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97
제97화
#97. 작은 것들을 위한 게임 체인저
“전고체 배터리 라이선스 생산 제1조건. 미래, 지아차에 납품하지 않는다.”
[호에에엣!]
얼굴을 붉히고 몸을 부르르 떨며 세라가 텔레파시로 교성을 지른다.
“…….”
세류는 그런 세라를 보곤 고개를 절레 저었다.
“마민수 전무.”
“네, 회장님.”
세라와 대화를 마친 세류는 이번엔 마민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라 배터리 3.0이 양산되면, 전기차는 언제부터 양산 가능하죠?”
“두 달 내로 가능합니다. 이것은 국내 공장뿐 아니라 해외 얼라이언스 공장까지 고려한 기간입니다.”
“협력사랑 원자재 유통망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충전소 같은 인프라 문제도 있습니다.”
“루나 시리즈 때처럼 우리 회사 법인 차를 먼저 교체하고, 세라 마켓에서 우리 직원들만 먼저 살 수 있게 진행할까 하는데, 가능할까요? 얼라이언스 지사와 임직원도 포함해서요.”
“아! 우리만 먼저 쓰는 거라면 일주일 내로 가능합니다.”
“바로 진행하세요.”
“예, 바로 해당 내용 공유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회사와 임직원들에게 선공급 후, 곧바로 국내 출시도 진행할까요?”
미래차와 SR의 관계를 의식한 마민수가 추가로 건의했고, 성세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번 SR데이는 명색이 미국에서 처음하는 SR데이입니다.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날에 맞춰서 전 세계 동시 출시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겠죠.”
“방금 리나를 통해 미국에 있는 김희국 상무에게도 해당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SR데이를 전후로 전 세계 모든 주요국 도로에서 우리의 전기차가 달릴 것입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아! 그리고 앞으로는 전기차가 아닌, 스마트카라고 부르도록 합시다.”
“스마트카라, 뭔가 자동차보단 전자 제품 느낌이 더 강하게 납니다.”
“바로 맞췄습니다. 앞으로 자동차는 중화학이 아닌, 전자 제품으로 인식될 겁니다.”
“우리 회사가 최초로 스마트카라는 지평선을 열게 되었군요. 이 역사적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회장님.”
마민수와 대화를 끝낸 성세류.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뭔가 심심하군요. 안 그런가요, 구 실장?”
이번엔 그의 시선이 공보실장 구민주에게 향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회장님.”
성세류의 부름을 받은 공보실장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미래차 하면 또 제가 전문이죠.”
이윽고 구민주의 얼굴에 고용주보다 더 어둡고 스산한 미소가 피었다.
* * *
울산에서 자동차 브레이크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중소기업 사장 강중만은 요즘 들어 미래, 지아차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자주 듣는 느낌이었다.
‘이거, 후폭풍이 우리한테까지 부는 게 아닌지 몰라?’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업을 하는 사업장 중 90퍼센트는 미래, 지아차그룹 때문에 먹고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강중만의 회사도 두 대기업의 협력사였고, 그래서 요즘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미래, 지아차 까는 내용들 전부 틀린 말은 아니지.’
한편으로는 그런 얘기들에 지극히 공감했다.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고소하다는 감정도 가졌다.
그는 회사 밖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폰으로 미래, 지아차와 관련한 부정적인 뉴스를 보았다.
“서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최근 지아 자동차의 신형 G5를 구매했습니다. 자식처럼 사랑스러운 새 차를 샀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새로 산 자동차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전석 창문이 안 올라가는 거예요!”
“자동차의 품질 문제. 김 모 씨는 바로 수리센터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 황당한 말을 듣게 됩니다.”
“진짜 어이없었죠. ‘차는 원래 그렇게 타는 거다. 주행하면서 바람을 느껴 보는 게 어떠냐?’ 이런 말을 아주 당당히 하는데…….”
“결과적으로 수리는 받았지만, 회사로부터 사과는 끝내 받지 못했습니다. 지아자동차 본사에서는 직원의 농담을 고객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는 식으로…….”
“에혀.”
동영상을 보던 강중만은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을 쉬었다.
미래, 지아차 그룹은 자신과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 준다.
아니, 그의 회사뿐 아니라 영남 전체의 먹거리를 책임져 준다.
하지만 그런 두 대기업이 마냥 고맙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때였다. 그가 들고 있는 루나폰의 AI가 갑작스러운 손님의 등장을 알렸다.
“미래차? 설마 구매 관리 오 대리?”
강중만은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손님의 신원을 물었다.
[네.] “……곧 간다고 전해라.”AI의 대답을 들은 그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담배를 끄고서 회사 건물로 향했다.
분명 자신의 회사지만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 * *
아니나 다를까, 강중만의 불길한 예감은 1도 틀리지 않았다.
“아니! 오 대리! 아무리 내수용이라지만, 여기서 납품가를 또 깎으면 어쩌자는 거야?!”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위에서 저렇게 쪼는데 일개 대리인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내수용만 좀 도와주세요. 해외 수출용은 제값 드리잖아요?”
“아무리 내수용이라고 해도, 이 가격으로는 최소 스펙도 맞출 수 없어!”
“아~ 그러시구나? 못 하는 거구나~.”
강중만의 불가하다는 말.
오 대리는 다리를 꼬고서 상체를 거만하게 뒤로 향했다.
“사장님, 그럼 우리와의 납품 계약은 이번 분기까지인 것으로 할까요?”
개구리를 내려다보는 뱀의 눈으로 강중만을 보았다.
“참! 저번에 드린 어음 지급 기한 좀 더 연장해도 되죠? 아시다시피 요즘 우리 회사가 여러모로 어렵다 보니……. 안 좋은 뉴스도 막 들리고…….”
“……!”
오 대리의 말에 강중만은 불끈 쥔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한번…… 해 보겠네.”
“역시~ 우리 강 사장님이라니깐! 우리 모두 이 어려운 시기를 허리띠 졸라서 잘 이겨 냅시다. 정영주 회장님 정신으로다가.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강중만이 결국 항복 선언을 하자, 오 대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강중만의 어깨를 토닥였다.
원래는 악수라도 할까 했는데, 당장이라도 어퍼컷을 칠 것처럼 쥐고 있는 강중만의 주먹을 보니 그럴 엄두는 나지 않는 모양.
“그럼, 저는 다른 업체도 방문해야 해서 이만. 아! 마중 안 나오셔도 됩니다!”
그렇게 오 대리와의 대화는 짧고 굵게 끝났다.
오 대리가 나가고 텅 빈 사장실.
“후으.”
강중만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얼굴을 구겼다.
[사장님, 괜찮으세요?]그런 그를 위로하는 것은 루나폰의 AI 비서뿐.
“…….”
하지만 강중만은 자신의 딸 같은 AI에게 괜찮다는 말을 할 기분조차 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원청 업체에서 깎아 버린 터무니 없는 납품가에 대한 고민으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재료를 다 바꿔야 하나?’
일단 원자재는 중국에서도 쓰지 않는 싸구려 중에 싸구려를 써야 할 것이다.
이런 싸구려 원자재로 부품을 만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당장은 괜찮지만 1년 후 부터는 분명 잔고장이 생길 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와 그의 회사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 공정도 더 줄여야겠지? 마감이랑 완성도가 떨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지.’
미래, 지아차의 내수시장 차별 원인은 별거 없다.
국내시장의 압도적 독과점 때문이다.
왜 이렇게 납품 단가를 깎아서 내수시장을 차별하냐고?
흔히 알려진 해외 시장 손해 메꾸기 이유도 있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렇게 납품가 후려쳐서 지들 배나 불리겠지. 개자식들!’
바로 미래, 지아차 임직원과 노조의 억 소리 나는 연봉과 성과급을 위해서다.
그렇게 하청 업체와 하청 업체 직원들을 쥐어짠 돈으로 대기업 임직원과 노조들은 호화로운 복리후생을 누린다.
‘원래 이번 달에 하려 했던 추가 채용은 취소해야겠어.’
협력사 직원들은 보통 3명이 해야 할 일을 1명이 도맡아 하면서 1인분보다 못한 급여를 받는다.
복리후생 또한 늘리기는커녕 줄일 수밖에 없다.
‘우리 라인 직원들 지금도 엄청 힘들어 하는데, 저걸 어찌 달래냐…….’
수탈과 착취도 이쯤 되면 예술의 경지라 봐야 한다.
‘이건 족쇄야!’
더 끔찍한 것은 이 먹이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대고 의지하던 대기업이 어느새 감옥이 된 것.
그때였다. 적막한 사장실에서 머리를 쥐어뜯던 강중만의 귀로 루나폰 AI가 또다시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또……? 이번엔 설마 지아차냐?”
강중만은 허탈한 표정으로 반쯤 포기한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요. SR전자에서 찾아 왔어요.] “?!”하지만 이어지는 AI 비서의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손님을 알렸다.
* * *
미래, 지아차 타다가 어처구니없는 기능 고장이 난 이야기.
그런 미래, 지아차 고객센터로부터 어이없는 대우를 받은 이야기.
오래전부터 문제 되었던 미래, 지아차의 수출용과 내수용 차별 이슈들.
그 외에 미래, 지아차가 하청 업체들에 행하는 온갖 갑질들.
어느 날부터 특정 대기업에 대한 온갖 부정적 이야기가 대한민국 모든 스피커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뭐지? 미래, 지아차가 정부에 잘못한 게 있나?”
“이거 정부에서 작정하고 미래, 지아차 죽이기에 들어간 건가?”
처음 사람들은 이 일의 배후에 정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야! 정부가 아니야! SR, SR이었어!”
“SR과 미래차가 전쟁을 시작했어!”
하지만 얼마 안 가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성세류 회장의 작은아버지가 미래차 타다가 차량 결함으로 사고가 났다나 봐.”
“그런데 미래차에서 끝까지 과실 인정도 안 하고 사과도 제대로 안 했나 보더라고.”
“성세류 회장이 그거 때문에 엄청 빡친 모양이더라.”
“미지차는 이참에 혼 좀 나야 해! 그 새끼들, 내수시장 차별하고 하청 업체들 작두 타게 만드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이냐!”
두 대기업 간의 전쟁.
“우리 당은 어디 편을 들어야 합니까? 워낙 두 군데서 골고루 받아 먹었잖아요, 우리.”
“이거,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기가 좀 그렇긴 하죠?”
“이럴 땐 중립이지 뭐~.”
“크흠! 기업 간의 일이니 정부에서는 중립을 지키겠습니다.”
정부도 국민도 팝콘을 뜯고 흥미진진하게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체로 사람들은 워낙 업보가 많은 미래, 지아차보단 SR을 응원했다.
SR VS 미래, 지아차 그룹.
두 대기업 간의 여론 전쟁에서 SR 쪽 사령관은 공보실장 구민주였다.
그녀는 왕년에 대기업 킬러라 불리던 PR러였다.
“기업 간 프레임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바로 소비자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대기업 킬러였던 그녀가 SR과 힘을 합치니.
“소비자로 하여금 그 회사 제품을 사용 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겁니다.”
SR의 프레임 전쟁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었다.
“차량 결함으로 사고 나도 소비자가 직접 원인이랑 증거 찾아서 입증하라니. 대단하다, 대단해.”
“내수시장 차별도 모자라서 차량 결함 발견 시 무조건 소비자 과실? 이야~ 이래도 미지차를 탄다고? 독하다, 독해!”
“미지차 타는 사람=저능아.”
“앞으로 미지차 타다가 사고 나서 죽으면 그냥 자연사로 인정해야 한다.”
“자살하고 싶으신가요? 스트레스로 암에 걸리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미지차를 사세요!”
그녀의 활약으로 불과 보름도 안 돼, 전국적으로 ‘미지차를 타는 사람=호구’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래, 지아차 말고 무슨 차 탈 건데?”
“내수시장 차별이니 AS 개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른 회사 차량은 멀쩡한 줄 아냐?”
“독일이랑 일본, 미국 차? 걔들도 한국 오면 똑같아져!”
“미지차를 욕하지 말고 정부와 소비자법을 욕해!”
이에, 미지차 그룹에서도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분하지만, 한국에서 미래, 지아차 말고 저렴하게 몰 수 있는 차, 솔직히 없잖아?”
“우리도 미지차 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걸 어쩌라고?!”
그리고 미래, 지아차의 대응은 소극적이었지만 효과적이었다.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독과점을 누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명확히 보여 준 셈.
“SR에서는 전기차 만든다고 그렇게 언플하더니 요즘엔 소식도 없고.”
“SR은 전자 쪽이라서 자동차 같은 중화학 공업에는 약한 모양이야.”
“애초에 전기차? 그 충전도 불편하고 화재 위험도 큰 거는 불안해서 못 탈 것 같아. 게다가 찻값도 보조금이 있다고 해도 너무 비싸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 사람들은 피해를 받으면서도 그걸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프레임 전쟁에서 승패가 막 결정되려던 때.
“속보! SR인더스트리, 사내 모든 법인 차 교체!”
“미래에서 온 것 같은 놀라운 디자인, 신뢰 가는 로고! SR전기차 본격 등장!”
“전기차? NO! 스마트카라 불러 달라!”
“SR 임직원들, 기존에 몰던 미지차 버리고 SR스마트카 탄다!”
“얼라이언스에도 SR의 스마트카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신차들!”
“SR모터즈는 어째서 SR전자 휘하에 있는가? 이에 대한 SSR의 대답, ‘자동차는 더 이상 중공업이 아니다. 전자다!’”
게임 체인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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