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150. 두 가지 약속 (2)
SR에 다닌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특히나 한국에서 엄청난 특권이다.
과장 안 보태서 SR인더스트리 정직원이 되는 것은 한국에서 귀족 작위를 받는 것과 같았고, SR 협력사 또한 면천에 가까운 신분 상승으로 여겨졌다.
이런 SR의 채용 기준은 좀 유별났는데, 단순한 스펙이 아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폭넓게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움이 짧아도 희망은 있어!”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성실하고 밝게 살다 보면…… SR은 못 가더라도 협력사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SR과 협력사에 들어갔다는 것부터가 남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는 증거야!”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더더욱 SR에 열광했다.
SR의 울타리에 들어갔다는 것은 인간의 선민사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요즘 SR 본사 쪽 사람들 말이야…….”
“부쩍 연애나 결혼, 재혼을 많이 하지?”
그래서 SR 임직원들의 행보는 어지간한 인플루언서보다 더 관심을 끌었다.
SR인더스트리와 그 협력사에서 채용을 많이 한다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울타리 밖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깐.
“지금까지 SR 들어간 사람들 보면, 이상하게들 연애나 결혼을 안 했는데 말이야…….”
“특히 본사 쪽의 젊은 사람들이 그랬지. 그렇게 높은 연봉과 워라밸을 누리면서 결혼은커녕 연애도 안 하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SR 직원들도 번식 본능 있는 같은 인간이었어.”
그리고 최근 SR 본사 쪽 사람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듯한(하지만 신원은 확실한) 선남선녀들과 만나는 일이 부쩍 많아지자, 이 또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올해 들어서지? 성세류가 그동안 사내 연애를 금지했었나?”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겼단 말이지.”
“SR, 그것도 본사 임직원이니까 납득되는 부분이지.”
“최고의 성형은 SR 입사라는 말이 있잖아? 선남선녀들이 안에 있는데 불이 안 나는 게 이상하지.”
“음모론자들은 SR 임직원의 연인이 사람의 외모를 한 외계인이거나 안드로이드라고 하던데? 연인으로 위장해서 직원들을 감시하는 거라고…….”
“……그딴 소리나 하니깐 신뢰를 못 받지. 왜 SR 법무팀이 내버려 두는지 알 것 같단 말이야.”
그래도 아직은 세라와 바이오-안드로이드의 정체를 아는 원년 멤버들만 지급받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임팩트는 일지 않았다.
* * *
세라가 내게 바이오-안드로이드 보급에 대한 반응을 정리해 보고했다.
“세간의 반응은 그냥 신기하네? 부럽다! 정도입니다. 일부 예리한 음모론이 있지만, 요즘 우리와 관련한 음모론이야 달 착륙 음모론 취급하는 수준이니까요.”
“오라클에서 고생 많았어.”
“신원 조작이 좀 귀찮긴 했지요.”
그녀의 보고를 받은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음 지시를 내렸다.
“바이오-안드로이드 생산을 줄이고 다음 스텝으로 가자.”
우리 임직원들과의 가장 중요한 약속이 어느 정도 이행되자, 나는 곧바로 두 번째 약속을 진행키로 했다.
“헤에에~! 다음 스텝이면?!”
“네오제에 목줄을 채울 시간.”
“이행하는 것이에요! 채우는 것이에요!”
소량이지만 일정 수준의 오리지늄이 생산 가능해지자, 나는 임직원들에게 약속대로 바이오 안드로이를 만들어 주는 한편 차곡차곡 다른 버전의 오리지늄도 모아 놨다.
오리지늄은 크게 A부터 D타입까지 있는데, 어떻게 합성하느냐에 따라 텔로미어부터 반중력, 반물질, 워프 등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얼라이언스호 준비시킬까요?”
“저번과 달리 이번엔 내가 갑이야. 그들에게 한국으로 직접 오라고 전해.”
“네!”
바이오-안드로이드 다음 단계는 바로 과거 네오제와 약속했던 텔로미어였다.
* * *
텔로미어.
인류에게 ‘노화’가 자연의 섭리가 아닌, ‘질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존재.
모든 사람의 몸에는 텔로미어라는 세포가 있다.
성인이 되고서부터 이 텔로미어가 줄게 되는데, 인간의 노화는 여기서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당연히 이 텔로미어를 재생할 방법을 연구했다.
네오제를 비롯한 무수한 부자들이 이 연구에 무한에 가까운 투자와 후원을 했다.
“텔로미어 세포 재생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텔로미어 세포 재생에 성공했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군.”
“이건 뭐, 젊어지기 전에 온몸이 암세포로 뒤덮이겠어.”
문제는 세포 재생과 함께, 암세포도 같이 재생된다는 부작용이었다.
“투자는 아낌없이 해 줄 테니 좀 더 힘을 내 보게!”
“저 암세포 문제만 해결하면 인류는 노화에서 자유로울 텐데!”
“제발! 내가 늙어 죽기 전에 부디 완성되길…….”
물론 다른 문제점들도 있었지만, 이 암세포 부분이 인간의 노화 정복에 제일 큰 장애물이 되었다.
그러던 중.
“SR은 AI와 반도체뿐 아니라 의료와 바이오도 연구 중입니다.”
세기의 천재라 불리는 성세류가 네오제 앞에 나타났다.
“다들 아실 겁니다. SR이 운영 중인 호프라는 시설을.”
자신만만하게 텔로미어의 성공을 논했다.
“SSR이라면 가능하다!”
만약 다른 사업가나 과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코웃음 쳤겠지만, 성세류는 아니다.
“실제로 그는 이미 비밀리에 IPS 세포 치료법을 완성하지 않았던가?”
“몰래몰래 치료한 상이군인들만 해도 수백 명이 넘지.”
“대부분이 현대 의학으로 치료 불가능한 장애와 질병이었고.”
“SSR이면 가능하다. 그를 믿어 보자.”
기약 없는 기다림과 초초함에 지쳐 가던 네오제의 그랜드마스터들은 환호했고, 성세류와 SR이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고 가디언즈를 통해 신무기를 만들어도 터치하지 않았다.
불로초가 코앞인데, 저런 거는 충분히 양보할 만하다고 봤겠지.
그리고 마침내 최근.
-SSR이 네오제에. 불로초를 완성함.
“!!”
“마침내!”
성세류로부터 불로초를 완성했다는 답신이 왔다.
“하지만 아무리 SSR이라고 해도 무작정 믿을 순 없지.”
“일단 우리 사람으로 테스트를 해 보자.”
네오제의 로스차일드는 제일 먼저 곧 죽어도 상관없는 가문의 늙은 집사와 가신을 한국으로 보냈다.
성공하면 일평생을 가문을 위해 헌신한 보답이 되는 것이고, 실패해도 곧 죽을 자들이니 문제는 없을 터.
그렇게 늙은 가신들을 한국으로 보내고 얼마 후.
“가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젊고 건강한 몸이라니! 새 삶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네오제로 돌아온 늙은 가신들은 더 이상 옛날의 80살 먹은 노인들이 아니었다.
20대의 몸, 총명한 눈동자와 수북한 머리카락, 탱탱한 피부, 곧게 편 허리까지.
진정한 기적이 눈앞에 증명된 것이다.
‘뭔가 이상하군?’
하지만 로스차일드의 현 가주 솔론 G. 로스차일드는 단번에 이상함을 눈치챘다.
‘나와 가문을 대하는 눈빛과 태도가 예전 같지 않아.’
평생을 그와 함께한 집사와 가신들이다. 세뇌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충성 교육을 받았던 그들의 눈빛과 뉘앙스가 이상했다.
“신체뿐 아니라 심리 검사도 진행해 보게.”
그는 바로 심리 검사도 지시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결과가 나왔다.
“말해 보게.”
“다들 분명 젊어지기 전의 삶을 기억합니다.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하지만 뭐랄까? 굉장히 무덤덤하게 이전의 기억과 인연을 대했습니다.”
“으음…….”
“애초에 그들은 전부 노인들입니다. 과거의 일에 연연하지 않을 만도 합니다. 그게 젊어지면서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사를 맡은 정신과 의사가 조심스레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내 수명이 얼마나 남았지?”
“나이에 비해 정정하십니다. 하지만 워낙 나이가 있으셔서 저희도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긴, 내 나이가 곧 백이지. 시간이 없군. 편식할 처지가 아니었어.”
로스차일드와 네오제의 그랜드마스터들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결심을 굳혔다.
“당장 전용기를 준비시켜!”
몇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그렇게 며칠 후, 네오제 수장들이 탄 전용기들이 우르르 한국으로 향했다.
* * *
2017년 7월 7일.
SR인더스트리 1캠퍼스로 최고급 리무진 수십 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를 맞이하는 SR본사와 가디언즈 또한 비상.
누가 보면 SRSC가 열렸나 싶을 정도로 엄중하고 부산했다.
“천하의 네오제를 오라가라 하다니…….”
“미국 대통령도 우릴 이렇게 못 다루거늘.”
“뭐, SSR은 그럴 자격이 되지.”
이윽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다수가 백인이었고, 남성이었으며, 노인이거나 중년이었다.
다들 세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흑막들이다.
건강 관리에 막대한 돈을 쓴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즉, 실제 나이는 훨씬 많다는 뜻이 된다.
“그나저나 SR과 SSR은 어찌할 텐가?”
“젊어지면 못해도 80년이라는 시간을 또 벌 수 있지. 그리고 80년이면 우리도 SR의 기술력을 따라잡고도 남겠지?”
“……불로초를 얻자마자 팽할 작정이군. 뭐, 나도 반대는 안 하네만 우리 쪽 사람들까지 전부 시술받은 후에 하시게.”
“그러지.”
차에서 내려 목적지로 향하는 중에도 네오제 사람들은 은밀히 대화를 나눴다.
지금 이 대화가 흘러나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면 다들 이런 쪽에서는 철저했으니깐.
소지하고 있는 전자기기는 모두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는 보안 수준을 갖췄고, 당장 그들이 대동 중인 경호원들이 들고 있는 007 가방부터가 일종의 전파 교란 장치였다.
같은 시각.
나와 세라는 피라미드 최상층에서 모니터로 저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재밍이 장난 아니네요? 얼굴이나 입 모양이 잘 안 보여요.”
“그래도 대화는 도청 중이잖아? 텔로미어 시술받자마자 바로 뒤통수칠 생각이나 하다니. 쯧, 하긴 나였어도 그랬겠지만.”
저들의 흉계를 대놓고 들었지만, 나와 세라는 여유로웠다.
“목줄 준비는 끝나 가?”
“아주 멋진 목걸이가 될 거예요!”
당연하지만 우리가 단순히 돈만 받고 텔로미어 시술을 해 줄 리가 없다.
“목걸이라, 목줄보단 어감이 낫긴 하네? 어쨌든 네오제의 목에 족쇄를 건다면 그들의 영향력은 그대로 우리 것이 되겠지.”
“진짜로 세계 흑막 그 자체가 되는 것이에요.”
“가자고. 귀한 손님들이 왔는데 마중은 나가 줘야지?”
“네!”
나와 세라는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고, 이윽고 나갈 준비를 했다.
“저렇게 대놓고 흉계를 펼치는데 더 심하게 떼찌떼찌 못 해 준다는 것이 아쉬워요!”
“앞으로 본격적으로 에너지, 의료, 바이오 사업을 하게 되면 네오제의 협력이 필요해.”
“그렇긴 해요. 핵융합부터 각종 의료 기술이 세상에 선보일 텐데 에너지 카르텔과 의료 카르텔이 가만있을 리 없지요.”
세계를 좀 먹고 분열시키는 중2병 흑막 집단, 그 네오제의 늙은 구렁이들을 뭐 하러 회춘시켜 주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늙은 생강이 맵다고, 수십, 수백 세대를 거쳐 이룩한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그들의 영향력이 우리의 노예, 아니, 후원자가 된다면?
‘세계 정복이 꿈만은 아니야. 물론, 이 공생 관계도 오래가지 않겠지.’
그렇다고 네오제를 마냥 살려 둘 생각은 없다.
저들도 뒤로는 우리를 추격하기 위해 AI와 안티에이징 관련하여 엄청난 투자와 연구를 진행 중이거든.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우리를 위협할 위치에 오르고 말 터.
장담컨대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목줄 따위 무시하고 바로 우릴 공격할 것이다.
‘일단 족쇄를 채우고 시간 벌다가, 싸그리 삶아 먹자!’
중요한 것은 시간 싸움!
나도, 네오제도, 서로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헤에에~ 지금 회장님 얼굴 너무 섹시한 것이에요!”
“……?”
손님을 마중하러 가는 길에 지은 내 표정을 본 세라.
헤실헤실 웃으며 내 옆에 바싹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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