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솔직히 니키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나키아의 동생, 혹은 병에 걸린 불쌍한 아이 정도였을 뿐.
그랬는데….
*이름 : 니키(13세)
*레벨 : 5
*직업 : 없음
*소속 : 자유 도시 미라
*재능 : ???
*스탯 : 잠재능력(SS등급)
[근력 5] [민첩 3] [체력 3] [지력 60(-30)] [정신력 65(-25)] [마력 62(-61)] [감각 52(-45)]*고유 특성
???, ???, ???
‘SS등급 잠재능력이라고?’
전생이고 이번 생이고 S등급을 넘어서는 잠재능력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병 때문인지 스탯이 떨어지다 못해 마이너스를 찍을 지경이고 재능이나 특성은 아예 개화조차 하지 못한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만약.
‘병을 고치고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면??’
이 소녀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두려울 정도였다.
“공자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라울의 혼잣말에 놀란 나키아가 물어왔다.
덕분에 제정신을 차린 라울이 별일 아니라며 얼버무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니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 * *
며칠 뒤 늦은 오후.
라울은 책상 위에 두툼한 서류뭉치를 올려놓고 나키아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 미라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추가로 조사했던 실종자들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라 주변의 숲을 샅샅이 뒤지며 도적, 노예상인, 첩자 등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 결과 오십 명에 가까운 시민들을 더 구해낼 수 있었고 미라 주변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접수된 실종자의 70% 이상은 그 유해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안타까웠지만 더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찾아내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찾지 못했음에도 의뢰인들은 라울과 일행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 누구도 자신들을 위해 나서주지 않았다며 꼭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들으니 며칠간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짓기 시작한 건물들도 서서히 골격을 갖춰가고 있었다. 가장 신경을 썼던 길드 하우스는 이미 본채가 완성되어 부하들의 일부가 입주한 상태였다.
납치되었다 구원받은 이들 중 일부는 라울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며 찾아왔고 개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자와 직공들이 포함되어 있어 라울을 기쁘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나키아와 니키였다.
때맞춰 노크 소리가 들리고 나키아가 방으로 들어왔다.
조용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나키아가 소파에 앉자 라울이 물었다.
“니키는 좀 어때?”
“신관님들이 애써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행이네.”
라울은 잠시 말을 끊고 차를 들이켰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니키의 병은 조금도 낫지 않았다. 애초에 신성력 따위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었으니까.
“오늘은 나키아와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서 불렀어. 전해줄 것도 있고.”
라울의 말에 나키아가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아직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오늘 떠나신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래. 원래 예정보다 오래 머무는 바람에 일정이 빠듯하거든.”
무덤덤하게 말하는 라울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문 나키아. 이내 표정을 풀고는 진지하게 물었다.
“말씀해 주세요. 제가 공자님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나키아는 결코 어리숙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아픈 동생을 보살피며 이곳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일을 겪었고 세상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라울이 그녀과 동생에게 호의를 베풀고 특별한 대우를 해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십중팔구 자신의 과거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란 걸 그녀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을 바랄지도….’
그녀가 만나왔던 귀족들은 모두 욕심이 많았다. 자신의 것은 하나를 내주면서 열 개를 돌려받길 바랐다.
겉으로는 친절한 척하면서도 뒤돌아서면 검은 속셈을 품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과 동생을 도와준 친절한 라울이라는 소년이 다른 귀족과 다르지 않을까 봐. 은인에게 다시 실망감을 느끼게 될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랬는데….
“흠. 그런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건 아닌데. 일단은 이것부터 읽어보고 얘기하자.”
라울은 멋쩍은 듯이 콧잔등을 긁고는 서류 하나를 건네주었다.
나키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읽었다.
그런데 글을 읽어내려가는 그녀의 눈이 점점 커다래져 갔고 종래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이, 이게 뭔가요?? 아니, 이게 정말인가요?? 어떻게??”
그녀의 손에 들렸던 서류가 탁자 위에 떨어져 내렸다. 서류 첫 장에는 커다랗게 [사면 허가서]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나키아, 세상 모든 일은 딱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 ‘돈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과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지. 다행히 나키아의 문제는 전자더라고.”
라울이 건넨 서류는 바로 연금술사 협회에서 발행한 [사면 허가서]였다.
내용은 과거 나키아가 저지른 모든 죄를 사면하고 금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라울은 나키아 영입을 준비하면서 연금술사 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그 답변서가 오늘에서야 도착했다.
다행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나키아를 기억하는 이들이 별로 없었고 협회에서도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애쉬튼 백작가의 이름으로 영향력을 조금 행사했고 돈도 상당히 지출해야 했지만 나키아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푼돈에 불과했다.
“하아.”
나키아는 기쁘기보다는 허탈한 마음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
5년.
누군가에겐 짧은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좌절과 고통으로 이루어진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과연 벗어날 수나 있을지 아무런 기약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순간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끓어 올랐지만 분명한 게 있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공자님은 내가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도움을 주고받는다. 거래를 한다. 이런 건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할 수 있는 얘기였다.
그런데 애초에 라울은 그녀와 수준이 달랐다. 그녀가 평생을 노력해도 이룰 수 없을 법한 일이 라울에게는 그저 작은 수고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미 열 개를 받은 입장에서 한 개를 갚아야 할지 두 개를 갚아야 할지 고민한다는 건 오만하다 못해 배은망덕한 일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 아무것도 모를 때 스승님을 만났어요.”
나키아는 조용히 자신의 과거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족쇄를 풀어준 라울에게 만큼은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키아는 아주 어린 나이에 한 연금술사의 눈에 띄어 협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의 재능은 너무나도 뛰어났고 협회 최연소 타이틀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다. 13살이 되던 해에 3서클 마법을 마스터했으니 마법사로서도 출중했다.
하지만 좋은 일엔 마(魔)가 끼기 마련. 그녀가 협회에서 열심히 수련하는 도중에 고향 마을에선 전염병이 돌았다.
부모님을 비롯한 형제들이 희생됐고 살아남은 것은 핏덩이같은 막내 니키 뿐이었다.
나키아는 니키를 데려와 직접 키우며 수련을 이어갔다. 협회에서 인정받는 연금술사였던 만큼 경제적으로도 풍족했고 둘이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6살 되던 해, 니키가 병에 걸렸던 것이다.
뛰어난 연금술사들조차 치료제가 없다며 손을 놓는 불치병이었다.
나키아는 자책했다. 그녀가 다루는 것들 중엔 위험한 재료가 많았다. 어린 니키가 병에 걸린 건 꼭 그녀 탓인 것만 같았다.
이후 2년간, 그녀는 잠을 잊고 치료제 개발에 몰두했다. 덕분에 18살에 5서클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경지를 이뤘지만 그녀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답이 보이지 않았고 동생은 날이 갈수록 죽음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것이 결국 파국을 불러왔다.
[인체 연성]. 사람을 대상으로 연금마법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범했다. 그것도 친동생을 상대로.협회에서 훔친 희귀 재료들을 사용한 인체 연성의 끝에 니키는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 약이 없으면 깨어 있지도 못했고 결정적으로 니키는 인간이라 부르기 어려운 몸이 되었다.
이후 나키아는 협회에 의해 마나서클에 금제를 받았고 협회에서도 쫓겨났다.
다시 금기를 범하지 못하도록 감시를 받아야 했고 훔친 물건값을 배상해야 했다.
한동안 이곳저곳을 떠돌며 방랑 생활을 해야 했다.
포션을 만들어 팔면서 굶지는 않았지만 아픈 동생을 데리고 있는 젊은 여자에게 세상은 친절하지 못했다.
미라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나마 치안이 잡혀 있는 도시라는 점과 ‘신의 축복’이 니키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딸칵.
라울이 작은 앰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복잡한 심경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나키아는 이내 과감하게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집어삼켰다.
휘리링.
따뜻한 봄바람 같은 마나가 나키아의 몸을 휘감고 춤을 추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신나게 뛰어놀던 마나는 이내 그녀의 몸속으로 뛰어들었다.
5년이나 지났건만 조금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감고 조용히 되돌아온 감각을 음미하고 있는 나키아의 모습은 생기가 넘쳐 보였다.
라울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나키아를 지켜보았다.
*이름 : 나키아(23세)
*레벨 : 68
*직업 : 중급 연금술사(5서클)
*소속 : 자유 도시 미라
*스탯 : 잠재능력(S등급)
[근력 43] [민첩 48] [체력 55] [지력 80] [정신력 77] [마력 78] [감각 81]*고유 특성
연성진의 대가(S), 정밀한 조율가(A), 천재의 엉뚱함(A-), ???
마침내 모든 것을 갈무리한 나키아가 눈을 떴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라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제부터 저 나키아는 라울 공자님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부디 저와 니키에게 베푸신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구원자가 되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라울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키아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대의 충성을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그대의 충언 또한 잊지 않도록 하지. 그런 의미에서 이걸 받아.”
라울은 테이블 위에 있던 나머지 서류들을 나키아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니키의 병, ‘마나 필라리아’에 대한 자료들이야.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느 위대한 연금술사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치료제에 관한 것이지. 아쉽게도 유실된 부분이 있어서 실제 치료제를 만들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해.”
“……!!!”
“나키아! 그 자료를 바탕으로 완벽한 치료제를 만들어내도록. 그게 너의 주군으로서 내리는 내 첫 번째 명령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