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194
◈ 194화. 뒤통수, 맞아버렸습니다 (1)
“으음…….”
대공동.
무신문의 도살자는 최근 굉장히 한가하다고도 할 수 있고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현재 그가 거주하고 있는 대공동 안에는 현재 멸망의 탑의 성좌들이 없었으니까.
“…….”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도 아니고, 며칠 전을 기준으로 대공동에 함께 자리잡고 있던 멸망의 탑의 성좌들은 모조리 지상으로 내려가 사라져 버렸고.
그 덕분에 현재 대공동은 평화롭다면 평화롭고, 지루하다면 지루한 일상이 시작됐다.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래, 이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무신문의 도살자는 스승님의 일이라면 당장이라도 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버리고 스승님에게 해를 끼치거나 짜증을 나게 한 장본인을 조져버릴 수 있으나 사실 스승님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그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착했다.
……뭐, 무신문의 도살자가 착하다는 평가는 어디까지나 김주혁에게서 나온 평가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무신문의 도살자는 이 평화가 썩 마음에 들기는 했으나 불만인 것이 단 한 가지 있다면.
‘나도 계약자를 만들어 둘 걸 그랬나.’
바로 무신문의 도살자가 굳이 계약자를 만들지 않아서 할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우선 이쪽도 무신문으로 대부분 묶어두고 나서는 크게 싸우는 일도 없어졌고.’
물론 조금씩 싸우는 일은 있었으나 도살자는 딱히 그것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원래 집단이 커지면 사소한 트러블 몇 개정도는 생기는 법이었고, 그것을 컨트롤 하면 오히려 성좌들의 불만이 쌓일 것이 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흠.”
아무튼, 사저들이 대부분 자신의 계약자들을 단련시키겠답시고 현신해 있는 덕분에 요즘 도살자의 일과는 거의 대부분이 중립문에 가서 소소한 농담따먹기나 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사실 지금도 도왕은 무신문을 나와 중립문에서 노가리를 까기 위해 몸을 움직여 중립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중립문의 옥상층에서.
“……그래서, 댁은 왜 거기서 묶여 있나?”
도살자는 얼마 전 바르체와 같은 형태로 몸이 묶여 있는 설난신을 보며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 반갑군.”
한가하게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인사하는 설난신.
그에 도살자는 오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물었다.
“설마 사저들이 그렇게 해둔거요?”
“뭐……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됐군.”
온몸이 묶여 있어 그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건만 마치 어깨를 으쓱이는 것 같은 그 모습에 도살자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물었다.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딱히, 애초에 나는 나를 이 상태로 만든 이면의 지배자와 부리가면에게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네.”
“그런데 왜 그런 꼴을 당한건데?”
“내 조언이 너무 독이 되었달까…….”
“그건 또 뭔 소리야?”
왠지 우수에 찬 모습으로 중얼거리는 설난신을 보며 이해가 안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도살자.
그리고 그런 도살자의 궁금증에 답해준 것은 묶여 있는 설난신이 아니었다.
“저놈이 포문을 열었거든.”
“……포문?”
도살자는 묶여 있는 설난신의 옆자리에 앉은 도왕을 바라보며 물었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는 듯하다 곧 도살자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차근차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뒤.
“그러니까, 설난신의 계약자가 갑자기 스승님한테 대시했고, 그 계약자가 대시한 이유가 설난신이 나름대로 조언을 해줘서 그렇게 된 거다…… 뭐 그런 거지?”
“그렇지.”
“그 덕분에 사저들이 그 원인인 설난신을 이렇게 뒤집어 놓은 거고.”
“정답이다.”
도왕이 대답하기도 전에 대답하는 설난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도살자.
“뭐, 그런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
“……이해할 수 있는 거냐?”
도왕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도살자는 그의 앞에 마주 앉으며 입을 열었다.
“뭘 새삼스럽게, 애초에 너도 알고 있는거 아니었어? 사저들은 스승님한테 죽고 못살아 안달인 정도가 아닌데?”
“그 정도야 나도 알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이건 좀.”
도왕이 설난신을 바라보며 말하자 도살자는 오히려 무슨 소리냐는 듯 도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좀이라니? 애초에 예전에는 이것보다 더한 일이 수두룩 빽빽했는데…… 너도 알고 있잖아?”
“뭘 알고 있어?”
“몰라?”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물론 도왕의 머릿속에는 부리 가면과 이면의 지배자가 얼마나 김주혁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기는 한데…….’
딱히 이런 연애 에피소드에 관련해서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없었기에 도왕은 물음을 던졌고.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에 도살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무엇인가가 깨달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설마 잘못 알고 있는 건가?”
“뭘 잘못 아는데?”
“혹시 예전에 기억나? 무신문의 뒤쪽에 큰 산 하나 있었잖아.”
“큰 산……? 아, 그 무슨 무신문 확장 공사한다고 너희들이 밀어버렸던 그거?”
도왕은 예전의 무신문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홀로 서 있는 거대한 건물을.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전 중에서도 최근의 기억일 뿐이었고, 그가 알고 있는 과거의 무신문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가 아닌 주변에 굉장히 무엇인가가 많은 곳에 지어져 있었다.
‘……그때 생각해 보면 입구 빼고 근처가 전부 산이었던 것 같은데.’
옛날, 자신을 가르쳐주던 형이 ‘이게 바로 땅을 고르는 법이다. 이 완벽한 형태! 이게 바로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것이지.’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던 도왕은 곧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보며 도살자는 아무렇지 않게.
“그거, 무신문 확장하려고 밀어버린 게 아니라 사저들이 싸워서 날아간 거야.”
진실을 말해주었다.
“뭐?”
“말했잖아? 사저들이 싸우다가 날려버린 거라니까?”
“왜?”
“스승님 침소에 몰래 들어가다 둘이 마주쳤다고 했나?”
“그래서 그 덕분에 뒷산이 날아갔다고?”
“옆 산도 그런 식으로 날아갔어.”
“……옆 산도?”
“그래, 마찬가지로 그 맞은편에 있던 산도…… 제대로 기억은 안 나는데 스승님 관련으로 싸우다가 날아갔을걸?”
“그래서, 무신문이 평지가 된거야?”
“그렇지.”
도살자의 말에 도왕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고작 연애 때문에…… 아니, 현오형은 연애를 하지도 않았을테니까. 그냥 연애를 견제하는 데 날아간 산이 세 개……?’
생각보다도 어질어질해지는 스케일에 도왕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곧 설난신을 바라봤다.
“……솔직히.”
“솔직히?”
“솔직히 풀어달라고 하려 했다만. 그냥 풀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군.”
설난신의 말.
그에 도왕은 떨떠름하지만 이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곧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그는 문득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투귀는?”
“투귀 사저는 왜?”
“아니, 300년 전의 기억으로 생각해 보면 투귀도 뭐랄까…… 조금 심하지 않았나?”
도왕이 300년 전 투귀의 모습을 떠올렸다.
우선 무신에 관련해서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소문의 근원을 찾아내 죽여버리고 마는, 어떤 면에서는 김주혁의 제자들 중에서 가장 손속이 잔혹하다고 볼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 모습을 떠올리며 질문한 도왕의 물음에 도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확실히…… 사저가 조금 험하기는 했지.”
“그래서 나는 분명 투귀가 스승님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으음…….”
도왕의 물음에 한참을 고민하던 도살자는 곧 입을 열었다.
“그러게……? 그건 나도 모르겠네?”
“?”
“아니, 기본적으로 투귀 사저는 항상 두 사저들을 진정시키는 위치에 있다 보니…… 딱히 스승님 관련으로 충돌이 일어난 적도 없고.”
도살자는 그렇게 말한 뒤 슬쩍 고민을 하는 듯했고.
“흠.”
한동안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설난신은.
“그건, 마치 조용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같은 이야기로군.”
그렇게 나지막한 감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지 얼마나 되었을까.
“……또 열렸네?”
그들은 한참이나 이야기를 하던 중 대공동의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XXXX
마켓 중앙 빌딩의 최상층.
“……저번에 성좌들이 몰려서 내려온 지도 얼마 안 되지 않았나?”
그곳에서 김주혁은 도살자의 보고를 듣고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자 옆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있던 바르체는 김주혁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번에도 검은 구멍이 생겼나?”
“그렇다는데? 이제 더 내려올 녀석들이 있나?”
김주혁이 바르체를 돌아보며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내려온 시점에서 멸망의 탑에서 네가 상대했던 녀석들은 전부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
“그럼 이제 내려오는 건?”
“아마 미궁주 쪽에서 단 한 번도 내려보내지 않았던 녀석을 내려보낸 것 같군.”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
“그럼 너보다는 강하려나?”
“솔직히 말해서 확답은 하지 못하겠다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애초에 위쪽에서는 이제 네 정체를 모두 알아차리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그러니 만약 위쪽이 바보가 아니라면 우리를 한번에 쓸어버릴 수도 있을 만한 녀석을 내려보낸다고 생각하는게 합당하지 않나?”
“……그렇긴 하네.”
그 말에 수긍한 김주혁은 이내 조금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 모습을 본 바르체는 이야기했다.
“그래도 조금 좋게 생각하면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뭐?”
“결국 누가 내려올지는 모르겠다만 결국 상대는 해야 하니까 말이다. 거기다.”
바르체는 김주혁의 반지를 슬쩍 턱짓하며 말했다.
“어차피 네 기억을 찾기 위해서는 꾸준히 이름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맞긴 하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김주혁.
확실히 바르체의 말이 맞기는 했다.
‘멸망의 탑의 성좌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해서 다른 녀석들이 내려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서 너는, 혹시 감이 잡히는 녀석이라도 없나?”
“지금부터 내려올 녀석 말인가?”
김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지만 바르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기억을 찾았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기억뿐이고, 나한테 남아 있는건 그저 미궁주에 대한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럼 결국 이번에 내려오는 건 무광한테 질문해도 아무것도 모르겠네?”
“아마 그럴 확률이 높겠지.”
“그럼 그냥 기다려야겠네.”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이내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고.
그렇게 정확히 4일이 지난 뒤, 김주혁은 대공동에서 구멍을 통해 누군가가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전투를 준비했다.
그리고.
“크으으으윽-! 창주 이 개자식!!!!”
“??”
김주혁은 영국의 어떤 외딴 산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상처를 입고 있는 검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