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24)
424화
“누구에요?”
“은퇴한 헌터라는데.”
“이상하게 낯이 익은데…”
뒤늦게 들어온 한세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시로프의 얼굴이 이상하게 낯익었던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가?’
“그보다 용케 바로 제압하셨네요?”
“무공에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더군. 제정신이 아닌 상태이기도 했고. 그나저나 A급 헌터들이라 항의하지 않을까 모르겠군.”
“항의하면 그건 진짜 은혜를 모르는 새끼들 아니에요?”
한세하는 어이없다는 듯이 화를 냈지만, 최연승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A급 헌터들이 다 그런 법이란다.”
등급 높은 헌터들일수록 자기 관리가 철저한 법.
자신의 몸에 거액의 보험을 거는 건 물론이고, 부상을 입었을 경우 그 책임을 지독할 정도로 따지곤 했다.
“항의하라고 해요! 항의 못 할 때까지 다시 박살내주죠!”
“그럴 것 까지는 없고, 무시하면 충분하다. 어차피 나도 변호사들이 있는데.”
최연승이 드래곤 인더스트리를 맡고 아이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법적으로 해결하라’였다.
-비싼 돈 주고 변호사 군단 고용하는 건 써먹으려고 하는 거니까, 가능하면 그냥 법정에서 만나! 직접 팰 필요 없어!
“그럴 것 없네.”
“?”
바시로프가 입을 열자, 최연승과 한세하는 시선을 돌렸다.
“나는 이 헌터들과 잘 아는 사이인 만큼 그런 항의는 절대 하지 못하게 하겠네.”
“……”
“……”
최연승과 한세하는 바시로프의 장담에 감동하…
…지 않았다. 한세하는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쪽이 뭔데 그런 보장을 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거 믿고 가만히 있다가 법적으로 문제 생기면 책임질 거야? 잠깐. 저 사람 우리 속여서 준비 못하게 한 다음 기습적으로 고소하려는 거 아니에요? 같은 러시아인인데?”
“설마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겠군.”
최연승은 한세하를 말리려다가 논리에 납득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여기 러시아 헌터들은 서로 얼굴 알고 지내는 만큼, 겉으로는 안심시켜놓고 나중에 뒤통수를 칠 수도 있었다.
“……”
바시로프는 당황했지만 굳이 둘을 책망하진 않았다.
저런 의심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긴 했으니까.
쓰러진 보리스만 열심히 눈빛을 깜박일 뿐이었다.
‘눈치 좀 채라, 이 머저리들아!’
* * *
‘몽마들이 그런 일을 꾸몄을 줄이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대기하고 있던 일라파엘은 뒤늦게 소식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몽마들이 던전에서 빠져나왔을 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았었다.
어비스에서 몽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한정되었던 것이다.
몇몇 필멸자들을 유혹하고 조종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는 어비스와 전혀 달랐다.
권력자 한 명만 노리면 대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 고도로 복잡화된 행성.
여기의 왕, 아니, 대통령한테 접촉하기 전에 A급 헌터들을 막은 게 천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가 일라파엘을 부릅니다.]-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막았어야 했는데…
일라파엘은 진심으로 뉘우치며 말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던전 공략은 물론이고 그 뒤처리에서도 실수를 보이다니.
하물며 경험이 훨씬 적은 인간 헌터들보다 늦었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가 이번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지구가 낯선 만큼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하지만 인간들보다 제가 대처가 미숙했다는 건 절대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 작작하라고 말합니다.]-…죄송합니다.
짜증이 났는지 천사 성좌도 그만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일라파엘은 고개를 숙였다.
[가 지구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성좌의 말에 일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라파엘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게이트가 열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지구의 마력 농도는 높아졌고, 거기에 따라서 던전에서 뛰쳐나오는 몬스터들도 강력해지고 있었다.
지금 여기 던전처럼 성좌를 탄생시키려는 몽마들이 있는 던전은 어비스에서도 흔한 던전이 아니었다.
만약 어비스였다면 새로운 성좌가 탄생해서 인근 영역을 휩쓸었을 터.
[가 인간들에게 경고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그렇지만… 주인님. 제 불경한 말씀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렇지만 인간들은 경고를 잘 듣지 않습니다. 주인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일라파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말을 안 듣는 게 꼭 인간 종족만의 특징은 아니었다.
어비스의 수많은 영역에서 살고 있는 필멸자들도 성좌의 경고를 감히 무시하다가 파멸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여기 이 지구의 인간들은 그 정도가 좀 심했다.
지독할 정도로 탐욕스럽고, 눈에 보이는 위기 앞에서도 서로 뭉치지 않고 헐뜯는 호전적인 종족!
그런 종족에게는 경고를 한다고 해서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들의 특성상 숨기고 멋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가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 이 지구를 관찰하면서 여기 행성의 종족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가 그런 만큼 거기에 걸맞은 방법을 쓸 거라고 말합니다.]‘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일라파엘은 의문이 들었지만, 더 이상 묻는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일라파엘은 성좌의 충실한 권속.
성좌가 명령을 내린다면 따를 뿐이었다.
* * *
란 별명을 갖고 있는 A급 헌터, 티호노프는 최연승에게 찾아왔다.
그리고는 최대한 공손하게 경례한 다음 우렁차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최연승 헌터! 최연승 헌터께서 때려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그렇군.”
최연승과 주변에 있던 헌터들은 티호노프를 좀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물론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누구나 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그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자기 자신을 때려줘서 고맙다고 하는 건 좀 다른 문제였다.
“러시아의 A급 헌터에 대해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저런 놈이었을 줄이야.”
“좀 이상한 놈 아니야?”
“왜, 고맙다고 인사할 수도 있지.”
“아무리 고마워도 그렇지 저렇게 하는 건…”
수군거리는 다른 헌터들처럼, 최연승도 이상함을 느끼곤 있긴 했다.
‘누가 협박이라도 한 건가?’
-내가 보기엔 감사 인사를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지구의 상식이 부족하군. 여신. 원래 인간들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도와준다고 감사하지 않아. 더 뻔뻔하게 굴지.’
-……
나태의 여신은 최연승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인간이 싫으면 챙겨주지나 말던가…!’
최연승은 농담 삼아서 말했다.
“나야말로 너무 심하게 제압한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괜찮다니 다행이군. 혹시 누가 협박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협박은 절대 받지 않았습니다!!”
“?”
-?
[?]최연승과 성좌들은 이제 진짜로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누가 협박을 했단 말인가?
최연승의 시선을 느꼈는지, 티호노프는 당황스러워하며 이마의 땀을 닦더니 재빨리 말했다.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를 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훈장을 수여하고 해외에서 온 헌터들에게 감사하기 위한 훈훈한 자리였지만, 분위기가 기묘해졌다.
일본의 A급 헌터 나카오는 살짝 눈치를 보며 최연승에게 말했다.
“최연승 헌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협박이라도 받은 것 같은데… 설마 몽마한테 다시 조종당하는 거라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A급 헌터가 협박 받을 수가 있나? 그게 더 가능성이 적을 텐데.”
최연승의 말에 나카오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러시아라 하더라도 A급 헌터를 협박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티호노프란 A급 헌터에게 최연승의 진심이 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긴, 다른 러시아 클랜들처럼… 최연승 헌터의 진심이 통한 거다.’
나카오는 던전 폭발 이후 러시아 클랜들이 최연승 헌터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까칠하게 굴던 사람들이, 도시를 지키고 나자 그 선의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걸 보자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선의를 먼저 보여주면 보답이 돌아온다는 걸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최연승 헌터의 힘이리라.
아쉬울 거 하나 없는 초거대기업의 주인에, 본인 역시 A급 헌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손수 나서는 정의로움!
그 정의로움이 티호노프 헌터에게도 와닿은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자신이 두들겨 맞았어도 저렇게 감사를 표하는 거겠지.
“감사합니다. 최연승 헌터! 최연승 헌터께서 때려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뒤이어 다른 A급 헌터, 알렌토바도 똑같이 와서 감사의 인사를 외쳤다.
화려한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진 헌터가 딱딱한 자세로 경례하며 때려줘서 감사하다고 외치는 모습은 정말로 낯설었지만, 나카오는 다시 한 번 납득했다.
‘그래. 진심이 통한 거겠지.’
나카오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최연승에게 말했다.
“최연승 헌터. 제 생각에는 진심이 통한 것 같습니다.”
“진심?”
“예. 여기 있는 헌터들은 다 최연승 헌터한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헌터들입니다. 둘러보십시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하겠군.”
“저 A급 헌터들이 기분 나빠하는 대신, 최연승 헌터한테 감사를 표하는 걸 보니 제가 다 기쁩니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면 다 입을 다물 겁니다. 이렇게 진심이 통하지 않습니까!”
나카오의 진심 어린 말을 듣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미안하군. 협박 받은 게 맞는 것 같은데.”
최연승은 앞을 가리켰다.
저번에 보리스 곁에 있던 은퇴한 헌터가 경호원들과 함께 단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저렇게 올라오는 사람의 정체는 하나밖에 없었다.
“…진심이 통한 게 아니었습니까?”
나카오는 매우 실망했다.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게 아니었다니…
* * *
은퇴한 헌터인 줄 알았던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는 했지만, 최연승이나 한세하가 그런 걸로 태도를 바꾸진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허둥댈 이유는 없지.’
‘자기가 누군지 안 말해준 게 잘못이지. 대접 받고 싶으면 누군지 말을 하던가.’
당당함 그 자체.
그리고 바시로프도 그런 태도를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에 감사하며, 이 훈장을 수여한다.”
자리에 모인 헌터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물론 훈장보다는 두둑한 돈다발을 더 선호하는 헌터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저런 명예를 굳이 거절하는 헌터들도 없었다.
게다가 여기 있는 헌터들은 최연승 밑에서 일하고 있거나, 최연승에게 도움을 받은 헌터들.
최연승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모습이 기꺼운 게 당연했다.
“최연승 헌터. 훈장을 받은 것을 축하한다.”
“그, 그래. 고맙군.”
최연승은 의외의 인물이 축하하는 것에 당황했다.
축하를 던진 상대는 놀랍게도 일라파엘이었다.
‘천사가 인간들의 훈장이 뭔지 알고는 있는 건가?’
“마침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말해도 되겠나?”
“말해봐라. 듣고 있으니.”
“이건 던전에 관한 이야기…”
“…잠깐. 내 휘하의 헌터들이 지금 다 지쳐서 지금 바로 다음 레이드는 무리일 것 같은데.”
최연승은 일라파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절하려고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못 미덥지.
-못 미덥다기보다는 괜히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하나?
-그게 못 미더운 거란다.
…가 갖고 오는 제안은 이상하게 꼬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괜히 혹하다고 받는 일은 피해야 한다.’
[가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