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77)
477화
“그래서 무슨 몬스터가 있는 건가?”
헌츠먼이 헌터들을 보며 물었다.
그 질문에 헌터들은 살짝 움찔했다.
원래 무슨 몬스터가 나올지 알고 들어가도 변수가 생기는 게 레이드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확히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들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민간인 한 부대를 데리고!
“왜 대답을 못하나?”
쿡-
뒤에 있던 클랜 팀장 중 한 명이 재촉하듯이 등을 찔렀다.
지금 헌츠먼 밑에 모인 클랜들은 전부 다 헌츠먼의 인기, 지지도를 보고 모인 클랜들이었다.
헌츠먼이 대통령이 되고 나면 온갖 이권을 나눠 받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클랜들!
그런 만큼 헌츠먼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 혈안이었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해고라도 당한다면…
“하하. 곧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여기 있는 헌터들이 몇 명입니까? 정찰을 보내면 바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빨리 진행하게. 그 때까지 좀 쉬고 있어야겠군.”
헌츠먼은 금세 흥미를 잃었는지 의자에 앉아 보좌관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그걸 본 헌터들은 서둘러 정찰을 준비했다.
“장비 다 꺼냈나? 드론은? 로봇은?”
“드론 왜 작동이 안 돼?”
“미리 미리 업데이트 안 시켜놔? 이 자식들이 미쳐가지고…”
“됐어. 드론 말고 소환 마법 있는 놈이 대신 해결해. 시간 없다. 다 됐지? 출발해!”
조금이라도 안전 의식이 있는 헌터가 봤다면 경악할 수준의 준비로, 헌터들은 모든 걸 마치고 출발했다.
* * *
“왜 이렇게 서두른 거지? 무리수를 둘 이유가 있나?”
“미친… 사람이잔아요.”
일레야의 말에 최연승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헌츠먼이 좀 미친 놈이긴 하지!
물론 이유를 붙이려면 못 붙이는 건 아니었다.
헌터들은 온갖 이유로 레이드를 서둘렀으니까.
헌츠먼도 한시라도 빨리 공적을 세우고 싶어서 서두른 걸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나? 설마 내가 새치기를 하려는 걸 알아차린 건 아닐 테고.’
“인간들의 광산은 지나치게 난잡하군.”
“아무래도 그런 감이 있지.”
어비스의 종족들에게 광산은 드워프 광부들이 장비 하나 들고서 파고드는 한적하고 인적 드문 장소였다.
그에 비해 인간들의 광산은 노천 광산에 깔린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계장비부터 시작해서 각종 시설들까지.
지금은 위험 때문에 인원들이 철수하긴 했지만 거의 마을 수준이었다.
“인간들의 욕망이 느껴져서 참 좋네요!”
“……”
“……”
몽마가 끼어들자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일라파엘과 일레야는 매우 수상쩍은 눈빛으로 라마르트를 쳐다보았다.
“칭찬을 했는데 왜 이러는 건데요? 지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나왔는데…”
“?”
최연승이 라마르트의 말에 의아해하는 사이 일라파엘은 무시하고 자기 말을 시작했다.
“광산 쪽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서식하는 몬스터는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 않은 놈들이 많다.”
“그건 그렇지.”
보통 위협적이고 난폭한 몬스터들은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놈들이었다.
그에 비해 광산 쪽에서 계속 머무르는 몬스터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편이었다.
물론 이것도 최연승 같은 강자의 기준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었고, 여기서 일하는 일꾼들에게 ‘저 정도는 안 위험하니까 안심하고 일하셔도 됩니다 ^^’같은 소리를 했다가는 총에 맞을 수 있었다.
“…잠깐.”
이변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건 최연승이었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싸움 소리.
“저쪽에서 먼저 찾은 모양이다. 가자! 은신 마법을 쓸 줄 아나?”
“당연하지.”
“쓸 줄 알아요.”
“저는 좀…”
라마르트는 자신이 없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사람마다 자신 있는 스킬의 분야가 다르기 마련. 라마르트는 은신 스킬에 그리 자신이 없었다.
“잡아라.”
최연승은 손을 내밀었다.
최연승의 은신 스킬은 무공을 극한으로 응용한 것.
자기 자신을 자연의 내공으로 채워 자연 그 자체에 녹아드는 스킬이었다.
신체만 닿고 있으면 몇 명 추가해봤자 별 차이가 없었다.
“앗. 그럴까요?”
라마르트는 냉큼 손을 잡으려고 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에너지 드레인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저 정순한 욕망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만 해도 몽마로서는 매우 기쁜…
“야. 내가 걸어준다.”
탁-
일라파엘은 라마르트의 손등을 쳐내버리고 자신이 권능을 사용해서 은신 마법을 걸어줬다.
강력한 고서클의 은신 마법이 펼쳐지자 라마르트의 존재력이 주변에서 지워졌다.
“됐지? 가라.”
“대단하군. 일라파엘.”
“별 거 아니다.”
얼굴을 붉히면서 쑥스러워하는 일라파엘의 모습에 라마르트는 기가 막혀서 말을 못했다.
저 천사가 진짜…?
* * *
최연승은 기본적으로 헌터가 몬스터한테 죽기 직전이면 구해주는 사람이었다.
그 헌터가 최연승한테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구해준 다음에 죽을 죄를 지은 놈이라면 그 때 죽여도 됐으니까.
그런 만큼 최연승이 서두른 이유는, 다른 헌터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일단 목숨은 구해주기 위해서였다.
헌츠먼 밑에서 일하는 헌터들이라 하더라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최연승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조금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
“뒤져, 이 새끼야!”
타타타탕!
상위 헌터들의 레이드에서 보기 드문 총기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이나 창, 활 같은 아티팩트와 달리 총기류의 아티팩트는 인공 아티팩트가 아니면 찾기 힘들었다.
그런 만큼 이런 총기류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몬스터가 아닌, 오히려 대(對) 헌터전에서 자주 쓰였다.
몬스터와 달리 헌터는 방어가 조금만 뚫리면 총탄에도 쓰러지는 약한 생명체인 것이다.
‘뭐야?’
최연승은 눈앞의 헌터들이 서로 엄폐한 상태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마탄을 날리는 모습에 황당해했다.
얼마나 황당했는지 처음에는 악신 성좌의 권속이 수작을 부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아니었다.
‘딱히 악신 성좌의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는군.’
-왜 자기들끼리 저러는 거니?
-나도 그게 궁금하다.
“이 개새끼! 감히 공격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냐?!”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메탈 캣 한 마리에 눈이 멀어서 우릴 죽이려고 해??”
“!”
B-급 몬스터, 메탈 캣.
이 몬스터도 금돼지처럼 몬스터 본연의 강함보다, 몬스터가 가진 특수한 능력 때문에 더 유명한 몬스터였다.
광물을 먹으면 다른 광물을 만들어내서 뱉는 몬스터!
어비스의 희귀 금속 한 줌이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걸 생각해봤을 때, 저 몬스터의 별명이 오죽하면 ‘걸어 다니는 복권’이겠는가.
[가 오랜만에 본다고 반가워합니다.]어비스에서도 희귀한 몬스터인 만큼 지구에서는 더더욱 희귀했다.
최연승의 기억이 맞다면…
‘던전에서 두 번 목격되고 두 번 다 놓쳤나?’
워낙 희귀한데다가 몬스터 자체의 스킬이 회피, 도주용이 많아 한 번도 잡힌 적이 없었다.
기업들이 저 몬스터를 얼마에 살 지 간단하게 계산해봐도 A급 헌터 노릴 필요 없이 은퇴해도 된다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 몬스터를 두고 싸우는 거니? 아니… 더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뭘 놀라나.
최연승은 심드렁했다.
뒤에서 시민들이 죽어나가도 한 마리 레어 몬스터를 먼저 쫓아가서 잡는 것이 헌터 아니겠는가.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아주 욕망에 눈이 멀었는데요? 가서 잡아버릴까요?”
라마르트는 인간 헌터들의 상태가 어떤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몽마들만 욕망에 폭주하는 게 아니었다.
인간들도 욕망에 폭주하는 것이다.
“제압하는 게 낫겠군.”
최연승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괜한 희생을 떠나서 자기들끼리 싸우면 쓸데없이 다른 몬스터들을 자극할 수 있었다.
여기 메탈 캣만 있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러나 한 발 늦었다.
뒤의 광산 지대에서 강렬한 마력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잠들어 있던 몬스터들이 싸움에 깨어난 게 분명했다.
‘최소 A급이다!’
측정기를 쓰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력만으로 최연승은 몬스터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강렬한 마력은 A급 몬스터 정도 되는 놈만이 뿜어낼 수 있었다.
“다들 싸움을 멈추고 다른 헌터들에게 연락해라! A급 몬스터가 깨어났다!”
“!”
“최, 최연승 헌터?!”
“뒤져라!”
타타탕!
“……”
최연승이 나타났지만 헌터들은 싸우는 걸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총탄을 쐈다.
그 모습에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이 미친놈들은 자기들끼리 싸워서 죽으면 내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 줄 아는 건가?’
“어떻게 할 생각이죠?”
“뭘 어떻게 하나.”
팟!
최연승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왼쪽에서 엄폐하고 있는 헌터들 앞에 나타났다.
깜짝 놀라서 저항하려고 하던 헌터의 턱이 그대로 돌아갔다.
“말로 할 때!”
최연승의 권격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권영(拳影)으로 물들였다. 헌터들은 반응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두들겨 맞았다.
“들으란 말이다!”
“컥!”
“크윽!”
“크아악!”
“다른 헌터들도 같이 왔겠지? 연락해라.”
“……”
헌터들이 그렇게 맞아 놓고도 말이 없자 최연승은 고개를 저었다.
“덜 맞았나보군. 그래. 내가 덜 아프게 때린 탓이겠지.”
“그, 그게 아닙니다!!”
“그러면?”
“연락 수단이… 그… 아까 싸우느라 부서졌습니다.”
강렬한 마력과 마법이 뿜어져 나오는 레이드 현장에서는 전파가 안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대비해서 헌터들은 통신기를 여럿 준비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통신용 아티팩트까지 준비하곤 했다.
“정찰 나온 거잖나? 다 부서졌다고?”
“하나 가져왔습니다만… 그게… 급해서…”
최연승의 황당하다는 눈빛을 느꼈는지 헌터들도 말이 많아졌다.
“직접 연락해야겠군. 방향은?”
“북쪽입니다.”
“운도 참 더럽게 없게 됐군.”
A급 몬스터가 깨어난 방향 쪽에 본대가 있다는 말에 최연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쪽에 있던 헌터들은 제대로 된 보고도 듣지 못하고 기습을 당하게 생긴 꼴 아닌가.
“아. 그래도 저쪽에 A급 헌터가 있었지. 그나마 다행이군.”
“예!”
최연승의 눈치를 보며 슬슬 기던 헌터들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너희는 헌츠먼하고 같이 왔을 텐데, 헌츠먼은 어디에서 대기하고 있지? 혹시 모르니 그쪽에도 대피는 시켜놔야 할 것 같은데.”
“같이 있는데요.”
“…그쪽 진짜 헌터 맞나?”
최연승의 질문에 두들겨 맞은 헌터들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 * *
웬디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 속에서 나오는 괴물의 이름을 딴 이 거대 몬스터는 거인 같은 덩치와 몰고 다니는 자연재해로 그 악명이 높았다.
거대 몬스터는 그 강함을 떠나서, 한 번 전투를 벌일 때 주변에 끼치는 피해가 어마어마했고…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몬스터라면 더더욱 그랬다.
그런 만큼 웬디고가 일어나서 거의 코앞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각 클랜장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놈들이 보고를 안 하고 뭐하고 있었던 거냐!!!”
“이런 정신 나간 놈들이 누구를 죽이려고!!!”
그런다고 연락 두절된 헌터들한테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정찰조 헌터들이 돌아오면 목을 졸라버리겠다고 다짐하며, 클랜장들은 이사벨라 메이어에게 모였다.
“메, 메이어 님.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모두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제가 여기 있지 않습니까.”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이사벨라 메이어의 모습에 클랜장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안도했다.
이게 A급 헌터의 존재감?
“그… 헌츠먼 님하고 촬영팀은 어떻게 하죠? 지금 바로 대피시킬까요?”
“그러면 전력이 줄어들잖아.”
“대피시키려고 해도 그냥 대피는 못 시켜! B급 이상 헌터들을 얼마나 붙여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더 위험해. 그쪽이 추적당하면…”
“괜찮습니다. 여기 내버려두십시오.”
이사벨라 메이어의 말에 클랜장들은 다시 한 번 안도했다.
무슨 방법이 있나보구나!
그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사벨라 메이어가 ‘뒤지든 말든 괜찮다’라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