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50
◈ 150화. 다 걸렸다 (3)
사실 바르체는 방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당연히 멸망의 탑 소속 성좌들과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
물론 현재 멸망의 탑의 성좌들을 이끌고 있는 숨어 있는 지략가가 무슨 말을 해 놓은 것 때문인지 성좌들은 바르체에게 의심 어린 눈빛보다는 선망이 담긴 눈빛을 보내왔으나 그는 그 시선이 너무 힘들었다.
그는 저 존경과 선망이 담긴 눈빛이 행동 하나를 잘못하기만 해도 금세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바르체는 정말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자신의 방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니, 설령 방 안이 답답해 가끔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그는 그저 콜로세움을 한번 슥 확인하고 들어가거나.
그 이외에 피치 못하게 확인할 것이 있는 경우 대공동과 콜로세움을 이어주는 통로에 서서 조용히 상황을 확인하곤 방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성좌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바르체는 그런 식으로 밖의 상황을 확인해 보려 했다.
바르체는 혹시 모르니 한번 밖에 나가서 3계층 성좌들이 많이 남아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는 김주혁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 밖으로 나왔는데.
“탑주님을 뵙습니다!”
“어……. 어어, 그래…….”
바르체는 눈앞의 상황에 그만 뇌정지가 와버리고 말았다.
아니,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뇌정지가 올 일까지는 아니었다.
당장 바르체는 숨어 있는 지략가에 의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보단 존경스러운 눈초리를 받고 있었고.
그 말은 곧 딱히 지금은 바르체의 정체가 밝혀질 이유가 없다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러나 현재 바르체에게는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콜로세움에 서 있는 성좌들의 모습에 당황했고.
그만 얼타는 목소리로 입을 열고 말았다.
‘실수했다.’
바르체의 등골을 스쳐가는 은은한 한기.
그러나 정말 다행이게도 그들은 바르체의 대답에서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고.
그는 그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다시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그건 아무리 봐도 이상해.’
그건 누가 보더라도 굉장히 이상했기에, 바르체는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는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바르체의 물음.
그에 다섯의 감정가면은 더더욱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열었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탑주님.”
“준비?”
“예. 탑주님께서는 방에 계셔서 대공동의 상황에 대해 짐작하지 못하고 있으신 듯한데…… 제가 설명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가면의 목소리.
그에 바르체는 ‘아니, 그냥 몰라도 되니까 방에 들어가게 해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으나 이내 그 말을 꾹 참고 이야기했고.
“그래.”
그런 바르체의 긍정에, 다섯 가면은 현 대공동의 상황을 그에게 상세하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대공동의 중앙이 뚫리더니 이름이 쏟아져 나온 일부터 시작해서.
살룡이 무신문의 제자들에게 했던 말.
거기에 현재 어째서 자신들이 이곳에 있는지까지.
다섯 가면은 바르체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을 끄덕이며 듣고 있자 괜스레 신이 난다는 듯 조잘조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희는 혹시 모를 무신을 피하기 위해 그 제자들의 시선을 피해서 이곳에 와 있습니다!”
“또한 만약에라도 무신을 만날 것을 대비해 저희 다섯이 한 번에 내려갈 생각입니다!”
“그 뒤에는 원래 크게 한번 논 뒤에 올라가려 했으나 ‘기만’이 제시한 대로 조금 다른 방법으로 지상에서 놀아볼까 합니다.”
“만약 저희가 제대로 숨어든다면 무신도 어쩌지 못할 테니까요!”
“반드시 바르체 님의 뜻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르체 본인도 모르는 자신의 뜻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는 다섯 가면.
그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그렇군. 그럼 잘 준비하도록 해라.”
이내 그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터벅- 탁…… 탁탁탁.
그렇게 묘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다섯 가면에게서 사라진 바르체.
다섯 가면은 곧 바르체가 돌아간 방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바르체 님이야.”
“그 위압감 봤냐? 역시 말도 안 된다니까…….”
“저게, 멸망의 탑의 탑주.”
“뭐 사천왕보다도 위에 있으신 분이니 당연히 저런 포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지.”
자기들끼리 감탄하는 네 가면.
그러나 기만의 가면은 잠시 바르체가 돌아간 방쪽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
“뭐가 이상해?”
“왜 우리를 만나고 그냥 들어가신 거지?”
기만의 말.
“그걸 왜 이해하려고 하는 거야?”
“애초에 탑주님은 우리랑 생각하시는 것 자체가 다른데.”
“우리가 아무리 신경 써 봤자 탑주님이 생각하는 바를 알 수가 있겠냐?”
그에 다른 가면은 뭘 그런 것을 생각하냐는 듯 입을 열었고.
“……확실히, 그건 그렇긴 하지.”
기만은 다른 가면들의 말에 곧 바르체가 사라진 방에서 시선을 돌렸다.
XXXX
발할라 아카데미의 단련실.
장장 열 시간 동안의 성좌 사냥을 마치고 단련실에 돌아온 김주혁은 문득 단련실이 텅 비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 보았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메시지.
김주혁은 각각 최아린과 옌랑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최아린 : 힘들어…….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힘들다는 듯 피곤해져 있는 이모티콘)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힘들다는 듯 피곤해져 있는 이모티콘)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힘들다는 듯 피곤해져 있는 이모티콘)
최아린 : 그래도 잡았어!
최아린 : (귀여운 토끼가 우오오오오! 하는 이모티콘)
최아린 : 근데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하루만 쉴게.
김주혁은 자신이 미처 다른 성좌들을 처리하느라 보지 못했던 메시지에 가볍게 ‘ㅇㅋ’를 한번 쳐준 뒤 이내 곧바로 옌랑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옌랑 : ㅋ
옌랑 : (사진)
옌랑 : 잡았음, 쉽더라.
옌랑 : 근데 오늘은 좀 쉴게. 피곤한 건 아니고 조금 깨달음을 얻은 게 있어서.
옌랑 : 확인하면 답장 좀.
성좌가 가루가 되어 날아가고 있는 장면을 찍어 보낸 옌랑에게도 마찬가지로 ‘ㅇㅋ’을 보낸 김주혁은 이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곤.
“자, 그럼 곧바로 힘을 흡수해 볼까.”
이내 미소를 짓곤 곧바로 자신이 끼고 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김주혁이 이번에 잡은 성좌들을 숫자는 총 열일곱.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었네.’
사실 처음에는 성좌들이 김주혁이 처리하기 전에 날뛰면 귀찮아지겠다고 생각한 데 비해 정말 고맙게도 성좌들은 일시에 현신하는 것이 아닌 조금의 시간 차를 두고 현신했기에 그가 충분히 처리하기가 편했다.
‘뭐 그나마 같이 현신했던 녀석들도 최아린과 옌랑, 그리고 로건이 처리해서 편했고.’
결국 이번 성좌들의 현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곳은 거의, 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없었기에 김주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곤 곧바로 반지에 있는 이름을 흡수할 준비를 시작했다.
‘총 열일곱이니까…… 한 셋 정도만 우선 빼놓으면 되나?’
사실 마음만 같아서는 잡았던 녀석들의 이름을 모조리 흡수하고 싶었으나 김주혁은 혹시나에 대한 상황을 생각하고자 했다.
‘저번에 길잡이가 미궁주의 눈을 가리는데 이름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김주혁은 혹시나 이름이 필요할 만한 상황이 생기는 것을 대비해 몇 개 정도의 이름을 남겨둘 생각이었기에.
“후우-”
김주혁은 대충 세 개 정도만의 이름을 남긴 채 그가 오늘 잡았던 3계층의 성좌들을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가 이름을 흡수하자마자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하는 마력.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이나 김주혁의 주변으로 퍼지는 마력의 격동이 서서히 잠잠해질 때쯤 그는 다시금 눈을 떴고.
“오.”
김주혁은 눈을 뜨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몸을 한번 관조하고는 씨익 하는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도 올랐다.’
김주혁은 2계층의 성좌들을 모조리 잡아 흡수할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도 자신의 능력이 전체적인 밸런스에 맞춰서 올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김주혁이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2계층의 성좌들의 이름을 흡수할 때와는 다르게 조금 확실한 느낌이 있을 정도로 능력치가 올랐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다른 하나는.
‘이번에도 한계치가 늘어났다.’
바로 이번에도 김주혁의 한계치가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김주혁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진짜 가성비 좋네.”
그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김주혁의 입장에서는 고작 10시간 정도 성좌를 잡으러 다니는 노가다를 뛰었을 뿐인데 그 보상이 너무나도 달달했다.
“……그냥 남은 것도 전부 흡수해 버려?”
순간 아직 세 개의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하며 고민하는 김주혁.
그러나 한동안 고민하고 있던 김주혁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거뒀다.
‘혹시 모를 상황은 정말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까.’
게다가 나중에 이름이 굳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흡수해도 상관이 없었기에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하곤 이내 반지에서 시선을 떼버렸고.
“성좌 좀 더 안 내려오나?”
김주혁은 조금 아쉽다는 듯.
“한 명……? 아니, 한 명은 너무 적고, 두 명……? 두 명도 좀…… 적지 않나?”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차라리 지금 남겨놨던 이름 개수인 세 명만 더 나왔으면 좋겠네. 아니, 이왕이면 그냥 네 명이나 다섯 명이 내려와도 좋고…… 아니, 딱 다섯 명만 내려와도 좋겠네.”
조금 아쉽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김주혁.
그러나 이미 제자들을 통해 성좌들의 현신이 모두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이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와 함께.
[새로운 소식이 하나 있다.]들려오는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말했다.
“새로운 소식? 너 어디 갔다 왔냐?”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아까 자신이 그에게 부탁했던 것을 기억하고는 고개를 짧게 끄덕인 뒤 물었다.
“그래서 새로운 소식이라는 건 또 뭔데?”
김주혁의 물음.
그에 바르체는 곧바로 이야기했다.
[아마 다섯 명의 성좌가 일제히 현신할 것 같다.]“응? 다섯 명의 성좌가 일제히 현신할 것 같다고?”
[그래]바르체는 그렇게 답하더니 곧 김주혁에게 자신이 본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그가 콜로세움에 나가자마자 멸망의 탑의 성좌들을 만난 것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어째서 콜로세움에서 현신을 기다리고 있고 어디에서 현신을 할 생각인지까지.
바르체는 김주혁에게 다섯 가면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단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해 주었고.
곧 그가 가져온 소식을 찬찬히 듣고 있던 김주혁은
씨익!
“그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