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53
제253화
“이거 참. 아주 시원하게 뚫리는구만.”
3왕자군 2선과 본진 사이의 평지.
제국의 마스터 하마르트가 팔짱을 낀 채 혀를 찼다.
“…….”
4호는 말없이 그 곁에 서 있었다.
“준비는 차질 없겠지?”
“…충분합니다.”
“왕국의 멍청한 위선자 놈들을 위해서 칼을 휘두를 생각이 없단 얘기야. 실수 없이 처리하라고. 내 말 알아들어?”
“…알겠습니다.”
둘 다 마스터였지만, 그들의 신분에는 차이가 있었다.
제국에서 정석적인 간부 코스를 밟아 마스터에 오른 하마르트.
왕국에 파견된 첩보활동 중, 마나의 축복을 받고 마스터가 된 4호.
실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는 제국이지만, 태생적인 차별은 존재하는 법이었다.
겉으로는 4호를 챙기는 것 같아 보이는 하마르트였지만, 실상은 제 하인처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건방진 놈. 첩보원 따위가 감히 마스터라고?’
이건 평생 동안 검을 갈고 닦아온 제국의 엘리트 장교들에 대한 모독이었다.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최근에 있었던 여러 건의 작전 실패.
그건 첩보부 놈들이 제대로 정보를 수집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인재(人災)였다.
보라.
이번 전투에 대한 정보부터 엉망진창이지 않은가?
‘뭐? 마스터는 최대 다섯, 기사단의 수는 천 명 남짓? 웃기고 있네.’
-애쉬튼 백작가 가주 멜빈 백작과 라울 자작이 마스터에 올랐고, 마나의 축복을 받아 두셋 정도가 더 늘었을 수 있다.
백작은 참전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벌써 마스터로 보이는 놈들이 셋이었다.
게다가 5천이나 되는 기사단은 뭘로 설명할 것인가?
이렇게 정보와 예측이 제멋대로니, 작전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 작전이 끝나고 귀국하면 첩보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겠군.’
왕국에 파견 나온 놈들은 ‘귀족’ 흉내에 물들어 제 본분을 잊은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불만은 불만이고, 당장의 작전에 집중해야 했다.
“온다.”
콰앙!
마지막까지 창진을 펼치고 있던 정예병들이 기사단의 돌진을 막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예측대로군.’
두 개의 방어선을 돌파한 퍼스트 기사단.
인원이 줄거나 기세가 꺾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의 앞을 감싸던 기사단 돌격 장막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기사가 한 몸처럼 마나를 운용해 만들어내는 장막.
그 말은 구성원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지치게 된다면, 장막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수많은 마법과 화살 세례, 병사들을 뚫어내고, 기마대와 격돌까지 했으니.
“자, 그럼 한번 놀아보자고.”
하마르트가 팔짱을 낀 채 4호에게 턱짓을 했다.
“…시작하겠습니다.”
구르르르릉.
기사단과 그들 사이의 땅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음? 이건…?’
기감에 느껴지는 지저분한 기운에 라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당황할 일은 없었다.
이미 여러 번 겪어본 만큼, 대처법도 알고 있었으니.
「전방 제국 특수부대 출현. 지하에 적의 마수병이 매복 중이니 각 단장을 중심으로 요격할 것. 안행진으로.」
「안행진으로!」
쐐기형으로 달려가던 퍼스트 기사단이 진형을 벌렸다.
5개의 덩어리로 분리된 그들이 속도를 줄이고는 다섯 개의 V자 형태로 진을 갖췄다.
안행진은 강력한 적을 포위 공격하는 데 적합한 진형이었다.
푸르륵.
말들이 잠시 속도를 늦춘 사이, 각 단장, 부단장과 라울이 부대 앞쪽으로 나섰다.
촤라라락.
라울의 무기 군단이 그의 손짓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뭉쳐 하늘을 배회했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았냐?”
라울이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자, 수십에서 수백 개씩 뭉친 무기의 군단이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꽈과과과광!
“키에에엑!”
“크롸롸!”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사방으로 먼지가 비산하는 가운데, 몬스터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다섯이라. 딱 좋은 숫자군. 각 전투 단장과 부단장이 처리하도록.”
“네, 마스터!”
“히럇!”
달튼과 켄을 비롯한 전투단장과 부단장이 말을 달려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갔다.
쾅! 퍼버벙.
먼지구름이 가라앉자, 기이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장 작은 것도 신장이 3m는 넘어가는 대형 몬스터였고, 느껴지는 기운은 거의 마스터에 버금갈 정도였다.
‘확실히 후작가에서 봤던 놈들보단 업그레이드되었군.’
왕국의 마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제국이 만들어낸 병기, 제국 마수병.
게이트의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지 마수들의 수준 또한 높아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발전한 것은 놈들의 마수병뿐만이 아니었으니….
텅!
맥닐런이 사자형 마수병의 앞발을 방패로 튕겨냈다.
“고작 이 정도냐! 이래서야 마스터는커녕 우리 수련 기사들도 막아 내겠다, 이 고양이 자식아!”
맥닐런의 방패에 스며든 임시 오러는 마수병의 공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고.
파밧! 사샤샤샥!
“캬앙.”
앞발이 튕겨 나간 틈을 노린 제2 전투단장 호머의 대검이 놈의 가슴팍을 핏물로 물들였다.
마수병의 몸을 감싸고 있는 방어 역장도 그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단장과 부단장들도 각자의 상대를 압도했다.
마스터 초급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익숙하게 오러를 다루는 단장, 어느덧 마스터를 눈앞에 두고 있는 부단장의 조합.
이성을 잃고 본능에 몸을 맡겨 싸우는 마수병이 감당하기엔 상대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단장들이 마수병과 전투를 치르는 사이, 다른 기사들은 평원 너머에 진을 치고 있는 일단의 병력을 향해 활을 날렸다.
“쏴라! 저들이 단장님들의 전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마크한다!”
“5열과 6열은 후방의 적을 견제한다!”
지휘권을 넘겨받은 수석 기사들은 적절히 병력을 운용하며 적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견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라울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는 적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케인.”
“네, 마스터.”
마스터급 간부들이 모두 흩어지고 이제 케인만이 라울의 곁에 남아 있었다.
“놈들의 위치는 잘 파악하고 있지?”
“물론입니다.”
그와 동시에 라울의 시야 한편에 작은 미니맵이 펼쳐지며 붉은 점이 깜빡였다.
커넥트 시스템, 케인의 정보원들, 그리고 한서현을 비롯한 정찰계 플레이어들의 정보를 통합해 만든 실시간 작전지도였다.
“그럼 쥐새끼들의 대장을 사냥하러 가볼까.”
파밧.
라울과 케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허허허.”
사람이 기가 차면 웃음만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 마스터 하마르트의 상태가 그랬다.
“미친….”
그리고 4호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쿠워어억!”
“캐개갱.”
눈앞에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목격한다면 말이다.
그들이 준비해 두었던 비밀병기.
제국 마수병 다섯이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농락당하고 있었다.
멀리서 듣는 병사들이야 어마어마한 마수병들의 고함 소리에 심장이 서늘하겠지만, 실제로 그들이 내는 소리는 그저 비명에 불과했으니.
‘…도대체 마스터가 몇이나 된다는 얘기야?’
하마르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끼며 겨우 굳었던 뇌를 재가동했다.
앞서 후작가의 두 마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나선 것이 셋.
그리고 지금 마수병을 두들겨 패는 놈들이 다섯.
게다가 이미 마스터라는 백작과 라울까지 포함한다면….
‘왕국의 일개 백작가에 마스터가 열이나 되고, 5천이 넘는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야?’
그게 어딜 봐서 백작가의 전력이란 말인가?
게이트 사태나, 마나의 축복 이전이었다면 일개 왕국을 능가하는 전력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저 기사단 앞을 막아섰더라면…!’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이봐 4호. 정보는 충분히 모았으니 이만 빠지자고. 이건 반드시 본국에 전해야 할 중요한 정보라고.”
하마르트가 애써 담담한 척 말하자, 4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빠져나가면 마수병 5기는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실험체라지만, 혼자서 마스터 하나를 감당할 수준으로 강화하는 데 든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라면 승패와 상관없이 잔해라도 환송 마법진으로 보내야 했지만….
‘그럴 여유는 전혀 없겠지.’
딱 봐도 하나하나의 솜씨가 4호 자신보다 훨씬 뛰어났다.
정통 명문 검가의 검술을 익혔다는 것도 그랬고, 오러를 다루는 솜씨로 봐선 마스터에 오른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지금 저기에 합류한다는 건, 저들의 전공록에 자신의 목을 하나 얹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리라.
지이이잉.
4호와 하마르트 근처의 발밑에 옅은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밑그림밖에 그려지지 않은 마법진은 4호의 반지에서 뻗어나온 마나를 잡아먹으며 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망할 마나교란 마법진 같으니….’
하필이면 이번 전장에는 대규모 마나교란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순간이동과 통신 마법을 끊어버리는 장치였다.
원래는 각 성의 방어 중추에나 사용되는 마법진이었지만.
‘하필 애쉬튼 놈들이 대규모 포털을 사용하는 바람에….’
뒤늦게 총사령관이라는 후작의 아들놈이 그 비싸다는 일회용 마법진 스크롤을 사용해버린 것이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벌써 순간이동 마법진이 완성되고도 남았을 것을.
그리고 저들에 대한 보고도 마쳤을 터였고.
그런 4호의 심정을 모르는지, 본국의 엘리트라는 놈은 그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좀 더 서두를 순 없나? 제길, 하여튼….”
마수병이 피 흘리며 비명을 질러대는 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4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법.
“꼭 내가 손을 써야 하나?”
하마르트는 억지로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괜히 검을 꺼내 들었다.
마치 자신이 시간을 벌어 줄 것처럼 보였지만.
‘제길. 시간에 못 맞추면 말을 타고라도 튀어야겠군.’
피 말리는 일 초 일 초가 흘렀고, 마침내 마법진이 선명한 빛을 드러내며 완성 직전에 다가섰다.
“전군 돌격! 폐하를 위해 그 한목숨 불태워라!”
하마르트가 병력들을 내보냈다.
그들이 전장에 데려온 마병과 문신을 새긴 병사 3천이었다.
기사단의 화살을 막아 내며 숨죽이고 있던 병사들이 정면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미 그들의 전신은 흉측한 검은 문신이 뒤덮고 있었고, 기사들이 쏜 강력한 화살이 몸에 박히고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괴성을 지르며 달렸다.
‘어차피 이제는 쓸모없는 놈들이니.’
그들이 탈출할 시간이라도 벌어주는 게 저들에게도 영광이리라.
“이제 완성입니다!”
“좋아. 철수하자. 이 검을 쓰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스르릉.
그렇게 하마르트가 검을 검집에 반쯤 집어넣었을 때.
“글쎄. 그 검, 다시 뽑아 드는 게 어떨까?”
“……! 누구냣?!”
휘릭.
라울과 케인이 하마르트와 4호의 눈앞에 떨어져 내렸다.
“너는…!”
하마르트가 눈썹을 씰룩였다.
라울의 정체를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하아, 아쉽군. 그 목을 따면 상당한 성과금이 나올 텐데 말이지. 다음에 보자고. 크크.”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밑의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하마르트와 4호의 몸을 감쌌다.
“…크크크. 멍청한 놈 같으니. 다음엔 정말로… 응?”
빛이 사라지고 하마르트의 눈앞에는 여전히 라울과 케인이 서 있었다.
“……? 야, 4호. 이거 뭐야?”
“…….”
하지만 4호도 당황한 것인지 연신 그의 순간이동 아티팩트를 뚫어지라 바라볼 뿐이었다.
“쏘리. 라울이 절대로 보내주지 말라고 해서 말이지, 후훗.”
작은 녹색 머리의 요정이 라울의 어깨 위에 앉아 안경을 고쳐 쓰고 있었다.
“이제 그 검 뽑아 들 생각이 있나?”
챠랑.
“제기랄!”
콰과광!
3왕자군 토벌대와 퍼스트 자작령 돌격 기마대의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