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6
제106화
#106. 2015년 SR데이 (2)
참고로 미래차, 지아차 그룹에서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SR스마트카가 출시됐을 때.
“그 가격에 저런 디자인을 양산한다고?”
“100퍼센트 거짓이다! 저건 말이 안 돼!”
“대국민! 아니, 세계구급 사기를 SR이 치려고 있어! 이건 국가 망신이라고!”
“SR데이 핑계로 자세한 스펙을 공개 안 하는 것부터가 수상해!”
그들은 우리의 스마트카가 거품이고 과대 포장되었다면서 끝까지 정신 승리를 이어 갔다.
하지만 시간이 한 달 정도 지나자, 미지차 임원들은 자신들이 잘못 판단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가격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능은 진짜인 거 같은데?”
“진짜 SR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만든 건가?”
“SR 스마트카, 완충 시 주행 거리가 도대체 얼마야?! 충전을 하긴 하는 거야?!”
“가격이 거짓이라도 저 정도 성능이면, 추가금을 내서라도 고객들은 살 거야.”
도로에서 목격되는 SR 임직원들의 스마트카가 쏟아내는 데이터 때문이었다.
“이거, 지금이라도 성세류 회장에게 빌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그룹이 뭔가 잘못 가도 한참 잘못 가 버렸어.”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룹 임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장님,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노조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SR과 화해하고 손을 잡아야 합니다.”
“회장님!”
“회장님!”
“…….”
결국, 지금 이 순간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저희 정 회장님께서 성 회장님과 성영만 님께 직접 사과하고 싶다고 전하셨습니다.”
“또 다음 있을 주주총회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지.
“두 회사의 임직원분들껜 유감이지만, 제가 줏대 없이 입장을 번복하면 이것도 나름 오너 리스크라서요. 참 유감입니다. 미래차, 지아차에 대한 배터리팩 수출 얘기는 내년 SR데이에 다시 하도록 하죠.”
나는 지금 바로 용서해 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최소한 2년은 피 말리게 한 후에 선심 쓰듯 풀어 줘야지.
“성 회장님! 미래차, 지아차는 대한민국 경제에 엄청난 파이를 차지하는 대기업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제 살 깎아 먹기를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망하게 되면, 정부는 물론 민심마저 SR에게 좋지 못할 겁니다. 제발 자비를! 같은 한국 기업 아닙니까?!”
당연하게도 미래 지아차 임원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지금 날 협박하세요?”
그들의 말에 나는 차가운 어조로 되물었다.
“저번 신성과 ZK 때도 그렇고, 최근 애플도 그렇고, 지금 미래차, 지아차도 그렇고. 우리 SR의 이미지가 기업들 사이에서 좀 만만했나 봐요?”
본래에도 고압적이었던 내 어조가 더 차갑고 딱딱해졌다.
“계속 우리가 봐주니까 막 만만히 보고 기어오르려고 해.”
어느덧 하대에 가까워진 뉘앙스.
“잘 들어. 댁들은 본보기야. 나를, 우리 SR을 건드리면 그 누구라도 성치 못하다는 사례. 우리가 분노하면 정부니 국민 같은 거 일체 신경 안 쓰고 물어뜯겠다는 예시!”
“…….”
“…….”
내 말에, 미지차 임원들은 ‘다 끝났구나!’라는 듯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대화를 섞고 싶지 않군요. 가디언즈!”
“회, 회장님! 제발……!”
“…….”
멍하니 나를 보는 미래차, 지아차 임원들을 가디언즈가 나타나 치웠다.
그렇게 두 기업 임원들이 사라지자, 이번엔 다른 대형 자동차 회사 임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내 앞에 나타났다.
“미스터 성! 생일 축하드립니다.”
“하하하하, 3.0 세라 배터리, 좀 늦더라도 우리에게 판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본래라면 아까 화학 회사 임원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요구를 하려 했던 자동차 임원들.
SR케미컬과 얼라이언스의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 중인 3.0 세라 배터리를 팔아 달라고 요청하려 했겠지.
“사람들이 욕심이 참 과합니다. 독점도 아닌 선독점 정도는 정당한 권리인 것을.”
“SR의 상생에 대한 메시지, 언제나 가슴속에 품고 선의의 경쟁을 이어 가겠습니다.”
그들은 앞서 나에게 털렸던 화학 회사와 미지차 임원들 사례를 4D로 체험한 덕분인지 다른 방법으로 내게 접근했다.
“저, 그런데, 미스터 성. 3.0 세라 배터리뿐 아니라 자율주행 AI도 서비스되는 것인지요?”
“혹시 자율주행에 대한 추가 로열티가 필요하시다면, 얼마든 부르십시오. 기쁘게 부담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이 부스를 나갈 수는 없었는지, 그들은 조심스레 자율주행 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미안하지만 자율주행은 SR의 스마트카에만 적용됩니다.”
이에 나는 아직까진 별 감정 없이 그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했다.
“어째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로봇세 선언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무분별하게 자율주행을 풀었다간 기존 운수업 종사자들이 대량으로 실직하게 됩니다.”
SR스마트카에는 택시나 화물차 모델도 있다. 하지만 산업용으로 납품되는 차량에는 자율주행이 제한된다.
평소에는 사람이 운전하되, 위급한 순간에만 자율주행이 작동되게 말이다.
“그럼! 저희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SR의 상생 정신을 따라서 산업용으로 납품되는 차량에는 자율주행을 제한하겠습니다.”
이에, 포드와 GM, 벤츠, 도요타 등등 자동차 기업 임원들이 너도나도 협조 의사를 밝힌다.
“죄송하지만, 3.0 세라 배터리를 제공한 것만으로 상생의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자율주행은 얼라이언스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동안 우리가 독점하겠습니다.”
나는 간만에 쓰는 얼라 방패를 이용해 저들의 요구를 막았다.
“SSR과 얼라이언스 주주들의 입장이 그렇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 의외로 임원들은 순순히 물러났다.
아마 뒤로는 얼라이언스에 한발 걸치고 있는 정계에 로비를 할 생각인 모양.
글쎄, 그 로비가 과연 쉬울까? 얼라이언스 주주들은 대개 정부 인사들이고, 그들에겐 얼라이언스 주가와 운수업에 종사하는 유권자들의 표가 더 중요할 거다.
그렇게 자동차 회사 임원들도 대강 처리했다 싶었는데.
“SSR, 오랜만입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애플에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 언제 끼어드나 싶었지.’
[원래 맛있는 음식은 마지막에 먹는 게 국룰이죠.]
이에 나와 세라는 차가운 눈으로 팀 쿡을 보았다.
“얘기 들었습니다. 곧 테슬라를 애플에서 인수한다고?”
“그렇습니다.”
팀 쿡은 아니꼬운 내 시선에도 당당히 말을 이었다.
“SSR, 우리 애플에는 이미 SR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니 애플카에도 자율주행 호환이 되는 것이겠죠?”
“……?”
[저 사람은 기업가보단 정치인을 해야 했어요. 하긴, 그러고 보니 미국은 CEO 출신 공직자가 흔했지요?]
그 뻔뻔함이 너무 과해서 존경마저 들 정도였다.
“이상하네? 요즘 애플 IR의 AI 관련 PPT를 보면 우리 도움이 필요 없어 보이던데요?”
“그건…… 아시잖습니까? 하하하…….”
내 말에 팀 쿡이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다.
“아하! 알죠. 그랬지요? 그쪽은 주가를, 우리는 이미지를.”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SSR. 하하하…….”
이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근데, 그걸 아는 새끼가 이따위 요구를 해?”
“?!”
“너네 최근 하는 꼬라지가 가관이더라? 대놓고 우리 음모론 가지고 마케팅에 쓰는데, 네오제 믿고서 그러는 거냐?”
“어어……!”
귀에다 대놓고 쌍욕을 박는 내 모습.
팀 쿡뿐 아니라 부스 안에 있던 다른 기업 임원들도 놀란 눈치다.
“똑똑히 들어. 애플카에도 자율주행은 없어.”
나는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3.0 세라 배터리 공급을 받고 싶으면 1주일 내로 성의를 보여. 안 그러면 너희도 한국의 모 자동차 그룹 꼴이 날 테니.”
팀 쿡의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명심해. 지금부터 딱 1주일이야. 그 안에 성의를 안 보이면 AI, 반도체, 배터리를 포함한 우리와 관련된 모든 것이 끊길 거야.”
“SSR, 지금 그 말은…….”
“네오제와의 불화? 얼마든지 감내하지. 네오제의 최고평의회가 과연 애플과 호프 중 무엇을 택할까?”
“…….”
사방이 고요하다.
애플뿐 아니라 옆에 있던 나델라를 비롯한 MS와 구글 임원도 모두 굳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두려움 담긴 시선을 누리며 사방을 훑었다.
“주가 방어 때문에 우리가 제공 중인 AI를 자체 개발한 것처럼 포장하는 거, 뭐, 그거까지는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보단 다소 누그러든 어조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SSR.”
“하지만 점점 선을 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특히 요즘 몇몇 회사에서 지저분하게 우릴 저격하는 마케팅을 하는 것 같은데…….”
방금 팀 쿡의 귀에다 했던 말을 비교적 부드러운(?) 뉘앙스로 전체 이용가 버전으로 다시 반복했다.
“적당히 좀 하세요, 적당히. 그동안 네오제 때문에 참아 줬더니만 누가 갑인지 망각하는 거 같아?”
“…….”
아무리 봐도 이것들은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해 줘야 알아듣는 모양이니까.
* * *
2015년 SR데이는 어떤 의미에선 대단했지만, 또 어떤 의미에선 살짝 싱거웠다.
대표적으로 가전.
“이 투명한 모니터는 언제 봐도 멋지긴 해. T-OLED라고 했나?”
“하지만 뭔가, 이게 다인 느낌이네?”
“그렇지? 임팩트는 없지?”
사람들이 예상했던 SR의 가전은 근미래 SF 영화에 나올 법한 안드로이드 로봇 같은 거였다.
하지만 막상 출시된 것들을 보니 기존 가전제품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디자인이 좀 더 세련되고, 기능과 성능이 좀 더 좋아지고 감성으로 SR 로고가 박힌 정도?
“SSR이 눈치를 본 걸까? 최근 AI랑 로봇 관련해서 여론이 안 좋잖아?”
“천하의 SR도 완전한 안드로이드는 아직 힘든 것일지도 모르지.”
“에이~ SR인데? 걔네 캠퍼스나 공장에만 가도 바퀴 달린 청소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또 그러네? 그 청소 로봇, 가전 버전으로 왜 안 낸 거지?”
“아무래도 세간의 눈치를 보는 거 같아. 가전용으로 산 다음에 산업용으로 몰래 이용하는 케이스 종종 있잖아?”
“하긴, SSR과 얼라이언스의 기술이 너무 앞서긴 했지.”
무수한 추정들, 하지만 매우 사실에 가까운 대화들이 SR데이가 열린 LA컨벤션센터를 오갔다.
“아아~ 속 후련하다!”
그런 추측들 속에서 성세류는 쾌변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부스에서 나왔다.
“그렇게 좋으세요?”
“응!”
바로 옆에서 비서실장 세라가 버릇없는 대기업들 으악 주고 나온 성세류를 보며 피식 웃다가, 불현듯 걱정이 담긴 눈을 했다.
“그런데 오늘 있었던 일이 밖으로 나가면 어쩌죠?”
“인간은 어리석지만, 이익과 생존이 걸린 경우엔 매우 현명해져.”
세라의 우려에 세류는 걱정 없는 표정으로 답했다.
코로나 같은 대국민 눈치 게임이 아닌 이상, 이 정도 수준의 입단속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뭐, 회장님이 그러시다면 그런 것이겠죠. 문제가 생겨도 우리가 쌓아 온 업보 때문에 사람들도 그런가 보다, 할 것 같고요. 그래서, 어디부터 둘러보시겠어요?”
“일단 엔터 쪽 프레젠테이션, 거기부터 가자고.”
“알겠습니다. SR엔터 문상길 사장에게 해당 내용 공유하겠습니다.”
기강 잡기를 마친 세류는 가디언즈의 경호를 받으며 세라와 함께 SR데이가 열린 컨벤션센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참고로 성세류 주변은 아까 그가 처음 등장했던 때보단 널널했다.
급한 사람들은 아까 부스에서 다 처리해서 그런지, 지금은 기자들과 구경꾼들만이 주위에 서성거렸다.
“회장님!”
그때였다.
검은색 SR유니폼을 입은 한 SR 임원이 가디언즈의 안내를 받으며 성세류에게 다가왔다.
#2015년 9월 SR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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