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23)
423화
다행히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태의 여신은 더 이상 최연승에게 캐묻지 않았다.
최연승은 을 섬기고 있는 하수인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바로 잡으러 가실 겁니까?”
“그래. 아티팩트들은 따로 챙겨서 확보해놓도록. 나중에 확인해보겠다.”
말을 마친 최연승은 공장 안에 있던 헌터들과 눈빛을 마주쳤다.
혹시라도 괜히 잘못 걸렸다가 호된 꼴을 당할까봐 헌터들은 시선을 피했다.
“가라.”
“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저 성좌의 하수인들도 있었군. 다시 붙잡…’
-그건 너무 치졸하지 않니?
‘그런가?’
-차라리 그냥 내버려두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거란다.
‘붙잡아서 인질극을 펼치는 게 더 효과가 좋지 않나 싶군.’
나태의 여신은 굳이 저 하급 헌터들을 붙잡아서 뭐라도 뜯어내려는 최연승의 욕심에 감탄했다.
물론 그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나태의 여신은 차라리 풀어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하급 헌터들 갖고 인질극 펼쳐봤자 성좌 입장에서 내놓을 게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럴 바에는 풀어주고 호의를 얻는 게 나았다.
그리고 이런 호의는 의외로 유용했다.
‘유용한가?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군.’
-좀 믿어보려무나.
떠날 헌터들이 쥐새끼처럼 공장에서 후다닥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남은 헌터들이 있었다.
“뭐지?”
“저… 그게, 저희는 갈 곳이… 없는데요.”
이철규 헌터를 포함한 몇몇 헌터들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각자 자본을 투자해서 이 공장을 운영하던 조직들과 달리, 남은 헌터들은 그냥 제작 관련 스킬 있어서 회사에 들어온 헌터들이었다.
돈 준다고 왔다가 발이 묶인 만큼 도망칠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티팩트들을 수리하는 기술자들인가?”
“그냥 여권 찾아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죠? 미친놈들이 아니고서야 저 기술자 쫓아오진 않겠죠.”
방금 여기 들어온 A급 헌터들을 봤는데 그걸 보고서도 여기 미련을 가질 간 큰 놈들은 없었다.
저 헌터들도 그냥 돌아가면 됐다.
“그러도록… 아니. 잠깐.”
“?”
“의외로 쓸만하군. 아티팩트 수리만 하기는 아까워 보이는데. 혹시 지원해줄 테니 계속 일해 볼 생각 없나?”
“???”
“예??”
최연승을 따라온 헌터들도 놀랐고,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헌터들도 놀랐다.
설마하니 저런 제안을 받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저, 회장님? 이런 곳에서 일하는 헌터보다 더 뛰어난 스킬 가진 헌터들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만.”
“멍청한 놈. 그것도 모르냐? 그런 헌터들은 몸값이 비싸잖아. 회장님께서는 싼값에 부려먹으려는 거야. 따지고 보면 저지른 죄가 있으니 공짜로 일을 시켜도 아무 말 못하겠지.”
“과연…! 인건비 관리는 경영의 기본이지!”
“…아니다. 미친놈들아.”
최연승은 이카로스 클랜 헌터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물론 그런 짓을 할 수야 있겠지만 강제로 일을 시켜서 효율이 좋을 리 없었다.
최연승이 이런 제안을 한 건 그냥 순전히 여기 있는 헌터들의 제작 스킬들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들 이곳저곳에서 모은 것 치고 의외로 잘 모았군.’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등급 낮고 제작 스킬 있는 헌터들을 대충 긁어모았는데, 놀랍게도 쓸만한 제작 스킬들을 가진 헌터들이 여럿이었다.
솔직히 최연승이었다면 이런 헌터들한테 아티팩트 수리만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 클랜 인근에 남는 자리가 많은데, 거기서 일하면 되겠군. 생각이 있나?”
이카로스 클랜 헌터들만큼 제안을 받은 헌터들도 당황스러워했다.
“저, 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
“철규 헌터. 저거 믿어도 되는 제안이야?”
솔직히 러시아 경찰들한테 넘겨져서 강제출국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저런 제안이라니.
이철규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같이 일하던 헌터들이 같은 한국인이라고 물어보는데, 이철규라고 뭘 알겠는가.
“갔다가 그냥 체포되는 거 아니야?”
“최연승 헌터가 그럴 사람은 아닌 걸로 아는데.”
“맞아. 철규하고 같은 나라 출신이잖아.”
“저… 그게 같은 나라 출신이라고 뭐 챙겨주고 그런 건 없습니다만…”
이철규는 당황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헌터들은 수군거리면서 알아서 납득해버렸다.
솔직히 돌아가 봤자 등급도 낮아서 불러주는 클랜도 없는 만큼 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괜찮은 거 맞나??’
이철규는 불안해졌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체포되거나 그런다면…
‘아니. A급 헌터가 그러려고 나한테 거짓말을 치겠어? 그건 아닐 거야.’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건 사실이었다.
대체 뭘 보고 지원을 해준다는 걸까?
이철규 본인한테 유리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나서서 말리고 싶을 정도였다.
* * *
클랜의 은퇴한 A급 헌터, 보리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평소에는 어떤 클랜의 에이스가 오든 신경 쓰지 않는 보리스였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오랜만이군.”
“예. 오랜만이십니다.”
들어온 건 불곰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덩치의 헌터였다. 보리스 못지않게 나이를 먹은 헌터는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쉴카 클랜은 잘 돌아가나?”
“나라를 굴리는 것보단 훨씬 쉬운 일입니다.”
“둘 다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
자세한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보리스 앞에 앉아 있는 헌터는 그냥 평범한 헌터가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러시아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은퇴한 A급 헌터 바시로프!
헌터 출신으로 출세한 사람들은 많다지만 강대국의 대통령 자리에 앉을 정도로 출세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물며 강력한 클랜들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러시아에서는 더더욱 특별한 헌터 한 명이 눈에 띄는 자리에 앉기 어려웠다.
그런 걸 뚫고 앉은 것만으로도 바시로프는 스스로 어떤 헌터인지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에 외국인들이 큰 공을 세웠다는데.”
“예. 예전에 한국에서 마주쳤던 그 미치광이들 있잖습니까.”
“미치광이들… 아. 누군지 알겠군.”
“최연승 헌터가 그 때 그 미치광이 중 하나였더군요.”
“그래?? 그게 정말인가?”
바시로프는 깜짝 놀랐다.
인근에 몬스터 웨이브가 쏟아져 나와서 헌터들이 모두 총동원되고 비상이 걸렸던, 일명 부산 공방전 때 일이었다.
어지간히 겁 없는 헌터 클랜들도 일단 후퇴하거나 도망치는 상황.
그런 상황인데도 자리에 못박고 싸우던 헌터들은 있었다.
솔직히 오래 살진 못하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싸우고서 살아남았으면 A급 헌터로 올라간 게 이상하진 않지.”
“예. 원래 A급이란 게 백 명 죽을 때 그 중 살아남는 한 명이 되는 거였잖습니까. 요즘은 좀 달라졌습니다만.”
“짜고 치는 수준으로 변했지. 어쨌든 그 미치광이들 덕분에 이번에 참사를 피했으니 고마울 뿐이군.”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만…”
보리스가 말끝을 흐리자 바시로프는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상대가 말을 망설이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최근에 클랜 헌터들의 불만이 많아졌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들은 혼란과 동시에 번영을 맞이했다.
나라에 열리는 던전이 많다는 건 그만큼 그 보상도 많이 쏟아진다는 것.
막아낼 수만 있다면 그건 역으로 막대한 이익으로 변하는 것이다.
러시아도 초기의 극심한 혼란을 벗어나고 나서부터는 던전 공략으로 어마어마한 이익을 만들어냈다.
지금 헌터 클랜들이 새로운 귀족처럼 자리 잡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는 건 그만큼 생활이 풍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랜들은 최근 들어서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헌터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에 비해 던전의 숫자가 확 줄어든 것이다.
공략되지 않은 던전들도 빠르게 클리어됐고, 새로 생겨나는 던전들은 기존 클랜들의 수요를 채우기도 부족했다.
다른 나라 헌터들은 국제적으로 맺은 협정 덕분에 서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자기 이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러시아 클랜들은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폐쇄적인 탓에 참가하기도 힘들었다.
다른 나라 헌터들이 러시아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는 대신, 러시아 헌터들도 다른 나라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초르트 던전 공략도 외부인들이 공략한다고 불만이 많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게 계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보리스 자네는 반대파라고 들었는데?”
바시로프의 말에 보리스는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한 번 콜록였다.
“외부에서 온 헌터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고 만약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기적으로 굴 것이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니, 믿을 만한 클랜들을 확실하게 나눈다면 허락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 싶더군요.”
믿을 만한 클랜들과 서로 긴밀하게 협정을 맺는다.
이게 보리스가 생각하는 계획이었다.
지금 불만을 가진 헌터들도 경험해보면 생각을 바꾸게 되리라.
“최연승 헌터 같은 경우는 여러 클랜들을 데리고 있는 만큼 협력하게 된다면 매우 도움이…”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에 보리스는 말하던 것을 멈췄다.
보리스는 불쾌하다는 듯이 불청객에게 물었다.
“뭐냐? 지금 대화하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
“죄송합니다.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러시아의 A급 헌터 둘이었다.
란 별명을 갖고 있는 A급 헌터 티호노프와 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A급 헌터 알렌토바.
둘 다 A급 헌터인 만큼, 갑작스러운 무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쫓아내는 대신 이유를 물었다.
“그래. 사적인 대화를 방해하면서까지 말해야 하는 게 뭐지?”
“대통령 각하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
보리스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를 먹어서 은퇴했다지만 실전에서 단련된 감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물러서십시오! 이놈들, 뭔가 이상합니다!!”
마치 최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에, 보리스는 삐걱거리는 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력을 끌어냈다.
설마 A급 헌터가 최면 마법 같은 것에 당할 줄은 몰랐기에 방심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서로 같은 A급 헌터라고 해도 이쪽은 은퇴한 두 늙은 A급 헌터였고 상대는 현역 A급 헌터였다.
콱!
-쐐기 번개의 창!
티호노프가 쏜 4서클 마법이 번개처럼 보리스의 사지를 마비시켰다.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4서클 마법을 이렇게 빠르게 시전하다니.
괜히 속도로 이름 높은 헌터가 아니었다.
‘크윽…!’
보리스는 사지가 마비되는 것을 느끼고 이를 갈았다.
헌터끼리의 싸움에서는 선공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몬스터도 아닌 만큼 한 대 맞으면 전투력이 확 깎이는 것이다.
하물며 상대는 현역 A급 헌터인데…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나?”
바시로프는 기회를 엿보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두 A급 헌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대답했다.
“예. 악신 성좌가 있는 곳에 핵을 발사할 겁니다. 헌터들 모두 찬성하는 일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성좌와의 전면전이라니. 대침공도 겪어본 적 없는 놈들이 무슨…!”
바시로프는 침착을 잃고 외쳤다.
성좌들의 대침공을 겪어본 적 없는 놈들이니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였다.
그걸 직접 겪어봤다면 절대로 저렇게 지껄일 수 없었다.
“당신은 늙고 약해진 호랑이입니다. 당신은… 컥!!”
쾅!!
티호노프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옆에 있던 알렌토바도 결말은 비슷했다. 얼굴이 거의 바닥에 꽂히는 수준으로 처박혔다.
“잡았다! 사고치기 전에 잡아서 다행이군.”
최연승은 안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히 도망치게 두거나 싸움이 벌어지면 서로 A급 헌터인 만큼 도시가 반파될 수도 있었는데, 운 좋게 일격에 제압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상대가 무공을 모르는 만큼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운이 좋았다.
“……”
“아니. 여기에 있었나? 미안하군.”
최연승은 보리스에게 사과했다.
급한 일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리라.
보리스는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까 맞은 마법 때문에 마비가 풀리지 않아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지?”
“……”
대통령은 보리스 대신 대답했다.
“…나도 은퇴한 헌터일세.”
“아. 그런가? 반갑군.”
보리스는 눈빛을 열심히 깜박였지만, 최연승은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