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67)
067화
“미안하지만 내가 가르쳐 준다고 무조건 강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고양이 성좌는 ‘그걸 왜 진짜로 말해줘!’하면서 뒷목을 잡았지만 최연승은 성실하게 말해줬다.
“은 내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경우고. 다른 사람들도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어비스에서 수련했고…”
“상관없습니다. 저희도 당연히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리 여원은 형형한 눈빛으로 최연승을 보며 물었다.
“무공 사용자로서 자신의 성취가 낮다면 스스로를 부끄러워 할 일이지, 가르쳐 준 사부를 탓하는 제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모든 걸 감안하고서도 나한테 배우고 싶다?”
“예.”
리 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가르쳐달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걸 저희도 잘 압니다. 그 대가로 저희는 당신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절대적인 충성이라고?”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리 여원의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죽일 사람, 죽여야 할 사람, 붙잡아 와야 할 사람, 조사를 해야 할 사람… 이런 이들을 처리해 줄 수족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리 여원의 목소리에서는 피냄새가 물씬 풍겼다. 범죄조직으로 업종을 바꾼 클랜다웠다.
하긴 같은 수준이라면 무공 사용자가 마법 사용자보다 대인전에 더 나을 것이다.
시끄럽고 요란한 마법보다는, 칼 한 자루 차고 들어가서 슥삭해버리면 끝나버릴 테니…
‘새삼스럽게 무공이 레이드에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슬퍼지는군!’
“아니. 딱히 생각한 적 없는데.”
“그렇습니까.”
거절이라고 생각했는지 리 여원의 표정이 흐려졌다.
돈이야 제시할 수 있지만, 클랜에 들어갈 정도의 헌터라면 돈이 별 의미가 없었다.
앞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을 것이다.
“거절은 아니야. 다만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서 그런 거지. 조금 고민해보고 답을 해줘도 괜찮겠나?”
“예!”
리 여원은 한결 환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연승님.”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나는 남을 가르치는 부분에 있어서 자신이 없거든.”
옛날 옛적 황경룡 클랜에서 있었던 쓰라린 추억들!
-클랜장님! 저 놈 미친 놈 아닙니까!?
-최연승 씨는 좋은 헌터긴 한데 같이 훈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 받아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리 여원은 쪽지를 내밀었다. 그 쪽지를 받은 최연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비밀 암호 같은 건가?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거꾸로 들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건 제 핸드폰 번호입니다.”
“……”
주변 의 다른 헌터들이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무는 게 보였다.
[가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 *
“괜찮으시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제안에 최연승만 당황한 게 아니었다.
의 다른 클랜 헌터들도 당황하고 있었다.
과연 저 젊은 놈이 이렇게까지 해서 굽혀야 할 사람인가?
그러나 불만이 나오지 않는 건 리 여원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중국에 있을 때부터 리 여원은 의 기둥이었던 사람!
미국으로 와서 클랜이 음지로 들어갔을 때에도 리 여원은 흔들리지 않고 클랜을 이끌어왔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젊은 헌터들이 새로 클랜에 들어왔지만, 그들은 여전히 리 여원을 존경했다.
그런 그가 내린 결정이라면 따르겠다!
클랜 헌터들이 가진 충성심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노야께서 그리 말하신다면 저희는 따를 뿐입니다.”
헌터들은 고개를 숙였다.
클랜의 장로들은 리 여원의 말에 동의했다.
젊은 헌터들은 최연승이 그저 ‘빠르고 강했다’는 것만 느꼈지만, 장로들은 그 이상을 느꼈던 것이다.
무공의 극에 도달한 경지!
“참으로 본 적 없는 경지였습니다.”
“하루아침에 도달할 수 없는 경지. 그런 분한테 무릎 꿇고 배우는 게 뭐 그리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어린아이한테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움을 청해야 하는데, 하물며 저만한 고수라면야.
클랜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 * *
최연승은 일단 황경룡을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성좌전도 있고, 화산파 클랜 일도 물어봐야 했으니까.
-드, 드래곤 황을 만나러 가는 건가? 나도…
-어? 싫은데.
-아니! 어째서! 경매장도 데려다 줬는데!
-만나고 싶으면 더 값어치 있는 행동을 했어야지. 잘 가라.
-하하! 저리 꺼져라 쓰레기 놈!
휘태커는 황경룡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눈에 불을 켜고 따라오려고 했지만 최연승은 잘라버렸다. 오다이곤도 신나서 거들었고.
싸움에 안 끼고 도망친 놈은 여기까지!
인맥 쌓을 기회를 날리게 된 휘태커는 울상이었지만 최연승은 냉정했다.
‘여기인가?’
황경룡은 의외로 바쁜 사람이었다. 그만한 기업을 이끄는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최연승에게는 신기할 뿐!
도심 한복판,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선 이 거리는 의 거리였다.
대부분이 황경룡이 갖고 있는 건물들인 것이다.
새로운 마법 연구, 아이템 연구, 몬스터 소재 연구…
레이드와 헌터에 관련된 각종 연구가 여기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경계도 삼엄했다.
“오셨군요.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빌딩 최상층으로 올라가자 비서들이 공손하게 최연승을 안내했다. 눈부시게 발전한 도심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왔냐? 잘 됐다.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클랜은 잘 적응하고 있지?”
이미 보고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황경룡은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재밌었던 일들은 없었고?”
“이상한 놈들이 많던데요.”
“그렇겠지.”
‘너도 만만치 않아 임마…’
황경룡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저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아, 아닌데?”
부정하려던 황경룡은 깨달았다.
지금 최연승은 성좌로서 그의 주인인 상태!
다른 성좌와 계약한 헌터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황경룡이었다.
-성좌와의 계약은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한 번 하면 영혼이 묶이는 거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고 봐야 해. 성좌한테 불손한 소리라도 하면? 그 날로 네 영혼이 박살날 수도 있다. 경룡아. 넌 절대 성좌랑 계약할 타입은 안 된다. 어지간하면 하지 마라 정말.
-경룡 씨야 재능 있으니까 단순히 하수인이 아닌, 권속으로 대우받겠지만… 그래도 성좌 성질 건드릴 것 같으니까 계약하지 마세요.
황경룡은 최연승을 보며 물었다.
“너… 너 내 마음을 다 알 수 있는 거냐?”
“예? 아. 그거요?”
[가 존재력을 사용합니다.] [다른 성좌들로부터 시선을 가립니다!]-응?
[가 이제부터는 확실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련의 화신은 존재력을 쓰면 들킬 테니, 자기가 대신 써주겠다고 말합니다.]에게 선전포고를 한 이상, 최연승과 은 어느 정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성좌들이 존재력을 사용해서 이 주변을 엿봐도 이상할 거 없는 상황.
성좌의 시선을 막으려면 역시 동급의 성좌가 나서야 했다.
고양이 성좌는 존재력을 사용해서 다른 성좌들이 엿듣는 걸 막아버린 것이다.
-고마워. 고양이 성좌.
[수련밖에 모르는 성좌 챙겨주는 건 나 밖에 없다고 가 으쓱댑니다.]-말 한 마디가 많은 거 같지만 어쨌든 고마워.
최연승은 지금 성좌로서의 존재력도 봉인하고, 무공 경지도 내린 채 있는 상황.
아무래도 고양이 성좌가 없었다면 몇 배로 불편했을 것이다.
“아뇨. 성좌 능력으로 마음 읽을 수 있긴 한데… 그거 쓴 적 없어요.”
“그, 그러면 어떻게?”
“그냥 형이 속마음 다 드러나는 사람인 건데요.”
“…그래…”
황경룡은 창피함을 느끼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어쨌든 마침 잘 왔다. 네 힘을 좀 빌리려고 했었는데.”
“?”
“아. 일단 네 용건부터 들어야지. 무슨 일이냐?”
“흠. 형. 클랜 기억하십니까?”
“화산파? 으음…”
황경룡은 인상을 썼다.
수백, 수천, 수만 개가 넘는 클랜들 중 하나를 기억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엄청 예전에, 중국 쪽에 있던 무공 사용자 클랜 아니었나?”
“오. 그래도 기억하시네요.”
“나름 유명하기도 했고 네가 무공 사용자기도 했으니까.”
황경룡의 말에 최연승은 살짝 감동했다.
괜히 클랜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황경룡이 좀 덤벙대고 푼수 끼가 있고 실수가 잦아도 클랜원들이 믿고 따르는 데에는…
“연승아. 네가 날 그렇게 쳐다볼 때는 보통 속으로 욕할 때던데.”
“하하. 오해십니다. 어쨌든 를 기억하시니 잘 됐네요. 이야기가 편하겠어.”
“음… 걔네가 어떻게 됐더라. 대침공 터지고 중국 난리 났을 때 1차로 박살나고, 클랜장인 리 여원이 등급조작했던 게 걸려서 2차로 박살났었나…”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처참한 상황이었군.’
최연승이 표정을 찡그리자 황경룡이 그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대침공 때는 진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 공격도 많이 받았고.”
30년 전 일이지만 직접 겪어서 몇 번이고 죽을 뻔한 황경룡에게는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진지하게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던 시기.
한국도 수많은 헌터들이 죽었지만 그나마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
그 때 헌터들이 솔선수범해서 나서지 않았다면 피해는 몇 배로 커졌으리라.
“ 클랜은 역시 무공 사용자라서 피해가 컸습니까?”
가까이 붙어서 싸워야 하는 무공 사용자는 일이 꼬이면 피해도 컸다.
강한 몬스터 상대라면 더더욱!
“그것도 있겠지만 중국 정부가 위험한 곳에 선봉으로 세워서 그럴걸. 걔네야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알 사람은 다 알지.”
당에 충성하는 클랜은 안전한 곳에, 당에 반항하는 클랜은 위험한 곳에.
중국 정부는 아니라고 딱 잡아뗐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참 치사한 놈들이지. 등급조작도 아마 정부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을 텐데 말이야. 그걸 개인이 어떻게 하냐?”
대침공 때는 화살받이로 앞에 세우다가, 나중에 자기들이 지시한 등급조작문제가 터지자 재빨리 잘라 내버린 것이다.
가 깊은 원한을 갖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피로 씻을 수밖에 없는 원한이었다.
“그런데 는 왜? 이제 와서 리 여원이라도 찾아보려고? 별 도움이 안 될 텐데.”
“아뇨. 여기서 만났습니다.”
“뭐? 진짜?”
“예.”
최연승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황경룡은 신기해했다.
“허, 소식 안 들려서 해체했거나 죽었는줄 알았는데 여기 와있었나.”
“…형. 이 도시의 주인이라고 하신 것치고는 너무 정보력이…”
최연승이 어이없어하자, 황경룡은 매우 억울해했다.
“넌 대체 내가 어느 급이라고 보는 거냐? 내가 그런 미미한 놈들까지 파악하지는 않는다고.”
아무리 봐도 최연승 이 자식은 날 너무 얕보고 있는 것 같다!
“연승아. 봐라. 내가 하루에 받는 보고서가 이만큼이다. 보통 해외 기업에서 날아오는 급보나, 중요한 미국 정치 문제, 다른 초대형 클랜 근황 보고, 도시의 급한 문제 정도로 듣는데… 야! 들어 좀! 형이 말하잖아!”
“아. 죄송합니다. 너무 지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