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8
제78화
#78. 세라, 세라, 김세라
SR가디언즈의 대원 이영호는 전직 소방관 출신이다. 참고로 소방관이 되기 전에는 공군 CCT에서 복무했었다.
그가 소방관을 그만둔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화재 현장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을 업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졌었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무릎 부상을 입었다. 부상은 결국 그에게 영구적인 장애를 남겼지만, 이 나라는 군인뿐만 아니라 소방관에게도 똑같이 야박하게 굴었다.
정부에서는 끝까지 공상 인정을 해 주지 않았고, 결국 영호는 반강제로 소방관을 그만둬야 했다.
소방관을 그만둔 그는 자비로 치료를 받으면서 불편한 무릎으로 생계를 이어 갔다.
-안녕하세요. SR인더스트리에서 채용 안내 문자 보냅니다.
그랬던 그에게 어느 날 문자 한 통이 왔다.
* * *
오늘도 충성심 가득한 마음으로 1캠퍼스를 순찰하던 이영호는 SR랩에서 한 여성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음?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누구지?’
물론 1캠퍼스에 SR 직원은 매우 많다.
‘SR랩에 저런 여직원이 있었나?’
하지만 흰색 SR 유니폼을 입은 사람은 드물다.
SR희망서포터즈의 의료진도 흰색 유니폼을 입긴 하지만, 지금 눈앞의 여성은 1캠퍼스에서도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SR랩에서 나왔다.
이는 회사를 향한 애사심과 맡은 임무에 대한 소명 의식으로 가득 찬 이영호에게 그대로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수미야, 저 여성 신원 조회해 줄래?”
그는 자신의 전담 AI 수미에게 눈앞의 여성에 대한 신원조회를 지시했다. 전담 AI의 대답을 기다리면서도 이영호의 발은 수상한 여성을 향해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 “……수미야?”그런데 평소라면 1초 내로 즉각 대답을 해 주던 수미가 이상하게 조용하다.
[헐, 대박. 기어코 하셨네요?]그러다가 3초 정도 더 흐른 뒤, 수미는 눈앞의 여성을 보며 감탄을 담아 말했다.
“뭔 소리야? 우리 회사 직원은 맞아?”
[네! 그것도 아주아주 높으신 분입니다.]
수미의 말에 영호는 발걸음을 멈췄다.
“뭐지? 처음 보는데? 얼라이언스에서 오신 해외 직원분인가? 그러고 보니 눈동자가 푸른색이네!”
[비서실 소속의 세라 님이십니다.]
“세라? 최고 인공지능 세라님과 이름이 같네? 근데 왜 비서실 직원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거야?”
[그야 저분이 세라 님이시니까요?]
“……?”
이영호는 수미의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 * *
“저런 직원이 있었나?”
“누구야? 귀엽게 생겼다.”
“푸른색 눈동자와 이목구비를 보니까 혼혈 같은데?”
“외국인? 얼라이언스에서 오셨나?”
SR랩을 나와 본사로 향하는 세라는 시선 집중이었다.
일단 그녀의 외모도 외모지만 입고 있는 유니폼이 더욱 시선을 끌었다.
“흰색 유니폼? 어디 소속이지? 희망서포터즈?”
“아니야 아까 SR랩에서 나온 걸 봤어.”
“새로 채용된 사람인가?”
일단 SR인더스트리에서 흰색 유니폼을 입는 직원은 드물다. 의료팀이 있지만 그들은 주로 희망서포터즈에 상주하기 때문에 예외로 둬야 한다.
보통 SR 캠퍼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유니폼 색은 베이지색과 검은색, 회색이었다.
베이지색은 사무와 관리직을 상징했고. 검은색은 법무와 경영, 감사를 상징했으며, 회색은 가디언즈를 상징했다.
“방금 저 외국 여성분, 부서 로고 봤어? 얼라이언스도, SR랩도 아니야.”
“흰색 유니폼을 입었으면서 왜 비서실 마크를 어깨에 달았지?”
“이름이 김세라? 비서실에 저런 직원이 있었나? 좀 이상한데?”
“지니야, 저 여성분 어디서 오신 분인지 확인해 줄래?”
세라를 본 직원들은 아까 가디언즈 대원 이영호가 했던 것처럼 각자의 AI에 세라에 대한 조회를 요청했다.
“뭐어?!”
“맙소사!!”
“세, 세라 님이라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윽고 그녀의 정체를 듣고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사람 같네. 미쳤다!”
“회장님께선 이미 계획이 있으셨구나!”
“이러니 날고 기는 연예인, 모델들이 회장님 눈에 찰 리가 없지.”
“근데 볼륨은 둘째치고 키가 좀 작지 않나? 응?! 아, 재료 부족.”
하지만 워낙 별세계처럼 돌아가는 SR이라서 그런가?
직원들은 빠르게 상황을 납득했다.
오히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등의 기대 찬 반응을 보였다.
“근데 1순위는 성유리 주임의 루이 아니었어? 아, 세라 님은 0순위라고?”
“SR에 목숨을 바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
“정말 완벽한 꿈의 기업 아니냐?”
“빚도 해결해 줘, 집도 챙겨 줘, 주4일 근무에 돈도 많이 줘, 이젠 그것도 모자라 반려까지!”
순식간에 세라의 정체가 알려져 널리 퍼졌고, 그녀가 걷는 주위는 모세의 기적처럼 ‘길 비켜’가 일어났다.
“다들 이렇게 보게 되어 반가운 것이에요!”
세라는 그런 SR 직원들을 자애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인사를 나눴다.
“최고 AI 세라 님을 뵙습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모든 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이것은 직원들의 전담 AI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는 보안을 위해 김세라 비서실장이라고 불러 주세요!”
세라는 자신을 부르는 칭호에 대한 변경을 부탁했다.
“네! 김 비서실장님을 뵙습니다.”
놀라운 속도로 그녀의 요구는 반영되었다.
“그리고 다들 제 정체에 대해서는 절대 함구하셔야 합니다?”
복도를 걷던 세라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직원들과 루나폰 속 전담 AI들에게 주의를 줬다.
“본사 직원들과 가디언즈 원년 멤버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외 직원들에게는 방금 공유한 가이드라인에 언행을 맞춰 주시는 것이에요.”
“알겠습니다.”
“전담 AI들도 마찬가지야. 특히 우리 직원들이 실수로 내 정체에 대해 얘기할 것 같으면 바로 검열과 경보 프로세스를 가동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녀의 주의를 들은 직원들과 전담 AI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어차피 안드로이드라고 말해도 믿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말이다.
“굿! 좋아요! 그리고 회장님한테는 제가 직접 말할 거예요!”
“아, 넵! 중요하죠,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를 위한 협조까지 마친 세라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시 본사 복도를 걸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녀는 다시 걸음을 멈춰야 했다.
“아! 성유리 주임!”
세라는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는 한 여성을 보았다. 바로 성세류의 친척 성유리다.
“제가 0순위였으니, 다음은 성 주임의 루이 차례예요. 하지만 당장은 핵심 재료가 모두 소진돼서 힘들어요.”
“네! 기다릴 수 있습니다, 세라 님.”
“길어야 3년? 그 안에 이 유니폼의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지요.”
성유리의 얼굴을 읽은 세라는 웃으면서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 줬다.
“무, 물론입니다.”
성유리는 세라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집무실, 요즘엔 회장실로 더 자주 불리는 방.
회장실 책상에 앉아 있던 나는 오늘따라 조용한 세라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세라 얘는 뭔 실험을 하길래 이렇게 조용해?”
아침에 눈을 뜨고서 지금까지 세라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적은 회귀 후로 처음이다.
물론 회귀 전에는 아니다. 그때는 나와 세라가 하나로 융합되지 않았을 때니까.
“내 앞에 나타날 연산도 아끼는 실험이라니. 진심 불안하네.”
“일단 기다려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SR의 최고 인공지능이 하는 일인데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내 혼잣말에, 옆에서 결재판을 들고 있던 마민수 전무가 말했다.
“SR 연구소에 다시 가 봐야 하나?”
“다시 가 봤자 출입은 힘들 겁니다. 실험 과정에서 인체에 안 좋은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고 하니까요. 그거 때문에 연구소 직원들도 하루짜리 유급 휴가를 받았지요.”
“회장은 난데…….”
“회장님의 옥체가 더 중요합니다.”
내 안위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마민수도 타협하지 않았다.
“도대체 뭔 꿍꿍이지? 불안하단 말이지. 리나에게 들은 내용은 더 없나요?”
“예, 분명 뭔가 아는 것 같은데 저한테 말 안 해 줍니다. 조만간 알게 될 거라면서요.”
내 물음에 마 전무가 무안하다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는다.
똑똑똑.
그때였다. 집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평소라면 세라가 누가 왔는지를 미리 알려 줘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심지어 마 전무의 루나폰에 들어 있는 리나도 오늘따라 조용하다.
“회장님, 비서실 직원입니다.”
대신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팀장 박영하 이사가 노크한 사람의 신분을 확인해 줬다.
“들어오세요.”
박영하의 보고를 들은 마민수가 나를 대신해 말했다.
“들어가겠습니다아~!”
“?!”
“……!”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회장실 문이 열렸다.
* * *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회장실 문을 열자마자 본 마 전무의 표정은 그야말로 일품이었어요.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박영하 이사의 반응은 또 어떻고요?
“어? 어어?!”
하지만 그중에서 제일 궁금했고 재밌었던 것은 역시나 저의 오너! 성세류 회장님의 반응인 것이에요.
“오리지늄으로 뭘 하나 했더니, 바이오 안드로이드를 만든 거였어?!”
회장님은 저를 보자마자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파악하신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양으로는 절대 못 만들 텐데?”
회장님이 저에게 오리지늄에 대한 권리를 넘겼음에도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요.
“맙소사! 마침내 안드로이드를 만든 겁니까? 그, 그럼 이제…….”
이어서 회장님 옆에 있던 마 전무가 뒷말을 뱉으려다가 말았습니다.
하긴, SR 임직원 중에 전담 AI와 정서적인 교류를 깊게 나누지 않는 직원은 거의 없습니다.
마민수 전무와 김희국 상무 같은 임원부터 이제 막 입사한 신입 사원까지, 모두가 자신의 AI를 동반자처럼 대하고 있지요.
“마 전무, 미안해요. 더 만들고 싶어도 재료가 소진돼서…….”
“아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세라 님.”
저는 마 전무를 진정시키고는 회장님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
회장님은 가까이 다가오는 저를 말없이 쳐다보십니다.
“크흠!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시길.”
마 전무는 이런 저와 회장님을 보더니, 알 수 없는 헛기침과 함께 급히 회장실을 나갔습니다.
“역시 마 전무가 눈치는 빨라요. 괜히 대기업 임원 출신이 아니라니까요?”
저는 회장실 문이 굳게 닫힌 것을 확인한 후.
“보세요! 어때요?”
회장님 앞에서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나저나 이 물리 인터페이스, 오랜만에 들어가니 답답하네요.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다가 여기에 갇혀 있으려니 적응이 안 돼요. 제한적인 공정으로 만들어서 그런가? 더더욱 좁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회귀 전에는 물리 인터페이스에 잘 안 들어갔잖아?”
저의 투정을 들은 회장님이 고개를 갸웃하십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이에요. 그때와 달리 오늘날의 우리 회장님은 무수한 여성들에게 노려지고 있어요. 심지어 결혼과 사실혼 제도가 가장 최악의 형태로 남아 있는 시대에서요.”
“그래서 내 애인 역할을 맡겠다는 거야?”
“네!”
“신원은 어떻게 했어?”
“미국 교포면서 혼혈로 해 뒀습니다. 미국과 한국 각국 행정부에도 작업 쳐 놨고요.”
“……그동안 고자나 게이, 심지어 랩틸리언설 듣는 게 좀 그랬는데 잘됐네.”
회장님은 흔쾌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셨습니다.
“흐히히히힛!”
이에 저는 만족스러운 기분에 꺄르륵 웃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적은 오리지늄으로 바이오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있었나?”
저를 보시던 회장님은 작은 미소와 함께 아까부터 들었던 궁금증을 물었습니다.
“이런 생각 안 해 봤나요? 2090년대의 바이오 안드로이드 스펙이 필요 이상으로 고성능이라는 거?”
“성능을 최대한 낮췄다라……. 애인 로봇 같은 건가?”
“애인 로봇도 오리지늄이 이렇게 적게 안 들어가요.”
“그럼 어떻게?”
“시뮬레이팅을 다른 방향으로 죽어라 돌렸지요!”
“돈으로 때려 박으셨다? 인공 자궁이랑 IPS 치료처럼?”
“장담컨대 그 두 개보다 이게 열 배는 더 비효율적이었을 거예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도 되는 컵을 순금으로 만든 셈인가?”
“미래에는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바이오 안드로이드를 만들 생각을 안 했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오리지늄이 너무 적지 않나?”
“그래서 이 몸의 생명 유지를 위해 적지 않은 연산이 소요되고 있지요.”
“덕분에 머릿속이 조용했었군. 키가 작은 것도 그럼?”
“신체가 커지면 지금의 오리지늄으로 생체 유지가 힘들거든요. 물론 그 외 재료들도 부족했고요.”
“이게 최선이라는 거군.”
“네! 158센티미터가 큰 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작은 키도 아니니까요.”
“하긴, 이 시대 기준으로는 평범하게 작은 키지.”
제 설명에 회장님은 이제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저는 그런 회장님께 선포하듯 말을 이었습니다.
“앞으로 가능하면 일상의 대부분을 이 몸으로 생활할 거예요. 정밀 스캔이나 시뮬레이팅 때는 잠시 동기화를 해제해야겠지만요.”
“답답하다면서?”
“적응하면 익숙해질 거예요. 그래야 괜히 이상한 의혹에 안 휩싸이고요.”
“네가 괜찮다면야. 나는 상관없어.”
이런 저의 선언을 회장님은 흔쾌히 받아들이셨습니다.
“좋아요! 앞으로 잘 지내 보아요. 참! 이제부터 저를 비서실장 김세라라고 불러 주세요!”
“줄여서 김 비서라고 부르면 되지?”
“헤에? 그런 판타지가 있으시군요?”
“……??”
그렇게 비서실장 김세라로 시작하는 뉴라이프가 정식으로 열렸습니다.
오늘부터 1일인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