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0
◈ 020화. 중간고사는 혼자서 (2)
최근 발할라는 모든 학생들이 예민해지고 있었다.
학생들이 예민해지고 있는 이유?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발할라의 중간고사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발할라의 중간고사.
그냥 듣기만 해보면 평범한 고등학생들처럼 시험이나 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으나 발할라의 중간고사는 그 중요도가 매우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발할라 아카데미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학기마다 퇴교자들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살아남아 발할라에 남게 되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퇴교당해 다른 학교로 가거나 발할라 아카데미 아래에 있는 부속 아카데미로 전학 가게 된다.
그렇기에 이 시기의 모든 학생들은 아직 과목조차 제대로 발표되지 않은 중간고사를 대비하며 한껏 예민해져 있었으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듯 김주혁은 태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김주혁은 중간고사를 그렇게 잘 볼 생각도 없을뿐더러 그에게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그 지루한 수업을 전부 들은 바르체까지 있었다.
게다가 혹여 중간고사를 망쳐도 어차피 기말고사는 보기 때문에 대수림의 눈에는 들어갈 수 있다.
‘……만약 거기서 또 발할라에서 해야 하는 조건이 있으면 귀찮아지긴 하겠지만.’
그건 그때에 생각해도 됐기에 김주혁은 여전히 육체 단련에만 몰두했고.
“……도 쓰는 법을 알려달라고?”
끄덕.
체력 단련이 끝난 뒤 김주혁은 최아린의 조마조마한 표정을 보고는 생각했다.
‘도를 쓰는 법이라…….’
뭐 확실히, 김주혁의 몸은 이제 슬슬 궤도에 오르고 있었고, 이 상태에서 슬슬 옛날 감각을 되찾으려면 무기를 휘두를 때가 되기는 했다.
분명 체력 단련을 하는 것만으로는 늘어나지 않는 것도 있었으니까.
“뭐, 그래 그럼.”
그렇기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아린의 요구에 응했다.
어차피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
“?”
“?”
“……왜 그런 표정이야?”
김주혁의 수락에 생각 외로 뻥진 표정을 짓는 최아린을 보며 입을 열자 그녀는 뭔가 묘한 표정을 짓곤 이야기했다.
“한 번에 수락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와 함께 습관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아린을 보며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나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조금 사실을 첨가해서 말해보자면 김주혁은 그녀에게 아직까진 각 잡고 제대로 무엇인가를 알려줄 생각은 없긴 했다.
진짜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는 최아린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뜯어내서 처음부터 알려줘야 하니까.
그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그녀에게도 악영향이었다.
그렇기에 김주혁이 해줄 것은 어디까지나 도법의 교정.
그리고 몸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아마 그 두 개를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금보다 강해질 거다.’
김주혁은 그녀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신체 능력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거의 마력만 있는 대로 뽑아 기계처럼 배운 도법만 활용해 덤벼왔던 그녀의 모습을.
그렇기에 김주혁은 자신이 교정을 해주는 것만으로 그녀가 분명 지금보다 몇 배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와 함께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
“내가 말했지? 체력 단련은 필수라고.”
최아린은 자신의 몸에 변화를 느꼈다.
XXXX
최아린은 발할라에서 김주혁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도(刀)를 휘두르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게으르기 때문에 도를 휘두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도를 휘두르지 않은 이유.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발할라에서 김주혁과 같이 체력 단련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단 하루도 여가 시간이 난 적이 없었다.
아침에는 김주혁과 함께 나가서 육체 단련을 한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다가 수업이 끝나면 또 한번 방과 후에 만나서 육체 단련을 한다.
이렇게 써두고 보면 여유 시간이 조금 있어 보였으나 유감스럽게도 김주혁의 육체 단련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아침 훈련이야 그나마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2시간 내외로 진행됐지만 방과 후에는?
김주혁은 저녁 먹는 시간과 잘 시간을 제외하곤 모조리 육체 단련에 투자했다.
그리고 최아린은 그런 김주혁의 지옥과도 같은 단련을 죽어라 따라하며 김주혁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은 척 봐도 비리비리한 육체로 최아린이 피로에 쩔어버려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강도 높은 운동을 매일 했으니까.
아무튼, 그 덕분에 최아린은 거의 매일 김주혁의 운동을 따라 하다 피로에 쩔었고, ‘단련은 꾸준히 해야 한다’라는 김주혁의 말 때문에 단련이 끝나면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곧바로 잠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는 김주혁이 평소보다 단련을 빨리 끝내고 들어가긴 했지만 빨리 끝내고 들어가는 대신 그 단련의 강도가 굉장히 높아졌기에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솔직히 걱정했다.
김주혁의 도법을 보고 그에게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단 한 번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 도를 계속해서 놓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대련장에서 도를 잡고 김주혁과 대련하는 순간, 그 걱정은 너무나도 빠르게 사그라 들었다.
“쓸데없이 마력을 집어넣지 마, 발바닥에만 넣고 한 번에 폭발하듯이 차는 거야.”
그도 그럴 것이.
“몸을 조금 더 틀어서 돌리듯 베라. 도는 찌르는 게 아니라 베는 무기니까.”
최아린은.
“나쁘지 않네.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그 올려베기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발도를 할 때 도에 필요 이상으로 마력을 집어넣지 마. 쓰잘떼기 없으니까.”
-강해져 있었다.
카지직 쾅!
최아린의 모습이 순식간에 도약해 김주혁의 몸 안으로 치달아 도를 휘두른다.
깔끔한 베기.
김주혁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느껴질 정도로 그 공격을 피해냈으나 최아린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이 얼마나 강해졌는지에 대해 몸소 깨닫고 있었으니까.
분명 그녀가 최근 도를 휘두른 적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녀는 한 달 전보다 그 차이가 선명할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도를 휘두르는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발도의 속도가 이전보다 명확한 차이가 날 정도로 빨라졌다.
마력의 소모 효율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순간적인 반응속도와 감지능력이 과장을 조금 더 보태 진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향상되었다.
그 이외에도 김주혁의 말 한마디를 따를 때마다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에 그녀는 경이로움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도대체 주혁이는 얼마나……?’
그녀는 자신과 검을 맞대고 있는 김주혁을 보며 등골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최아린은 분명 한 달 전보다 강해졌다.
분명 그때라면 승리가 불확실하다고 생각했던 오세혁이나 유소연도 지금의 자신이라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그녀는 강해졌다.
어쩌면 이다음 선별시험에서 최진건과 붙어볼 수 있을 정도까지.
그런데 김주혁은?
‘과연 내가 건드릴 수는 있을까?’
분명 한 달 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게 강해졌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김주혁에게 도저히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외천(天外天)
그렇기에 그녀는 김주혁과 도를 나누는 이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으며 이 대련에서 조금이라도 더 무엇인가를 얻어가기 위해 도를 휘둘렀고.
반대로 김주혁은 최아린의 공격을 받아주며 꽤 나쁘지 않다는 듯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도 빠르게 배우네?’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이기는 했으나 김주혁은 제자들을 가르쳐 본 적이 있었기에 최아린의 성취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였다.
‘만약 300년 전이였다면 제자로 받았을지도 몰랐겠네.’
최아린은 하나를 지적하면 적어도 두세 개를 한 번에 고쳤다.
그 이외에도 딱히 단련된 몸을 사용하는 법을 딱히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어설프지만 제 것인 양 사용하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육체 단련을 통해 마력의 세밀한 조절이 대폭 향상됐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
물론 육체 단련을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한 달간의 단련을 통해 포텐이 터진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배우면 가르칠 맛이 생기긴 했다.
자고로 한 달 동안 죽어라 키워도 길이만 늘어날 뿐인 잡초보다는 한 달 정도 키우면 예쁜 꽃을 만개하는 꽃을 키우는 게 낫지 않은가.
아무튼, 그런 면에서 최아린은 충분히 김주혁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거기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휘두르는 도를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감각은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기에 김주혁으로서도 이 대련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김주혁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시점에.
‘음?’
김주혁은 최아린의 도법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최아린과 맨 처음 대련을 시작했을 때도 느꼈던 위화감.
그때는 애초에 그녀가 제대로 도를 휘두르기도 전에 박살 냈던 터라 그냥 갸웃하고 넘어갔지만 이렇게 도를 직접 맞대고 보니 그녀의 도법은 어딘가 낯이 익었다.
‘……뭐지?’
그런데 굉장히 기묘한 것은 이 도법이 굉장히 낯이 있기는 한데, 또 그가 알고 있는 도법들과는 기묘할 정도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겁나 신기하네.’
그렇기에 한동안 최아린의 도법을 감상하며 받아주고 있던 그는 이내 얼마 있지 않아 그녀의 도법에 관심을 끊었다.
‘이 세상에 도법이 한두 개도 아니고.’
300년이나 지났으니 조금 비슷한 도법이 나올 만도 하지 않은가?
‘……내가 사용하는 도법보다는 더럽게 효율이 구려 보이고 엉성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본격적으로 가르칠 것도 아니기에 김주혁은 그것을 끝으로 그 뒤로 장장 한 시간 동안 최아린과 도를 맞대고 난 뒤에 대련을 끝냈고.
“내일도 대련해 줄 거야?”
온몸이 땀에 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똥한 눈으로 자신에게 물어보는 최아린을 보며 김주혁은 피식 웃곤 이야기했다.
“아니.”
사실 대련은 할 생각이긴 했다.
길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김주혁에게 있어서 감각을 찾는 것은 나름 필요한 일이었고, 그것은 최아린과 대련을 해주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한 마디로 김주혁이 그렇게 대답한 것은 어디까지나 최아린을 놀리기 위한 장난이었다.
그러나.
“응!”
“……?”
김주혁은 풀 죽은 강아지 대신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최아린이 있는 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묘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실망 안 하냐?”
“안 해.”
“왜?”
“주혁이가 옳으니까.”
“……뭐?”
“내 의견보다는 네 의견이 옳으니까. 나는 따를게. 무조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그야말로 진심을 담은 눈빛을 보내며 입을 여는 최아린.
그런 그녀를 보며.
“아, 그래.”
김주혁은 왠지 묘한 꺼림칙한 느낌을 받으며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2주 뒤.
“지금부터 치를 중간고사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발할라의 중간고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