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1
제71화
#71. 첫 해외 순방 (4)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네오제에 들어가는 게 맞다.
굳이 높은 등급, 저기 있는 그랜드마스터들 같은 최고 평의회에 오를 필요도 없다.
그저 때에 따라서 저들의 플랜에 따라 기수 놀이만 하면 된다.
애초에 저들과 우리는 목표가 같으니까.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처음 해 보는 타협도 아니고.’
한국에서 ‘은의 시대’로 뇌물을 주었을 때, 로봇세와 얼라이언스로 양보의 메시지를 건넸을 때, 두 번째 SR데이에서 AI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밝혔을 때.
지금껏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네오제 가입? 냅다 해 버리면 그만이다.
“…….”
하지만 이상하게 내키지가 않았다.
평소 하찮게 여겼던 감성과 기분, 본능 같은 쪽으로 생각이 기울기 시작한다.
내 심경을 눈치챘는지, 세라가 모처럼 조용하다.
“…….”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미안하지만 가입 안 합니다.”
내 입이 마침내 열렸다.
이 결론이 마냥 감성적이냐면, 그것은 또 아니다.
“제가 이미 얼라이언스라는 모임 회장이라서, 거기 구성원들 중에 네오제 싫어하는 양반들이 좀 많거든요?”
나름 득실을 따진 결정이라고 봐 줬으면 좋겠다.
[감당 가능한가?]내 결정에 황금 가면을 쓴 로스차일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감당? 뭘 할 수 있지요?”
[뭐든지 할 수 있지.]
“과연 그럴까요?”
[미국 정부가 SR을 지켜 줄 거라 생각하나? 그들 중에 우리 끄나풀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졌다.
“세계적인 대기업 중에 네오제에 들어가지 않은 기업인도 많은 거로 압니다.”
[그 기업들 대주주가 누구일 거 같나?]
“얼라이언스에 네오제의 지분도 꽤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SR인더스트리는 아니지.]
“…….”
나는 이 분위기를 급히 전환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 SR은 호프라는 비영리 의료 법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이군인들의 재활을 돕는 곳입니다.”
[……!]
대화의 주제를 비틀었다.
“모르지 않을 텐데요? 내가 알기로 댁들 지인 중 몇몇도 신세를 진 것으로 아니까.”
[…….]
내 입에서 SR희망서포터즈가 언급되자, 적대적이었던 시선들이 급가라앉았다.
“그리고 조만간, 아마도 5년 내로, 텔로미어 시술이 성공할 거 같단 말이지요.”
[텔로미어?!]
[텔로미어…… 노화 억제, 안티에이징!]
내 말에 네오제 회원들이 처음으로 눈에 띄게 동요한다.
12시 방향에 있는 황금 가면 또한 잘게 양손을 떨었다.
경 단위의 재산이 있어도 육신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한낱 인간일 뿐.
돈과 권력으로도 결코 이룰 수 없는 불로장생이 코앞에 다가온 것 같자, 다들 이성을 반쯤 잃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냅시다. 그래야 다들 건강하고 오래오래 무엇보다 젊게! 살 수 있을 테니.”
나는 저들에게 아까보단 온화한 뉘앙스로 웃으며 말했다.
[텔로미어가 5년 내로 개발 안 되면 어쩔 거지?]이에 로스차일드가 뜨거운 눈으로 물었다.
“5년 내로 텔로미어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땐 네오제에 주저 없이 가입하겠습니다.”
[그때는 가입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질 거네. 자네에게는 유독 더.]
“그건 감내하지요.”
[만약 텔로미어가 완성되면 어떻게 운영할 건가?]
“자격이 되는 사람만.”
나는 차가운 미소로 답했다.
[……좋군.]내 대답에 로스차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성공하면 명예 그랜드마스터로 대우하지.]양보를 선언한 것이다.
그 선언과 함께 나의 네오제 가입은 취소됐다. 정확히는 보류된 거라 봐야 할까?
그렇게 네오제 최고 평의회원, 그랜드마스터들과의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일 대면이 끝났다.
얼라이언스가 네오제와 함께 세계 2대 흑막으로 인정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 * *
의식이 끝나고, 다시 밝아진 저택 외곽에서 조촐한 파티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기쁘네. 나델라로부터 얘기 많이 들었어. 원래라면 아까 낮에 본사에서 봤어야 했지만, 경영에서 물러난 주제에 본사에 너무 얼쩡거리면 좀 그렇거든?”
파티장에서 아까의 은색 마스크를 벗은 빌 게이츠가 제일 먼저 내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아까 멋지더군?”
그는 내게 꽤 호의적인 시선이었다.
“참, 윈도우폰에 대한 호의는 고마워. 덕분에 팀 쿡, 그 호모 자식과 제대로 싸울 수 있게 됐어.”
“별말씀을요. 저도 든든한 아군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빌 게이츠를 대하는 내 말투도 아까 지하에서와 달리 매우 유순했다.
“여기 파티는 로스차일드, 그 꼰대 취향 때문에 진짜 재미없지? 나중에 내 절친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에 초대하지. 진짜 파티가 뭔지 보여 줄게.”
게이츠가 내게 은밀한 어조로 말했다.
“…….”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잠깐, 그러고 보니 자네 사생활이 너무 깨끗하던데? 특히 여자 문제가 말이야. 혹시……?”
‘너도 팀 쿡과 같은 과냐?’라는 시선을 내게 보냈다.
“전혀 아닙니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행이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내가 초대한 파티에 참석하라고.”
“……생각해 보죠.”
게이츠의 제안에 나는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예요? 정말 그 파티에 참석할 건가요? 미성년자까지 포함된 그 더러운 모임에요? 나중에 온갖 구설수와 약점이 잡힐 겁니다!]내 반응에 세라가 공격적으로 물었다.
‘미쳤냐? 나중에 초대가 오면 네 선에서 커트해.’
당연하지만, 난 그런 미친 짓에 약점이 잡히고 싶진 않았다.
‘난 오래오래 오너 리스크 없이 경영할 거다.’
[맞아요! 오너 리스크는 최대한 없는 게 좋은 것이에요.]
내가 단호히 답하자, 세라의 공격적인 목소리도 바로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저 양반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저 문란한 성생활 때문이었지. 사실상 물러난 게 아니라 쫓겨난 거라 봐야 하고.’
빌 게이츠는 그 막강한 금권으로 틀어막았음에도 공공연히 뉴스가 돌 만큼 문란한 성생활로 유명했다.
결국에는 저 문제가 쌓이고 쌓여 원역사에서는 2019년에 이혼까지 하고 만다.
원역사에서 외도로 반갈죽이 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마저 측은하게 보았던 세라였지만, 빌 게이츠는 예외였다.
사적인 대화가 대강 끝나자, 빌 게이츠의 입에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
“아! 그런데 말이야. SR도 클라우드 사업을 하지 않나?”
“아직은 아시아 한정입니다.”
“그 말은 곧 북미와 유럽에도 진출하겠다는 소리네?”
나를 보는 빌 게이츠의 눈빛이 날카롭다.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하지. 북미와 남미, 유럽은 우리 MS에 클라우드 시장을 양보하게. 대신 동아시아는 SR이 알아서 해. 그 외 오세아니아와 중동, 인도 같은 곳은 선의의 경쟁을 하고.”
무려 중국을 양보해 줬군! 그는 마치 자신이 엄청난 양보라도 한 것처럼 굴었다.
“…….”
곧 있을 한한령과 신냉전을 잘 아는 나는 미간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저 새끼 저거, 이미 알고서 저런 제안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희가 MS클라우드에 AI를 서비스하기로 한 것을 잊으셨습니까?”
“아! 그건 정말 고마워. 하지만 그 대가로 애플과 구글의 견제에서 SR의 편을 들어주기로 하지 않았나?”
“미국이 중국도 아니고, 굳이 미 대륙에까지 만리장성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싫다는 건가? 우린 대화가 잘 통할 줄 알았는데?”
“SR클라우드는 현재 루나 시리즈에서만 진짜 성능을 발휘합니다. 그 외 기기에서는 MS 클라우드와 기술적 격차가 거의 없어요. MS오피스까지 고려하면 저희가 오히려 불리합니다.”
“…….”
내가 거절하자, 이번엔 빌 게이츠의 눈이 찌푸려졌다.
“그럼 대신, SR의 클라우드용 AI를 선독점으로 서비스해 주게. 2년 동안!”
그는 미간을 오므리며 내게 다른 제안을 했다.
“으음, 1년. 1년으로 하지요. 어차피 신형 칩들이 다른 PC에 장착되면 의미 없어지는 독점이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루나폰의 클라우드 호환도 선독점할 수 없나?”
“그건 어렵습니다.”
“으음, 좋아! 딜은 이걸로 끝내지.”
“아마존 주가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요.”
마지막 대화에서는 나와 게이츠의 표정이 둘 다 펴졌다.
이건 서로의 니즈가 통한 거다. 현재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아마존이 압도적 1위다. 방금 거래로 SR과 MS가 AI클라우드로 저 아마존의 파이를 뜯어 먹게 된 셈이다.
그런 나와 게이츠의 대화에 세라가 냉소한다.
“세류야! 하하하…….”
그때였다.
“두 분 무슨 대화를 그렇게 나누고 계셨습니까?”
“성 회장님, 다시 인사드립니다. 알리바바의 마윈입니다.”
빌 게이츠와 대화를 나누던 나를 향해 이재영과 손정의, 그리고 마윈이 다가왔다.
“다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난 선약이 있어서.”
빌 게이츠는 나와의 대화에서 얻을 것을 다 얻은 모양인지,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머스크는 안 보이네?’
한편, 제일 부담스러울 것 같았던 머스크는 안 보였다.
[메리의 보고에 따르면 회장님께서 네오제 가입을 안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돌아갔다고 합니다.] ‘발작 버튼이 뭐였는데?’[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 즉흥적이고 산만한 거는 유명하잖아요? 지금은 마크 주커버그와 제프 베이조스,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빈 살만과 왓츠앱으로 채팅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캡처해서 보여 줘.’
[네.]
나는 세라와 속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눈앞의 이재영과 마윈, 손정의를 대했다.
“세류야, 그 반도체 공장 말이야…….”
제일 먼저 가장 급해 보이는 이재영이 입을 열었다.
“아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대부분 비메모리 공장들이니까요.”
“그게 아니라…….”
“최대한 상생에 맞춰서 운영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 SR의 파운드리는 대부분 무인이라서 반도체 찍어 내는 속도 조절이 가능하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와 거래는……?”
“물론 해야죠. 단지 납품량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저희 공장에서 추가로 찍어 낼 뿐입니다. 저는 누구처럼 몰래몰래 계약 어기고 그런 짓 안 합니다.”
“…….”
“참고로 우리 전용 칩뿐만 아니라 다른 칩들도 생산할 겁니다. 50배럭이면 솔직히 우리 거만 만들기엔 좀 아깝잖아요?”
이어지는 내 말에 이재영의 표정이 마치 경극을 하는 것처럼 수시로 변했다.
“하지만 어디 누구처럼 치킨 게임이니 뭐니 하면서 물 흐리거나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한 말들을 한 줄 요약하자면 이렇다.
살려는 드릴게.
“고, 고맙다. 정말 고맙다, 세류야!”
내 말이 완전히 끝나자, 이재영은 비로소 표정을 풀었다.
목줄은 잡혔지만 당장 잡아먹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한 모양이다.
시한부 같은 목숨이 되었지만, 일단은 깨갱 하고 배를 보이며 누워야 할 때임을 이재영은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지금 신성과 ZK의 운명은 오로지 내 기분에 의해 결정될 테니 말이다.
세라가 즉결 처형을 제안했지만, 나는 그 후폭풍이 매우 귀찮을 것 같아 거절했다.
“재영이 형.”
“으, 응?!”
“신성전자 직원들과 협력 업체에 감사하세요.”
“그, 그래! 물론이지. 귀국하면 우리 직원들은 물론, 협력 업체들까지 다시 한번 잘 챙기도록 할게. 채용도 늘리고 협력 업체들 납품 단가도 합리적으로 조정할게!”
이재영은 내 말을 바로 이해한 모양이다.
자기 목숨이 협력 업체와 직원들에게 달려 있음을.
그의 눈에서 어느 때보다 강한 결의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