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3
◈ 013화. 되는데요? (2)
가상 전투 체험실이 순간적인 침묵에 빠졌다.
원인은 그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김주혁 때문.
미궁 몬스터 교관인 릴리야를 포함해 그것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던 다른 학생들마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소연은 입까지 멍하니 벌리고서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최아린은 왠지 평온해 보이면서도 뭔가 뿌듯해 보이는 듯한 표정으로 김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간의 침묵.
“어……어떻게?”
릴리야의 믿을 수 없다는 듯 더듬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김주혁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됐죠?”
“……!”
김주혁의 웃음에 흠칫 떠는 릴리야.
이내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아니요! 아직 안 됐어요!”
“왜요? 다 했잖아요?”
“다시! 다시 한번 해봐요!”
김주혁의 말에도 불구하고 릴리야는 어거지를 부리듯 입을 열더니 들고 있던 리모컨을 조작해 그의 앞에 돌 고블린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푸욱!
릴리야의 기대를 저버리고, 돌 고블린은 그대로 김주혁의 검에 배가 꿰뚫려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됐죠?”
“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어처구니없다는 듯 소리를 지르는 릴리야.
그에 김주혁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는 이야기했다.
“그냥 찌르면 죽는다니까요?”
“이익……!”
김주혁의 느긋해 보이는 말투에 인상을 찌푸리는 릴리야.
그녀는 곧 입을 열었다.
“고작 이거 하나 해결한 거 가지고 그렇게 자만하지 마세요!”
사실 지금 김주혁이 보여준 모습은 어찌 보면 그가 지금까지 써왔던 미궁 몬스터에 대한 논문을 다시 써서 학회에 제출해야 할 정도로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당장 그 사실보다는 눈앞에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김주혁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다는 생각에 곧바로 리모컨을 조작했다.
그와 함께 바뀌기 시작하는 체험실의 풍경.
정확히는 김주혁을 주변으로 그 환경이 바뀌어나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케륵 케르르륵-!
릴리야는 어느새 미궁의 좁은 일자 통로에 놓인 김주혁의 앞에 정글 고블린 여덟 마리를 소환했다.
‘이것도 어디 한번 해봐……!’
정식 명칭은 정글 고블린.
그러나 계약자 업계에서 불리는 이들의 진짜 이름은 ‘분노 조절 장애 고블린’이라고 할 정도로 그 성격이 더러운 고블린들이었다.
물론 그것뿐이라면 릴리야가 고작 세 마리의 고블린을 세워두고 이렇게 자신만만해하는 것은 퍽 웃겼을 테지만 정글 고블린의 무서운 점은 그게 아니었다.
‘만약 세 마리 중 한 마리라도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정글 고블린은 순식간에 하울링을 통해 미궁 내에 있는 모든 정글 고블린을 불러내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 고블린을 미처 처리하지 못한 계약자는 앞뒤로 몰려오는,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분조장 고블린에게 죽을 때까지 맞다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미궁 안에서 정글 고블린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은 그냥 상대하지 않고 도망을 가거나, 마법을 쓰는 성좌의 도움을 받아 한 번에 죽이는 것이었다.
물론 조금 강하다 싶은 계약자들은 고블린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처리할 수도 있기는 했으나 그는 아직 성좌와 계약도 하지 않은 1학년.
게다가 듣기로 오크를 죽일 때도 분명 모든 오크를 없애기는 했으나 그 속도가 그리 빠르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냥 검을 들고 있는 김주혁은-
푸욱!
-할 수 있을 리가
끼- 드드득!
“…….”
콰직!
“되는데요?”
……있네?
릴리야는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그 단어를 띄우다 이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어떻게?”
“시험지에 적힌 대로 했는데요?”
김주혁의 말에 릴리야는 멍하니 그의 발아래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전부 사이좋게 머리에 칼침이 꽂힌 채 사라지는 정글 고블린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여기서 나오는 몬스터는 다 조금씩 어색하단 말이야.’
김주혁은 몬스터를 많이 잡아봤다.
그냥 많이 잡은 것도 아니고 엄청 많이- 아니, 엄청 많이를 넘어서서 그냥 숫자로 따지면 몇십만 마리 정도는 혼자서 잡아 본 것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잡았냐고?
300년 전이 그런 세상이었다.
도시에는 몬스터를 볼 수 없었으나 조금만 외각으로 나가면 몬스터가 판을 치는, 도대체 지구의 주인이 인간인지 몬스터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세상.
그 속에서 끊임없이 몬스터를 죽이며 살아온 김주혁이다 보니 그는 엔간한 몬스터들의 처리법 따위는 머리가 아닌 본능으로 외우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김주혁은 옆에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릴리야 교관과 학생들을 보며 혀를 찼다.
‘성좌한테 힘을 빌려 쓰다 보니까 돌 고블린도 못 처리하나 보지?’
김주혁이 기억하기로 돌 고블린은 분명 까다로운 몬스터였으나 검으로 처치하지 못할 몬스터가 아니었다.
‘배에 있는 결에 검을 찔러넣을 수만 있으면 검으로 죽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뭐, 정글 고블린은 순수하게 피지컬로 죽여버린 거지만.
“다……다른 거!”
김주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들려오는 릴리야의 목소리.
“뭐요?”
“다른 걸 해보라고요!”
“또요?”
“또가 아니에요! 김주혁 학생은 제 시험에서 0점을 맞았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것도 증명해 보세요! 이 제출한 시험지처럼 할 수 있다는 증거를요!”
빽빽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릴리야.
도대체 뭐가 억울한지 얼굴 전체에 나 억울해요! 라는 표정이 가득 들어 있는 그 모습을 보며 김주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답했다.
“제가 그 시험지 속에 있는 대로 전부 해내면 점수도 올려-”
“알았으니까 해 봐요!”
릴리야의 말에 김주혁은 한숨을 내쉬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그날, 학생들은 미궁 몬스터의 대처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컷!”
푸욱!
“대가리 컷!”
콰직!
“뒷다리 컷!”
콰드득!
김주혁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미궁 몬스터의 대처법과는 다른 기상천외한 대처법을 보게 되었고.
“음……. 100점 달달하구만?”
김주혁은 그녀의 앞에서 시험지에 써 놓은 내용을 모두 증명하고 나서 0점에서 100점이 되어버린 시험지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보는 릴리야를 보며 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주혁아? 아까 그 트롤러 보어를 잡은 건 어떻게 해서 잡은 거니……?”
수업이 끝난 뒤, 체험실에서 나가고 있는 김주혁을 붙잡고 묘하게 침착해진 목소리로 자신에게 입을 연 릴리야를 본 그는.
씨익.
“안 알랴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릴리야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교실로 향했다.
XXXX
록딜 벤트릭이 머물고 있는 큰 기숙사.
가구들을 박살 내놨던 이전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된 그곳에서 록딜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레릭을 바라보았다.
발할라의 2학년이자 선라이즈 가문의 자제로서 꽤 나쁘지 않은 수호 성좌를 두고 있는 그는 시종일관 불편한 표정으로 록딜의 앞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나보고 그 녀석을 교무실에 찌르라 이거 아니냐?”
“찌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게 어떤가 하고 권유하는 것뿐이죠.”
레릭의 말에 평소와는 다르게 가식적인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여는 록딜 벤트릭.
그러나 레릭은 그런 그의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곤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이 일에서는 손을 떼겠다고 말이야.”
“……만약 그쪽에서 그렇게 해드린다면 사후 처리는 모두 벤트릭쪽에서 맡도록 하죠. 아시겠지만 제 가문이 움직이면 당신을 지원하는 것 정도는-”
“벤트릭 가문이 지원한다고 해서 우리 가문이 잃어버린 명예가 돌아오지는 않겠지.”
레릭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김주혁에 관련해서는 손을 떼겠다.”
그 말을 끝으로 레릭은 무엇을 떠올린 것인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록딜의 방을 빠져나갔고.
“이 병신새끼…… 고작 한 대 처맞았다고 꼬리를 말다니…….”
레릭이 나가자마자 록딜 벤트릭은 이를 악물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처맞았길래……?’
록딜 벤트릭은 레릭과 김주혁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몰랐다.
그는 어디까지나 레릭에게 김주혁을 괴롭혀 달라 말한 것뿐이었고, 그것이 충분히 성공적으로 작용했을 때 그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보상은 분명 레릭에게 있어서 분명 좋은 조건이라고도 그는 자부할 수 있었다.
게다가 거기에 더해 록딜은 벤트릭쪽에 붙어 있는 교관들 중 한 명을 통해 그가 성좌의 방에 간다는 것을 알고 레릭에게 정보를 주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록딜은 레릭과 김주혁이 그날 부딪혔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고, 또한 거기에서 레릭이 그에게 된통 깨졌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허나 레릭은 가문의 자제들답게 자존심이 강했다.
그렇기에 록딜은 설령 레릭이 김주혁에게 만약의 상황으로 깨진다고 하더라도 그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그와 계속해서 대립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레릭은 김주혁과 대립하기를 포기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 새끼, 대체 뭐야?’
김주혁이 레릭을, 정확히 말하면 레릭보다 더한 패거리들을 압도적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김주혁이 어느 정도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막 1학년이 된 신입생이 자존심이 강한 레릭을 오히려 두려움에 떨게 한다?
그것은 록딜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분명 상식 외의 모습이었다.
“쯧.”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차는 그.
분명 이번 일을 통해 록딜은 김주혁이 자신의 생각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깨닫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 수치를 당하고 포기하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미 록딜 벤트릭의 머릿속은 김주혁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에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조지고 말겠다는 생각을 되뇌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유리아.”
“……네.”
“디세라에게 연락은 했어?”
“네, 우선 만남을 원한다고 이야기를 전해두기는 했습니다.”
“어디에 있데?”
“디세라 님께서는 현재 멕시코의 아르피아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시간을 떼우고 계시다고-”
유리아의 말에 록딜은 답했다.
“그럼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오라고 해, 당장 해야 할 일이 생겼다고.”
“알겠습니다.”
꾸벅 하고 인사를 한 뒤 방을 빼져나가는 유리아.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순간 음욕이 동한 표정을 지은 그였으나, 이내 록딜은 곧 한국으로 날아올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고.
얼마 뒤.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아르피아 아카데미.
“그래서?”
우득-
“뭐, 우리 동생이 원하면 한번 가드려야 하지 않겠어? 보상금은 충분하지?”
[……이번 일만 처리해 주시면 부족하지 않게 챙겨드린다고 합니다.]“그래그래, 요즘 가문에서 퇴출돼서 빨아먹을 곳이 없었는데 잘됐네.”
여기저기 피로 떡칠이 되어 있는 그곳에서, 피떡이 된 수많은 학생의 위에 걸터앉아 있던 남자.
“좋아, 그럼 조만간 보자고.”
키득.
디세라 벤트릭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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