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61)
061화
“그걸 연습이라고 하면 안 되지.”
“그, 그러면 뭐가 연습인데?”
리차드의 항변에 최연승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연습이란 건 자기한테 부족한 게 뭔지 알고, 그 부족한 걸 메꾸기 위해 하는 거지. 그냥 자기가 쓰던 마법 별 생각 없이 가서 몇 방 쏘는 건 보통 ‘시간 낭비’라고 하지.”
“……”
“여기 들어온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활약하고 싶으면 예전처럼 해서는 안 될 걸.”
최연승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가벼운 말이었지만 리차드는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 한 번도 저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름 천재 소리를 들으며 가문에서 커왔던 리차드였다.
“뭐 꼭 헌터로 먹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니면 굳이… 잠깐. 애들 깨워라.”
최연승은 번개처럼 일어서서 검을 뽑아들었다.
아직 몬스터들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리차드는 당황했다.
“뭐, 뭐냐?”
“기습! 일어나라!”
최연승은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외쳤다.
고막을 후려치는 듯한 일격!
마력에 민감한 헌터들은 기겁하며 일어났다.
“뭐야? 뭐야?”
“감히 내게 기습을 하려고 하다니! 통하지 않는다!”
“안토니, 헛소리 하지 말고 움직여!”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엘리자벳이었다. 그녀는 바로 무기를 집어 들더니 마법을 사용했다.
-중급 전투 신경 강화!
반사신경부터 각종 반응을 빠르게 해주는 근접전 마법 사용자의 필수 마법!
‘무슨 놈의 습격이 이렇게 잦아?’
엘리자벳은 던전 난이도를 욕했다. 아무리 봐도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보통 던전은 아니었다.
이렇게 쉬는 시간에도 덤벼들 정도라면…
“바위 가고일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
“더 커다란 놈이 하나 오고 있다.”
* * *
“바위 가고일 놈들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까지 몰고 오고 있습니다!”
분석관들은 경악했다.
이 던전을 몇 번이고 이면세계로 돌려봤지만, 몬스터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건 처음이었다.
보통 보스 몬스터는 자기 영역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바위 가고일 놈들이 뭘 잘못 먹었는지 던전의 보스 몬스터까지 끌고 와서 최연승 팀을 포위공격하려고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현상!
“뭐가 다른 거지?”
“모르겠습니다. 바위 가고일 놈들이 왜 저러는 건지…”
바위 가고일들은 영리한 몬스터였다.
놈들은 한 번 대면한 순간, 최연승을 잡기 힘들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들만으로 잡는 건 무리다!
바위 가고일들은 보스 몬스터를 깨워서 데리고 오는 것으로 대응했다.
바위 포식자!
대형 몬스터로서, 지렁이나 뱀을 닮은 거대한 몸통으로 땅 속과 바위를 누비는 몬스터였다.
주식은 바위였지만 헌터들도 가차 없이 먹는 사나운 몬스터! 게다가 바위 가고일이나 바위 카멜레온과는 차원이 다른 덩치와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바위 같은 겉가죽은 어지간한 마법을 흘려보내는 방어력을 갖고 있었고…
‘여기까진가?’
‘이번 훈련은 영 아쉽게 됐군…’
분석관들은 아쉬워했다.
최연승의 팀은 정말 괜찮았다.
새로 들어온 신입들에, 협조할 줄 모르는 독불장군 놈들이 모여서 ‘기대하기는 힘들겠군’ 싶었는데, 의외의 팀워크를 보여줬던 것이다.
이 일에서 가장 기쁜 건 새로운 발견을 할 때!
1팀의 새로운 전력이 되겠다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끝나다니.
“아직 모르는 일 아닙니까? 보스 몬스터 상대로 잘 후퇴한 다음 다시 공격하면…”
바위 가고일들과 보스 몬스터를 같이 잡는 미친 놈은 없었다.
가장 좋은 전략은 후퇴한 다음 다시 기회를 잡는 것!
그러나 그걸 내버려 둘 만큼 만만한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그런 게 통할 상대가 아냐. 퇴로는 다 막아 놨다.”
“보스 몬스터 상대로 기습당하면 성공하기 힘든 거 알잖아. 보스 몬스터는 원래 잘 안 움직이는데 하필이면…”
바위 가고일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 바위 포식자가 미친듯이 화가 나 있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 * *
“롱■톤?”
최연승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암석 뱀과 바위 포식자는 엄연히 다른 몬스터였다.
한 놈은 바위로 된 놈이고 한 놈은 바위를 먹는 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친구!”
스몰우드는 마법을 장전하며 기막히다는 듯이 외쳤다.
최연승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진정해. 다 보고 있으니까.”
최연승은 검을 겨눈 뒤 쏜살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성의 혼원보가 펼쳐지자 몬스터들은 최연승의 기척에 혼란스러워했다.
분명 한 명인데 수십 개로 나눠서 움직이고 있다!
그 정도로 착각될 만큼 빠른 움직임이었다.
콰콰콰콰콱!
최연승은 그냥 움직인 게 아니었다. 사방으로 움직이며 벽을 타고 접근하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검을 찔렀다.
새하얀 검기가 번뜩이더니 벽을 관통해 안의 가고일들을 찔렀다.
일격필살!
무방비하게 접근하던 가고일들은 검기에 급소를 관통당해 즉사했다.
그 모습에 보고 있던 분석관들은 경악했다.
-잡았다!
-저걸 어떻게 잡는 거지? 보이기라도 하는 건가??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마법을 준비하고 있어서 못 보고 있었지만 분석관들에게는 정확히 다 보이고 있었다.
그들 눈에는 최연승이 벽 속으로 은신한 가고일들을 닥치는 대로 잡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흘로스의 고속 빙탄!
리차드는 얼음 화살을 띄우며 마법을 준비했다. 어떤 몬스터가 나오든 간에 바로 쏴버릴 생각이었다.
푹!
마지막 가고일을 해치우자 나머지 놈들은 더 이상 오지 못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최연승은 굳이 쫓지 않고 리차드 쪽으로 움직였다.
“어, 어?”
“밑에서 온다!”
최연승은 말과 함께 리차드를 붙잡고 보법을 펼쳤다. 그 순간 리차드가 있던 땅이 무너지더니 바위 포식자가 포효하며 나타났다.
-캬아아아아아아!
마력이 담긴 울음에 헌터들은 순간 머리가 흔들리는 통증을 느꼈다.
“최연승! 뒤로 물러나!”
엘리자벳은 다급하게 외쳤다.
대형 몬스터 상대로 근접전 위주의 마법 사용자는 치고 빠져야 했다.
공격 마법이 마땅치 않은 무공 사용자라면 더더욱 불리하리라. 차라리 물러서는 게 나았다.
그러나 최연승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앞으로 돌진했다.
바위 포식자는 최연승을 알아보고 재빨리 고개를 돌리더니 목구멍에서 산성액을 퍼부어댔다.
촤아아아악!
바위를 녹여버리는 산성액이 마치 브레스처럼 주변을 쓸어버렸다.
보고 있던 엘리자벳은 무심코 눈을 질끈 감았다. 최연승이 당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최연승은 다른 곳으로 보법을 밟은 뒤였다. 바위 포식자는 당황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캬아악!
‘검강 안 쓰고 잡으라 이거지?’
이런 대형 몬스터 상대로는 검강만큼 편한 게 없었다.
한 번 쏘아버리면 거대한 덩치든 상관없이 관통해버리는 무적의 공격기!
그러나 검기여도 상관없었다.
파아앗!
최연승의 검 끝에 맺힌 검기가 길쭉하게 늘어나더니 실처럼 가늘어졌다.
빙글-
최연승은 빠르게 바위 포식자 근처를 돌며 연속으로 검격을 날렸다.
파파파파팟!
쩌적, 쩌적, 쩌적-
얼음에 금 가는 소리가 나며 그 단단하던 바위 포식자의 몸통에 붉은 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위 같은 겉가죽은 검기에 정확히 찢겨나가자 안의 붉은 살이 드러났다.
무공 사용자는 자기보다 커다랗고 강한 적을 마법도 없이 어떻게 검 한 자루로 상대하는가?
검기가 있다지만 결국 검이 조금 길어지는 수준에 불과할 텐데?
지금 그 답을 최연승이 보여주고 있었다.
정답은 기교였다.
숙련된 무공 사용자는 이 검기를 늘리고, 휘두르고, 쏘아내고, 비트는 기교를 부릴 수 있었다.
최연승은 바위 포식자의 근처를 맴돌며 검기를 연속으로 쏘아 날렸다.
최대한 가늘고 길쭉하게!
날아간 검기는 부드러운 채찍처럼 늘어나며 바위 포식자의 몸통을 감쌌다.
물론 검기는 부드러운 채찍이 아닌, 살벌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였다.
순식간에 바위 포식자의 겉가죽을 찢고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계속해서 박히는 검기의 연타!
굳이 검강을 쓸 필요 없었다.
물방울이 계속해서 바위 위에 떨어짐으로서 바위를 뚫듯, 검기 또한 그러했다.
“…!!!!”
“!!!!”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나름 많은 레이드를 겪어 온 에이스들이었다(리차드 빼고).
그러나 그런 그들도, 오늘 같은 건 처음 보았다.
검 한 자루로 보스 몬스터를 썰어버리는 괴력!
안토니는 준비하던 마법도 잊어버리고 입을 헤 벌린 채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어찌나 놀라웠는지, 경쟁심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쿵-
엘리자벳도 들고 있던 대검을 순간적으로 놓쳤다. 믿을 수 없는 실수였다.
그러나 그럴 만했다.
최연승의 검격은 그만큼 시선을 빼앗는 게 있었던 것이다.
-캬악, 캬악, 캬아악!
최연승이 사방을 점하며 움직일 때마다 몬스터의 구슬픈 비명이 튀어나왔다.
공터를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진 대형 몬스터였지만, 바위 포식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방향에는 최연승이 뿌려 놓은 검기가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쿵!
바위 포식자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거대한 몸집이 부딪히자 먼지가 솟구쳤다.
최연승은 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들었다. 얇고 옅은 검기만을 날리던 검 끝에 강력한 검기가 맴돌더니 점점 진해졌다.
그리고 일섬(一閃)!
최연승은 과감하게 검을 휘두르며 바위 포식자의 목을 날려버렸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검기가 초현실적으로 길어지며 거대한 검격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다.
서걱!
저항할 힘은 예전에 사라진 바위 포식자였다. 머리통을 잃은 바위 포식자는 옆으로 그대로 굴러갔다.
“후욱, 후욱, 후욱…!”
최연승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하게 절정의 경지로 몸을 맞춰놨더니, 온몸이 삐걱거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아무리 내공으로 보호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방금 싸움은 그야말로 최연승이 쌓아 온 경험을 보여 준 싸움이었다.
검기를 늘리고, 휘두르고, 비틀고, 쏘아내는 기교!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을 넘게 휘둘러 왔기에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기교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어니스트는 충격으로 할 말을 잃었다.
* * *
“……”
예전에, 리 여원이 한창 A급 헌터이자 세계 최고의 무공 사용자로 잘 나갈 때가 있었다.
그 때 리 여원도 검기를 보여줬었다.
평범한 검 위로 길쭉하게 늘어진 검기!
검기가 한 번 번뜩이자 단단하기로 유명한 몬스터의 근육이 그냥 잘려나갔었다.
어떤 마법으로도 따라하기 힘든 그 살벌한 관통력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던가.
나중에 그건 각종 마법과 편집으로 사기를 쳤다는 것이 들통이 났지만…
어니스트에게 그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최연승이 보여준 건 리 여원이 가짜로 흉내낸 것보다 몇 단계 위의 경지였다.
단순히 검기를 늘려서 베는 것이 아닌 온갖 기교를 부리면서 보스 몬스터를 혼자 쓰러뜨리다니!
‘회장님…! 이 사람이 정말…’
어니스트는 자신이 황경룡의 뜻을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
최연승은 가능성이 넘치는 원석이 아니었다.
이미 한계까지 완성된 헌터!
충분히 A급 헌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헌터였다.
황경룡이 최연승을 보낸 건, ‘옛날 생각나는 헌터가 있으니 잘 키워보라’라는 뜻이 아니었다.
‘너도 눈이 있으면 얘가 얼마나 강한지는 알 테니, 빨리 파악한 다음 얘를 지원해 줄 팀을 만들어라’였다!
에이스를 모으고 더 강하게 키워내는 클랜이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헌터가 있다면 더 이상 그런 건 필요 없었다.
무조건 최연승을 중심으로 가능한 최강의 팀을 만들면 됐다.
‘회장님은 대체 어떻게 이런 헌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