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71
071화
“생각을 정리해라.”
벡스터에게 한마디를 던진 아렌의 시선이 유나와 센드에게로 향했다.
무시무시한 주인의 눈길에 유나와 센드가 움찔거렸지만, 아렌은 그저 고요하게 유나와 센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유나와 센드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지을 즈음, 아렌의 시선이 베로아에게로 향했다.
“가서 레티시아를 불러와라.”
“알겠습니다. 도련님.”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베로아가 별장 내부로 향했고, 아렌이 벡스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벡스터.”
“예. 도련님.”
“센드를 네 종자로 삼아라.”
“······예?”
갑작스런 말에 모두의 표정이 변했다.
“저. 저를요?”
센드의 순한 눈망울이 쳐지고, 몸이 움츠려들었지만, 아렌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골격이 제법 괜찮구나. 미리 길을 닦아 놓으면 제법 쓸 만해질 거다.”
아렌의 말에 벡스터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센드는 하인입니다.”
벡스터의 말에 더욱 어깨를 웅크리는 센드였지만, 아렌은 무심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너도 내 하인이지 않느냐.”
“······그건 맞습니다만.”
하인이 아니라 기사라고 강변하고 싶었지만, 아렌의 성정을 아는 벡스터는 말을 아꼈다.
어차피 아렌에게는 센드나 벡스터 자신이나 다 똑같이 보일 테니까.
그리고, 새삼스러운 눈으로 센드를 살폈다.
“······과연.”
벡스터는 아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렌이 말한 골격이라는 부분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센드의 팔다리가 길쭉하고, 상 하체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것이 몸을 쓰는 재주가 있어보였다.
아직은 어린 몸인지라 왜소했지만, 그거야 잘 먹이고 훈련시키면 극복될 일이다.
“센드.”
“네. 네! 기사님!”
엄숙한 목소리에 센드가 저절로 몸을 바로하며 답했다.
옆에 있는 유나가 복잡한 눈으로 센드를 바라보았지만, 남매 이상의 우의를 가진 친구의 시선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센드는 긴장하고 있었다.
“도련님의 명에 따라 너를 내 종자로 거두겠다. 이제부터 나를 마스터라고 불러라.”
“예. 마스터!”
센드의 얼굴에 희열의 빛이 떠올랐다.
평민 남자아이는 기사를 꿈꾸고, 여자 아이는 마법사를 꿈꾸는 세상이다.
강대한 힘과 모험에 대한 동경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신분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고, 많은 젊은이들이 기사를 동경하며 집을 나서곤 한다.
용병으로, 군인으로 집을 나선 젊은이들은 굳세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도착지에 도달한 것은 그야말로 극소수.
대부분은 이름 모를 땅에서 쓰러지기 마련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가지고 집을 나서는 젊은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센드에게 기사의 종자라는 동아줄이 내려온 것이니, 센드의 얼굴이 황홀감에 젖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와라. 일단 마음가짐부터 바로 잡는 것으로 시작하겠다.”
아렌에게 고개를 숙인 벡스터를 따라서 황급히 고개를 숙인 센드가 급한 걸음으로 벡스터를 따라 나섰다.
그런 센드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는 유나의 뒤로 베로아와 레티시아가 나타났다.
“축하를 드려야겠네요. 휘하 기사가 종자를 얻었군요.”
레티시아의 말에 아렌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벡스터라면 잘 가르치겠지.”
이제 막 시작했기에 전력에 포함시킬 수는 없겠지만, 기사의 종자는 그 자체로 전문적인 전투 인력이다.
전쟁터에서 기사의 최측근에 서서 같이 돌격하는 종자의 전투능력은 어지간한 일반적인 병사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
거기에 용병으로 시작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벡스터가 아렌의 가르침까지 가지고 있으니 센드의 앞날은 보장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말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센드의 신분을 떠올린 베로아가 걱정스런 어투로 말했지만, 아렌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정도쯤은 무시해도 괜찮은 재능이다.”
아렌의 말에 베로아와 레티시아의 표정이 달라졌다.
괴물 같은 아렌이 괜찮은 재능이라고 평했으니, 그녀들은 지금 미래의 소드마스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안심이군요.”
베로아가 납득한 표정을 지었고, 레티시아는 묘한 표정으로 한쪽 구석에서 벡스터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센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는 왜 부른 건가요?”
시선을 돌린 레티시아가 아렌에게 물었고, 아렌의 시선이 유나에게로 향했다.
“이 아이의 재능을 봐줬으면 한다.”
“재능이라고요?”
레티시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고, 유나의 눈가에 기대가 떠올랐다.
“마법사는 기사와는 달라요. 공부할 것도 많고 재능도 많이 따지죠.”
가만히 유나를 살핀 레티시아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그 정도의 재능은 아닌 것 같네요.”
마법사의 재능에서 가장 많이 보는 부분은 마나감응력과 지능이다.
일종의 초상능력에 가까운 마나감응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능이 일반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가 마법사들이니, 그 정도의 수재로 보이지는 않는 유나의 모습에 레티시아가 고개를 저은 것이고, 유나의 고개가 밑으로 쳐졌다.
“마법사의 재능이 아니다.”
“네?”
그런 레티시아와 유나의 모습에 아렌이 고개를 저었다.
“속성력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이 아이에게서 금속과 물의 기운이 느껴지더군.”
“······확인해 보죠.”
흔치 않은 직종이기에 일단 계약만 하게 된다면 귀히 취급받는 것이 정령사다.
그런 정령사의 기본이 속성력이라고 통칭되는 정령 친화력이고, 아렌이 그 기운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면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한 레티시아가 주문을 외웠다.
은은한 빛이 자신을 감싸는 것에 놀랄 만도 하건만 유나는 눈에 힘을 주며 버텼다.
자신에게 일평생 닫기 힘든 기회가 왔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고, 그런 유나의 모습에 베로아가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정령친화력이 있군요.”
잠시 유나의 모습을 살핀 레티시아가 미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에요. 하위 정령과의 계약은 무리 없겠지만, 그 이상은 장담하기가 어려워요.”
레티시아의 한마디에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는 유나의 모습을 보면서 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된다. 정령 계약을 위해서 필요한 게 뭐지?”
“정령석과 정력계약 마법진이죠. 마법진은 제가 해결할 수 있지만, 정령석은 저도 가진 게 없어요.”
아렌이 베로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베로아.”
“예. 도련님. 준비하겠습니다.”
아렌의 의사를 알아들은 베로아가 고개를 숙였다.
정령석은 그 희귀성 때문에 물건이 잘 없지만 아예 못 구하는 물건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희귀하고 유용하기 짝이 없는 정령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것이니 베로아의 눈에 결의의 빛이 서렸다.
“정령석을 구하면 로렌스와 같이 나를 보러 와라.”
“알겠습니다. 도련님.”
아렌의 말에 의문을 가질 법도 하건만 베로아는 고개를 숙이고 유나와 함께 저택으로 사라졌다.
기대감과 흥분에 찬 유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레티시아가 아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종자에 이어서 예비 정령사까지. 공자님은 복이 많군요.”
제 아무리 하급이라 해도 정령사는 정령사.
그런 정령사와 미래의 대검호가 될 것 같은 종자를 휘하에 둔 아렌은 확실히 복이 많은 것이 맞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기는 하네요. 공자님 정도면 훨씬 전에 손을 쓰실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조심스런 레티시아의 말에 아렌의 시선이 별장을 둘러싼 숲으로 향했다.
“이곳은 좋지.”
“확실히 좋은 곳이죠.”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레티시아는 가만히 아렌의 말을 받아주었다.
“이곳에서 은거하며 조용히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숲이 만들어주는 청량감과 편안함, 멋진 저택까지 갖추고 있으니 여건만 된다면 최고의 선택지일 수도 있었다.
“이미 은원이 만들어졌지.”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렌의 몸에서 섬뜩한 기세가 일어나는 모습에 레티시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먼 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고, 그런 상황에서 하인들이 제 몸 하나 정도는 간수하게 만들어줘야 하는 게 주인의 의무다.”
레티시아는 복잡한 눈으로 아렌을 쳐다보았다.
* * *
저택에서 두문불출하며 하인들을 돌보고 가끔 거리에 나와 먹거리를 사먹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것도 벌써 열흘.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도 않았지만, 간간히 아렌이 준 별을 만지작거리며 각자의 생각에 잠긴 일행이었다.
그렇게 충분한 휴식에 몸도 마음도 만족스럽게 충전한 일행에게 아카데미의 전령이 도착했다.
“대단하긴 대단하군.”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마법은 참 놀라워.”
네이던과 트리안이 감탄사를 내뱉었고, 일행의 의견은 둘과 다르지 않았다.
완전히 반파되었던 아카데미의 정문이 완벽하게 복구가 되어있었고,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숲은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으며, 폐허가 되어있었던 건물은 제 모습을 찾고 있었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복구에 힘쓴 덕에 이루어 낸 이적과도 같은 현상에 어지간한 아렌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 모양이다.”
잠시 어딘가로 사라졌던 도리안이 엘레나와 함께 일행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충분한 휴식덕분에 몸과 마음을 다스린 엘레나는 말 그대로 빛나는 외모를 하고 있었고, 도리안의 미소도 더욱 환해져 있었다.
“교수들도 사람이니 쉬기는 쉬어야겠지. 거기다 건물들을 복구했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네이던의 말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쉬쉬하고는 있지만, 아카데미의 인명 피해는 상당한 수준이다.
최 중요 요소인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했다고는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고, 아카데미 기간요원들은 수많은 목숨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몇몇 교수의 생사도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니 이런 상태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말 그대로 모양만 갖춰 놓은 것이 지금 아카데미의 현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럴 거면 왜 부른 거야?”
트리언의 한마디에 모두의 고개가 끄덕였다.
외부에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불편함에서는 해방된 셈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공포의 상징 정도까지 그 악명이 올라간 아카데미이니 트리언의 불만은 타당한 것이었다.
“여론 몰이지.”
도리안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화재는 화재로 덮는 거다. 이렇게 학생들을 모아놓으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말들이 나올 거고, 그때 옆에서 슬며시 찔러 주면 아카데미에 대한 비난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겠지.”
지나가는 학생들을 잠시 바라본 도리안이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별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금 와서 별사냥을 계속 한다는 것도 웃기기는 하지만 그거야 우리 생각이지.”
목표를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도 채용하는 것이 귀족이고, 권력을 위해서라면 눈이 돌아가는 것도 귀족이다.
외려 이런 상황이니 일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이들도 있을 거라는 것에 생각이 미친 일행이 한숨을 쉬었다.
“무시무시하네요.”
그런 귀족의 방식을 자세히 설명들은 코린이 몸을 부르르 떨었고, 일행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렌만이 무저갱 같은 눈으로 아카데미의 전경을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