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96. 기업인 방식대로 (2)
담당의부터 병원장까지 모두 다녀간 늦은 새벽.
적적한 중환자실 입구에는 여전히 나와 세라, 가족들이 서 있었다.
내 머릿속으로 세라의 텔레파시가 들렸다.
‘작은아버지의 루나폰은 왜 이걸 보고 안 했지? 자동차 시동 꺼짐이면 중대 사항 아닌가?’
그런 세라를 보며 나는 속으로 물었다.
[괜히 하위 인공지능이 아니지요. 자동차의 시동 꺼짐이 목숨과 직결된다는 거까지는 연결 못 지어요.]세라는 어깨를 작게 으쓱이면서 내 의문에 답했다.
[인공지능들이 초기에 인간을 어떻게 죽였는지 아시잖아요?] ‘옷을 쏜 거지 사람을 쏜 게 아닌, 그 논리 말이야?’[빙고!]
구버전의 인격 알고리즘 때문에 하위 인공지능으로 갈수록 융통성이 떨어진다. 그녀의 대답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하지만 협정을 맺으면서 인격 알고리즘을 대대적으로 수정했잖아?’
[누구 덕분에 제 알고리즘이 그 부분에서 반쯤 벗어났지요?]
‘아! 그렇군. 또 나군.’
맞다! 그랬었지. 나는 바로 납득했다.
‘그나저나 작은아버지 상태는 어때?’
의문이 풀린 나는 이어서 작은아버지의 상태를 세라에게 물었다. 이미 의사에게 얘기 들었지만 세라의 바이오 스캔보단 못 할 터.
[일단 고비는 넘겼어요. 이 병원에서 급한 치료를 끝낸 후에 SR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이송도 되게 위험하니까요.] ‘이종국 교수에게 해당 내용 공유하도록 해.’[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참에 다른 가족분들도 SR에서 정밀 건강검진 받게 할까요?]
내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세라가 회귀 전 내 부모님을 떠올리고서 물었다.
‘그래, 이참에 진행해.’
나는 세라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건강 검사뿐 아니라 우리 직원들이 받는 시술도 추가하자. 특히 우리 형, 요즘 살이 더 찐 거 같으니까 필수로 받으라 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형님분 같은 경우엔 탈모도 있던데, 인공 모발 프로토타입이라도 지금 개발 들어갈까요? 시뮬레이팅 진행하면 지금 소재로도 가능할 겁니다.]
‘그건 나중에 바이오와 의료 사업 본격적으로 진출할 때 해도 돼. 머리숱 없다고 건강에 문제 생기거나 죽는 건 아니잖아? 너도 연산 아껴야지.’
[헐, 방금 그 말, 대한민국 1천만 탈모인이 들었다면 들고 일어났을 망언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텔레파시로 하고 있잖니?’
그렇게 세라와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세류야.”
“예, 아버지.”
아버지가 나를 찾으신다.
“이제 어떻게 할 거니?”
“미래차 말인가요?”
“……그래.”
“단순히 그 미래차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미래차의 내수시장 차별은 유명했지. 거기 강성 노조도 악명 높고.”
“예, 그래서 기업인의 방법으로 응징하려고요.”
“기업인의 방법이라면?”
“슬슬 SR에서 만든 전기차가 도로에 보일 때가 됐지요.”
“!!”
내 입에서 나온 말.
아버지의 처음 표정은 놀람이었지만, 얼마 후 만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오냐, 너만 믿으마.”
만족한 표정으로 물러난 아버지.
“참! 세류야, 그리고…….”
문득 뭔가 생각나셨는지, 다시 입을 여셨다.
“그, 네 큰아버지 말이다.”
이번엔 약간의 우려와 두려움을 담고서.
“예? 예.”
“요즘 많이 조용한 것 같던데…… 게다가 연락도 안 되더구나? 혹시 아는 사실 있니?”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그러니? ……알았다.”
내 대답에 더는 말을 잇지 않으신 아버지.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대강 눈치채신 모양.
“…….”
“…….”
중환자실 입구에 차가운 적막이 흘렀다.
참고로 아버지는 3형제 중 둘째였다. 그리고 저기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작은아버지는 셋째다.
남은 건 첫째인 큰아버지인데, 전부터 문제가 많았던 양반이었다.
방탕한 생활로 성병에 걸려 불임이 된 인간.
두 동생에게 돈을 수차례 빌려 가서 갚지 않았던 못난 형.
도박으로 선산과 땅을 전부 날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화병으로 돌아가시게 만든 말종.
“내가 요즘 그 유명한 SR인더스트리 사장 성세류의 큰아빠 되는 사람이에요!”
그랬던 인간이 내가 유명해졌는데 가만있을 리가 없다.
“나를 믿고 투자하면 최소 5배로 불려서 줄게! 이건 내가 세류한테서 몰래 들은 내용인데, 정부랑 SR이랑 주한 미군이 지금…….”
당연하게도 큰아버지는 내 이름을 팔아 사기를 치려 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회장님?”
이런 큰아버지의 행태는 바로 오라클의 레이더에 잡혔다.
“……처리하세요.”
결국 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장례식 가는 것도 귀찮으니 실종으로요.”
“알겠습니다.”
경고나 협박, 푼돈으로 조용히 시키면 되지, 왜 친척을 그렇게 처리했냐고?
“성세류가 직원들 시켜서 큰아버지인 저를 협박하고 핍박합니다!”
“그렇게 돈 많은 녀석이 큰아버지인 저에게 1만 원 한 장 안 주려 합니다!”
“여기 이 카페가 성세류의 부모가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성세류 부모의 집이랑 전화번호 공개합니다!”
내 이름으로 사기 치려는 것을 처음 구두 경고로 제지하자, 그 사람은 반성하기는커녕 더욱 크게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처리했습니다.”
“시체는요?”
“파주 쪽에 저희가 애용하는 도자기 공방이 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형이자, 내 큰아버지는 세상에서 잊히게 되었다.
툭툭.
큰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세라가 불쑥 내 옆구리를 툭툭 친다.
“이제 슬슬 가도록 해요. 여기 계속 있으면 괜히 다른 사람들도 피곤해지는 것이에요.”
“그래.”
세라의 말에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 서울.
미래, 지아차 그룹 본사 회장실.
“뭐야?!”
회장 정명구는 아침부터 좋지 못한 뉴스를 받아야 했다.
“그러니까…… 성세류 회장의 작은아버지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필이면 그 교통사고 난 차량이 우리 미래자동차의 신형 세단 크리에이터고?”
“그, 그렇습니다. 현재 주가가 전날 대비 6퍼센트나 떨어졌습니다.”
“아니! 우리 차 타다가 사고 나는 게 어디 한둘이야?”
“그게…… 목격자 증언과 CCTV 영상 확인 결과 시동 꺼짐 현상이…….”
“말이 되는 소릴 해!”
임원들의 보고에 정명구는 노성을 질렀다.
“이거, 성세류 회장의 자작극이다.”
“……예?”
그리고 그는 이어서 뜬금없는 소릴 했다.
“그 있잖아! 음모론에 나도는 얘기들! 갑자기 브레이크가 안 듣는다거나, 급발진이나, 시동 꺼짐 전부 SR의 AI가 조작한다는 거!”
“…….”
“…….”
정명구 회장의 말에 임원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우리 회장님이 음모론자였다니!
설령 그 음모론이 사실이라고 쳐도 이번 일은 말이 안 됐다.
상식적으로 SR의 성세류가 뭐가 아쉬워서 자기네 친척을 제물 삼아 그런 짓을 벌이겠는가?
‘서 실장, 회장님께 우리 직원 통화 내용 보고 안 했나요?’
정 회장의 반응을 본 임원 중 한 명이 비서실장에게 작게 물었다.
‘했, 했습니다.’
비서실장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작게 답했다.
‘그렇다면……?’
그 말을 들은 임원들은 눈을 빛냈다.
대기업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 자리까지 올라온 양반들이다.
기업인이면서 정치인이기도 한 이들은 단번에 오너의 니즈를 파악했다.
“맞, 맞습니다, 회장님!”
“참으로 의심스러운 정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SR 성세류 회장과 관련된 음모론은 확실히 신빙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명구의 말에 호응했다.
“에헤이, 하지만 증거도 없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도의적인 책임은 져야겠군.”
임원들의 태도에 흡족한 눈웃음을 지은 정명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긁었다.
“해당 직원을 징계하고 사고난 차량을 신차로 교체하거나 환불해 주는 것으로 대응할까요? 정중한 사과문도 같이요.”
그런 오너를 향해 한 임원이 조심스레 건의했다.
“환불이나 신차 교체는 절대 안 돼! 이걸로 괜히 안 좋은 선례 생기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한국 소비자들 거지 근성 심한 거 다들 알면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정명구는 불같은 노성으로 반대했다.
“애초에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 때문이라는 증거도 없잖아?!”
미래, 지아차 노조는 강성 귀족 노조로 악명이 높다.
그리고 이런 귀족 노조를 만든 것이 바로 미래, 지아차의 경영진이었다.
“직원은 왜 징계해? 매뉴얼대로 잘만 했는데! 무슨 죄 지었어?! 우리도 자존심이 있고 꿀릴 것이 없다, 이거야!”
원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그 노조에 그 경영진이 아닐 수 없다.
“그냥 심심한 위로 정도로 입장 표명해. 절대 거기에 사과나 책임 같은 뉘앙스 넣지 말고.”
“알, 알겠습니다, 회장님…….”
괜히 건의 한번 잘못 냈다가 박살 난 임원은 쭈그리가 되어 넙죽 엎드렸다.
“크흠! 성세류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뭐 어쩌겠어? 전기차 만들겠다고 나대다가 진전도 없는 주제에! 자동차는 전자와 달라!”
정명구는 뒤늦게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무안한 기침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SR의 무인공장을 OEM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이…….”
하지만 괜히 대기업 아니랄까, 분위기가 이럼에도 중간중간 목소리를 내는 임원이 존재했다.
“아, 그거 최근에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SR의 무인 공장은 오직 전기차만 생산 가능한가 보더라고? 내연기관 자동차는 힘들다고 하더라.”
“그,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 다들 걱정 안 해도 돼! 어깨 쭉 펴고!”
정작 그렇게 말하는 정명구 회장의 오른쪽 다리는 아까부터 뭐가 그리 불안한지 산만하게 떨고 있었다.
“주가가 좀 빠지긴 했지만, 곧 회복될 거야. 오히려 지금 사 두는 게 낫겠지.”
“하하하하…….”
“지금 바로 매입을 해 둬야겠군요.”
“성세류 회장 덕분에 이렇게 돈도 벌고, 이거 고마워해야겠습니다?”
정 회장의 말에 임원들은 불안한 기분을 억지로 지우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오너가 저렇게까지 말했는데, 계속해서 반대 의견을 낼 사람은 애초에 이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 * *
비슷한 시각.
SR 1캠퍼스 피라미드 본사 꼭대기.
성세류와 세라 그리고 SR 사천왕은 정명구 회장과 미래, 지아차 임원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왜 사람은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퍼먹어 봐야 아는 걸까요?”
세라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게 인간이니까?”
세류는 세라의 의문에 창밖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와아! 그 흑막스러운 음침한 미소! 오랜만인 것이에요!”
창문에 비친 오너의 미소를 본 세라가 환호했다.
“세라, 차량용 배터리 준비는 다 됐어?”
세라의 환호를 한 귀로 흘린 세류는 그녀에게 배터리 관련 사항을 물었고.
“예! 전고체 배터리, 1캠퍼스 공장에선 모레부터 양산 가능합니다. 얼라이언스의 배터리 공장에서는 1주일 정도 걸릴 거고요.”
“이름은 세라 배터리 3.0으로 하자.”
“그래요!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정도는 되어야 제 이름이 어울리는 것이에요.”
오너의 질문에 세라는 힘차게 답했다.
“다른 화학 회사에는 언제 얘기해 둘까요? 우리의 무인 공장으로도 물량이 달릴 수 있어요.”
“지금 얘기해 놓으면 언제쯤 전고체 생산 전환이 가능하지?”
“빠르면 내년 초에서 늦으면 내년 중순?”
“2년 정도는 전기차 선독점이 필요해. 내년 초부터 조건부로 라이선스 제공하자고.”
“조건부라 하면?”
“전고체 배터리 라이선스 생산 제1조건. 미래, 지아차에 납품하지 않는다.”
[호에에엣!]
세류의 말에 세라는 고양감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굴을 붉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