으로 인한 눈물이 그렁거렸다.
“……”
“……”
안토니와 아멜리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저렇게 빙 돌려서 조롱하다니!
“…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천사 종족들 무섭다는데 뒷감당 어쩌려고??”
“오해다.”
“일라파엘 님한테 너무한 것 아닌가? 최연승 헌터. 이건 좀…”
“오해라니까.”
“아니!”
일라파엘이 대화를 끊었다. 셋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일라파엘이 각오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오히려 좋다. 날 더 모욕해라.”
“……”
“……”
이번에는 안토니와 아멜리아가 일라파엘을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 볼 차례였다.
“내가 이제까지 했던 실수들을 생각해봤을 때… 이 조롱들은 지금 나한테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지. 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해. 최연승! 날 더 모욕해라!”
일라파엘은 이미 결심을 굳힌 뒤였다.
처음 최연승한테 저런 말을 들었을 때는 자존심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건 당연히 일라파엘이 받아야 할 시련이었다.
이제까지 그런 실수와 빚을 져놓고서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저 모욕은 일라파엘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적어도 일라파엘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으윽.”
일본의 A급 헌터, 나카오 코헤이는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는 낯익은 헌터들이 우르르 쓰러져 있었다.
“다들 정신…!”
말하려던 나카오 코헤이는 깜짝 놀랐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초심자 때 실수해서 온몸의 마력을 전부 썼을 때처럼!
‘이, 이게 대체?’
나카오 코헤이는 뒤늦게 자신의 팔과 다리에 촉수 비슷한 게 감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
힘으로 떼어내려고 해도 마력을 잃어버린 지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헌터들도 모두!
-기특한 인간들이군.
-그래. 그래.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러나 어딘가 싸늘하고 사악한 느낌을 주는 남녀가 나카오 코헤이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나카오 코헤이는 상대의 정체를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몽… 몽마!”
-뭐야? 일어났어?
-제법 힘이 강한 인간인가보군. 다시 자는 게 좋겠어. 괜히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잖아.
남자 몽마가 상냥하게 말했다. 나카오 코헤이는 어이가 없어서 외쳤다.
“무슨… 개소리냐! 이걸 풀고 덤벼라!”
-덤비라니? 너야말로 무슨 소리냐?
-왜 우리가 너하고 싸워야 하지?
몽마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나카오 코헤이를 쳐다보았다.
이 던전이 지구에 생기고 나서부터, 인간들은 계속해서 그들을 섬기며 먹이를 바쳐왔었다.
몽마들은 그 기특함에 감탄해서 대가로 몬스터들을 내주었다.
인간들이 던전 초반부에 있는 몬스터들을 잡아도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인간들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먹이를 바치기 시작했다.
질 좋은 각성자들을 아예 심층부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미친 소리냐!! 우리가 언제 보냈다고!!”
-언제나 들어와서 욕망을 바쳤잖나?
-계속해서 바쳐놓고서 왜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 거지 이 인간은?
-우리가 이해해주자고. 인간 종족들은 원래 지능이 낮아서 다른 소리를 많이 하잖아.
몽마들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 모습에 나카오 코헤이는 소름이 돋았다.
이제까지 러시아 정부부터 클랜들까지 모두, 이 던전이 황금이 나오는 화이트 던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여기 던전에 들어온 헌터들은 모두 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몽마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던 셈이었다.
던전 영역 자체가 욕망과 힘을 빨아들이고 있다니!
‘말도 안 돼…! 이런 던전이 존재하다니!’
-저런. 상처를 받았나? 내가 지능이 낮았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군. 너희 인간들은 지능이 낮긴 하지만 기특한 종족이니까.
-맞는 말이야. 너희의 욕망은 깊고 두터워서 질이 좋거든. 덕분에 우리의 왕을 깨울 수 있게 됐어.
“……”
더 이상 경악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카오 코헤이는 다시 한 번 경악했다.
몽마들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수백 개가 넘는 촉수로 연결된 검고 끈끈한 알.
마치 지금이라도 부화할 것처럼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저게 뭔진 모르겠지만, 깨어난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우린… 네놈들의 먹이가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이봐. 자꾸 목소리 높이지 마. 갑자기 깨어나서 혼란스러운 건 알겠지만…
몽마는 한 귀로 흘리며 나카오 코헤이의 입을 다시 막으려고 했다.
그 순간, 눈부신 흰 빛과 함께 알이 반으로 쪼개졌다.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욕망의 결정체가 사방으로 솟구쳤다.
-……
-……
주변에 있던 몽마들은 너무나도 초월적인 상황에 모두 경악해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새로 왕이니 뭐니 하면서 성좌를 만들 필요는 없다. 여기 너희의 새 성좌, 가 있으니.”
최연승은 손을 뒤덮은 강기를 털어내며 말했다.
물론 몽마들이 그 제안에 감사해하지는 않았다.
-■■■■■■■■■!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과 함께, 몽마들은 격렬하게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