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70
제170화
허공에서 뱅그르르 돌던 황금빛 상자가 터져 나가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바로 적, 녹, 청색 구슬 세 개가 달린 목걸이였다.
딱 봐도 귀티가 줄줄 흐르는 것이 앞선 아이템들과는 느낌부터 달랐다.
라울은 살짝 들뜬 마음으로 분석안을 발동해 목걸이를 살펴보았다.
[세 영혼의 노래]희귀도 : 유니크
등급 : S
효과 : 영력 회복 속도+50%
특수 효과 : 3가지 초능력을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할 수 있다.
설명 : 고대 초능력자의 영혼 조각을 꿰어 만든 목걸이. 고대 영혼의 인도로 영력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또한, 각기 다른 세 가지의 초능력을 보관하고 있다가 소유주가 원할 때, 혹은 미리 지정해 둔 조건을 만족할 시 자동으로 발동한다.
“우와!”
라울은 탄성을 내뱉으며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라울의 설명을 들은 라벨과 카르데나스도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 배도현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아이템들을 사용해 봤지만, 이 정도 효과를 지닌 초능력 아이템은 몇 개 없었다.
기본 효과인 영력 회복 속도 증가 옵션은 초능력자들에겐 거의 필수였다.
발동도 빠르고 위력도 좋은 초능력이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전투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기사나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나는 대기 중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각종 마나 심법이나 스킬 중에는 전투 도중에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하여 회복하는 방법들이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그에 반해 초능력자들의 능력 기반인 영력(Spiritual Power)은 외부에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자연 회복을 기다려야 했다.
일부 사악한 초능력의 경우 타인의 영혼을 갈취하는 방법이 있긴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초능력자들은 전장에서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력이 고갈되면 무방비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나는 다르지만.’
한정된 영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숙련된 초능력자를 구분하는 기준이라는 것도 서글픈 일이었다.
그래서 누가 뭐라 해도 초능력자들이 원하는 1순위 아이템은 영력관련 템이었다.
영력 증가, 회복 속도 상승, 영력 사용량 절감 등의 옵션을 지닌 아이템은 가격 자체가 다른 직군의 아이템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비쌀뿐더러, 물량이 없어 거래조차 되지 않았다.
전생의 배도현이 십 년 넘게 꾸역꾸역 모아서 맞춘 영력 회복 속도 증가가 120% 정도였으니, 이 아이템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특수 효과! 이건 정말 나를 위한 옵션이잖아?’
플레이어의 스킬 슬롯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 한정된 스킬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가장 강력하고 빈번하게 사용하는 스킬을 배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주 가끔 사용하더라도 꼭 필요한 스킬도 있는 법.
체력과 영력을 모두 갈아 넣는 필살기.
급박한 순간에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회피기.
발동하는 데 많은 시간과 굉장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기술.
이런 것들을 보험처럼 보관해 다닐 수 있다니 얼마나 사기적인가?
마법으로 따지면 메모라이즈(저장)나 마법 스크롤과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초능력의 종류, 등급과 상관없이 저장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아무 대가 없이 계속해서 리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메모라이즈 마법은 마법사의 수준에 따라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와 서클에 제한이 있었다.
그리고 마법 스크롤은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쌀뿐더러 고서클 마법 스크롤은 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조건 지정 시 자동 발동 기능도 좋고.’
전투 상황에서 긴급한 순간에 저절로 발동되는 스킬은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바로 아무 초능력이나 집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 스킬 도감에서 잠들어 있는 수많은 초능력 스킬들.
그중에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 골라 지정해 둔다면 얼마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겠는가?
분명 이 목걸이는 유니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목걸이만 들여다보고 있을 거야?”
라벨의 퉁명한 목소리가 라울을 일깨웠다.
아마도 괜찮은 마법 템이 나오지 않아서 심통이 난 모양이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템이 이렇게 나와버린 것을.
미련 없이 인벤토리에 던져넣은 두 아이템과 다르게 라울은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착용하고 셔츠 안으로 집어넣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이 한결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자, 그럼 다른 보상을 확인해 볼까요?”
맘에 드는 물건 하나를 이미 얻었기 때문인지 라울의 목소리는 여유가 넘쳤다.
두 번째 보상은 바로 칭호들이었다.
[칭호 – 증명된 초능력자]등급 : A
효과 : 초능력의 위력+10%
[칭호 – 증명된 전사], [칭호 – 증명된 마법사]를 포함한 세 개의 칭호 효과는 동등하게 각 계열의 위력+10%였다.이런 비율 증가형 칭호는 누적될수록 그 효과가 무시무시해지기에 굉장한 소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추가로 얻은 칭호는.
[칭호 – 최초의 졸업자]등급 : A
효과 : 퀘스트 보상으로 얻는 경험치, 금전, 코인 +20%
‘역시 애매하군.’
전투와 관련된 칭호가 아닌, 보상을 추가해주는 칭호였다.
있어서 나쁠 것은 없으나, A등급 칭호치고는 아쉬운 느낌.
특히 라울의 경우엔 퀘스트 위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서 크게 체감되지는 않을 듯했다.
“참 신께서도 변덕스럽구나. 어찌하여 제 자식들이 아닌 이방인들에게 이런 권능을 내려주시는 건지….”
라울에게 주어진 각종 칭호를 보며 잠시 감탄하던 카르데나스가 살짝 어두운 기색을 내비쳤다.
이미 라울과 라벨에게 커넥트 시스템에 대해 충분히 전해 들었기에 이것이 플레이어들을 위한 장치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라울과 달리 라벨과 카르데나스는 커넥트 시스템을 일종의 신의 권능으로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커넥트 주민이 아닌 플레이어들에게만 이런 어마어마한 보상과 힘을 내려주는 것이 못내 맘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스승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신께서 저들을 보살피는 건, 그 도움이 없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나약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의 가호가 그들에게만 주어지진 않았다는 걸 여기 제가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비록 커넥트 주민들 모두가 시스템의 수혜를 받는 건 아니지만, 라울 한 명으로 인해 퍼스트 길드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만약 라울이 없었다면 라벨과 카르데나스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렸을 테니.
“그래. 어줍잖은 녀석들이 아닌 너를 선택하신 것엔 이유가 있으시겠지. 끝까지 굴하지 않고 네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계속 정진하거라.”
라울의 어깨를 두드려준 카르데나스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그럼 마지막 보상을 확인하겠습니다.”
라울이 접어두었던 보상창을 눈앞에 띄웠다.
그가 가장 기대하고 반드시 얻고자 했던 것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벤트 퀘스트 : 교관을 이겨라(초능력)]의 추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추가 보상 : 전용 스킬 효과 강화가 가능합니다.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세요.
1)*염동력 [파워] 성장 – 염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총량을 2.5배로 늘린다.
2)*염동력의 [컨트롤] 성장 – 한 번에 조종할 수 있는 물체의 개수를 2.5배 증가시킨다.
3)염동력의 [범위] 성장 – 감지범위와 영력 투사 범위를 1.5배 늘린다.
4)플리커의 성장 – B등급 플리커를 A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한다.
5)빠른 몸놀림의 성장 – B등급 빠른 몸놀림을 A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한다.
6)중력장의 성장 – (B-)등급 중력장을 (A-)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참고> *마크는 이미 한 번 강화된 옵션이기에 효과가 반감된다.
라울은 두 번 고민하지 않았다.
“3)번 선택!”
S급 영단에 비해 강화 효과는 절반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효과인 건 틀림없었다.
얼마 전 영단에서 범위가 아닌 파워와 컨트롤을 선택한 것도 바로 이 이벤트를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어설픈 능력 여러 개보단 확실한 주력기술을 강화시키는 게 당연하지.’
이로써 라울의 염동력 범위는 100m를 넘어섰다.
이제 원거리 공격을 상대로 방어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반격도 가능한 거리를 확보한 것이다.
만약 염동력 숙련도가 상급에 도달한다면, 라울은 말 그대로 영역을 지배하는 지배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만한 영력량을 확보해야겠지만.’
퀘르쿠스 명상법으로 1년 반 만에 전생의 영력량을 뛰어넘긴 했지만, 정말 그가 꿈꾸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전생에 구하지 못했던 영력 총량을 늘려주는 영단이나 아티팩트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일단 초능력 강화는 마쳤고, 이제 근접전과 마법 강화가 남았다.
파앗.
바뀐 홀로그램 창에 근접전 관련 강화 옵션이 나열되었다.
1)인피니티 소드의 [효율성] 성장 – 마나 관련 기술 사용에 필요한 마나량이 20% 감소한다.
2)인피니티 소드의 [속도] 성장 – 검술의 속도가 10% 증가한다.
3)인피니티 소드의 [파괴력] 성장 – 검술의 파괴력이 10% 증가한다.
4)애쉬튼가 가전 검술의 [기교] 성장 – 검술의 정교함이 10% 증가한다.
5)신체 능력 [힘] 상승 – 힘이 5% 증가한다.
6)신체 능력 [민첩] 상승 – 민첩이 5% 증가한다.
‘흠.’
옵션을 살펴보는 라울의 표정이 심각했다.
솔직히 뭘 선택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전체적인 기본 능력의 상승을 생각하면 신체 능력 쪽으로 눈이 갔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피니티 소드를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물론 가문의 검술이 강화된다는 옵션도 군침이 돌긴 마찬가지.
“스승님. 어떤 걸 고르는 게 좋겠습니까?”
라울이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카르데나스를 바라봤다.
그런데 의외로 카르데나스는 옵션보다는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라울아. 너와 함께 지낸 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었구나. 그간 네 전투 방식을 살펴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단다.”
갑자기 진지해진 카르데나스의 말투에 라울이 바짝 긴장했다.
“네가 일반적인 검사의 길을 걷지 않고 있는 이상, 검사의 성장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하나 물어보마. 라울, 너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스승의 질문에 라울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주력으로 쓰는 전투기술은 염동력과 검술. 하지만 상황에 맞춰 다양한 무기와 초능력, 때로는 마법까지 사용해 왔다.
그중에서 무엇이 가장 부족한지, 그리고 스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부족하다 생각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라울의 말에 카르데나스가 그럴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답을 듣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 생각을 들려주마.”
카르데나스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평생을 검 하나만 보며 살아왔다. 검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루고자 노력해왔지. 하지만 그 길은 너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염동력. 신이 주신 선물이자 재능. 그것이 있는 이상 너는 나와 같은 길을 걸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카르데나스가 검을 뽑아 인피니티 소드를 가볍게 펼쳐보았다.
무한하게 변화하는 검식의 연계 속에 공격의 묘리가 숨어 있었고, 방어의 묘도 있었으며,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가볍게, 검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듯했다.
완벽한 검술이란 바로 저것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검 하나로 모든 것을 해내기 위해 최대한 균형 잡힌 검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너에겐 검술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보충해줄 수 있는 염동력이 있지 않으냐? 그렇다면 염동력이 아닌 검술만이 해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겠지.”
“그 말씀은.”
“라울. 내가 생각하는 너의 가장 부족한 점은 바로 ‘결정력’이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강력한 한 방. 네 전투에선 그것을 찾아볼 수가 없구나.”
“……!”
솔직히 라울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여태까지 전투를 치르며 쓰러뜨리지 못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기술들의 조합이면 충분한 파괴력이 나온다고 생각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여태까지는 너의 운이 너무나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네가 그렇게 전투 상황을 이끌어간 것이겠지. 하지만 잘 생각해 보거라. 여태까지 너를 압도할 만한 실력자나 위협적인 적들과 진심으로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느냐?”
라울의 머릿속에 여태까지의 전투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스승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라울은 대부분의 전투에서 이미 이길 상황을 조성한 뒤에 승리를 확신하고 적을 상대해왔다.
좋게 말하면 전략적 승리지만, 나쁘게 말하면 약한 적만 상대해왔단 뜻이었다.
“물론 네 능력이라면 앞으로도 그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일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에 그런 압도적인 적을 만나게 된다면 어찌할 생각이냐? 단 한 번의 공격 기회만이 남았다고 한다면 네가 펼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무엇이냐?”
라울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