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8
제238화
#238. 사나운 저녁 (3)
2024년 6월 10일.
미국 뉴욕.
매년 6월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어떤 축제가 열린다.
바로 퀴어 축제.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축제는 뉴욕이나 캘리 같은 진보적인 주에선 유독 신성시되는 축제기도 했다.
“차별에 맞서자!”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다!”
그리하여 올해에도 뉴욕에서는 성황리에 그리고 당당하게 퀴어 축제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번 퀴어 축제는 평소와 살짝 달랐다.
“타도 AI! 타도 SR!”
“노동과 인권을 지키자!”
몇 년 전부터 PC주의자들과 연대하기 시작한 네츄럴이 이번 행사부터 갑자기 꼽사리를 꼈다.
“여성이 세상을 지배한다!”
“가정을 해체하라! 여성을 해방하라!”
페미니스트 단체도 대거 참석했다.
“전쟁 반대!”
“오직 평화를! 군대를 해체하라!”
또 반전단체들도 이번 축제에 참석했다.
이건 말만 퀴어 축제지 실상은 온갖 것들이 짬뽕된 축제이자 행진이었다.
구호도 복장도 다양한 이 과감한 행진은 그래도 뉴욕시의 보호를 받으며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퀴어 축제의 특이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겨운 동성애자들……!”
“내 아들이 저딴 것들을 위해 싸우다 죽었다니……!”
바로 퀴어 축제가 열리는 거리 근처에서 전몰 장병 추모 행사가 같이 열린 것이다.
“저것들은 다 사탄이야!”
“지옥에나 떨어져라! 더러운 에이즈 덩어리들!”
그 외에도 미국 내 온갖 보수 단체가 이 퀴어 축제를 비난하기 위해 집결했다.
이 모든 게 작년보다 더 규모도 컸고 반응도 격렬했다.
“막아! 충돌하지 못하게 막아!”
“빌어먹을! 위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두 행사를 같은 날에 허가한 거야?!”
뉴욕시 경찰들이 미친 듯이 두 단체의 충돌을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성 차별주의자들아! 꺼져라!”
“더러운 병균이나 옮기는 놈들! 지옥에나 떨어져라!”
두 세력 사이에선 온갖 비난과 욕설이 확성기와 SNS를 타고 실시간으로 오갔다.
“전몰 장병? 전쟁 일으키고 사람이나 죽이는 살인마들이 뭐 잘났다고 추모를 해?!”
“뭐! 살인마?! 감히 미군을 모욕하다니!”
“미군은 무슨! 살인마들!”
“너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죽은 군인들이다! 그 말 취소하고 사과해!”
“사과? 살인마들에게 사과할 일은 결코 없을 거다!”
“죽여 버리겠어! 저 개자식들을 죽여 버리겠어! 퉷!”
결국 두 세력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충돌했다.
“죽여! 놈들이 이라크에서 전사한 내 딸을 모욕했어!”
“잡아! 저 개자식들을 잡아!”
정확히는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대면에서 모욕받은 군인과 유가족들이 눈이 돌아가 일방적으로 덤벼들었다.
“막, 막아!!”
“마이크! 뭐 하고 있어?! 당장 저지해!”
“싫습니다.”
“뭐, 뭐어?”
“우리가 왜 저 미친 소리나 하는 것들을 지켜 줘야 합니까?”
“야! 이 미친……!”
심지어 이를 막아야 할 경찰 중 일부는 충돌 과정에서 들은 혐오 발언에 치를 떨고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다.
콰가가가각!
꺄아아아악!!
사람, 사람이 깔렸어!
그렇게 대규모 폭력 사태가 뉴욕에서 일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애국자들이여, 일어나라! 총을 들고 일어나라! 혁명과 정화의 순간이 도래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트럼프의 SNS가 폭주했다.
-모두가 뉴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봤을 것이다. 그렇다! 저들은 적이다! 그들은 미국 시민이 아닌, 적국의 사주를 받은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렇지 않고선 어떻게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전몰장병들을 모욕하고 비하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전몰 장병 비하 이슈에서 트럼프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도 과거 참전군인들을 호구라면서 비하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트럼프가 언제 그런 걸 신경 썼던가?
그의 지지자들도 언제 그런 걸 신경 썼던가?
-저들은 악이다! 불법 이민자들은 마약과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인들은 우리의 일자리와 기술을 훔쳐 간다. 동성애자들은 온갖 질병을 퍼트리고 페미니스트들은 가정을 파괴한다. 그들의 수괴 민주당 빨갱이들은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려고 한다!
-일어나자! 보 바이든과 민주당으로부터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구해야 한다! 미국을 타락시킬 사탄의 종자들로부터 세상을 구하자! 애국자들이여! 우리도 동방의 어느 나라처럼 바뀌어야 한다!
트럼프는 미친 듯이 노를 저었다.
그가 노를 저을수록 그동안 쌓이고 쌓인 갈등과 혐오가 널리 퍼졌다.
-물론, 한국처럼 일개 기업에게 나라를 바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우린 한국과 SR의 사례를 참고하되 미국인에게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신합중국주의! 신합중국주의야말로 진정 미국인이 가야 할 길이다!!
신합중국주의.
시민 등급제와 철저한 반PC주의로 무장한 사상이 미국 전역에 널리 울려 퍼졌다.
-트럼프를 따르자! 신합중국을 만들자!
-우리도 한국처럼 시민 등급제를 도입하자! 매국노, 빨갱이, 동성애자, 범죄자에게서 인권을 박탈하자!
-한국처럼! 한국처럼! 한국처럼!
트럼프의 트윗에 호응이라도 하듯, 뉴욕에서 일어난 유혈사태는 엄청난 속도로 미국의 거의 모든 주를 덮쳤다.
탕! 탕탕탕탕탕!
퍼엉! 퍼엉!
총격전과 폭발이 도시 곳곳에서 일었다.
“니거와 칭크들을 죽여라! 동성애자들을 매달아라!”
“빨갱이 정치인들을 발견하면 민병대에 즉시 제보 바랍니다.”
그간 쌓여 왔던 증오와 혐오가 총기와 함께 터졌다.
일시적으로 터졌다가 훅하고 꺼지는 이전의 폭동과는 그 궤가 달랐다.
이번에는 트럼프와 신합중국주의라는 구심점이 등대처럼 명확히 있었기 때문이다.
* * *
날이 갈수록 미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는 24시간 쉬지도 않고 SNS로 신합중국주의를 외쳤고, 이에 선동당한 미국인들이 반란에 가까운 행동을 너무나 당당히 행했다.
“당장 트럼프의 모든 SNS를 닫으라고 해! 이를 거부하는 기업들은 전부 반란 세력으로 규정한다고 통보하고!”
당연하지만 보 바이든과 미국 정부는 이 사태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저 개소리들은 뭐야?!”
“트루스 소셜입니다. 과거 트럼프가 만들었던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 선동을 하고 있습니다!”
“트루스 소셜은 미국 기업 아니야? 어서 폐쇄해!”
그들은 제일 먼저 트럼프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트럼프 저 미친 자를 어서 체포해! 만약 반항하면 사살해도 좋다!”
뒤이어 저 혐오와 증오의 원천을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바이든의 트럼프 제거 시도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큰일입니다. 미 전역에서 민병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텍사스 민병대와 주방위군이 트럼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현재 FBI와 대치 중입니다!”
미국은 본디 민병대가 세운 나라.
미국 수정 헌법에도 민병대 결성의 자유가 명시돼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는 무수한 민병대가 오래전부터 준군사 조직처럼 존재해 있었다.
마치 한국의 해병대 전우회처럼.
그리고 이런 민병대와 총기는 빼놓을 수 없는 법.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은 대개 보수 성향이 짙었다.
“FBI와 CIA는 지금까지 뭘 한 거야! 이 사태를 하나도 예견 못 했다는 게 말이 돼?!”
“이건, 뉴욕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태가…….”
“닥쳐!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이건 트럼프가 오래전부터 기획한 반란이라고!”
민병대들은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과 트럼프의 선동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군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첫 군사 활동은 트럼프의 보호였다.
“육군과 해병대는 뭐 하는 거야?! 반란군이잖아! 밀어 버리라고! 텍사스면 3군단이 있을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 민병대의 나라라고 해도 미국 연방 정부에겐 세계 최강 미군이 있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신합중국주의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보 바이든은 트럼프 체포와 반란 진압에 미군을 동원하려했다.
“주방위군뿐 아니라 미군 전체가 지금 혼란스럽습니다! 본토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합중국파와 연방파로 갈라져 대치 중입니다!”
“신이시여, 맙소사……!”
그러나 믿었던 군대마저 갈라졌다는 사실에 보 바이든은 천장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 * *
전쟁이 터지면 군부의 힘이 강해진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
문민정부가 통치하는 민주정 국가에게 이것은 엄청난 잠재적 리스크다.
그래서 지금까지 문민 정부는 장성들을 특별 관리하는 것으로 이 리스크를 달랬다.
정치 군인들에게 전역 후 사업권이나 공천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인터넷과 SNS가 발전할수록 빠르게 효력을 잃었다.
말단 병사라도 온갖 정보를 실시간 접할 수 있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적으로 다른 부대의 군인들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즉, 군 내에 다양한 여론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형성됐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는 과거처럼 장군이나 고위 장교 몇 달래는 것으로 군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더 최악인 것은 지금이 혐오의 시대라는 것이다.
발전된 통신으로 예전이었다면 방구석에서나 오가고 말았을 온갖 정신 나간 발언들이 인터넷을 타고 사실인 것처럼, 주류인 것처럼 널리 퍼진다.
합법적으로 폭력을 관리하는 군대라는 집단 또한 이 혐오의 시대를 피해 갈 수 없었고, 이것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계 최강 미군에서도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그 빌어먹을 새×들이 죽은 우리 전우들을 모욕한 거 들었잖아!”
“그건 극소수의 정신 나간 놈들이 한 발언이야! 절대다수는 그딴 개소리 하지 않는다고!”
“그럼 이건 뭔데?! 저 개소리에 좋아요 누른 숫자를 보고 얘기하시지?”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이 개자식들을 위해 싸우라고? 난 거부하겠어!”
“미친놈들아! 지금 항명하는 거야?!”
“항명? 난 원래부터 민주당 놈들이 싫었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 개 같은 큐어넌 새끼!”
미군이 둘로 나뉘었다.
육군도, 해군도, 공군도, 해병대도, 우주군도, 신합중국과 연방으로 갈라섰다.
이렇게 미군까지 갈라지자 이젠 꺼릴 것이 없어졌다.
조용히 눈치를 보던 다른 정치인들도 민의에 몸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텍사스주는 기존 연방을 탈퇴하고 신합중국에 가입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앨라배마주 또한 지금의 연방 정부와 작별을 선포합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주들이 연이어 독립을 선포하고는 신합중국이라는 깃발 아래로 모이기 시작했다.
“공화당이라고 트럼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놈의 신합중국주의는 참으로 마음에 드는군!”
공화당에서 트럼프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다.
공화당 내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인보다 싫어하는 정치인이 아직 더 많다.
“미국은 내전으로 잠시 후퇴한다! 하지만 곧 새로 태어난다.”
“신합중국주의로 새롭게 태어날 미국은 후퇴한 것보다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트럼프와 통하는 딱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지금의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애들을 동성애와 페미니즘, 마약에서 구하자!”
“더러운 것들을 청소하자! 깨끗하고 순수한 미국을 위해!”
“신합중국주의는 노아의 대홍수 같은 거야!”
그래서 그들은 미국을 깨끗하게 정화한다는 대의를 위해 힘을 합쳤다.
두 세력의 인구 비율은 연방이 7, 신합중국이 3.
하지만 신합중국을 지지하는 30퍼센트의 미국인들은 대체로 총기를 사랑하는 공화당 백인들.
무엇보다 미국에서 가장 넓은 영토들을 가진 내륙의 주들이었다.
그렇게 내륙과 해안을 경계로, 남북전쟁 이후 159년 만에 미국이 갈라졌다.
내륙의 신합중국과 해안의 미연방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이 모든 게 6월에서 7월 사이,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일.
“도대체 뭐야!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