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88)
488화
“예전부터 최연승 그 헌터는 크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네.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자는 언제나 무언가를 이루는 법 아닌가.”
“아니, 누가 모르나?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스스로를 아끼지 않으면 뭔가 이루기는 하겠지.”
카터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세상을 바꾸는 건 ‘십만 달러 더 안 주면 시민들이 뒤지든 말든 난 절대 움직이지 않겠소!’라고 외치는 헌터보다는 ‘시민들을 지금 대피시키지 않으면 네 머리통을 떼서 궁둥짝에 붙여주마!’라고 외치는 헌터긴 했다.
하지만 그 ‘뭔가’가 보통 대통령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크게 되더라도 그렇지 어떻게 대통령이…
“그건 확실히 그렇지.”
모랄레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 이후 헌터들만큼 정치적으로 강력해진 집단도 없었다.
초기에는 그냥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없앨 수 없는 21세기의 마피아였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클랜을 차리고 기업을 세우면서 정, 재계와 밀접해졌다.
헌터 출신 기업가가 나오고, 헌터 출신 의원이 나오고…
하지만 어떤 헌터도 대통령을 만드는 것 같은 업적을 해내진 못했다.
미국에서는 외국인이나 마찬가지인 최연승이 그런 일을 해내다니…
“이글스 클랜도 우승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니지. 이미 충분히 충격적인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게.”
“모랄레스 님에게는 잘 된 일 아닙니까? 최연승 헌터와 친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최연승 헌터가 꽉 막힌 분은 아니니, 앞으로 헌터들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다.”
부하 헌터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모랄레스는 최연승과 같이 레이드를 한 인연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막대한 권력을 쥐었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어느 정부든 간에 불확실한 레이드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하진 않았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여론의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어비스 레이드를 위해 A 클랜에 지원을…
-저 저 저 또 세금으로 잔치를 하려고!! 헌터 새끼들이 레이드를 위해 돈을 쓸지 광란의 마약파티에 돈을 쓸지 어떻게 아나!!
…그리고 슬프게도 이게 꼭 틀린 지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최연승이나 모랄레스처럼 진지하게 레이드에 도전하는 헌터가 있다면, 양심 없는 헌터들도 있는 법.
그리고 후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최연승 헌터라면 무엇이 좋은 계획인지 알아봐줄 것이다.’
“같은 A급 헌터로서 만나봐야겠군.”
“좋은 생각이야. 나도 가서 인사나 해야겠어.”
카터는 의욕적으로 말했다.
모랄레스처럼 헌터로서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정권의 실세와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었다.
“아. 최연승 헌터께서는 이번에 S급으로 승급하셨습니다.”
“……”
“……”
“정, 정말 많은 걸 이뤘군…”
* * *
미국의 S급 헌터 드래곤 황 은퇴.
중국의 S급 헌터 천샤이치 은퇴.
아프리카 S급 헌터 쿠에쿠 아난 행방불명.
지금 지구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S급 헌터들은 없었다.
-S급 헌터 좀 새로 뽑아라! A급 헌터들이 몇 명인데!
-아무리 명예직이라지만 그런 명예도 안 주니까 A급 헌터 놈들이 배때기에 기름만 차서 뒹굴거리지 않나!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불평했지만,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제 국제정치적으로 봤을 때 S급 헌터는 나올 수가 없지.
-A급 헌터가 실질적으로 S급 헌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해. 물론 아무리 S급 헌터가 명예만 있는 자리라지만, 그 상징성을 생각해보면 일개 헌터한테 내주는 건 위험한 일이지.
다섯 상임이사국이 동의해야 새로 S급 헌터가 나올 수 있는데, 어지간해서는 서로 동의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
악신 성좌들의 2차 침공과 미국 대선은 최연승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최연승 헌터를 S급 헌터로 새로 등극시키겠소.
-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최연승에게 운이 좋았던 건, 프랑스 대통령이 아직 조르주 대통령이라는 점이었다.
-각하. 타국의 헌터를 S급 헌터로 만드는 일에 이렇게 찬성하면 국내 클랜들이 불만을 품을 수…
-내가 지금 헌터 놈들 눈치를 보란 말인가!!!!
-그, 그게 아니라…
-……
-……
국내 헌터들이 무슨 불만을 가지든 말든 쩌렁쩌렁 질러대는 조르주 대통령의 모습에, 마이크 황은 할 말을 잃었다.
뭐지?
혹시 새파란 대통령을 놀리기 위한 연극인가?
-저 사람 원래 저런 사람이니 놀라지 말도록.
-대… 대체.
영국은 더 쉬웠다. 현재 망명정부 상태로 미국 땅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S급 헌터 관련된 논의를 하고 싶은데…
-혹시 그러면 우리 쪽 A급 헌터도 같이 S급으로 등극시킬 수 있겠습니까?
-무슨 미친 말도 안 되는 농담이오? 지금 공적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최연승 헌터도 반대에 부딪힐 텐데 그쪽 A급 헌터를 같이?
-그러면 우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생각보다 까칠한 반응에 최연승은 안 되겠다 싶었다.
-무리인가보군.
-아닙니다. 설득하면 됩니다.
-어떻게?
-…저희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동의하겠습니다!
-아, 이거 고맙습니다.
‘…아니. 이래도 되나?’
보고 있던 최연승이 경악할 정도의 설득 방식이었다.
이것이 권력의 힘인가?
상대 자금줄 자르고, 지원하는 단체에 압력 넣고, 소속 헌터들 조사 들어가고, 세무조사부터 시작해서 온갖 서류들이 융단폭격처럼 들어갈 준비를 하니 영국 왕실이 일주일 만에 찾아와서 바로 대통령과 티타임을 가지며 ‘잘못했다 한 번만 봐다오!’하는 걸 보니 놀라울 정도였다.
이게 미국인의 설득방식?
설득이 끝나자 최연승은 따로 접촉했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에 들어와 있는 영국 헌터들이 꽤 되는데 이들의 원한을 사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내가 성좌들에게 들었는데, 적절한 때가 되면 영국을 돌려줄 생각이 있다고 하시더군.
-그게 정말입니까?!
사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최연승이 무슨 영원히 해먹겠다는 독재자도 아니고 영국을 지배해서 신앙심 말고 다른 이득이 있지는 않았으니까.
‘아니, 사실 이득이 없지는 않군.’
악신 성좌한테 붙어먹은 헌터 놈들 아티팩트나 재산 다 뺏어오고, 땅에 오크들과 천사들을 풀어놓고, 어비스에서 할 수 없는 훈련들이나 제작들도 하고…
하지만 최연승은 이번 사건으로 느끼고 있는 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보내는 믿음의 힘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
성좌들은 입버릇처럼 지구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성좌들 중에서 지구의 주인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좌는 드물었다.
대부분 이렇게 생각했다.
-다른 성좌들의 왕국을 무너뜨리고, 성좌전으로 권세를 꺾은 뒤, 지구의 인간들이 무릎 꿇게 만드는 것.
-압도적인 공포를 퍼뜨려 어떤 자들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
상당히 피상적이고 단순한 생각이었다.
어비스에서는 저런 식의 방법이 통할지도 몰랐다. 부족 하나, 왕국 하나 성좌의 손아귀로 집어넣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구는 너무나도 많은 영혼들이 복잡하게 꼬여서 밀집해 있는 장소였다.
당장 최연승이 여러 상급 성좌들과 싸워서 격파하고 그 명성을 널리 알린다고 쳐도…
아마 몇천, 몇만 명의 헌터들만 솔깃하게 느낄 뿐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런가보다’ 싶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단순히 힘과 강함이 아닌 그 이상을 보여줘야 했다.
이번 사건에서 최연승이 느낀 강렬한 존재력의 상승.
그 존재력은 단순히 최연승이 강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제까지 꾸준히 사람들을 지켜 왔고, 지킬 거란 믿음을 줬기에 얻을 수 있던 존재력이었다.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는 것도 아니고…’
다른 성좌들처럼 오만하고 전능하게 행동할 수 없었기에 직접 행동하면서 하나하나 해왔던 일들.
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일들이 사실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니.
[이 당신의 고귀한 이상에 믿음을 보냅니다.] [언젠가 보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아니. 딱히 고귀한 이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
어찌되었든 최연승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꼭 성좌를 쓰러뜨리거나 성좌전을 벌이지 않아도, 사람들의 인식에 크게 남을 한 방을 터뜨리면 존재력을 키울 수 있다!
-뭔가… 뭔가 다른데…
-나태의 여신. 날 믿어라. 이게 맞다.
그런 점에서 영국 반환 같은 건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였다.
망명한 영국 헌터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사람들이 다 찬송하지 않겠는가.
‘물론 벌여놓은 사업부터 다 치우고 생각하긴 해야 하겠지만…’
* * *
다른 나라들은 쉽게 설득했지만 러시아나 중국은 가장 큰 난제였다.
어떻게 보면 잠재적인 경쟁자 아닌가.
그러나 러시아 쪽은 생각보다 쉽게 OK를 했다. 클랜간의 교류와 몇 가지 지원 정도로 동의한 것이다.
물론 큰 대가긴 했지만 S급 헌터를 인정하는 것치고는 너무 약소한 대가였다.
-러시아는 사실상 헌터 클랜들의 나라 아닙니까. 최연승 헌터들과 친분이 깊은 만큼, 이번에 거절했다가 만약의 상황에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내가 그럴 사람은 맞긴 하군.
-…예?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내가 무슨 호구로 보이나?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
사실 가장 커다란 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지간한 논리로는 절대 설득이 불가능한 상대.
중국 S급 헌터는 은퇴해서 지금 행방이 묘연한데 코앞의 한국에서 S급 헌터가 나온다면…
‘무능력한 당은 뭘 하고 있는 거냐!’ ‘정부는 헌터들에 대한 지원을 줄여라!’ 등등 같은 시위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당연히 중국 정부가 그런 정치적 위험을 절대로 허락할 리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허락이 됐다.
그 정도로 지금 중국 상황이 엉망이었던 것이다.
-헌터도 아닌 놈들한테 더 이상 명령 받는 것도 질렸다. 당의 상무위원도 확보했으니 명분은 충분할 터. 나 A급 헌터 웨이창의 밑으로 와라!
-쓰촨성 파벌은 이 A급 헌터 춘즈원이 이끌겠다. 상하이 놈들에게 더 이상 명령 받을 생각은 없다!
-결국 이 헌터 놈들이 역심을 품었구나!!
2차 침공으로 인해 권한과 신분이 올라간 중국의 상급 헌터들이 독자적으로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명분이야 ‘지금 레이드를 하기에는 위험하다’ ‘악신 성좌 놈들이 위험해서 내가 있어야 한다’ 같은 식으로 말했지만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게 반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의 최고 정치기관인 상무위원회 위원들을 각자 납치하거나 포섭하고, 군대나 준군사조직까지 동원한 이상 속셈이 너무나도 뻔했다.
덕분에 설득 난이도는 훨씬 내려갔다.
-혹시 인도적 차원에서 각종 물자와 전투용 아티팩트를 지원해드릴 테니 S급 헌터 승인을…
-알겠으니까 빨리! 빨리 지원을!!
-혹시 이번 기회에 중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서 좀 보장을…
-알겠으니까!!! 빨리!!
-그러면 혹시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서도…
-알겠다고 했잖나!!!
* * *
원래는 드래곤 황이 쓰던 저택.
지금은 최연승이 대신 집무실로 쓰고 있는 장소였다.
S급 헌터가 둘이나 나온 장소라고 생각하니 모랄레스는 감회가 새로웠다.
“팬더잖나? 신기하군.”
“드래곤 황이 중국 정부에게 감사의 선물로 받은 동물이군.”
“내가 듣기로는 강제로 훔쳤다고 들었는데…”
“말 조심하게. 그건 자존심 상한 중국 헌터들이 만든 헛소문이겠지. 드래곤 황 같은 헌터가 그럴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