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9)
009화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자 그 밑에 있을 때는 안 보이던 것이 보였다.
자신을 보는 성좌들의 시선이 느껴지고 그 압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도.
‘나보다도 강하다.’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지만, 지금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성좌들은 최연승보다 강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조금만 더 강해지면, 저 영역에 닿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반드시 되고야 말겠다!
“훌륭하다… 인간…”
“내 이름은 최연승이다.”
“다시 한 번 싸울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
바리고스는 그 말을 끝으로 쓰러졌다. 웬 떠돌이 인간한테 패배했으니 그 주인이 좋게 봐주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최연승은 언젠가 바리고스가 다시 돌아오길 바랐다.
‘돌아와라. 바리고스. 너한테는 갚을 게 있으니까.’
[가 당신에게 만남을 제안합니다.] [가 당신에게 만남을 제안합니다.]어비스의 성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왕이 움직이면 왕국은 누가 지킨단 말인가.
어비스는 수많은 성좌들이 호시탐탐 상대를 노리는 곳이었고 성좌가 자리를 비우면 왕국은 금세 무너져 내렸다.
그렇기에 성좌들은 옥좌에 앉아서 관찰했다.
자신의 권속들을.
자신의 권속이 될 만한 존재들을.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자 성좌들의 시선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성좌들이 하나하나 감탄하고 분노하는 게 느껴졌다.
마치 지구에 있을 때 인터넷 방송 같았다.
훨씬 더 살벌하고 대화 없이 이뤄지는, 성좌들의 인터넷 방송!
‘음. 이렇게 생각하니까 성좌들이 갑자기 하찮게 느껴지는데?’
간이 배밖에 나와야 할 수 있는 생각.
그러나 최연승은 이제 간이 부을 대로 부어 있었다.
성좌들 앞에서 성좌가 되겠다고 외쳤는데 뭐가 더 두렵겠는가.
[가 당신의 목에 현상금을 겁니다.] [영역의 모든 존재들이 당신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가 를 조롱합니다.] [가 앞발을 올리며 낄낄 웃습니다.]‘정신 사나워!’
세계가 알려주는 메시지 창.
경지가 오르고 나서 성좌들의 시선과 대화를 느낄 수 있게 된 건 좋았지만, 오히려 더 성가셨다.
예전에 성좌와 계약했던 헌터가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모두가 성좌님과 계약하는 걸 원하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에이, 너무 배부른 소리 아니신가요?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성좌님들과 계약한 사람들이라면 제 말을 이해할 겁니다. 삶이 성좌님의 규칙에 얽매이고… 일거수일투족이 관찰당하는 건 꼭 좋지만은 않으니까요.
그 때 최연승은 방송을 보면서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길드의 다른 헌터들도 그랬다.
-저 쉐끼 저거 배불러서…
-얼굴도 잘생겨서 더 재수 없어! 왜 방송에 나와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요’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넌 양심상 그런 얼굴 하면 안 되지!
성좌랑 계약한다는 것 자체가 1%의 헌터들만 할 수 있는 일.
그거 가지고 ‘흑흑 성좌랑 계약하는 것도 힘들어요’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다른 헌터들은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연승은 이제 무슨 소리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성좌랑 계약하는 건 좋은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성좌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성좌의 시선을 받아 행동하며.
이걸 어길 경우 상상도 하기 힘든 벌을 받았다.
‘결국 노예인가?’
다들 성좌의 권속이라며 부러워하고 선망했지만, 결국 좋은 쇠사슬을 찬 노예일 뿐.
최연승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성좌가 되겠다고.
생각해보면 강해지고 싶었던 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어서였다.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의 운명을 성좌에게 맡길까보냐!
* * *
근처 성좌들의 뜨거운 시선들을 받으며 최연승은 달렸다.
의 영역에서 일단 벗어나야 했으니까.
직접 오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빡치면 사람이든 성좌든 뒷감당 생각 안 하고 덤벼들기 마련.
길을 막기 위해 악마들이 덤벼들었다.
이미 최연승의 적수가 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비켜라!”
최연승의 손가락 끝에서 강기로 만들어진 탄환이 연신 쏘아져나갔다.
악마들이 급히 5서클 마법 와 6서클 마법 로 방어하려고 나섰지만 강기 앞에서는 무력했다.
마법을 찢어발기는 빛!
악마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가 당신의 무위에 감탄합니다.] [가 당신에게 스킬 을 선사합니다.]성좌들이 지켜보는 건 꼭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성좌들은 꼭 자신의 권속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활약을 하는 존재들을 좋아했다.
그냥 말로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선물을 주고 자신들의 권능을 선물했다.
성좌와 계약하는 권속들이 제약을 받아들이는 이유!
자신의 주인뿐만이 아니라 온갖 성좌들에게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거절한다.”
물론 최연승은 을 거절했다.
[가 거절에 분노합니다!] [다른 성좌들이 를 비웃습니다!]최연승이 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
“난 마법 쓸 줄 모른다.”
[가 충격을 받습니다!] [가 그것 보라며 변명합니다.] [가 마법을 배워보라고 권합니다.] [가 마도서 를 제안합니다.]“필요 없어. 난 무공으로 끝을 볼 생각이니까.”
[가 당신을 힙스터라고 모욕합니다.]“……”
최연승은 갑자기 억울해졌다.
다른 모욕보다 이상하게 마음을 찌르는 모욕!
‘내가 뭘 했다고 힙스터야…!’
[가 힙스터인 당신에게 아다만티움 주괴를 선사합니다.]“!”
최연승은 깜짝 놀랐다.
성좌는 과연 통이 컸다.
이런 걸 그냥 주다니. 아직 계약도 안 했는데!
[가 그런 걸 받겠냐며 를 비웃…]“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바로 존대로 바뀌는 말투.
최연승이 강함에 미친 사람이었지만 자본주의 사회 출신의 미친 사람이었다.
[……] [가 깔깔 웃습니다!] [가 더 많은 광석을 원하면 계약을 하자고 말합니다.]“나는… 내가 성좌가 될 거다.”
[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힙스터는 이래서 안 된다고 말합니다.]‘아니 힙스터 같은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아무리 세계가 번역해준다지만, 저 고양이 성좌의 세계에서 힙스터 비슷한 단어가 있단 말인가?
대체 뭐하는 곳이지?
최연승은 더 이상 메시지 창을 보지 않았다.
성좌들의 조롱이나 비웃음, 유혹 같은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스스로의 길을 갈 뿐!
‘스킬 확인.’
이름:최연승
헌터 랭크:C+
적성:무공 사용자
경지:초절정
보유 스킬:
바리고스와의 혈투 이후 혼원신공과 스킬이 한층 더 진화해 있었다.
랭크:S
-혼원권
-혼원각
…
최연승이 깨달은 각종 무공의 수법이 혼원신공에 정리되어 있었고, 그 혼원신공 뒤에 대성이 달려 있었다.
대성.
그 무공을 완벽하게 익힌 경지!
그렇다.
최연승은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며 혼원신공의 모든 것을 깨달은 것이다.
더 이상 혼원신공으로는 오를 곳이 없는 천의무봉의 경지에 도착한 것!
최연승도 이제 느끼고 있었다.
무공으로는 완전한 영역에 도달했다고.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이제 무공이 아닌 존재의 힘 자체를 끌어올려야 했다.
존재의 극한에 가까워져 세계가 당신에게 공명합니다.
당신의 칭호는 입니다.
존재의 힘은 어떻게 끌어올리는가?
예전에는 알 수 없었지만,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최연승은 알 수 있었다.
‘스스로의 가치를 끝없이 추구하며 사는 것.’
영혼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걸맞게 사는 것으로 존재의 힘이 상승했다.
성좌들이 가진 같은 이름들은 그 성좌가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했다.
는 역병과 어둠, 이 두 가지에서 태어난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최연승은?
최연승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가치를 쫓는 존재인가?
그 답을 저 스킬이 알려주고 있었다.
!
‘패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비슷했지만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수련해가며 싸워야 하며 도중에 지면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난제였지만…
오히려 최연승은 이런 게 취향에 맞았다.
‘바라던 바다!’
불합리한 난제를 만날수록 타오르는 게 최연승이었다.
게다가 저 두 가치는 최연승 그 자체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최연승은 마지막으로 새로 얻은 두 스킬, 과 을 확인했다.
랭크:S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왔습니다. 강한 적을 상대로 싸울 경우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
랭크:S
스스로를 이기는 존재가 가장 강한 존재입니다. 당신의 존재에 맞는 삶을 살수록 존재의 힘이 오릅니다.
‘허.’
억강부약 스킬은 보상을 올려주는 대신, 난이도도 한 단계 더 올려주는 스킬!
‘강적 상대로 하는 싸움도 한두번이지…’
패배하면 안 되는데 강적과 싸워야 한다니.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자승자강 스킬은 성좌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경고하는 스킬이었다.
성좌는 규칙을 만드는 존재였지만 동시에 스스로 그 규칙에 속박되는 존재였다.
가 만약 치유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건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지도 않겠지만 그럴 경우 그는 존재의 힘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 존재의 극한에 도달한다는 것은 이런 것!
즉 최연승이 억강부약과 자승자강 스킬을 잘 활용하려면…
-쉬지 않고 계속해서 수련해가며 싸워야 하지만, 싸움이 쉬워서는 안 되고 어려운 싸움이어야 하며, 도중에 지면 안 된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 * *
는 결국 최연승의 발목을 붙잡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첫 번째 권속인 바리고스가 최연승한테 패배한 지금, 최연승을 막을 권속은 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막으려면 직접 나서야 하겠지만, 그랬다가는 다른 성좌들이 바로 빈틈을 노리고 왕국에 덤벼들 것이다.
최연승은 망설이지 않고 어비스의 중립지대로 향했다.
어떤 성좌들도 지배하지 않는 버려진 영역!
운 좋게 근처에 성좌가 없다거나, 성좌를 섬길 영혼이 없거나, 너무 강한 몬스터들이 많아 성좌들도 내버려두거나…
다양한 이유로 버려진 곳들.
원래라면 어비스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지만…
지금의 최연승에게는 차라리 이런 곳이 안전했다.
가는 성좌의 영역마다 최연승에게 ‘내 것이 되거나 죽어라’를 시전할 테니까.
정말 드물게 몇몇 성좌들만이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봐라 멍청한 놈 ㅉㅉ’같은 반응을 보여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