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219. 제7공화국 (1)
개발도상국일수록 세류교의 교세가 크다지만, 그렇다고 한국 같은 선진국이 세류교의 교세가 약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미국, 일본, 한국 등등 세계 어딜 가나 종교는 존재했고, 오히려 잘 사는 선진국일수록, 특히 한국이나 미국, 일본 같은 경쟁과 비교가 심한 나라일수록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외롭고 고립된 사람이 많았다.
즉, 오히려 이런 나라들에서 극단적인 사상이나 사이비 종교가 잘 발생했다.
오라클과 전략경영실에서는 이를 참고하여 세류교의 교세를 키웠다.
기존 사이비들이 고립된 사람들을 품어서 교세를 확장했던 것처럼, 세류교 또한 처음엔 성세류 팬덤으로 시작해 어느덧 광신과 시녀질의 영역으로 올라섰다.
“기존 사이비 교단 교주와 간부들을 납치해.”
“대형 교회 목사들도 납치 대상에 넣는다.”
“뇌 세척을 돌리고 그들의 신도들을 세류교에 합병시켜.”
여기서 오라클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힘들게 포교라는 영업을 하는 대신, 적대적 M&A를 진행한 것이다.
덕분에 세류교는 순식간에 한국에서 제1종교에 가까운 위상을 지닐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 내전에서 참으로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오라클에 작전을 시작하라 전해.”
“네! 한국에 있는 세류교와 네츄럴을 움직이라 지시하겠습니다.”
마지막 대전환을 위해.
성세류가 총동원령을 내리자,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던 세류교도들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마침내 성세류 회장님께서 거병을 명하셨습니다!”
“일어납시다! 일어나서 싸웁시다!”
“SR과 성세류 회장님을 지키자!”
“민족의 죄인 이자명을 탄핵하라!”
“SR을 거역하는 모든 불순분자를 정화하라!”
“그날을 위해!”
오라클의 지시를 받은 세류교도들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마찬가지로.
“네츄럴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지킵시다!”
“아무리 SR이라고 해도 이 많은 국민을 죽일 순 없어!”
“촛불과 민주주의로 연대합시다!”
“타도 SR! 타도 성세류!”
오라클의 지시를 받은 네츄럴이 움직였다. 네츄럴과 연대한 국내 단체들도 함께 집결했다.
진보 보수를 뛰어넘은 반SR 성향의 시민, 노동, 종교 단체가 총출동했다.
대한민국 모든 도시가 한쪽에는 태극기와 촛불, 죽창으로 채워졌고, 다른 한쪽에는 SR 깃발과 성세류 초상화, 전류가 흐르는 진압봉으로 채워졌다.
한날한시에 전국 곳곳에 집결한 두 거대 세력.
“SR이 곧 대한민국이다!”
“저 세류교 사이비들을 죽여!”
“SR을 적대하는 놈들이야말로 제2의 이완용이다!”
“국민을 기업에 팔아먹으려는 매국노들을 죽여!”
“그날을 위해!”
충돌은 너무나 자연스레 일어났다.
“SR과 계엄군에 이어 국민들마저도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을 치렀습니다.”
“전향하거나 투항한 현역, 예비역 군인들이 세류교에 빠르게 가담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이루고 세계 7위권의 경제 선진국인 우리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너무나 허망한 기분입니다.”
“세류교와 네츄럴의 충돌로 지금까지 약 4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상자의 대부분은 네츄럴을 비롯한 반SR 쪽에서 나왔습니다.”
이 두 거대 세력의 충돌에서 승자는 당연하게도 세류교 쪽이었다.
비록 숫자에서는 세류교가 밀렸지만, 그들에게는 SR의 지원과 전향하거나 탈영한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SR 진영에서 촛불과 쇠파이프, 죽창, 석궁, 화염병으로 무장했다 해도, 총 앞에서는 무력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두 거대 세력 간의 충돌에서 SR쪽이 승리하자, 한국 내에서 대규모 학살이 벌어졌다.
“페미와 정치인들을 죽여라!”
“SR을 팔아넘기는 데 동조한 자들을 전부 색출해!”
“중국인과 조선족을 모조리 매달아!”
지금까지 쌓이고 쌓였던 혐오들이 폭발한 것이었다.
탕탕탕탕탕! 퍼엉!
꺄아아아악!
살, 살려 줘어어어!
탈영했거나 전향한 군인들은 하나같이 총기와 실탄을 지녔고, 최근까지 군사훈련을 받았기에 누구보다 폭력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즉, 이런 학살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이를 막아야 할 경찰과 헌병은 이미 내분으로 무너진 지 오래.
주한미군을 비롯한 UN사 또한 SR의 눈치를 보느라 방관 및 중립을 고수했다.
중국은 서해 상공에 뜬 궤도 함대에 꼬리를 말고 손절을 표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끝났다.
7월에 시작한 한국내전은 9월 중순이 되어서야 끝을 맺었다.
척, 척, 척, 척, 척, 척.
완전무장한 SRGF의 가디언즈와 GI 테라봇이 여의도 국회와 청와대를 점령했고, 지방 곳곳 시청과 시의회에도 SR의 깃발이 걸렸다.
도시 상공에는 SR의 드론들이 쉬지 않고 날아다니며 이 나라의 새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해 줬다.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현 시간부터 SRPD와 협력사 PMC들이 경찰과 계엄군을 대신하여 치안력을 행사하겠습니다.”
치안 또한 SR을 비롯한 중소기업국가들이 대행하기 시작했다.
“SRPD다! 순순히 투항하고 총기를 반납해!”
“더 이상의 폭력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탈영한 군인들에게서 총기를 압수했고 학살과 범죄를 막았다.
“SRPD? 우린 세류교의 인정을 받은 민병대다!”
“×랄! 성세류 회장님의 지시다! 닥치고 투항해!”
“×까! 총은 절대 넘겨줄 수 없어!”
“놈들이 반항한다! 전부 사살하라! 놈들과 연관된 세류교도 털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반항한다면 군인, 세류교도를 가리지 않고 모조리 사살했다.
그렇게 두 달간 이어지던 한국 내전이자 SR독립전쟁이 끝났다.
* * *
이제는 서울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된 회장님의 전용 우주함 익스플로러 13호, 도시 상공 700미터에 낮게 떠 있습니다.
롯데월드 타워와 불과 150미터밖에 차이 안 나는 높이입니다.
언제든 이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무언의 무력시위인 셈입니다.
“7월부터 9월까지 총 119만 명의 사상자가 집계되었습니다. 이 중 30만 명이 사망했고요.”
그런 익스플로러 13호의 함교는 고요합니다.
우주함을 지휘하는 함장부터 승조원까지, 깊은 눈동자로 이제 우리의 소유가 된 수도를 내려다봅니다.
하지만 저 세라는 지상의 도시가 아닌 제 앞에 계신 회장님의 뒷모습을 응시할 뿐입니다.
“오라클로부터 보고입니다. 이자명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방금 무사히 중국으로 망명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올해 안으로 대한민국 망명 정부를 세울 예정입니다.”
잠시 멍하니 회장님을 보던 저는 통계 자료에 이어, 방금 중국에서 들어온 소식을 나의 주인께 전달했습니다.
“감시는 잘하고 있겠지?”
“오라클 요원들이 이미 망명 정부 중추에 침투했습니다.”
제 보고에 회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지상을 내려다보셨습니다.
“왜 반SR 세력을 살려 두신 건가요? 심지어 망명 정부까지 지원하시다니.”
“낚시로 치면 그들은 떡밥 같은 거야. 그것들이 있어야 이 나라에서 불량품들을 계속해서 솎아 내지.”
제 질문에 회장님은 고개를 살짝 돌려 대답을 하셨습니다.
“네츄럴과 비슷한 거군요.”
“맞아.”
“문경인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한국 내에서 지하 조직을 만들도록 장려한 것도 비슷한 이치고요?”
“그래, 국내의 지하 조직도 잘 장악했나?”
“네! 사실상 네츄럴이 관리하는 조직들이다 보니 쉽게 성공한 모양입니다.”
“순조롭군. 의회와 행정부 장악은?”
“마찬가지로 순조롭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반SR 성향의 정치인은 없습니다.
4할은 죽었고, 3할은 중국으로 망명했으며, 다시 3할은 지하로 숨었기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기업 국가의 천하가 시작된 겁니다.
“곧 국회에서 항복 서명과 주권 전환 결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후 개헌이 시행됩니다.”
이어지는 제 보고에 회장님의 시선이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으로 향했습니다.
“구경이나 가자.”
“네! 바로 펠리컨을 준비하겠습니다.”
이제 곧 한국 총독부 의회가 될 국회의사당을 향해 저와 회장님을 태운 펠리컨이 우주함 격납고에서 출발했습니다.
* * *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긴장과 설렘, 흥분이 뒤섞인 건물 안.
“성세류 회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
SRGF 로고가 선명한, 국방색 SR 유니폼을 입은 장교가 나의 등장을 육성으로 외쳤다. 크게.
우르르르.
그러자 국회에 있던 88명의 국회의원들이 기립했다.
본래 300명이었던 국회의원 중 88명만이 이번 내전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을사88적이라 부르는 것 같은데, 뭐, 내 알 바는 아니다.
‘휑하군. 원래도 출석들을 거의 안 해서 휑했던 의회였지만.’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국회를 보며 나는 씁쓸한 눈을 했다.
‘3차 대전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 결국 점령군처럼 기업 국가를 세우게 됐군.’
원역사에서는 미국 내전과 3차 대전으로 자연스레 기업 국가와 시민 국가의 주권 전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SR의 존재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냈고, 세상은 기업 국가의 위협을 너무나 일찍 알아 버렸다.
결국, 이렇게 과격하고 조급하게 이성계가 조선 건국하듯이 주권 전환을 해야 했다.
“회장님, 방금 구대한민국 정부와 국회 대표단이 항복 문서와 주권 전환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내가 의회 안으로 들어오자,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청년이 내 앞에 나타나 보고를 올린다.
“이거, 약속보다 일찍 부르게 되어 미안합니다, 이건휘 총독님.”
나는 눈앞의 청년, 텔로미어로 회춘한 이건휘 전 신성그룹 회장에게 미안함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아닙니다. 성 회장님의 은총으로 제 아들놈이 예정보다 일찍 출소했습니다. 덕분에 최근까지 질리도록 놀았습니다, 하하하하하!”
이건휘 총독은 새로 맡게 된 감투가 정말로 기쁜지 맑은 미소를 지었다.
SR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이뤄진 한국 총독부는 협력사들의 협조로 매우 순조롭게 출범할 수 있었다.
[알립니다. 잠시 후 제7공화국 출범을 위한 개헌 투표가 시작되겠습니다.]그때, 의회 안에서 개헌안 의결 투표 방송이 들렸다.
“보여 주기에 가까운 행위지만 잘 좀 부탁합니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기존 법에 명시된 개헌 절차는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고 그렇게 의결된 개헌안을 절반 이상의 국민이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던져야만 개헌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국회 재적 인원은 3분의 2에 한참 못 미치는 88명.
그렇게 국회에서 의결하더라도 국민투표에는 붙이지 않을 것이다.
‘국민투표 정도는 V프로그램으로 가능하겠지만, 요즘 너무 많이 써서 말이야. 슬슬 네오제와 다른 나라에서도 의심하고 있고. 나중을 위해서 아껴 써야지.’
정말로 보여 주기 그 자체였다. 정당성도, 법적인 효력도 없는 의결인 셈이다.
‘마침내 투표가 의미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지만 이번 한국내전으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깨달았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투표로 정당성을 얻는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는 것을.
‘꼬우면 반란 일으켜 보든가.’
이 깊은 깨달음을 이 나라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난 두 달간 4D로 체험했었다.
그래서 이 땅의 그 누구도 이 주권 전환에 대들지 못했다.
“개헌안이 의결되었습니다!”
땅! 땅! 땅!
그렇게 대한민국 제7공화국이 출범했다.
-마침내 대한민국 제7공화국 출범! 국민들 반응은 고요 그 자체, 을씨년스럽다.
-한국 총독부, SR로부터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 보장받았다고 주장.
-기업의 지배를 공식적으로 받는 최초의 시민 국가 탄생!
-미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들, 대한민국의 주권 전환과 제7공화국 탄생에 지지 의사 밝혀.
세상은 멍하니 미지의 지평선이 밝아 오는 것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