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81
081화
“허엇!”
“컥!”
관이 열리고 두 명의 학생이 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며 창백하게 질려있는 모습이 귀족으로서 보일만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은 두 학생을 타박하지 않았다.
안타이오스는 미각과 촉감까지 구현된 가상세계이니, 그 안에서 죽음은 실제의 죽음을 체험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거꾸로 바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는 두 학생의 행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괴로웠을 텐데. 잘 버티는군.”
“상황이 아쉬웠어. 기습만 아니었다면 꽤나 괜찮은 승부가 됐을 거야.”
대기하고 있던 신관들이 다가가 마법을 걸어주니 그제야 온전히 상황이 파악된 것인지 두 학생의 얼굴이 구겨졌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시선을 느낀 것인지 제법 의연한 자세로 퇴장하는 두 학생의 모습에 일부 관객은 박수를 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기랄!”
쿵!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대기실 한쪽으로 들어온 학생이 비틀거리며 주저앉았고, 다른 학생은 눈물을 보이며 분해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부르바스의 얼굴에 안쓰러운 표정이 떠올랐지만, 이내 냉정한 얼굴로 손짓하니 신관들이 다시금 학생들에게 다가섰다.
유사 체험의 충격은 마법 한두 번으로 호전될 만한 것이 아니니, 저 학생들은 제법 많은 시간동안 고생할 것이 뻔했다.
“극복하면 더 발전할겁니다.”
그런 부르바스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마일리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지만, 부르바스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그런 부르바스의 표정에 고개를 저은 마일리가 안타이오스를 계측하고 있는 교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상황은 어떤가?”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마력 사용량 급증!”
“큐빅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백업에 연결중입니다!”
“이대로라면 얼마 못 버팁니다!”
알베르토가 일으킨 대마법은 학생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본격적으로 움직이며 분쟁을 시작한 학생들 때문에 안타이오스가 사용하는 마력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안타이오스가 빨아들이는 마력쯤은 감당하고도 남을 아카데미였지만, 얼마 전의 사고 복구를 위해서 예비 마력을 제법 소비한 아카데미의 마력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예비 마력 연결해! 시설 쪽은?”
“준비됐습니다!”
“위험하다 싶으면 재량으로 처리해라! 블랙박스의 움직임은 어떤가?”
“특별한 시도는 없습니다!”
블랙박스만 전담하는 교수의 대답을 들은 마일리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조금이라도 다른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게! 자 모두 주목!”
그 순간 교수들의 시선이 모두 모였다.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을 거 같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행사에 아카데미의 위신과 미래가 걸려있음을 잊지 말고!”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끄덕이며 각기 자신이 전담하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한 순간, 블랙박스를 감시하던 화면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알베르토가 일으킨 대마법은 쉽게 제압되지 않았다.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답게 수분이 많고, 물이 풍부한 도시였지만, 마법으로 만들어진 화재는 제압되기는커녕 기세를 늘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화재의 반대쪽으로 일행은 방향을 돌렸다.
불이 제압되지 않는 이상, 저곳은 마법사의 영역이나 마찬가지.
일부러 불리한 곳으로 찾아갈 만큼 일행들은 경솔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한숨 돌릴 수 있겠어.”
거의 도시의 반대쪽으로 이동한 일행이 걸음을 멈췄다.
이미 대피한 것인지 비어있는 카페를 찾아들어간 일행이 급하게 음료수를 찾아 마시는 사이, 레티시아는 손안의 큐빅을 심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는 거지?”
태연한 안색의 도리안이 다가와 물었지만, 레티시아는 큐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큐빅에 대해서요. 그냥 적당한 마도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시선을 조금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어떤 면에서 그렇지?”
어느새 다가온 네이던이 묻자, 레티시아는 큐빅에 마나를 흘리며 답했다.
“게시판에는 큐빅을 이용하면 특별한 힘을 쓸 수 있다고 했지요.”
“그렇지.”
재가 날아올라 하늘을 가리기 시작한 지금 이 순간에도 게시판은 그 자리에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특별하다고 강조한 부분이 마음에 걸려요. 겨우 20개 정도 모아서 합쳤는데도 중위 이상의 원소마법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하게 해주죠. 그렇다면 그 이상 모았을 때는 무슨 짓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네이던과 도리안의 표정이 굳었고, 레티시아가 게시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일행을 제외해도 많이 모은 사람이라고 해 봤자 10개가 조금 넘는 정도에요. 아렌 공자도 꽤나 모으긴 했지만 20개는 아직 안되죠.”
그녀의 시선이 저 멀리서 불타오르는 도시로 향했다.
“그렇다면 저 대마법은 큐빅의 도움을 받아서 일으킨 거라고 봐도 되겠죠. 아마도 저 사람.”
알베르토의 얼굴을 가리키는 그녀의 손짓에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알베르토의 옆에 있는 숫자는 10이었지만, 그 옆에 + 표시가 붙어있는 것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10이었던 숫자가 변한 것이니 사라진 두 학생의 큐빅을 손에 넣은 것일 것이다.
“높은 확률로 마법사겠죠. 그것도 실력이 꽤나 좋은. 그런 사람 손에 20개가 넘게 들어갔어요.”
“여기서 쉬고 있을 때가 아니군.”
네이던이 말과 함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의 능력을 의심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안타이오스에서는 큐빅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뜻이겠죠. 하나라도 더 모아야 해요.”
단단한 각오를 하며 카페를 나서려는 그 때였다.
쿠르르릉!
뇌성소리와 함께 거대한 낙뢰가 그들이 있는 건물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런 전조도 마나의 유동도 없는 낙뢰가 건물을 강타했고, 사람 몸통만한 낙뢰의 파괴력은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
콰콰쾅!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흙먼지가 사방으로 번져나갔고, 그 순간 세 개의 인영이 골목에서 걸어 나왔다.
“해치웠나?”
완전히 폐허가 된 건물을 보면서 중얼거린 학생의 모습에 로브를 걸친 학생이 하늘을 슬쩍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야. 얼굴이 사라지지 않았어. 저 밑에 살아있다는 소리지.”
“휘유!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 방어를 한 모양이네?”
“그래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겠지.”
휘파람을 부는 학생의 뒤로 나타난 차분한 인상의 학생이 말을 받더니만 마법사로 보이는 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방 더 박아버려.”
마법사가 얼굴을 찡그렸다.
“저런 폐허속이라면 뇌전마법은 효과가 없어. 차라리 국소 지진을 일으키는 게 낫겠군.”
“그런 것도 가능한 거야?”
휘파람을 불었던 학생이 물어오자 마법사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이 녀석만 있으면 어지간한 건 다 가능해. 거기에 숫자가 늘어나면서 다룰 수 있는 힘이 더 늘어났다. 중요한건 사용하는 사람의 역량이지.”
뿌듯한 표정을 짓는 마법사를 보며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은 학생이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에 마법사들은 자의식이 너무 강하다니까. 빨리빨리 끝내자고.”
“부지런히 모아야지. 100개 모으는 것도 좋지만 결국 다 쓰러트리면 끝나는 거 아니겠어?”
쉽게 말하는 동료들의 모습에 마법사가 인상을 구겼다.
“마냥 쉬운 줄 알아? 나 정도니까 이 정도로 써먹는 거지 보기보다 힘들다고. 하여간에 칼잡이들이란 마법사를 뭐로 아는 거야?”
마법사의 투덜거림에 빙글거리던 학생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야 무식한 칼잡이니까 모르지. 여하튼 우리 마법사 양반만 믿는다!”
과장된 몸짓에 마법사가 한숨을 내쉬고는 큐빅에 마력을 집중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믿음직한 동료들이고 그들의 신뢰는 하루 이틀 사이에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법을 준비하자 두 명이 곧바로 자신을 호위하는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고 미소 지은 마법사는 주문을 짜 올렸다.
국소 범위에 지진을 일으켜 폐허와 함께 생매장 시켜버린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기분 좋게 짜 올린 주문이 발동해서 폐허더미를 땅속 깊은 곳으로 묻어버리려는 그 순간.
콰쾅!
굉음과 함께 마법사가 딛고 있는 땅이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고, 셋의 신형이 크게 흔들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우왁!”
“밑을 봐!”
차분한 인상의 학생이 그림 같은 동작으로 몸을 회전하며 검을 뿌렸다.
쫙!
창졸지간에 휘두른 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련된 오러가 서린 검이 그들이 서있던 바닥을 난도질했고, 그 검격에 휘말린 모든 것들이 산산이 분쇄되었다.
쩡!
“큭!”
그때 땅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방패가 검의 진로를 가로막았고, 허공에 떠 있는 덕분에 힘을 받지 못한 학생의 검이 뒤로 튕겨나갔다.
“이게!”
몸을 추스른 학생이 미소를 지우고 그들이 서있던 곳으로 향해 검을 앞세우며 파고들었다.
난도질한 검격은 상대의 공격을 방어함과 동시에 동료들에게 시간을 벌어주었던 것이고, 그 소중한 시간동안 뛰어난 기감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 학생이 반격에 들어간 것이다.
그 순간 그림자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학생의 뒤편에서 온통 시커먼 단검이 솟아올랐다.
챙!
“헉!”
정련된 살기에 대경실색한 학생이 급히 몸을 돌려 단검을 막았지만, 뒤로 밀린 듯 한 단검이 허공을 한 바퀴 돌더니 다시금 급소를 찔러들었다.
카가가가각!
순식간에 수많은 참격이 오가고, 굳은 표정의 학생이 뒤로 밀러난 그곳에는 표정을 굳힌 코린이 살벌한 눈으로 학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파지직!
“스펠카운터!”
기회를 노리던 마법사가 큐빅까지 동원한 고속영창을 발현했지만, 어느새 틀어박힌 스펠카운터가 주문에 간섭해 들었다.
눈 깜박할 사이에 이루어진 고속 공방전.
사방으로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고 그제야 상황이 정확해졌다.
“제법 매웠어요.”
흙투성이가 된 레티시아가 큐빅을 손에 들고 삼인조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 앞에는 트리언이 방패를 앞세우고 있었다.
살벌한 눈초리의 코린이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게 근육을 조이고 있었고,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구덩이에서 나머지 일행들이 차례로 올라왔다.
창백한 안색의 도리안과 네이던에게 성광을 집중해서 치료하는 콜레트와 그런 두 명의 앞에 철탑처럼 버티고 서있는 엘레나의 모습까지.
“젠장 ······.”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는 일행의 모습을 보면서 마법사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꽤나 매웠어요.”
평소와는 다르게 살기가 넘실거리는 눈동자의 레티시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전의 일격에서 네이던과 도리안의 긴급 방호주문이 아니었으면 일행은 전멸했었을 지도 몰랐다.
일행을 훌륭하게 지켜낸 두 마법사였지만, 꽤나 규모가 있는 건물의 물리력을 버텨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고, 두 마법사가 무리를 하면서 일행을 보호하는 시간동안 레티시아가 큐빅을 이용해서 땅속을 이동한 것이다.
“먼저 싸움을 건 이상 각오는 했겠지?”
트리언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와 살기 넘치는 일행의 모습에 삼인조는 얼굴을 구길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