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76)
476화
몽마 라마르트는 인간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이 지구에 손을 뻗고 나서, 그 권속인 몽마들도 지구의 인간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혼이 뿜어내는 욕망이 주식인 몽마들에게 인간들은 참으로 매력적인 종족이었다.
어비스의 어떤 종족보다도 복잡하고 다양한 욕망을 뿜어내는 게 바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욕망들을 질릴 정도로 찾아다녔던 라마르트에게 지금 인간 헌터들이 보여주는 욕망은 상당히 신기했다.
‘식욕만으로 저 정도 욕망을 보여줄 수가 있나?’
식욕이나 성욕, 수면욕 같은 욕망들은 생각보다 몽마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단순한 만큼 그 질도 하찮았던 것이다.
이런 욕망들은 몽마들에게 아무 맛도 없는 퍽퍽한 빵을 억지로 삼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몽마들에게 인기 있는 욕망은 흔히 보기 힘든 희귀한 욕망이었다.
그 욕망이 장대하거나 순수할수록 더더욱 좋았다.
저 의 권속이 뿜어내는 욕망처럼…
‘헛. 또 정신을 잃을 뻔했다.’
라마르트는 눈을 크게 뜨고 집중했다.
최연승이나 일라파엘, 일레야는 이미 ‘저런 짐승 같은 몽마가 있나’하면서 라마르트를 변태 취급 하고 있었지만, 라마르트는 사실 의 몽마들 사이에서 손에 꼽히는 엘리트였다.
괜히 사절단에 뽑힌 게 아닌 것이다.
이미 보여준 추태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뭘 먹는 거길래?’
지금 인간 헌터들이 보여주는 식욕은 상당히 그 수준이 높았다.
평소 보여주는 식욕과는 차원이 다른 욕망!
대체 뭘 요리했길래…
“이봐요. 뭘 먹이는 거예요?”
라마르트는 일라파엘에게 말을 걸었다. 일라파엘이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라마르트는 속으로 일라파엘을 욕했다.
‘이 짜증나는 천사가.’
하지만 지금 라마르트를 관리하는 게 일라파엘인 만큼, 라마르트는 일라파엘을 어떻게든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 질문에 대답하면 저도 도와드릴게요.”
라마르트의 말에 일라파엘은 코웃음을 쳤다.
“네깟 몽마가 날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냐?”
“생각보다 몽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거든요? 혹시 누군가를 유혹하고 싶거나…”
말하던 라마르트는 자기가 생각해도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돌렸다.
고지식한 천사 종족이 몽마의 도움을 받아서 누군가를 유혹하려 하겠는가.
“…아니다. 이건 안 되겠네요. 다른 성좌의 권속들이 갖고 있는 꿍꿍이를 캐내거나 유혹할 일이 있을 때 제가 도와줄 수 있…”
“시끄럽다. 입 다물어라.”
일라파엘은 아까보다 화난 목소리로 라마르트의 입을 다물었다.
라마르트는 알지 못했다.
일라파엘이 사실 첫 번째 조건을 들었을 때 솔깃했다는 것을.
[가 일라파엘의 흔들림을 힐난합니다.]-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걸 알아챈 천사 성좌가 일라파엘을 탓했다. 일라파엘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 진실된 사랑과 믿음은 속임수와 계략으로 얻어내는 것이 아닌 진심 어린 자세와 행동으로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과연 그렇군요.
동의하던 일라파엘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데 저는 이제까지도 진심 어린 자세로 행동했는데 딱히 달라진 게 없지 않습니까?
[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임무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가끔 성좌도 대답이 궁해지면 말을 돌릴 때가 있었지만, 충성스러운 일라파엘은 차마 그런 의심은 하지 못했다.
“읍읍 읍 읍읍읍읍.”
“아직도 입을 막고 있나?”
일라파엘이 라마르트의 입을 막고 있는 걸 본 최연승이 의아해하며 다가왔다.
“음. 이런 단순한 요리가 입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으로 생각하고 먹었으면 좋겠군. 이렇게 보여도 상당히 효과가 좋거든.”
최연승은 우묵한 그릇에 꽉꽉 담긴 삼겹살 볶음밥을 내밀었다.
모여 있는 헌터들의 숫자가 많은데다가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는 만큼, 최연승은 그냥 있는 재료에 몇몇 것만 곁들여서 빠르고 간단한 요리를 선택했다.
거창하게 한식 풀코스를 차려준다고 하더라도 헌터들이 얼마나 먹겠는가.
중요한 건 간단하게, 빨리 먹고서 힘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천사나 몽마에게는 마뜩치 않을 수 있겠지만 원래 싸움을 위해서는 원치 않은 음식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고맙다. 최연승. 난 원래 한식을 아주 좋아한다.”
“?”
뒤에서 듣고 있던 라마르트는 의아해했다.
천사가 인간 음식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천사들은 까다로워서 어비스에서도 특정 음식만 먹을 텐데.’
일라파엘은 숟가락을 들더니 게 눈 감추듯 삼겹살 볶음밥을 해치웠다.
처음에는 그냥 잘 보이려고 한 짓이었지만 막상 입에 넣으니 또 맛있었다.
마력이 회복되고, 성좌에게 가호를 받았을 때처럼 특수한 효과가 몸을 휘감았다.
“!?”
“괜찮나?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는데.”
“아니. 마음에 든다. 아까 냄비 안에 삼겹살과 김치를 넣고 볶았을 때 파를 넣어서 향을 더 좋게 만든 건가?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
최연승은 일라파엘의 반응에 살짝 당황했다.
아다콰니엘도 아니고 너무 잘 아는 것 아닌가?
-정말 한식을 좋아하는 건가?
-신기하구나. 보통 어비스의 종족들이 지구의 요리를 좋아하는 일은 드물 텐데. 하지만 취향은 누구나 다양한 법이니까.
-내 요리에 마력과 각종 효과가 풍부해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한식 자체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다음에 다른 걸 대접해줘야겠어.
-좋은 생각이구나.
최연승은 일라파엘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다.
물론 성격이 오만하고 인간들을 좀 싫어하긴 하지만 일단 같이 진심으로 싸워주는 권속 아닌가.
대접해주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억지로 저러는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조종자 성좌. 일라파엘 같은 천사가 내 호감을 사려고 저러겠나.
-천사들은 보통 안 그러지.
최연승과 나태의 여신에게 부정당한 조종자 성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고맙군. 참. 뒤에 있는 몽마도 좀 먹여주겠나?”
“저 몽마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읍읍읍읍!”
라마르트는 먹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저걸 진심으로 먹고 싶다기보다는, 최연승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였다.
몽마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종족들의 호감을 사는 일에 능했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도 참을 수 있는 것이 몽마의 힘!
라마르트는 재갈이 풀리자마자 열심히 먹는 시늉을 했다.
“…?!”
어?
진짜 괜찮잖아?
“최연승 헌터. 다른 클랜의 헌터들이 지금 몬스터들이 확인된 광산 지대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레이드를 시도하려는 모양입니다!”
“!”
최연승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랐다.
‘지금?’
성급하게 레이드를 시도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었다.
하물며 던전이 터지고 나온 다음에 시간이 꽤 지나서 몬스터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최연승도 헌터들을 좀 쉬게 한 다음 일라파엘을 데리고 정찰에 나설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찰도 없이 바로 들어가다니.
어지간히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음. 누군지 짐작이 가는군.’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하군. 다들 움직일 준비를 해라.”
“저희는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상사 앞에서 아부를 하는 게 아니라, 배부르게 먹은 덕분에(그리고 회복 덕분에) 헌터들의 얼굴에는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황재철은 그 모습에 흐뭇해했다.
‘회장님께서 돌아가고 나시면 보너스를 지급해야겠군.’
“일라파엘. 먼저 이동한다. 저 권속을 데리고 움직일 수 있겠지?”
“물론이다.”
일라파엘은 그렇게 대답하고서 라마르트의 밥그릇을 뺏었다. 라마르트는 황망한 눈빛으로 일라파엘을 쳐다보았다.
‘저게…!?’
앞서서 걸어가는 일라파엘은 설마 라마르트가 밥그릇 뺏은 것으로 원독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 *
“…말,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헌츠먼의 보좌관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원래 레이드 현장에는 헌터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들어가면 안 됐다.
하지만 그런 규칙을 지킨다면 그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왜 일어나겠는가.
특종을 가장 먼저 노리는 기자들부터 시작해서, 개인 방송 계정에 실감나는 레이드 영상을 올리고 싶어하는 놈들까지 언제나 레이드 현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헌츠먼도 지금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자신이 직접 고용한 촬영팀까지 동원하고서 레이드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촬영은 역사에 남을 기념적인 촬영이 될 걸세. 바로 이 강한 지도자가 직접 레이드를 진행하는 모습을 전 국민이 다 보게 될 거란 말일세!”
헌츠먼은 아주 신이 나있었다.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네가 나서서 말려봐라.”
“어떻게…”
저렇게 기분 좋을 때 괜한 소리를 했다가는 아작이 날 수도 있다는 걸 모두가 잘 알았다.
바른 소리 한 마디 했다가 해고당한 놈들도 많은데, 여기 지금 광산 한복판에서 해고당했다가는 정말로 근처 마을까지 두 발로 걸어가야 하는 수가 생겼다.
원래라면 보좌관이 아니라 헌터들이 말려야 했다.
실제로 헌터들 중 몇몇은 보좌관들처럼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일반인들이 많이 참석해도 괜찮나?’
‘문제라도 생기면 다 대피시킬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러나 여기 있는 헌터들 중 가장 위치가 높은 이사벨라 메이어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저, 헌츠먼 님. 혹시 모르니 헌츠먼 님께서는 뒤에 머무시는 게…”
결국 참지 못한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을 뗐다.
헌츠먼이 의아하다는 듯이 이사벨라 메이어에게 물었다.
“괜찮은 거 맞소?”
“괜찮습니다.”
“이런 멍청이 같으니… 지금 여기 메이어 헌터가 괜찮다고 하잖나! 자네가 뭘 안다고!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지!”
“죄, 죄송합니다.”
말을 꺼낸 사람은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서 물러섰다.
‘진짜 괜찮나?’
‘저렇게 말하니까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A급 헌터니까, 뭔가 있는 거겠지.’
보좌관들은 미심쩍었지만 물러섰다.
헌츠먼은 못 미더워도, 이사벨라 메이어 같은 A급 헌터는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사벨라 메이어는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 법.’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랐다. 헌터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인류의 방패로서 각종 특권을 부여받은 만큼, 위기가 닥쳐왔을 때 헌터는 인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헌터들은 이사벨라 메이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무슨 미친 소리냐?!
-중국에서나 할 소리를 하고 있어!
남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이사벨라 메이어는 완고했다.
헌터들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인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논리는 정치인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자기 목숨을 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사벨라 메이어는 레이드 현장에 헌츠먼을 데리고 왔다.
자기가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고 싶다고 말했으니, 죽는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아닌가.
물론 헌츠먼은 이사벨라 메이어가 이런 미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A급 헌터쯤 되면 여기 있는 인원을 지키는 건 식은 죽 먹기지. 저번에 경기장 테러 사건 기억나나? 최연승 헌터 혼자서 지켰잖나.”
헌츠먼의 말에 주변에 있던 보좌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A급 헌터들도 차이가 있으니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확실히 무공 사용자인 최연승 헌터도 저렇게 지켰으니, 이사벨라 메이어 헌터라면 더더욱 잘 지킬 수 있겠지.’
‘본인도 괜찮다고 말했고.’
그 뛰어난 보좌관들도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하도 최연승이 활약하는 모습만 보다 보니, 원래 A급 헌터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새끼들인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