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36
제236화
커넥트엔 여태껏 제대로 된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콘텐츠가 없었다.
그나마 비공식이긴 해도 퍼스트 아카데미 모집시험처럼 토너먼트를 여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이제는 초보자용 콘텐츠로 전락한 지 오래.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늘 궁금해 했다.
-랭커들은 얼마나 강한 걸까?
커넥트 공식 랭킹이 매겨진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산정 기준은 어느 정도 공개된 상태.
레벨, 스킬 숙련도, 퀘스트 해결에 따른 공헌도, 명성 등등.
즉, 랭킹은 단순히 강함을 기준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어느 정도 게임을 즐겨본 플레이어들이 공감하는 점이 있다.
-레벨이 오르고 만렙에 가까워질수록 상위권 랭커들 간의 격차는 줄어든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초반에는 쉽게 오르는 레벨과 숙련도가 나중에는 정체라도 된 것처럼 정말 올리기 힘든 것이 레벨업 시스템.
그런 현상은 커넥트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300위 이내의 하이 랭커들의 평균 레벨은 65.
그리고 전체 랭크 2위인 김일우의 레벨은 68.
고작 3레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5위부터 50위까지는 모두 67레벨로 동렙이었으니.
레벨만 놓고 본다면 최상위권 유저간의 격차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배도현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70레벨.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70레벨을 달성했고, 2위와의 격차도 2레벨을 벌려두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새별 길드 마스터인 김이상은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확연하게 드러난 사실.
-배도현은 퍼스트 길드의 특별 관리 대상이다.
그는 다른 퍼플 길드원과 다르게 일반적인 퀘스트나 단체 퀘스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왜냐?
퍼스트 길드에서 퍼주는 꿀 같은 퀘스트를 혼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레벨업하는 페이스는 그런 특혜가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는 게 통설이었다.
‘한마디로 마스코트 같은 존재란 말이지.’
플레이어 랭킹 1위가 바로 우리와 손잡고 있다.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 퍼스트 길드가 특별히 케어해주고 있단 뜻이었다.
그래서 김이상은 오히려 배도현에게 특출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커넥트의 관계자이거나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놈이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 업로드 되는 영상을 보면, 실력이 없는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 레벨대의 플레이어라면 보여줄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준.
그저 남들보다 레벨 몇 개 앞서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아마도 게임 초반에 형성된 팬층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랭커에 그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김이상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맡겨 주십시오. 충분히 이길 자신 있습니다.”
새별 길드의 간판이자 전체 랭킹 93위의 랭커 조민찬이었다.
레벨은 66이었지만, 그는 충분히 자신 있었다.
그는 초창기 플레이어들보다 세 달이나 늦게 커넥트에 접속했다.
그럼에도 뛰어난 재능과 새별 길드의 후원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고, 어느새 두 자릿수 랭커에 진입한 것이다.
‘만약 3달 일찍 접속했다면, 1위 자리는 내 것이었을 텐데.’
실제로 그는 현실 세계에서 검도 5단, 합기도 4단 기타 단수 합계만 20단이 넘는 인간 병기였다.
군에서도 특전사 출신으로 전역 후 경호 일을 하다 새별 그룹에 발탁되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의욕이 넘치는 조민찬과 달리 김이상은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조민찬, 박경백, 이상우, 강도훈, 이재현. 출전이다. 바보 같은 놈에게 현실을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조민찬은 뭔가 불만인 듯 표정을 구겼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가 두 자릿수 랭커든 뭐든 김이상이 그의 상관이었으니까.
그리고 김이상은 배도현을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멍청한 새끼. 우리가 무슨 기사도 아니고 1대1 대결에 응할 거라고 생각했냐?’
어쩌면 참전한 기사들은 비겁한 짓이라며 눈살을 찌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저들 말대로라면 플레이어들은 비천한 용병들일 뿐이니 말이다.
‘이기는 놈이 장땡이지.’
다섯이 나서는 걸 보고 배도현이 대결을 포기하고 도망쳐도 상관없었다.
도망은 도망.
큰소리치고 나왔다가 꼬리를 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까.
‘대결에 응해준다면 더 좋고.’
공지 사항에도 나왔듯이 이제 모든 플레이어에게 죽음에 대한 페널티가 부여된다.
목숨을 잃는다면 레벨,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며칠간 접속도 할 수 없게 된다.
5대1 대결이라 비난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랭킹 1위가 목숨을 잃었다는데 박수 칠 인간들이 더 많을 것이다.
‘어쨌든 이쪽이 손해 볼 일은 없단 말이지.’
그가 내보낸 5명은 모두 60레벨 이상의 랭커였다.
아무리 랭킹 1위라 한들 천 등 안에 들어가는 랭커 5명을 상대로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선 상위 500등 이상의 랭커 간에 실력 차는 거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1대1 대결이라면 모를까 혼자서 다른 랭커 둘을 상대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게 몇몇 길드의 자체 평가에서 내린 결론이기도 했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김이상은 자신이 그 흔한 오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웅성웅성.
제레두 가문 진영에서 다섯 명의 플레이어들이 말을 타고 배도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병사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웅성이다가 그 다섯 명이 배도현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나서야 상황을 눈치챘다.
“우우우.”
“비겁하다!”
성벽 위의 수비군들이 야유를 보내는 반면, 제레두 진영의 병사들은 조용해졌다.
“저대로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천박한 용병 놈들의 대결 아닌가? 대결에 응해준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제레두 가문의 가주 쿠드레는 뭐가 문제냐는 듯 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인 가문의 가주답게 김이상의 선택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기사들의 표정은 영 떨떠름해 보였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
그들은 배도현의 선택을 지켜볼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돌아간다면 뒤쫓지는 않겠다.”
조민찬이 그의 장검을 배도현에게 겨누며 말했다.
“굳이 살려둘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이 자리에서 조져버립시다.”
“어차피 비겁하단 소리 들을 게 뻔한데, 뭐 하러 놔줍니까?”
하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시끄러! 니들은 자존심도 없냐?”
“…….”
‘그럴 거면 처음부터 길마한테 말하든가. 이제 와서 무슨 개XX이야?’
길드원들의 불만을 눌러버린 조민찬이 다시 배도현에게 말했다.
“긴말 안 하겠다. 조용히 돌아가고, 나중에 전장에서 다시 붙어보자.”
제 딴에는 랭킹 1위의 체면을 살려주고, 실력으로 이겨보겠단 생각인 모양이었지만….
“내 이름은 배도현! 제레두 가문에는 나와 무기를 겨눌 만한 배짱 있는 기사가 단 하나도 없단 말인가! 싸울 마음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짐 싸서 이곳에서 꺼져라!”
배도현은 마치 눈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다시 고함을 쳤다.
‘이 새끼가…!’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배도현의 무시에 화가 치민 조민찬이 외쳤다.
“쳐라!”
“이 새끼, 뒈졌다!”
“얼마나 잘났나 한번 붙어보자!”
새별 길드원 다섯이 동시에 무기를 들고 배도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빛이 번뜩였다.
“롤링 스피… 커헉.”
“파워 스매… 켁!”
“끄르륵.”
별 감흥 없이 내지른 배도현의 창끝에서 갈라져 나간 다섯 줄기의 노란 마나 스피어가, 그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털썩. 풀썩.
다섯 길드원이 펼치려던 스킬은 제대로 구동조차 되지 못하고 허무하게 소멸했다.
그리고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단전으로 짐작되는 부근에는 작은 비수가 하나씩 박혀 있었다.
‘멍청하기는.’
배도현이 속으로 혀를 찼다.
기왕에 다섯이서 합공할 생각이었으면, 근접 병과로만 채울 게 아니라 궁수나 마법사도 포함했으면 될 것 아닌가?
그랬다면 적어도 배도현이 창을 몇 번 더 휘두르기라도 했을 테니.
달려드는 다섯의 몸을 보이지 않는 염동력으로 잠시 묶어두고, 마나 스피어를 변형해 처리하는 건 배도현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내 이름은 배도현! 너희 가운데 제대로 무기라도 휘두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냐!”
별 감흥도 없다는 듯 무표정한 배도현의 외침이 다시 전장에 울려 퍼졌다.
“어, 어떻게…?”
김이상이 입을 쩍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도현을 바라봤다.
“저게 말이 돼? 다섯 모두 랭커였잖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제대로 본 사람 있어?”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동요가 퍼져나갔다.
방금 맥없이 쓰러져버린 다섯은 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 가운데서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랭커들이었으니 말이다.
반면 제레두 가문의 병사들은.
“뭐야? 기왕 나갔으면 제대로 칼질이라도 한번 하든가.”
“용병들이라더니 실력하고는. 도대체 뭐 하러 나간 거야?”
“이럴 거면 그냥 기사분들이 나서는 게 낫지 않나?”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을 눈으로 흘기며 혀를 찼다.
그리고 가주인 쿠드레 제레두는….
“저런 멍청한 놈들 같으니! 저게 무슨 개망신이란 말이냐!”
쨍그랑!
마차 위에서 마시고 있던 찻잔까지 집어 던지며 길길이 날뛰었다.
“베르티오! 당장 나가서 저놈의 목을 베어와라! 당장!”
“네, 가주님!”
마차 근처에 있던 기사 베르티오가 지목을 받자 황급히 무장을 고쳐 매고는 전장으로 말을 몰았다.
비록 엑스퍼트 초급이었지만, 제레두 가문의 기사단 가운데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이노옴! 내가 상대해주마!”
창을 들고 말을 몰아나간 그가 다시 외쳤다.
“내 이름은 베르티오! 영광스런 제레두 가문의 젝사 에메랄드 기사단의 기사다! 감히 이방인 따위가 기사를 자칭하다니! 내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붕붕붕!
베르티오가 3m가 넘는 창을 허공에 자유자재로 회전시키며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덤벼라!”
푸확!
베르티오가 푸른색 마나 스피어를 창에 덧씌우며 자신 있게 외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쾅! 꽈당탕!
커다란 충격과 함께 베르티오가 말 위에서 낙마했다.
‘…커헉.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잠시 막혔던 숨을 몰아쉬며 재빨리 자세를 잡은 그의 두 눈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호오. 아머 유저였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군.”
배도현은 말 위에서 어깨 위에 창을 기댄 채 여유롭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굴욕적인 상황이었지만, 베르티오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만약 파워아머가 아니었다면, 자신도 방금 전 쓸려나갔던 용병들처럼 단 한 방에 나가떨어졌을 지도 몰랐다.
“브레넌 공화국이 부유하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군.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파워아머를 지급 받다니. 루벤 왕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말이지, 쯧쯧”
“이놈! 나를 모욕하는 것이냐! 아머를 다루지도 못하는 미개한 이방인 놈이!”
그러면서 베르티오가 창을 내지르며 배도현을 공격해 들어갔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파워아머의 출력을 전부 활용한 진짜 실력을 총 동원하며.
텅! 탕! 탕!
확실히 처음과는 달리 창에 실린 기세와 속도가 매서웠다.
그래서인지 배도현 또한 양손으로 창을 잡고 진지하게 상대의 창을 받아냈다.
그리고 배도현의 손에서 그리어 후작가의 창술 [퓨리 웨이브(A+)]가 펼쳐졌다.
뻑! 쾅! 빠바박!
1분이면 충분했다.
노란 마나 스피어의 그물에 사로잡힌 베르티오는 술 취한 사람처럼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파워아머 역장이 유리 조각처럼 깨져나가며 허공에 흩날렸고, 배도현의 창은 어느새 베르티오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와아아!”
이번에야말로 성벽 위에서 커다란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제레두 진영에서는.
“저 새끼 당장 죽여! 당장 튀어 나가서 죽여버리란 말이다!”
쿠드레 가주의 명령에 4천의 병력이 배도현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공성전의 시작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