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3
제23화
‘해냈다! 이게 정말로 내 손에 들어오다니!!’
전생의 배도현은 B랭크의 명상법만 가지고도 초반에 탑랭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랭커에서 밀려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영력 총량의 부족이었다.
뒤늦게 더 나은 명상법을 구해보고자 했지만 이미 거대 길드와 다른 랭커들이 스킬북의 입수 경로 자체를 차단한 상태였다.
애초에 초능력 관련 스킬북은 드랍률 자체가 최악이었고 제대로 된 NPC 스승을 만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 때문인지 초능력에 관련된 정보는 굉장히 제한되어 있었다. 연결고리 카페에도 초능력 관련 스킬북이나 아이템에 관한 정보는 별로 많지 않았다.
[퀘르쿠스 명상법]에 대한 정보는 커넥트가 오픈한 지 10년도 더 지나서야 공개되었다.사타카 시게히사라는 화염술사이자 일본지역 랭커가 은퇴를 앞두고 개인 방송에서 썰을 풀었는데, 각 시작도시의 시장들은 한 개씩의 S랭크 스킬을 숨겨두고 있으며 자신은 미라의 서고에서 그것을 얻었다는 얘기였다.
실은 배도현도 시작도시인 이그넷에서 S랭크 스킬북을 하나 얻었었다. 다만 그것이 마법사 전용 스킬이어서 배도현에겐 쓸모없는 물건이란 게 함정이었을 뿐.
만약 다른 시작도시의 서고에서도 S랭크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덕분에 전생의 배도현은 아쉬움에 몸부림쳐야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명상법의 효과는 계속해서 중첩되니까 이번 생엔 영력 부족으로 아쉬울 일은 없겠지?’
초능력은 초반에는 별 볼 일 없지만 경지가 높아질수록 그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활용 폭도 넓어진다.
충분한 영력이 뒷받침된다면 숙련도를 높이는 게 훨씬 쉬워질 테니 전생의 경지를 되찾는 시간도 훨씬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제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예전의 경지를 되찾는다면.
‘정말 판을 뒤집을 수도 있을 거야!’
라울은 구상만 해두고 영력 부족으로 실현할 수 없었던 수많은 기술들을 떠올리며 빨리 그날이 다가오길 바랐다.
* * *
라울은 레이날도의 비밀창고에서 마력을 높여주는 레어 반지 하나를 선택했다.
무기나 방어구는 본가에 가면 훨씬 좋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적당한 액세서리로 정한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사 지하의 개인 연무장에 내려온 라울은 미뤄두었던 것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동안 모아둔 퀘스트가 60여 개.
토벌 과정에서 나타난 돌발 퀘스트와 스킬 도감의 주간 퀘스트 등까지 포함하면 70개 가까운 퀘스트를 어제 하룻밤 만에 해치웠다.
그 결과 레벨이 4개나 상승했고 C랭크 이하의 스킬북 몇 개와 레어 등급 이하 아이템 몇 개를 손에 넣었다.
플레이어 전용 코인도 5만 개 정도 들어와서 코인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라울
*레벨 : 55 (하드코어 모드)
*직업 : 기사(소드 엑스퍼트 초급), 중급 염동술사
*소속 : 애쉬튼 백작가. 퍼스트 길드
*스탯 : [근력 66] [민첩 67] [체력 65] [지력 58] [정신력 71] [마력 70] [영력 72] [감각 71]
*고유 특성 : 스킬 수집가(EX), 개발자의 분석안(EX) 염동력 마이스터(S+), 명문 검가의 혈통(A), ???(EX)
한 달 만에 확인한 상태창은 라울의 성장을 반영하듯 확실하게 변해 있었다.
육체 능력인 근, 민, 체가 모두 65를 넘어섰고 마력이나 영력 등은 이미 70을 돌파해 실력자 소리를 들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지.’
스탯은 앞자리가 바뀔수록 성장이 느려진다. 70대의 스탯 하나를 올리는 데는 60레벨대의 스탯 전체를 올리는 만큼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물론 그만큼 스탯 하나의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초인이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나 상급 염동술사는 90대의 스탯을 지니고 있다.
과거 배도현도 정신력과 감각만큼은 90에 도달했었다.
아직은 먼 길이었지만 이번 생엔 모든 스탯 90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플레이어 최초로 100단위 스탯도…!’
꿈같은 일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가능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전생과는 달리 이번엔 그에게 주어진 기회가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라울은 차분하게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 팔목에 채워진 팔찌는 너무나도 평범해 보였다.
아무런 무늬도 없었고 색도 단순한 은색. 길거리 가판대에 보면 하나씩은 있을법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실체는 세상에 둘도 없을 굉장한 아이템이었다.
[레그나토르 : 파워아머]등급 : B
상태 : 귀속(라울), 부분 개방, 봉인 중.
출력 : 1.5 CP(Core Power)
가동시간 : 5 min/max
가동형태 : 자체충전.
방어술식 : 6서클. 중급 마나블레이드 방어 역장. 속성효과 50% 감소.
설명 : 신화급 파워아머 [레그나토르]의 복제판. 시공간을 넘으며 대부분의 기능이 봉인되었고 일부 특수기능이 변형되었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면 봉인이 해제된다.
특수기능 : 단죄(맹약의 대상을 상대로 200% 효과 증폭), 은밀한 포식(하위 파워아머를 흡수하여 그 기능을 흉내 낼 수 있다.)
라울이 환생하며 함께 따라온 두 아이템 중 하나였다.
스킬도감은 퀘스트를 통해 잠금을 풀었고 이번 토벌전에서 파워아머인 레그나토르를 깨울 수 있었다.
둘 다 아직은 많은 것들이 봉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봉인을 다 풀고 원래의 신화급 아이템으로 복원할 수 있다면? 아마도 라울의 행보에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봉인 해제 조건인데….’
스킬도감의 경우는 다음 봉인 해제를 위한 퀘스트가 이미 주어졌다.
1주일에 한 번씩 변경되는 랜덤 슬롯 스킬의 숙련도 관련 퀘스트 50개를 해결하라는 것. 꾸준히 수행한다면 1년 내에 완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레그나토르 관해선 아무런 단서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현재의 출력조차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개방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숨겨져 있던 고유 특성이었다.
[개발자의 분석안]등급 : EX
효과 : 개발자의 시야를 빌려 시스템과 관련한 정보를 훔쳐볼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에너지들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동안 라울이 NPC들의 정보와 마나의 흐름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이 특성이었다.
굳이 이제야 정보가 개방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추측건대 임페리얼 하운드의 ‘마기’와 접촉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특성 개방과 동시에 하나의 퀘스트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 등급 : ???
– 목표 : 흑마석 조각 획득 (1/5)
추가 목표 : ???
설명 : 시나리오가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업데이트를 기다려 주십시오.
보상 : ???
원래라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고 플레이어들이 시작도시를 떠날 수준이 되었을 때 등장해야 하는 퀘스트였다.
아마도 라울이 너무 일찍 임페리얼 하운드의 아지트를 공략했기 때문에 생긴 오류 같았다.
만약 전생과 같은 게임 공략 루트를 탄다면, 흑마석 조각을 얻기 위해 제국 세력과 계속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제국의 극심한 방해 공작 속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를 헤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가시밭길을 걸을 필요가 있겠어?’
어차피 시나리오의 흐름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초반 시나리오를 스킵하고 나중에 메인 시나리오에 끼어들 수 있는 꼼수가 여럿 있었다.
그리고 일반 플레이어에겐 불가능한 것들도 라울에겐 가능했다. 왜냐하면 그는 플레이어인 동시에 커넥트의 주민이기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개발자가 유도하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는 건 사양하겠어.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고 어느 퀘스트를 클리어할지는 모두 내가 결정한다.’
퀘스트란 건 플레이어의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개발자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일종의 족쇄이기도 했다.
라울이 지구의 플레이어였다면 게임의 엔딩을 보기 위해 정해진 길을 걸어가겠지만 그는 커넥트의 주민이었다.
혹시라도 개발자가 정해놓은 엔딩이 라울이 원하는 바와 다르다면 언젠가는 시나리오와 퀘스트 그 자체를 부숴버려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준비를 해두어야겠지.’
어쨌든 아직은 멀고도 먼 이야기였다.
애초에 진짜로 지구의 플레이어들이 나타날지조차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당장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 * *
다음날 오전.
서재에서 미라에 남아 있는 실종자와 도적단의 정보를 정리하던 도중이었다.
작은 노크 소리와 함께 약간 들뜬 표정의 버나드가 안으로 들어섰다.
“공자님. 니키가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나키아 양이 공자님을 뵙기를 청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라울은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당연히 만나봐야지. 어서 안내해.”
치료실에 들어서자 니키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나키아가 벌떡 일어서 라울 앞에 무릎을 꿇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공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도대체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흑흑.”
라울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
“은혜랄 것까지야. 게다가 아직 니키가 완전히 나은 것도 아니잖아. 이럴 때일수록 언니가 더 든든하게 동생의 힘이 되어줘야지.”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신을 차린 니키를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니키는 볼품없어 보였다.
13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몸이 지나치게 왜소했다.
긴 투병 생활 탓인지 온몸에 살이 하나도 없어서 뼈 위에 가죽을 붙여놓은 것처럼 앙상했다.
머리칼도 끝이 갈라져 푸석푸석했고 창백하다 못해 백지장 같은 피부는 논두렁이 갈라진 것처럼 얼기설기 터져 있었다.
다만 하나. 푸른 바다를 닮은 머리색과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깊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구,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느릿느릿하게 말을 살짝 더듬으며 말하는 니키.
하지만 말에 고저가 없어서 감정없는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려 하더니 이내 힘이 빠진듯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죄송해요. 니키가 낯가림이 심해서….”
하지만 라울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고 하물며 어린아이가 아닌가? 그저 딱하다는 마음이 들 뿐이었다. 그런데….
멍하니 누워 있는 니키의 눈동자가 갑자기 파랗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 안에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높은 파도가 바다를 뒤덮고 있는 듯한 환상이 보였다.
‘이게 무슨?’
너무나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 나키아와 버나드의 표정을 살펴봤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라울은 눈에 마나를 집중하며 ‘개발자의 분석안’을 발동했다.
“이럴 수가!”
라울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