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27
제227화
콰지직!
“아, 안 돼!”
마족의 손에 붙들린 병사의 투구가 종잇장처럼 우겨지며, 머리가 박살 나버렸다.
그리고 병사의 몸에서 흐르는 핏물은 마족의 팔을 타고 올라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이놈! 마족이란 놈이 정면 대결을 피하는 것이냐?”
전진 기지 알파의 사령관 애드허트가 뒤늦게 마족을 쫓아가며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하지만 마족 퀘비에는 발밑에 풍압을 일으키며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쓰릅, 하아. 역시 인간의 피 맛은 끝내준다니까?”
퀘비에가 손 끝에 뭍은 핏물을 핥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쾅!
또다시 휘둘러진 애드허트의 오러 블레이드는 퀘비에의 오른팔에 간단히 막혀버렸다.
휘이이잉.
퀘비에의 오른팔에는 마기로 압축된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오러를 갉아먹고 있었다.
‘제길. 벌써 이게 몇 명 째란 말인가?’
마족이 강하다 한들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정면으로 붙었을 때는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처음 1분여 동안 이뤄진 교전에서 애드허트의 검은 퀘비에의 몸에 몇 줄기 깊은 자상을 입혔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뭐 하는가?
불리하다 싶으면 바람을 활용해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고, 애먼 병사와 기사들을 잡아먹으며 상처를 회복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건 비단 애드허트 사령관만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제길. 너무 빨라!”
“어떻게 발을 묶을 방도가 없는가?”
“더 이상 병사들을 뒤로 물릴 수는….”
요새 위로 난입한 마족 넷 중 둘이 발이 풀린 채 진영을 헤집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방어선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은 유일하게 마족을 압도하고 있는 핸슬리 공의 존재와 로렌스, 케인, 제이크 때문이었다.
꽈르릉! 콰광!
검푸른 색의 번개가 성벽 위를 가로질렀다.
“흥! 보내줄 것 같으냐?”
케인이 양손에 쥔 헌팅 나이프를 교차하며 번개를 가로막았다.
그의 단검에서 솟아오른 녹색 오러가 번개와 부딪치며 고열을 뿜어냈다.
치지지직.
단검을 쥔 양팔이 갑옷 속에서 벌겋게 달아오르며 살타는 냄새가 났지만, 케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우랴앗!”
그리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제이크가 번개의 끝단을 향해 커다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떨어져 내렸다.
콰과광!
그의 검은 애먼 요새 성벽을 내리친 듯했지만, 오러가 스쳐 지나간 검푸른 번개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것도 피할 수 있겠느냐!”
마지막은 로렌스였다.
그가 쥔 네 개의 커다란 대검.
검 끝에 솟아오른 주황색 오러 블레이드가 모여들어 회오리를 이루며 번개를 양단해버렸다.
“키아악! 이 질긴 인간 놈들! 네놈들 때문에 나만 재미를 못 보고 있지 않느냐!”
로렌스의 검에 휩쓸린 번개가 이내 인간의 형체로 변하며 마족 마르셀즈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특성은 번개.
신체를 자유롭게 번개로 변형시켜 짧은 거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번개로 변했을 때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공격 패턴 또한 단순해졌다.
번개로 변해 상대방의 몸을 파고들어 태우는 것.
하지만 오러를 사용하는 마스터들을 상대로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위력적인 것은.
“온다!”
“휘감기지 않게 조심해!”
챠라라락!
마르셀즈네가 휘두른 두 개의 채찍이 번개에 휘감겨 공기를 태웠다.
사방으로 전기를 방사하며 날아드는 전기의 채찍은 오러가 아니라면 막아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타핫!”
제이크가 대검으로 채찍 끝을 가로막았고, 케인이 그 옆에서 튀어 흐르는 번개를 오러로 베어냈다.
로렌스는 네 개의 대검을 이용해 이리저리 채찍을 토스하며 전기의 흐름을 끊어냈고.
“징한 놈들. 네놈들이 그렇게 발악 한다고 결과가 바뀔 것 같으냐? 크크크, 네놈들은 결국 한 줌의 핏물이 되어 마신님을 위한 제물로 바쳐질 것이다!”
“시끄럽군. 결국, 혼자 힘으론 우리를 뚫어낼 수 없는 주제에.”
“…흥. 과연 그럴까?”
이미 마족들이 요새에 진입한 지 3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마족들이 날뛰고 있긴 해도 그들 외에는 아직 아무도 성벽 위에 오르지 못했다.
장벽의 보호막은 여전히 굳건했고, 병사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응전했다.
군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있었겠지만, 자칫 요새가 뚫리면 대륙 전체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두 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전황 자체가 좋다고 볼 수는 없었다.
언제나 우월한 교전비로 적들을 물리치던 장벽의 위상은 점차 시들어가고 있었다.
비축해 두었던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중요하지 않은 방어 시설들은 이미 작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나머지 절반도 조만간 기능을 멈출 테고.
그렇게 되면 정말 맨몸으로 저 끝없이 몰려드는 마족 병사들을 막아야 했다.
‘아주 교활한 놈들이구나….’
핸슬리 공의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
당장 달려들 것 같던 마족 병사들은 성벽을 100m 정도 앞에 두고 임시 방벽을 조성했다.
각종 몬스터 뼈와 검붉은 흙으로 만들어진 5m가량의 방어벽.
엄청나게 튼튼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병사들의 화살과 원거리 공격을 막아내기엔 충분해 보였다.
“쏴라!”
“정확하게 쏠 필요도 없다. 그냥 성벽을 노려!”
마족군이 방벽에 기대 성벽을 향해 화살과 마법을 날려댔다.
그리고 마수들이 방벽 위아래를 타고 넘어 끊임없이 요새를 향해 달려든다.
목적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장벽의 에너지를 고갈시켜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
어차피 인간 병사들의 원거리 공격은 대부분 요새에 접근하는 마수들을 향하고 있으니, 저들로선 큰 리스크도 없었다.
‘그리고 마족들이 성벽 위에서 날뛰고 있으니.’
일반적인 공성전에선 수 비측이 공격 측보다 유리한 게 사실.
하지만 지금처럼 소모전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결국 승기는 공격 측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마족 측은 계속해서 병력과 마기가 보충되고 있는 반면, 장벽 측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휘우웅, 펑!
핸슬리 공이 휘두르는 메이스가 마족의 상반신을 가격했다.
검은 그림자같은 마족의 왼쪽 어깨 부분이 터져나갔다.
“…….”
말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마족 윈두일은 전투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성가시군.”
핸슬리 공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대결은 침묵 속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윈두일의 속성은 어둠, 그리고 공포.
다수를 대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속성이긴 했지만, 이번 전투에서 그의 역할은 분명했다.
핸슬리 공의 다리를 붙잡는 것.
마족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며칠간 마신전에서 전투 상황을 지켜보며 그들 나름의 작전을 구상해 온 것.
방어 측의 최고수가 핸슬리 공인 것을 확인한 그들의 선택은 윈두일이었다.
파아악.
어깨가 터져나갔던 윈두일의 몸이 그림자처럼 성벽 위로 흩뿌려졌다.
순간적으로 핸슬리 공의 주변엔 어둠이 내려앉았다.
‘끄응.’
핸슬리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메이스에 푸른 오러를 실어 사방으로 거칠게 휘둘렀다.
휘웅. 스가각.
메이스가 움직이는 자리에 깔린 어둠이 메이스의 오러에 휘말려 소멸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다시 어둠이 메우길 몇 번.
농도가 짙어진 어둠이 한순간 걷히며 다시 윈두일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동안 핸슬리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자리를 옮기면 윈두일 또한 그를 따라 움직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애먼 아군이 휘말리겠지.’
초인들이면 몰라도 일반 기사들이 이 어둠 속에 휘말리면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아군이 버텨주고 있었기에 핸슬리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마족과 어울려주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야. 전장에 변화가 찾아올 때, 단번에 해치워야 해.’
핸슬리 공의 눈이 날카롭게 전장을 분석해 나갔다.
하지만 찾아온 변화는 그가 원하던 방향과는 사뭇 달랐다.
“사흘 내로 장벽을 점령하라니. 성격도 참 급하시군.”
“그러게나 말일세. 그냥 내버려 둬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텐데. 그나저나 마족 놈들이 지랄하진 않겠지?”
“뭐, 윗선에서 알아서 말해뒀겠지. 그리고 저들끼리 충분하다고 떠든 것치곤 영 별 볼 일 없는데?”
제국의 두 마스터 아엘베드와 베르티오가 산책이라도 하듯 말을 가볍게 몰아 요새로 향하고 있었다.
“제국군이 움직인다!”
“적의 기사단이 이쪽으로 온다!”
“제국의 마스터 2인. 기사단 선두에서 관측되었습니다!”
여태까지 후방에서 대기하던 제국군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울의 등장과 함께 마법사 군단이 쓸려나간 후, 제국군은 일체 움직임을 멈췄다.
본대와의 연락을 맡을 연락책이 사라지고, 추가 병력 동원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 일이란 시간은 연락망을 재구축하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이런…. 초인 둘이 합류한다면 전선 유지가 쉽지 않을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라울 자작을 보내지 말 것을….’
마족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적의 본진을 한번 찔러봐야 한다는 라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라울이 무기 군단을 움직이는 재주가 비상하긴 했지만, 무기 군단이 없어도 병사들이 충분히 막아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벌써 라울이 자리를 비운 지 삼십여 분.
하지만 아직 마족의 본진이라는 마신전에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기를.’
지금은 없는 사람을 찾을 때가 아니었다.
적당히 무기를 휘두르며 핸슬리 공이 소리쳤다.
“적 마스터 둘이 접근 중이다! 기리온, 예비 부대를 투입하도록! 모두 방심하지 말고 전선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
위기이긴 했지만, 아직 장벽에도 여유 전력은 있었다.
마족은 몰라도 인간 마스터라면, 오버로드 시스템의 지원을 받는 최상급 엑스퍼트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테니.
타다다닷, 꽈광!
“황제 폐하의 충실한 검. 아엘베드가 여기 있다! 누가 내 검을 받아내겠느냐!”
“왕국의 빌어먹을 겁쟁이들아! 모두 덤벼라!”
30m 높이의 성벽을 발 몇 번 디디는 것으로 뛰어올라온 제국의 두 마스터가 전투에 합류했다.
핸슬리 공의 지시대로 최상급 엑스퍼트 기사 십여 명이 둘에게 달라붙어 어떻게든 발걸음을 붙들어 놓았다.
하지만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오러의 파편과 마족의 각종 특성들이 성벽 위를 어지럽히며 사상자를 양산하고 있었으니.
“애드허트 사령관!”
“알았소!”
핸슬리 공의 외침에 애드허트가 방향을 틀었다.
도망치는 마족 놈을 포기하고 핸슬리 공과 함께 적의 제일 약한 마족을 노리는 작전.
그사이 아군의 피해도 생기겠지만, 뼈를 주고 살을 깎아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었다.
콰광!
초인들의 대결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 * *
“제길! 이래서야!”
제이크가 입을 꽉 깨물고는 대검을 휘둘렀다.
치지지직.
그의 대검에선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도 탄내가 새어 나왔다.
파워아머의 역장이 살아 있음에도 마족들의 특성 관련 공격은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이거 나중에 회복되는 거겠지?’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타버린 듯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 속에서 제이크가 구시렁거렸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치료도 받는 법.
핸슬리 공과 애드허트의 작전은 반쯤 성공했다.
아니, 그걸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원하던 대로 마계 남작 중 하나인 구스티르를 격퇴했다.
하지만 이쪽의 최상급 엑스퍼트 전력 십여 명이 리타이어했고, 결정적으로.
“분수도 모르는 인간 놈들을 모두 쓸어버려라!”
“노예 따위가 감히 위대한 마족 군단에 대항하는가!”
“피의 축제다!”
성벽 한 측의 방어선이 무너져 내렸고,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마족군 본대가 성벽에 올랐다.
마족들의 강력함에 가려 있었지만, 마족군을 이끄는 지휘관들 또한 마족의 피가 흐르는 강자들.
엑스퍼트 상급 이상의 마족 지휘관들이 전선에 합류하며 성벽의 유지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뒤늦게 애드허트와 핸슬리 공이 다시 균형을 잡으려 애써보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수습되지 않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마족 마르셀즈네를 상대하던 로렌스 일행도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케인과 제이크 둘이서 마르셀즈네를 맡고, 로렌스는 다른 전선으로 향했다.
‘아, 이러다 진짜 뒈지겠는데?’
덕분에 제이크와 케인이 온몸을 불살라가며 마족을 붙들고 늘어진 상황이었으니.
“야, 케인! 마스터한테는 아무 연락도 없냐?”
“…잡담할 힘이 있으면 칼이나 한 번 더 휘두르시죠.”
마신전으로 들어간 이후 라울과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
전황을 뒤집기 위해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때.
둥둥둥둥둥!
요새 성벽 너머.
아니, 도시 포르타의 성벽 너머 저 멀리.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대지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 진짜. 타이밍 한번 절묘하네! 네들은 이제 다 뒈졌다고 복창해라!”
제이크가 반색하며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뿌우우!
긴 뿔피리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수의 기마가 파도를 이뤄 요새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 앞자리에서 휘날리는 깃발.
그곳엔 애쉬튼 백작가를 상징하는 황금 곰의 문양이 포효하듯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