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31)
531화
“뭐하는 거냐?”
최연승이 말을 걸었지만 발토르는 무시했다. 아니, 너무 정신이 팔린 탓에 듣지 못한 것이다.
“죽은 것 아니었습니까?”
“내 주인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모시게 되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믿다니. 군주로서 부끄럽지 않나?”
“그… 제 실수였습니다.”
자존심 강한 발토르가 순순히 인정하자 부하들은 깜짝 놀랐다.
“발토르 님! 발토르 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부하들의 말에도 발토르는 여전히 홀린 표정이었다.
이쯤 되자 최연승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설마 오다이곤을 숭배라도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전혀 상관 없는 영역을 다스리는 군주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다이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 번 설득해봐라.
-무엇을 말입니까?
-을 믿지 말고 을 믿으라고.
-……
충성스러운 오다이곤이었지만, 최연승의 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보아하니 상대는 최연승이 베풀어 준 자비도 이해하지 못하고 떽떽대는 건방진 고블린이었다.
그런 고블린에게 설득이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그냥 숨통을 끊어놓는 게 자비일지도 몰랐다.
“너는 지금 실수를 하고 있다. 어린 군주여.”
“무, 무슨 실수 말입니까?”
“을 섬기는 것. 그것은 네게 파멸을 가져다 줄 것이다.”
“…!”
발토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을 섬기는 것에 대해서는 발토르 본인이 누구보다 더 고민하고 있었다.
어떤 고민도 없이 성좌에게 충성하는 권속은 소수였고, 보통은 자신의 충성이 맞는 선택이었는지 고민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 발토르에게 현명한 왕 오다이곤의 조언은 뼈저리게 다가왔다.
“제가… 잘못된 성좌를 섬기고 있는 겁니까?”
‘??’
오다이곤은 살짝 당황했다.
상대가 무시하지 않고 흥미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 너는 잘못된 성좌를 섬기고 있다.”
“그럴 수가…”
“네가 섬겨야 할 성좌는 바로 이다! 그것만이 너의 운명을 구원해 줄 것이다.”
오다이곤의 속삭임에 발토르는 창을 붙잡고 긴 고민에 빠져들었다.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로 설득이 효과가 있자, 오다이곤의 설득은 좀 더 뜨거워졌다.
“눈을 떠라! 은 언제라도 네 보물을 가져갈 성좌다. 자신의 권속이 가진 재산을 노리는 파렴치한 성좌란 말이다! 그에 비해 께서는 관대하기 그지없으시다. 봐라! 주인님께서도 네 목숨을 끊을 수 있는데 계속 자비를 베풀고 계시지 않느냐!”
발토르는 고개를 돌렸다.
최연승은 어색한 표정으로 과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도 한참을 더 고민하던 발토르는 입을 열었다.
“당신 같이 현명한 왕께서 섬기는 걸 보면, 은 진정 섬길 가치가 있는 성좌가 분명합니다. 알겠습니다. 을 섬기겠습니다.”
“…!!”
최연승은 솔직히 놀랐다.
‘이게 정말로 통하다니…!’
이렇게 한 영역을 날로 먹어도 되는 것일까??
* * *
최연승이 오다이곤의 명성을 팔아 한 영역을 날로 먹고 있을 때 다른 기업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남들과 다른 고블린의 영역을 고른 최연승과 달리 뱅크스 인터내셔널이나 파커 그룹은 가장 크고 먹음직스러운 영역을 골랐다.
왕국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해야 승자에 가까워진다는 건 당연한 이치.
하물며 경쟁자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영역을 고르는 건 당연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일은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클랜 두 개에 해당하는 인원이 붙잡혀서 지금 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강하게 항의해! 지금 뭐하는 건가! 갈 길이 바쁜데!”
“악, 악마들은 들어올 때 한 계약서에 따른 결과라고 당당하게 우기고 있습니다.”
지금 헌터들이 고른 영역은 악마들의 영역이었다.
을 섬기는 악마들!
처음에는 악마들의 모습에 당황한 헌터들이었지만, 영역의 악마들은 의외로 친절했다.
-영역 안에 들어오고 싶다고요? 간단한 서류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안에서 장사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간단한 서류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뭐든지 원하신다면…
다른 영역에 비해 입장까지 수월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여러 기업들은 헌터들을 데리고 악마들의 영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악마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잠깐. 시간이 됐습니다. 이제 따라와서 일하십시오.
-네? 무슨 일이요?
-계약서에 쓰셨잖습니까. 출입을 허락하는 대신,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우리가 정한 곳에서 일을 해서 갚기로.
-그런 말 없었는데요??
-아이 참. 이래서 인간들은. 잘 보세요. 여기. 투명한 글자로 적혀 있잖습니까.
-……
-무슨 미친 개소리를…!?
[피의 계약서에 적힌 맹세로 인해 당신의 육체가 제약에 걸립니다!] […] […]악마들은 괜히 악마들이 아니었다.
됐다 싶어지자 바로 본색을 드러내 영역에 들어온 헌터들과 직원들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멋모르고 계약서를 쓴 사람들은 졸지에 악마들에게 끌려가서 강제노동을 하게 됐다.
“헌터들을 추가로 보내서 무력으로 제압할 수는 없나?”
“힘듭니다. 아무래도 악마들의 영역이다 보니 싸움이 일어나면 귀찮아질 겁니다. 게다가 싸움이 일어날 경우 다른 경쟁자들이…”
“지금 붙잡혀 있는 인원들이 몇 명인데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나! 게다가 헌터들만 있으면 모를까 일반인들도 잡혀갔네. 직원들 피해 보상을 하려면… 지금 직원들의 상태는 어떻지?”
“악마들 밑에서 강제로 하루 6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끔… 잠깐.”
헌터들의 보고를 듣고 있던 부사장은 당혹스러워했다.
시간이 더 늘어난 게 아니라 더 줄어든 것이다.
“장소는?”
“악마들의 건물에서 서류 작업 비슷한 걸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나았기에 부사장은 그나마 안심했지만, 아직 방심하기에는 일렀다.
들어온 헌터들부터 직원들까지 이렇게 모조리 붙잡힌 이상 손발이 꽁꽁 묶인 셈인 것이다.
“다른 쪽에 연락 넣어.”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이건 우리 쪽 문제만이 아니다. 다른 놈들도 손을 잡아야 해!”
* * *
“새로 클랜들을 보내라.”
보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렉스 파커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었다.
“악마들의 수작을 알았으니 다음에는 속지 않겠지. 이사에게 전하도록. 한 번만 더 실패하면 바로 짐 싸서 나가라고.”
“알, 알겠습니다. 다른 쪽에서 온 협력 제안은…”
“거절해라. 힘없는 약한 놈들이 짖는 소리다.”
데리고 있는 클랜 숫자가 적은 기업들은 앓는 소리를 냈지만, 알렉스 파커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계속 클랜들을 끌어 모으고 인원을 충원했던 것 아닌가.
몇 명이 끌려가서 악마들의 장난질에 놀아나든 말든, 최종적으로 목표만 이루면 됐다.
“악마들에게 접촉해서 닥치는 대로 포섭하고 물건을 사들여라. 후발주자들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놈들의 수법을 기록해서 두 번 속지 않도록 해.”
“예!”
알렉스 파커가 그러는 사이, 뱅크스는 이사벨라 메이어와 함께 현장에 와있었다.
뱅크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제가 자랑으로 여기는 클랜 두 개가 잡혀 있습니다. 그깟 장난감 같은 계약서에 사기를 당해서! 이게 말이 된단 말입니까?”
“어비스의 악마들 중 사기와 협잡질에 능한 부류들이 있습니다. 이 영역의 악마들도 그런 자들이 분명하군요.”
“그런 설명은 됐습니다. 제발 방법이 있다고 말해주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헌터들은 풀려날 겁니다. 그 전이 문제죠. 다른 기업들이 먼저 이 주변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뱅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경쟁자들, 특히 파커 그룹 쪽에서 악마들을 거느리고 앞서 나가는 걸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어떤…?”
이사벨라 메이어는 검을 뽑아들고 바닥에 꽂았다. 그 행동이 보여주는 단호한 메시지에 뱅크스는 깜짝 놀랐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다!’
“좋습니다. 마음껏 행동하십시오!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 * *
“악마들이라고?”
“예.”
발토르는 오다이곤의 질문에 고분고분히 대답했다.
이 들었다면 극노했을 배신 행위였다.
자기 혼자 항복한 것도 모자라 다른 영역의 정보까지 술술 불다니.
“악마들은 워낙 특성이 제각각이던데, 네 번째 왕국에 있는 악마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나?”
“놈들은 비열하고 교묘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아. 계약 좋아하는 놈들인가.”
최연승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승도 그런 악마들을 좀 데리고 있었다.
를 섬기던 악마들!
성좌의 몰락 후 최연승에게 몸을 의탁한 이 악마들은, 이제는 다시 어비스를 누비며 각종 계약과 사기로 존재력을 갈취해오고 있었다.
워낙 바쁘게 일하는 탓에 최연승의 영역에서는 얼굴을 자주 비치지는 못하지만, 훌륭한 하수인들임에는 틀림없었다.
“나도 그런 악마들을 좀 알고 있지.”
“그렇다면 요즘 그런 악마들이 모두 다 초조해지고 사나워졌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군요.”
“…?”
발토르의 말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어째서?
“어비스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한 무리의 악마들이 요즘 어비스의 계약을 쓸어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악마들 사이에서도 계파가 나뉘고 경쟁이 심한데, 특정 부류의 악마들만 그렇게 성과를 올리면 당연히 질시를 살 수밖에 없습니다.”
발토르의 논리정연한 설명에 오다이곤과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신기하군. 그 악마들은 어떤 성좌의 힘을 빌렸기에 그런 성과를 보이고 있지?”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악마들이 불평하는 걸 들어보니, 그 악마들은 어떤 휴식 시간도 갖지 않고 번갈아가며 일한다고 합니다. 어디서 배워왔는지 특이한 시스템을 매겨 악마들을 각자 평가하고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 모으게 만드는데, 고작 이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니 이 악마들이 얼마나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으른 악마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다가 누가 부르면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 사이, 이 새로 나타난 악마들은 누군가 마법진을 사용해 부르는 즉시 달려갔다.
계약을 할 때도 예전처럼 시간을 끌지 않았다. 철저하게 준비된 메뉴얼대로 가장 합리적인 착취를 이끌어내는 이 악마들은 극한의 효율 그 자체였다.
발토르도 말하면서 부르르 떨었다. 이 듣도 보도 못한 악마 무리들이 소름끼쳤던 것이다.
“어비스에는 때가 되면 언제나 이상하고 난폭한 잡놈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아마 이 악마들도 그런 놈들이겠죠. 영혼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이상한 악신 성좌와 계약해서 무감정하게 변해버린… 왜 그러십니까?”
“……”
“……”
최연승과 오다이곤은 발토르의 설명에 침묵했다.
어느 순간부터 저 악마들의 정체를 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부리는 악마들이잖나…’
-인간들의 문화에 너무 물들었구나.
나태의 여신은 혀를 찼다.
적절한 게으름은 악마에게도 필요한 법인데, 그걸 잊어버리니 저렇게 모든 악마들에게 증오를 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