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89)
489화
모랄레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일반인들이야 저런 헛소문을 듣고 속아도 어쩔 수 없다지만, 같은 헌터로서 드래곤 황을 모욕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드래곤 황 같은 사람이 그런 짓을 할 리 없지 않은가.
경박한 이미지가 있긴 했지만 그건 세간의 관심을 피하기 위한 속임수였고, 실제로는 헌터들을 위해 수많은 것들을 해온 사람이었다.
…적어도 모랄레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
“용서해 주십시오!”
“????”
모랄레스와 카터는 멈칫했다.
전용기라도 착륙 가능해 보이는 드넓은 정원에, 헌터 수십 명이 다 같이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 클랜이잖아?’
로버트 패트리어츠 클랜.
미국의 대형 클랜 중 하나로, 유명 B급 헌터들을 여럿 보유한 강력한 클랜이었다.
몇몇 상원의원들을 포함한 강력한 정계 인맥을 갖고 있어서 A급 헌터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클랜이었는데…
클랜장부터 헌터들까지 와서 왜 다 같이 정원 흙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지?
“다시는 지시를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저희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일라파엘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나와서 외쳤다.
“알겠으니까 꺼지라고 말하지 않았나?”
“여기서 명령을 내리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일라파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누가 봐도 공격하기 일보 직전의 얼굴이었다.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일라파엘 님.”
아다콰니엘의 조언에 일라파엘은 이를 악물며 참더니 다시 안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 두 A급 헌터는 정말로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대통령이 바뀌고, 최연승이 S급 헌터가 되고 나자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성좌로서의 존재력이 크게 증가했다.
무려 11위.
어떤 성좌들도 해낸 적 없는 급격한 상승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이렇게 존재력이 증가했는데도 10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그 정도로 어비스의 오래된 성좌들의 힘은 막강했다.
최연승이 상상할 수도 없는 수백, 수천 개의 왕국들과 권속들을 갖고 있는 성좌들.
이 성좌들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평범한 방법으로는 안 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뺏어야 한다!
-이번에 A급 헌터 승급 명단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힐난에 정부는 ‘정당한 기준으로 평가했을 뿐 어떤 목적도 없었다’고 해명해…
악신 성좌들의 재침공은 다른 변화도 만들었다.
새로이 A급 헌터로 올라온 자들이 바로 그랬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A급 헌터 승급에 도장을 찍어주고 있었다.
정치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그걸 떠나서 정말로 그만한 공을 세운 헌터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악신 성좌의 권속들이 침공하고, 그 사이 클리어하지 못한 던전 숫자들이 늘어나고, 터져나오는 몬스터 숫자는 따라서 많아지고…
1세대 헌터들 중에 영웅이 많았던 것처럼 지금 헌터들 중에서도 공적을 빠르게 쌓아 올리는 자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번 이카로스 클랜에서도 일레야를 포함한 여럿이 A급 승급을 받은 만큼, 당연한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게 낫지.’
능력 있는 헌터들이 많아지는 건 당연히 좋았다.
물론 그 헌터들이 말을 듣느냐 안 듣느냐는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일단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리고 최근에는 헌터들이 최연승의 말을 꽤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바로 이렇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로버트 패트리어츠 클랜.
사실 최연승과 크게 상관이 있는 클랜도 아니었다.
저번에 레이드 때 연락 보내서 ‘지금 던전이 터져서 몬스터들이 나왔는데,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니 헌터들 동원해서 좀 도와주지 않겠나?’라고 물어봤던 게 인연의 전부였다.
물론 로버트 패트리어츠 클랜은 당연히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최연승 헌터. 저희의 담당 구역이 아닌 만큼 참가해야 할 의무도 없을 뿐더러 현재 헌터들이 다들 부상으로 신음해서…
말이야 예의바르지만 ‘돈 안 되는 몬스터 굳이?’였다.
최연승도 딱히 기대하지 않았기에 화도 내지 않았다.
-지금 누구 때문에 싸우는 건데 저런 은혜도 모르는 인간들이!!
-됐다. 일라파엘. 애초에 기대 안 했으니. 드래곤 인더스트리에 연락해서 지금 남은 클랜 동원해서 대기시켜라. 혹시라도 몬스터 빠져나가면 귀찮아지니.
하지만 이 사소한 해프닝은 최연승이 S급 헌터로 올라가고 대통령의 배후 실세로 취급받게 되자 클랜 쪽에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세상에, 별 일도 다 있군.
-저희야 공화민주당 쪽에도 넉넉히 로비해놨으니 그다지 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다른 상원의원과 달리 마이크 황은 연줄이 좀 약하긴 하지. 우리 지원이 필요 없기도 했고.
-혹시 최연승 헌터 쪽과 별 문제는 없겠지? 듣자 하니 한국식으로 여기 클랜들도 관리하겠다는 소문이 있던데.
-없을 겁니다. A급 헌터와 문제를 만들 정도로 멍청한 헌터들은 여기 있지 못하지 않습니까.
-…저, 저기. 저번에 제안 온 걸…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만.
-……
-……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 이 정도면 뭐 괜찮지 않겠습니까? 설마 이 정도로…
하지만 원래 사람은 죄를 지으면 괜히 찔리는 법이었다.
대통령 취임 초기에 걸맞은 온갖 소문들이 퍼져 나오자 클랜 임원들은 공포에 떨었다.
마이크 황이 기존 정치인이라면 서로 인맥으로 얽혀 있어서 백악관 안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겠지만, 마이크 황은 또 그런 경력도 적은 편이라 더 힘들었다.
-……
-…먼저 움직여서 설득하자!
심지어 한 클랜만 저러는 게 아니었다. 찜찜하거나 찔리는 게 있는 클랜들은 모두 다 찾아와서 인사를 비롯한 사과를 시작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알겠다고 했을 텐데.”
“무언가 시켜주십시오!”
노련한 헌터들은 ‘알겠다’고 했을 때 냉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괘씸한 놈을 걸러내는 함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끝까지 엎드려서 상대방이 시키는 일을 해내야, ‘아 이제 좀 안심할 수 있겠구나’할 수 있는 법.
“…지나가도 됩니까?”
모랄레스와 카터들은 그렇게 모인 클랜들 사이를 황당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이 이제까지는…’
‘저 정도 성의를 진작 보였으면 피해가 절반으로 줄었겠다.’
“왔나?”
최연승은 두 A급 헌터를 보자 반가워했다.
무엇보다 지구가 혼란스러운 동안 어비스 레이드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 아주 기특했다.
‘헌터들이라면 이래야 하지.’
최연승이 반가워하자 두 A급 헌터도 매우 안도했다.
새 권력자가 저러니 안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지?’
니콜라스 카터는 순간 당황했다.
최연승을 만나자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이려 했던 것이다.
‘내가 왜 이러지?’
아부를 위해서 일부러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다.
마치 강자한테 굴복하는 짐승처럼.
“…좀 심하지 않나?”
모랄레스가 창피하다는 듯이 친구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잘 보이고 싶어도 그렇지 저렇게까지 허리를 깊게 숙이다니.
체면이 있지…
“아, 아니야.”
“뭐가 아니란 건가? 좀 작작하게.”
“아니라니까…!”
친구와 대화하던 사이 모랄레스는 멈칫했다.
저택 안쪽에 생각치도 못한 존재를 목격한 것이다.
“몽마다!! 무기를 뽑게!”
“뭐!? 몽마라고!?”
모랄레스는 황급히 친구에게 말했다.
둘 다 산전수전 겪은 A급 헌터인 만큼 던전에서 몽마를 만난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 지능이 거의 없는 하급 몽마였지만, 한 번 제대로 당하면 그 파괴력은 다른 몬스터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강함을 떠나서 온갖 피해를 줄 수 있는 성가신 몬스터!
“아. 저건 적이 아니라 성좌가 보낸 하수인들이다.”
“…???”
“이야기하면 긴데…”
“선신 성좌들 중에 몽마를 부리는 자들이 있었나?”
을 섬기는 몽마 부족들.
이들은 저번 토론회 습격 사건을 막기 위해 성좌의 명령을 받고 차출되었었다.
처음에는 라마르트 때문에 ‘저 몽마 놈들 도움이 되는 게 맞나?’하고 의심했던 최연승이었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라마르트보다 나았다.
성좌에게 단단히 교육을 받은 탓에 라마르트 같은 추태를 보이지 않고 규율 잡힌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놀랍군! 난 사실 너희들이 저기 라마르트처럼 미쳐 날뛸 거라고 의심했었는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최연승 헌터. 저희 을 섬기는 몽마들은 누구보다도 욕망과 쾌락을 조절하는 데에 능한, 어떻게 보면 수도사 같은 이들입니다.
-그런데 저 라마르트란 몽마는 미쳐서 지랄을 했잖아.
몽마들은 일라파엘의 말은 못 들은 척을 했다.
-가끔 통제가 풀려서 사고가 날 때가 있긴 하지만 저희들을 믿어주십시오.
-그렇군. 하긴 라마르트만 이상한 걸지도 모르겠어.
-저희는 어떠한 욕심도 최연승 헌터에게 품고 있지 않습니다.
꿀꺽-
-…방금 누가 침을 삼키지 않았나?
-다른 악신 성좌들의 권속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라마르트 님을 도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
최연승은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전력을 닥치는 대로 추가하고 있다지만 몽마들은 좀…
‘꺼림칙한 구석이 있지.’
-조금이 아니라 아주 대놓고 꺼림칙하단다.
나태의 여신도 동의할 정도로 몽마들이 여기 머물러 있는 속셈은 뻔히 보였다.
물론 성좌의 명령을 핑계대고 있긴 했지만…
“어비스 레이드 이야기로 돌아가지. 세 번째 영역은 어땠나?”
최연승은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던졌다.
과연 어떤 형태의 난관이 인류를 기다리고 있을까?
“바다였습니다.”
“바다…!”
최연승은 떠오르는 기억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비스의 바다는 평범한 지구의 바다를 떠올리면 안 됐다.
깊은 땅에 액체만 차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한 게 어비스의 바다였다.
독 바다, 산성 바다, 용암 바다 등등.
최연승처럼 무공을 극한으로 익힌 사람에게도 저런 바다는 만만치 않은 난적이었다.
바다에 사는 몬스터는 물론이고 바다 그 자체가 적이 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싸우는 법을 익히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다에 들어갈 방법을 찾기 위해 고생을 좀 했겠군. 내가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처음에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물에 적응하는 방법부터 찾아내야 해. 어떤 지독한 액체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겪다 보면 저항하는 스킬이 생기니 말이야.”
“어… 최연승 헌터?”
니콜라스 카터는 눈치를 보며 말에 끼어들었다.
괜히 최연승의 말에 끼어들었다가 미움을 살까봐 가만히 있었지만, 안 끼어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지?”
“그, 바다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커다란 배가 있습니다. 가 준비해 준 커다란 배요. 거기 안에 들어가는 겁니다.”
“……”
그 말에 최연승은 살짝 실망했다.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난이도가 너무 쉽지 않나? 배를 준비해주다니…’
-지금 대체 어느 쪽에서 생각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