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69
제169화
창밖으로 커다란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마천루의 최고층.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신 가운데 기다란 탁자에선 회의가 한창이었다.
십여 명이 넘는 인물이 회의를 진행 중이었지만, 실제 이 자리에 있는 이는 단 한 명뿐.
나머지는 홀로그램으로 형상화된 입체 영상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노이즈를 제외하면 실제 사람이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현실감이 넘쳐흘렀다.
“결국, 그자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맞은편 상석에 자리 잡은 이는 놀랍게도 현 대한민국 정부의 국무총리인 정석윤이었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징조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측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입을 열고 있는 이는 바로 이 회의실의 주인이자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인 대성 그룹의 회장 한상용이었다.
놀랍게도 지금 회의실에 모습을 비추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는 거물들이었다.
야당과 여당의 국회의원은 물론 대성 이외에도 3개 그룹의 회장이 참석하고 있었고, 군 장성과 몇몇 부처의 장관들도 있었다.
“VIP께서는 따로 말씀이 없으셨습니까?”
“정부에서 직접 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시기상조 아니겠습니까. 일단은 민간 차원에 맡겨두시겠다고….”
“혹시 외국에서 들어온 소식은 없습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국무총리 정석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공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인 곳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정보를 얻으려 하더군요.”
“거참. 하필이면 서울에 본사를 깔아둬서….”
“어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 알고 계시면서.”
“혜택은 무슨. 덕분에 적자를 본 계열사가 몇 개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요?”
“당장 눈앞의 이익만 챙길 상황이 아니잖소!”
두 회장이 언성을 높였다.
아무래도 이곳에 모인 이들의 모든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는 않는 까닭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싸우자고 모인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가장 입김이 센 대성그룹의 한상용 회장이 나서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조용히 있던 한 인물이 나섰는데 바로 김대엽 과기부 장관이었다.
“일단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커넥트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그자가 예고했던 징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도표를 보시죠.”
최근 몇 년간의 기온 변화와 이상기후 현상 발생 건수 및 태양 흑점 크기 변화 등이 도식화되어 있었다.
온난화 현상이 진행되며 지구의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정상 예측 범위 내였다.
하지만 이상 기후 발생 건수의 증가율이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문제는 실제 지구의 기온과 사람들이 체감하는 기온의 차이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기온은 예년과 다르지 않은 봄에도 한여름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일사병에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했다.
가을이 되어 기온이 좀 서늘해지는 때가 되면 단풍이 들지 않았음에도 패딩을 입고 다닐 정도로 체감 온도가 낮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온 측정이 잘못되었거나 오류가 난 게 아니냐고 기상청에 항의하는 일이 늘었지만, 온도계나 과학적인 방식의 측정치는 변한 게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근 6개월. 커넥트의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엔 점차 증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위력은 약하지만 태풍과 지진의 발생 빈도가 몇 배는 증가했고, 태양에서 관측되는 흑점의 크기는 이미 몇 배가 늘었다고 하더군요.”
“…우연 아니겠습니까? 사실 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변화가 찾아올 것을 예상한 학자들은 많지 않았습니까. 저로서는 어째서 이렇게 모여서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자의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가 보여준 것들, 그리고 제공한 것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들이니까요.”
정석윤 국무총리가 말을 이었다.
“제가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소집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한,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정부가 직접 나서기 전까지 민간 차원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만약의 경우 타국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일이 생기면 모두가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결국 각자 알아서 하란 뜻입니까? 적어도 민간에 부탁하실 생각이라면 뭔가 대가가 있어야지요.”
한상용 회장이 따지고 들자 정석윤이 슬쩍 눈을 피했다.
“국가를 위한 일입니다. 그리고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날을 세울 필요 있겠습니까?”
“맞소. 적어도 이 대한민국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이라면 이 정도 협조는 해야 하지 않겠소?”
뒤늦게 입을 연 것은 박정민 국방부장관이었다.
그리고 그에 호응하듯 장성들이 맞장구를 쳤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애국심을 들먹이다니, 밥버러지들이.’
지구상에서 커다란 전쟁이 사라진 지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북한이라는 적이 있다는 구실로 군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가인 한상용의 입장에서 군은 그저 쓸데없이 돈만 축내는 비효율적인 집단에 불과했다.
이제 국가 간의 우열은 군대의 힘이 아닌 돈과 기술력으로 판가름 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 실질적인 무력을 지닌 이들과 척을 지는 것은 기업인으로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당장 비용 문제가 중요한 상황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다음 회의 때는 좀 더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크흠.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듣기로 커넥트에서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는데,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면 서로 공유하도록 합시다. 그럼 이만.”
정석윤 총리의 모습이 회의실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이들의 홀로그램도 사라지고 결국 남은 것은 한상용 회장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끼익.
문이 열리고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이와 비서 몇 명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다들 확신은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숨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는 바로 한상용 회장의 장남인 한선우였다.
“그렇겠지. 우리도 모든 패를 깐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냐?”
“길주에게 맡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듣기로 게임에 관심이 많고 재주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바로 동생을 들이미는 모습을 보고 한상용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젊은 녀석이 벌써 생각이 많구나.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지.’
이 자리에 장남만 부른 것도 어차피 그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상황을 쉽게 보지 말거라. 그자의 말이 정말이라고 한다면 ‘커넥트’야 말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본사 아니겠습니까? 기반이 튼튼해야 가지를 뻗어 나갈 수 있는 법이니까요.”
아무래도 한선우는 아직 커넥트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딱히 틀린 생각도 아니었기에 한상용 회장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당장 손을 쓸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보험 정도 들어 놓는다고 생각해야겠군.’
“이 비서.”
“네, 회장님.”
“길주 놈에게 캡슐 하나 내주고 안에서 조직을 꾸려보라고 해. 돈은 필요한 대로 지원하고. 어차피 게임 따위에 돈이 들어봤자 얼마나 들겠냐마는.”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투입했던 녀석들도 길주에게 붙여주고. 앞으로 캡슐이 확보되는 대로 계속해서 인력 투입하도록.”
“알겠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을 떠났다.
“선우야.”
“네, 아버지.”
“내가 지는 걸 싫어한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우리 이름을 달고 하는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네. 제가 길주 잘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집안에서는 좀 못난 놈이라고 해도 밖에서 남들에게 욕먹는 꼴은 못 본다. 잘 처리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커넥트 세상에 대성 그룹이라는 포식자가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대형 기업과 세력들이 커넥트에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 * *
한편, 이곳은 다시 퍼스트 길드에 있는 라울의 집무실.
라울은 라벨, 카르데나스와 함께 집무실 한쪽 넓은 공간 앞에 서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보상을 정리해볼까?”
굳이 라벨과 카르데나스까지 불러낸 이유는 이번 탑 등반에 그들이 함께하기도 했고, 조언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보상받는 장면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어떤 식으로 지급되는 거지?”
라벨이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는 반면 카르데나스는 그저 조용히 미소를 띤 채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럼 장비부터.”
졸업의 탑을 통과하면 기본 보상으로 해당 시험과 관련된 장비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교환권을 지급했다.
희귀도는 레어, 등급은 B등급으로 고정된 장비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참고로 커넥트의 아이템 수준은 두 가지로 정의된다.
아이템의 기본적인 수준을 나타내는 희귀도는 노말 < 매직 < 레어 < 유니크 < 에픽 < 레전더리(전설) < 신화 순이었다.
현재 시중에 나도는 아이템 중 최고 수준은 유니크 정도였고, 그 이상은 특별한 경로가 아니라면 입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템의 등급은 F~S, EX로 분류된다.
당연히 S로 갈수록 품질이 좋은 아이템을 의미했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아이템의 수준을 표시하는 방법은 대분류인 희귀도와 소분류인 등급으로 결정된다.
매직 D등급 장검 < 매직 B등급 장검.
레어 A등급 방패 < 유니크 E등급 방패.
이런 식으로 희귀도가 높은 아이템이 등급에 우선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희귀도나 등급 중 하나만 표기되는 아이템들도 많았다.
굳이 세부적으로 나눌 필요가 없거나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경우가 이에 해당했다.
“호오, 생각보다 괜찮은 검들이 많구나.”
레어 B등급 장비는 유통되고 있는 물건들 중에선 꽤 쓸 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라울은 카르데나스의 조언을 받아 냉기가 서린 장검을 선택했다.
그리고 초능력 장비는 정신을 맑게 해주는 귀걸이 하나를 골랐고, 마법 장비는 캐스팅 속도를 약간 빠르게 해주는 단단한 지팡이를 선택했다.
“남은 건 랜덤 뽑긴데….”
랜덤 전용 장비 상자(A)에서는 매직에서 유니크까지 장비가 나온다.
그래서야 무슨 좋은 보상이냐 싶지만, 등급이 무조건 A 이상으로 확정되어 있기에 운이 좋으면 현존하는 최상급 장비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럼 뽑습니다!”
라울은 딱히 남들보다 뽑기 운이 좋다거나 촉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기대하지 않았다.
휘리리릭.
주먹만 한 작은 금빛 상자가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라울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어 상자를 붙들었다.
파아앗!
옅은 노란빛이 상자에서 흘러나왔다.
‘흠. 레어네.’
상자가 사라진 자리엔 팔뚝만 한 길이의 푸른색 단검이 떠 있었다.
[아르넨의 전격 단검]희귀도 : 레어
등급 : A+
효과 : 적중 시 일정 확률로 전격을 방사한다.
‘나쁘진 않은데 애매하네. 너는 일단 컬렉션에 들어가야겠네. 아니면 나중에 케인에게 선물하면 좋아하려나?’
직접 사용하기엔 어울리지 않았기에 일단은 라울의 무기 군단 컬렉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라울은 곧바로 두 번째 상자를 꺼냈다.
마법 시험을 통과한 보상이었다.
“제발, 좋은 거! 제발 좋은 거!”
라벨이 스킬도감 위에 앉아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아, 마나 증가 링….”
라벨의 기도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매직 S등급 마나 증가 링은 착용하고 있으면 마나 총량이 약간 증가하는 괜찮은 물건이긴 했지만, 이런 보상 상자에서 얻기엔 아쉬운 성능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라울이 초능력 상자를 꺼내 들었다.
매직, 레어가 하나씩 나왔으니 유니크가 하나쯤 뜰 때가 된 것 아니겠는가?
‘제물을 바쳤으니 좋은 거로 하나만….’
라벨과 카르데나스가 알았다면 섭섭해 했겠지만, 아무래도 라울에게 1순위는 초능력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며 허공에서 맴돌던 상자에 라울이 손을 내밀었다.
파바바밧!
“오오! 터졌다!”
앞서 두 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한 진노란 빛이 집무실을 수놓았다.
라울의 두 눈이 기대감에 번뜩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