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302)
제302화
-크아아아아아아앙!
부서진 석벽 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뒤로, 기다란 어금니를 드러낸 샤벨 타이거가 포효했다.
아마도 분노한 제 주인의 감정에 동조된 것이리라.
그만큼, 람팡의 표정은 살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제!”
곧장 석벽을 넘어온 람팡은 항상 죽이기를 고대했던 베라스가 코앞에 있음에도, 그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사저….”
“사제! 괜찮아?! 몸 상태가 왜 이래!”
고슴도치처럼 온몸이 꿰뚫려 있는 제롬의 모습을 보며 람팡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신성제국의 발리스타 요새에서 탈출했을 때도, 군도와 대해전을 벌였을 때도.
람팡은 그녀의 사제가 이렇게까지 다쳐 있던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지금 제롬의 몸은 혈인(血人) 그 자체였다.
뽈깍!
제롬의 몸에 박힌 베라스의 무기들을 하나씩 빼내며 루나가 챙겨준 특제 포션을 아낌없이 들이부었다.
슈우우우우!
찢기고 꿰뚫린 상처가 천천히 나아갔지만, 새하얗게 질린 제롬의 얼굴에는 혈색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더 이상 석굴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사제를 데리고 나가 조금이라도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흐음, 사저. 이거 오랜만이네요. 거, 스승님은 쾌차하셨답니까? 노인네 명줄이 워낙 질겨서, 원.”
하지만 베라스는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생각이 없었다.
“베라스…!!”
“그리고, 이거 보고 있자니 영 서운한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도 사젠데, 제롬 사제만 챙겨주고 말이야. 사저, 이거 차별 아니에요?”
빠드드드득!
람팡의 몸에서 살벌한 기세가 일어났다.
“…그 더러운 입으로 나를 사저라 부르는 것도 모자라, 감히 스승님을 입에 담아?”
-크아아아앙!
람팡의 뒤에 있던 샤벨 타이거의 환영이 베라스를 한입에 집어삼킬 듯이 달려들었다.
콰아앙!
그 무시무시한 이빨이 베라스에게 닿기 직전, 베라스의 몸을 구체가 똘똘 감싼다.
“어이구, 무서워라. 이거 암만 생각해도 사제를 너무 편애하는 게 영 배알 꼴리는데. 아!”
씨익!
람팡의 공격을 막은 베라스가 좋은 생각이 난 것처럼 불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
따악!
베라스의 손가락이 튕기자 공간을 가득 채운 무구들이 샤벨 타이거의 환영을 꿰뚫었다.
-크르르르륵!
“!”
샤벨 타이거의 환영을 난도질하고도 남은 베라스의 무구들이 람팡에게 향했다.
“드래곤 터틀, 갑(鉀)!”
캉! 카카캉!
람팡의 앞에 생겨난 거대한 거북이의 등껍질.
그 바위와도 같은 방어에 베라스의 무기들이 힘없이 튕겨 나갔다.
“고작 이런 허접한 무기들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에이, 그럴 리가 있나.”
자신의 능력을 처음 본 사제와 달리 람팡은 자신의 능력을 저 밑바닥까지 알고 있는 여인이다.
그런 여인에게 이런 단순한 공격이 통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백익인 사저에게 그런 실례를 저지를 수야 없지요. 근데 내 공격이 사저한테나 안 통하지, 석굴 바닥에까지 안 통할 거라 생각한 건 아니죠?”
“……?!”
베라스의 말에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람팡이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제롬이 서 있던 석굴의 바닥.
그 바닥이, 마치 유리처럼 바뀌어 있었다.
그 바닥의 경계를 따라 박힌 베라스의 무구들.
쩌적!
람팡의 시선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무구에 의해 제롬이 서 있는 바닥이 금이 가며 부서져 내렸다.
평상시의 제롬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월보로 빠져나오겠지만, 지금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제롬이 채 월보를 사용해 빠져나오기도 전에, 부서진 바닥의 아래로 제롬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람팡이 떨어지는 제롬의 몸을 건져내기 위해 다급히 움직이려 했지만, 베라스는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쐐애애애액!
람팡의 발 아래로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무기들은, 그녀의 발걸음을 끈질기게 붙잡았다.
“안 된다니까, 사저. 나도 나름 사젠데, 이제 나한테도 집중 좀 해주지?”
“비켜,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
“그럴 수야 없지, 지금부터가 재밌는 건데.”
람팡이 미친 듯이 베라스의 무구를 쳐냈지만, 베라스는 람팡이 제롬이 빠진 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허용하지 않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스르르르르륵!
베라스는 제롬이 서 있던, 부서진 공간을 주변의 돌들을 끌어와 완벽하게 봉합했다.
“자, 이제 마무리 포장까지 완료!”
따악!
베라스의 손동작과 함께, 제롬이 떨어진 바닥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처음에 있던 석굴의 바닥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말이다.
“하하하! 이런, 이를 어쩌나. 사저, 나한테 스승님도 빼앗길 뻔하더니.”
베라스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갔다.
“이제는, 사제까지도 잃었네?”
…툭!
베라스의 표정에, 람팡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쿠우우우우우우!
람팡의 몸에, 천천히 드래고니안 아머가 씌워졌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오로지 그 생각만이 람팡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베라스으으으으으으으으!!”
쾌애애애애액!
말 그대로 날듯이 움직인 람팡이 베라스를 향해 날아올라 뒷발을 찍어 내렸다.
마야에게서 이어받은 수은에 베라스의 연금을 덧씌운 절대의 구체가 이를 막아섰다.
쿠우우우우웅!
쩌저적!
“……!!”
베라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껏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낸 완벽한 방어막이, 고작해야 내려찍기 한 방에 금이 생겨난 것이다.
“오, 이건 또 뭐야.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술인데?”
가벼이 말했지만, 베라스의 눈빛이 제법 진지해졌다.
그가 마야의 힘을 받아들였듯이, 람팡 역시 놀고만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사제를 처리하는 게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했을지도.’
구체의 반동에 람팡이 살짝 튕겨 나간 그때.
스르르르륵!
“흑익이시여.”
“뭐야, 크로우?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아니,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옆으로 빠져 있어.”
베라스의 주위에서 무구들이 생성된다.
끼우우우웅!
무구들이 회색빛으로 불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람팡의 저 힘에는, 그 또한 전력을 다해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이제 막 재밌어지려 하니까.”
“지금은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뭐야? 크로우. 설마 지금 내가 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싸늘한 기세를 피워내는 베라스를 향해 크로우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나,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
크로우의 말에 그제야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우르르르르릉!
석굴이 마치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이 흔들리고 있었다.
제롬에 이어 람팡과의 일전까지.
아무리 마하슈트라 석굴이 넓다고 하나, 대륙에서 수위를 다투는 강자들의 싸움에서 생겨난 기파를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이곳은 석굴에서도 제법 깊숙한 장소. 자칫 석굴이 무너져 흑익의 옥체에 손상이라도 갈까 두렵습니다.”
“…흐음.”
크로우의 말에 베라스가 람팡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세게 타오르는 람팡의 투기는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크로우의 말에 자존심을 세우긴 했지만, 람팡의 저 기술은 확실히 규격 외였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는 쉽게 이길 수 없을 만큼 위험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으니까.
‘…뭐,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자신이 이 석굴로 람팡과 제롬을 끌어들인 것은, 둘 모두 ‘확실하게’ 배제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저런 위험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사저, 들었지? 아쉽지만 우리는 다음에 화끈하게 붙어보자고.”
“어딜 도망가!!”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람팡이 즐겨 사용하는 샤벨 타이거나, 그리즐리 베어의 기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용음(龍音).
그 힘은 제롬의 심상기, 국사무쌍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거력에 석굴이 미칠 듯이 흔들렸다.
쿠아아아아아앙!
용의 울음소리에 휩쓸린 베라스의 구체에 새겨진 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확실히, 여기서 바로 붙기에는 좀 위험하긴 하겠네.”
위력이 감소할 것까지 생각한 제롬과 달리, 인정사정없이 전력을 다해 쏘아낸 람팡의 공격에 석굴이 더없이 위태로이 흔들렸다.
우르르르르르르릉!
마하슈트라 석굴은 악신 샤바가 잠들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굴.
이런 굴이 무너져 내린다면, 아무리 옥좌에 오른 그라고 하더라도 압사(壓死)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도망치게 내버려둘 줄 알아!”
갈라지는 금 사이로 미친년처럼 달려드는 람팡의 모습이 보인다.
살벌한 표정과 붉게 물든 눈으로 볼 때, 이미 주변 상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어휴, 무서워서 못 싸우겠다. 크로우.”
“예.”
“가자.”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쐐애애애애액!
달려드는 람팡을 향해 베라스가 무구들을 쏘아냈다.
채챙! 챙! 챙!
단 1초.
베라스의 무구들이 람팡의 발걸음을 저지한 것은 단 1초뿐이었으나, 그것이면 충분했다.
베라스가 석벽을 변화시켜 빠져나가기에는 말이다.
“그럼, 사저.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콰아아아앙!
간발의 차이로 베라스의 얼굴이 있던 장소에 람팡의 주먹이 닿았지만, 이미 베라스는 그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아아아아아아악! 베라스!! 반드시 죽여버릴 테야!!!”
우르르르르릉!
석굴의 진동이 거세지자, 뒤늦게 침착함을 되찾은 람팡이 황급히 움직였다.
“…사제!”
파팍! 파파팍!
베라스가 틀어막은 땅을 미친 듯이 파 내렸다.
하지만 베라스가 특별히 신경을 써서 봉쇄한 바닥은, 도무지 그 깊이의 끝이 보이질 않았다.
유리로 바꾸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까지 깊은 바닥에, 제롬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투툭! 투툭!
드래고니안 아머를 해제하여 약해진 신체 탓에, 손톱이 거칠게 뜯겨져 나갔지만.
람팡은 땅을 파는 걸 멈추지 않았다.
‘나 때문이야.’
베라스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혀, 석굴로 오는 결정을 너무 경솔히 선택했다.
물론 제롬 역시 같은 선택을 내렸겠지만, 지금 람팡에게는 그런 판단을 할 정신이 없었다.
스승님 이후로 처음으로 생긴 소중한 사제가, 목숨을 잃을 상황이었으니까.
“제발, 제발…!!”
람팡의 간절한 바람에도, 바닥은 무정하게도 그 속살을 람팡에게 보이지 않았다.
우르르르르르릉!
타닥! 타다닥!
“……!!”
석굴의 천장에서 돌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석굴이 본격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는 신호였다.
이 상태에서 탈출하지 않는다면, 람팡 역시도 무사하기 어려우리라.
찰나의 순간.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한 람팡이,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바닥에서 떼어내며 석굴의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장이 끊어지는 것만 같은 아픔이 느껴졌지만.
그녀가 아는 제롬이라면.
그녀가 봐온 사제라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이 상황에서 감정에 휩쓸려 바보 같은 선택을 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마키즈로 돌아가야 해. 만약 베라스가 마키즈로 향한다면… 그 쓰레기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자신마저 이 석굴에서 쓰러진다면, 베라스를 막을 사람은 더 이상 불칸 후작가에, 아니 오시리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제가 그리는 그림도 필히 어그러지겠지.
‘그것만은 안 돼.’
람팡은 다시 한번 제롬이 추락한 바닥을 바라보았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믿어야만 했다.
사제라면,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그리폰, 익(翼).”
람팡의 부름에 응한 그리폰의 환영이 곧장 날개를 폈다.
-삐이이이익!
펄럭!
람팡이 가히 바람과도 같은 속도로 석굴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람팡이 석굴을 탈출하고 몇 분이 지나자.
콰르르르르르륵!
마하슈트라 석굴의 내부가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 * *
쩌어어어어엉!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깨지며, 몸이 훅 떨어져 내렸다.
‘이런!’
곧장 움직여 피해야 하는데, 몸이 따라 주지를 않았다.
어쩔 수가 없었다.
온몸의 근육이 파열되고 찢어져 반쯤 산송장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기에, 의념만으로 기운을 조종할 수 있는 심상기를 꺼내 든 것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보며 사저가 다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르르르르륵!
사저의 외침과 동시에, 머리 위로 흙더미들이 무서운 기세로 쏟아졌다.
‘큰일이네. 사저 눈 뒤집히면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올 텐데.’
석굴의 구조도 파악이 되지 않은 지금, 나를 구하려는 건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사저가 부디 이성적으로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제롬이 쏟아지는 흙더미를 향해 대비하려던 그 순간.
‘……?’
제롬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바닥이 닿질 않지?’
이상한 일이었다.
베라스가 내 밑에 바닥을 만든 이유는, 분명 나를 생매장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3m, 많아도 5m 정도의 높이만 물질을 변경해도 충분할 터.
그렇다면 지금쯤 바닥에 닿아도 진즉에 닿았어야 했다.
하지만 제롬의 몸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낭떠러지에서라도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베라스가 이걸 의도했을 리는 없다.
아무리 연금이 뛰어난 능력이라 해도, 한도 끝도 없이 물질을 변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멀쩡하던 땅을 이만큼 깊숙이 비게 만들 수도, 만들 이유도 없었다.
즉.
‘베라스도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단 의미다.’
슈우우우우우!
떨어지는 와중에도, 제롬은 침착하게 고개를 틀어 바닥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깊은 낭떠러지라고 해도, 끝은 분명히 있는 법.
이유는 나중에 확인해도 늦지 않았다.
부상을 입은 지금, 넋 놓고 바닥에 충돌한다면 으깬 감자처럼 찌그러지고 말리라.
‘저긴가.’
자신보다 먼저 떨어진 돌들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가오는 바닥의 감각에 집중하며, 제롬이 충격에 대비하려 할 때.
둥실!
“…어?”
낙법을 준비하던 마음이 민망해질 정도로, 알 수 없는 힘이 부드럽게 내 몸을 바닥에 안착시켰다.
터억!
“…뭐야?”
석굴의 바닥은 지하인 것이 무색하게, 은은하게 빛나는 야명주가 곳곳에 박혀 있었다.
마하슈트라 석굴에 이런 곳이 존재했단 말인가?
‘…판단은 나중에. 우선은 움직여야 해.’
남은 체력도 거의 없는 지금, 이 상태로 멍하니 있다가는 객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터벅, 터벅!
제롬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스으으으으으으!
제롬의 앞에 거대한 운무가 모습을 나타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운무.
야명주의 빛조차 모조리 가린 운무는 근원적인 공포를 이끌어 냈지만.
어째서인지 제롬은, 그 운무가 낯설지 않았다.
“…이건, 설마.”
제롬도 바보가 아니었다.
베라스도 파악하지 못한 마하슈트라 석굴의 지하.
범상치 않은 야명주.
그리고 익숙한 운무.
이만한 정보가 주어졌는데도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머저리나 다름없었다.
“…귀곡자의 무덤.”
그렇다.
바로 지금, 누구도 찾지 못한.
가장 신비로운 흑사자로 알려졌던 귀곡자의 무덤이 제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