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53)
553화
으아아아앙! 히끅. 히끅!
“……”
자신보다 수백 배 넓은 왕국을 통치하고, 수천 배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성좌를 상대로 맞서 싸울 때에도 최연승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두려웠다.
-나태의 여신…
최연승이 나태의 여신을 부르자, 나태의 여신은 못 들은 척 귀를 막고 돌아누웠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슨 조언을 해준단 말인가.
해줄 조언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태의 여신. 듣고 있는 거 안다.
-나는 아무 말도 해줄 게 없구나…!
그러는 사이 관찰자 성좌의 통곡은 점점 더 커졌다.
불안정한 감정을 대변하듯이 주변의 한기가 극한으로 치솟으며 얼음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괜히 만 봉변을 당했다. 가까이 있던 여신은 지독한 한기에 뼛속 깊숙이 추위를 느꼈다.
끅… 끄르륵… 말… 말려…
그러나 지금 자리에 있는 성좌들은 어느 누구도 여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전부 관찰자 성좌에게 주목하느라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리사 성좌?
[가 에게 물어보라고 말합니다.]-조종자 성좌?
[가 에게 물어보라고…] [가 에게 물어보라고…] [가 당황해서 손을 내젓습니다! 자신은 이런 부분을 모른다고 말합니다!]-때려쳐라. 도움 안 되는 동맹들 같으니.
최연승은 성좌들이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뿐.
최연승이 진심을 다해 관찰자 성좌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지금 죽여! 지금 죽이라고!’
이 속으로 울부짖는 사이 최연승은 천천히 일레야, 아니, 관찰자 성좌에게 다가갔다.
“관찰자 성좌.”
엉엉 흐느끼며 히끅거리던 관찰자 성좌가 울음을 멈추고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최연승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까지 해준 일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성좌가 되기 전에도, 그리고 성좌가 된 후에도. 내가 받았던 도움 중 단 하나만 없었어도 내가 이 자리에 이렇게 서있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고마우면 왜 저 여신을 고르는데.
“가끔 어떤 운명들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정지어진다. 관찰자 성좌. 내가 지구를 떠날 때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미리 알 수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많은 필멸자들이 어비스에서 실종되었지만 나 혼자 돌아온 것처럼… 이해가 가지 않고, 분할 수 있지만, 결국 내가 배운 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였다. 관찰자 성좌.”
최연승도 돌아왔을 때 납득이 가지 않은 결과가 한두개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주 조금의 관련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도 모조리 끌어내서 고층 빌딩 밖으로 던져가며 화풀이를 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연승은 그러지 않았다.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더라도 어떤 사실들은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한테 그냥 받아들이라고?
“아니.”
최연승은 고개를 젓고 말을 이어나갔다.
“받아들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그랬다는 거지. 화를 내는 대신 나는… 받아들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 감격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자신이 선택한 필멸자가, 이제는 다른 성좌들보다 더 위대한 성좌가 되어서 여신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난 널 존중하고 존경하는 만큼 네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겠지.”
‘드디어 죽이나??’
은 기대 가득한 눈빛을 던졌다.
끝까지 관찰자 성좌가 고집을 부린다면, 저 유약한 성좌도 상대의 숨통을 끊을 것이다.
복수 좀 해줘!
복수!
말을 끝낸 최연승은 관찰자 성좌 앞에 섰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졌어. 네가 맞아. 가끔 어떤 사실들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지. …추하게 울부짖으면서 난리를 치는 것보다는.
관찰자 성좌는 손을 흔들었다. 얼음 속에 갇혀 있던 이 빠져나왔다.
최연승은 달려가서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나태의 여신이 말렸다.
-괜히 상대 진정했는데 앞에서 자극하지 말려무나.
비록 하는 거 하나 없이 순진하고 멍청하게 구는 성좌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하더라도… 그래. 납득해야 하는 거지.
……
은 조금 상처를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면전에서 너무 심하네!
이번에 한 일에 대해 사과하지.
…과 싸우는 것에 협력하기만 한다면, 잊어줄 수 있어.
[가 두 성좌의 화해에 박수를 칩니다.] [가 이렇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고 감동합니다.]을 제외한 성좌들이 모두 다 감동스러운 눈빛으로 자리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최연승이 설득에 성공할 거라고 기대한 성좌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한 걸 보니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도 분명 이렇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이 당신의 손에 들어옵니다.]세계가 보내는 메시지와 함께 최연승은 존재력이 다시 한 번 막강하게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이제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최연승이 단순한 존재력만으로도 지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상급 성좌라는 사실을!
[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인간들이 게이트 앞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느릿하게 말합니다.] [더 이상 시끄럽고 분주하게 굴지 말라고 느릿하게 선언합니다.]거만하고 오만한 말이었지만 의 선언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조금 희미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라고는 성가심이 전부였다.
나태의 여신에게서 종종 느낄 수 있는 감정.
-내가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
과 긴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최연승은 상대의 내면을 힐끗 본 기분이었다.
어떠한 사적인 감정도 없이 그냥 지구를 조용하게 멈추려는 성좌.
“그렇게 시끄럽고 분주한 게 싫다면 지금이라도 게이트를 포기하고 어비스로 돌아가지 그러나?”
최연승의 질문에 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시끄럽고 분주한 행성을 조용히 멈출 생각만을 했다.
[일곱 번째 왕국이 지구에 도래합니다.]의 왕국은 제자리에서 기다리는 대신 지구에 직접 찾아왔다.
그리고 그 위력은 어떤 사람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 * *
처음 변화가 나타난 곳은 인공위성이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갑자기 먹통이…
인공위성을 사용해서 위치를 알려주는 GPS 시스템이 갑자기 제멋대로 날뛰었다.
게이트가 생기고 난 이후 각종 던전과 몬스터들이 일으키는 이상현상 때문에 오작동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심하진 않았었다.
-인공위성들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제대로 확인해!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급한 대화.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 쏘아올린 위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구가 끌어들이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행기가 갑자기…
-비상착륙 진행해! 비행기가 지금 양력을 잃고 있어!
-엔진이 끊긴 건가?!
-엔진 모두 멀쩡합니다!
위성들이 추락하자 그 다음은 지구의 창공을 누비던 비행기들이 타겟이 되었다.
속도를 잃어버린 비행기들은 추락해버렸다. 운이 좋은 비행기는 비상착륙에 성공했지만 그러지 못한 비행기들이 더 많았다.
여기까지 채 삼십 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
이때부터 성좌와 계약한 권속들이 다급하게 연결된 라인을 통해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1차 침공 때 참가했던 악신 성좌들은 협정으로 공격하지 못할 텐데?
-어떻게 된 건지 저도 잘… 하지만 지금 공격은 이 벌이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성좌들은 뭘 하고 있지? 악신 성좌가 나서고 있는데 막아야 하지 않나!
-의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 다른 성좌들도 지금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모든 것들이 느려지기 시작했지만 충격적인 정보만은 비교적 빠르게 퍼져나갔다.
-의 영향으로 항공 노선 중단… 무기한 연기…
-해운물류 완전히 정지. 물류업계 ‘비상’… 은 얼마나?
-이 느려지는 질병은 의 근원지에 가까울수록 영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몇몇 A급 헌터들이 성좌의 힘을 빌려 저항하고 있으나 크게 성과는 없는 걸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소식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누구나 악신 성좌로 인한 지구의 종말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렇게 느리고 조용하게 찾아오는 종말은 상상하지 않았었다.
불과 피, 파괴와 폭력, 진군하는 몬스터들로 인한 소란을 생각했었지 이런 식으로 숨막힐 듯한 침묵으로 진행되는 종말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강력한 헌터들이나 혹은 성좌와 계약을 한 헌터들은 이 느려지는 질병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걸로 감당하기에는 이 느려지는 질병이 관장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
사람이 버티더라도 여러 장비들이 느려지기 시작하면 복잡한 현대문명에는 어마어마한 타격이 왔다.
벌써부터 바다와 하늘이 묶인 탓에 사방에서 파멸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 * *
“……”
분위기는 초상집 분위기에 가까웠다.
단순히 이 벌인 권능의 힘에 경악해서가 아니었다.
방금 어비스에서 다섯 성좌가 에게 덤벼들었다가 패배한 것이다.
‘이거…’
[가 상대의 힘에 경악합니다.]이 강하다는 사실을 짐작하지 못하는 성좌는 없었다.
그만큼 지구에서 손꼽히는 성좌였으니까.
하지만 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강한지 아는 성좌도 없었다.
그 정도로 은 흔한 마찰 하나 없이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처음에 의 꿍꿍이를 모르는 성좌들은 당황해서 경고를 할 정도였다.
[이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이 다른 성좌들에게 공격받고 싶은 거냐고 경고합니다.]순진하게 이런 경고로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성좌들은 바로 에게 크게 당해야 했다.
몇몇 성좌들은 극도로 분노해서 에게 덤벼들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가 덕분에 상대의 강함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고 냉정하게 말합니다.]상대를 모르고 덤벼든 성좌들 덕분에, 보고 있던 다른 성좌들은 의 강함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차원이 다르다!
-도저히 존재력을 얼마나 모아놓은 건지 모르겠구나…!
나태의 여신도 경악했다.
예전 여신이 활동하던 때부터 있었던 성좌였지만, 언제 저렇게 스스로의 존재력을 키워놨단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저 정도 존재력을 뿜어내는 성좌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가 놈의 영역들을 노릴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합니다.]정신을 차린 요리사 성좌가 입을 열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갖고 있는 영역들을 뺏으면…”
[가 의 영역에 있는 영혼들을 모조리 처리해버리면 어떠냐고 묻습니다.]“…당연히 안 되지.”
최연승은 순간 흔들릴 뻔하다가 정신을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